인쇄 기사스크랩 [제888호]2015-04-24 14:53

현지취재 - 타이완 (下)
 

 
우리가 미처 몰랐던 타이중 예술여행 
 
미식은 기본 현대건축에 또 한 번 놀라다
 
현지인보다 더 현지인처럼 타이중 여행하기



글 싣는 순서
타이완<上> 봄을 품은 타이완
●타이완<下> 타이중을 맛보다

 
최근 타이베이를 잇는 타이완 내 인기 여행지 반열에 오른 곳이 타이중이다. 타이완 섬 중부지역에 위치한 타이중은 타이완 제3의 도시이자 문화도시라 불리며 신흥도시로 빠르게 발전 중이다. 타이베이처럼 도시 전체가 목이 젖혀질 만큼 고층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선 것은 아니지만 건물과 건물을 지날 때면 공사 중인 모습이 흔한 도시의 풍경으로 타이중이 어떤 도시인지를 가늠케 하는 대목 중 하나다.

그렇다고 타이중을 공사 소음으로 시끄럽고 무질서한 도시로 인식한다면 크나 큰 오해다. 조금 과장하자면 공사 소음마저 선율로 들릴 만큼 타이중은 여행자의 감각을 깨운다. 타이베이나 가오슝과는 다른 현대 예술의 도시가 바로 타이중이다. 이에 건축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꼭 한번쯤 방문하고 싶은 지역으로도 유명하다.

보는 재미를 배가 시키는 것은 바로 먹는 재미! 사실 타이완을 여행지로 선택했다면 십중팔구 미식여행이 콘셉트일 터. 타이중 역시 미식여행지로 으뜸이다. 보는 재미와 먹는 재미에 이은 또 다른 재미는 바로 ‘쉼’, 즉 여유다. 타이중 특유의 유유자적함이 도시 곳곳에 묻어 있다. 최근 여행 트렌드 중 하나인 ‘현지인처럼’ 여행한 타이중 여행기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타이완관광청 서울사무소(02-732-2357~8)
타이중=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타이중 젊음의 거리, 동해대학”
 
타이중 여행의 첫 번째 장소가 ‘동해대학’이라는 가이드 말에 갸우뚱했다. 아직 타이중을 알기도 전, 그래서 현지인처럼 타이중을 느끼기엔 괴리감이 있던 여행의 초입에서 기자는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곤 이내 ‘그래, 미국 명문대 탐방 같은 콘셉트인가 보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사실 기자에게 타이중은 첫 방문인 듯 첫 방문 아닌 애매한 장소다. 지난해 타이완 출장 중 가오슝에서 타이베이로 넘어가는 길목에 타이중을 잠시 거쳤기 때문. 늦은 저녁을 먹고자 타이중의 한 식당을 방문했던 바가 있어 ‘처음’이 갖는 설렘이 약했다. 어쨌거나 기자가 타이중 여행에 시동을 걸려던 찰나 첫 코스인 ‘동해대학’은 지나고 보니 타이중 여행의 제1코스로 합격점이었단 말씀.

‘동해대학’은 아름다운 캠퍼스로 유명한 곳이다. 캠퍼스도 넓고 나무도 많아 특히 2~3월에 이곳을 찾으면 봄 냄새를 잔뜩 풍기는 캠퍼스를 거닐 수 있다.

‘동해대학’에서 꼭 봐야 하는 랜드마크가 있다. 바로 루쓰이지아오탕, 즉 ‘루체교회’다. 루체교회로 가는 길목에는 동 교회 건축법이 사진으로 전시돼 있어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만족감을 뽐낸다. 삼삼오오 옆구리에 전공서적을 찔러 넣고 둘러 맨 가방과 함께 하하호호 웃는 학생들 무리를 벗어나면 삼각형 모양의 루체교회를 마주할 수 있다.

드넓은 초원 위에 덩그러니 놓인 루체교회 앞에는 사진을 찍기 위해 모인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결혼사진을 찍거나 야외결혼을 하는 커플들이 많다고 한다. 루체교회의 독특한 건축물을 삼각형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는 기자의 부족한 건축학 지식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타이중의 두 번째 랜드마크로 향했다.

Tip: 동해대학에서 루체교회만큼이나 외부인들의 방문이 많은 곳이 젖소목장이다. 루체교회로 가는 길목에 나무 사이로 풀을 뜯는 소 모형이 있는데 알고 보니 동해대학에서 직접 젖소를 키우고 유제품을 판매한다고 한다. 신선한 우유만큼 아이스크림 또한 일품이라고 한다.


 

 
 
“타이중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만나다”
 
싱그러운 봄의 캠퍼스 동해대학을 뒤로하고 기자 일행이 찾은 다음 장소는 타이중의 서쪽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다.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 동대문에 불시착한 우주선을 본떠 만든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DDP)’가 있다면 타이중의 새 랜드마크가 바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인 셈이다.

건물 외관은 완공됐지만 내부 공사로 현재는 문이 닫혀져 있는 상태. 동 오페라하우스는 올해 12월부터 일반 시민들에게도 개방할 예정이라고 한다. 올 연말 타이중을 방문한다면 아름다운 선율이 흐르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를 기대해도 좋다.

DDP만큼이나 말 많았던 동 오페라하우스에 대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은 다양하단다. 우선 동 건물을 짓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타이중 시장이 직접 건축가들에 요청했을 만큼 외면 받았던 타이중 오페라극장은 일본 건축의 거장 이토토요에 의해 착공에 들어갔다. 이토토요는 인간의 첫 거주지, 동굴을 형상화 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를 건설했다.

외관 역시 동굴 자연의 곡선미를 느낄 수 있지만 내부공사가 마무리된다면 그의 곡면 건축기법을 보려는 건축학도들의 방문이 줄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타이중의 새 랜드마크까지 구경하고 나니 배꼽시계가 요동을 친다. 타이중의 랜드마크를 구경했으니 음식도 그에 걸 맞는 ‘훠궈’로 정했다. 타이중을 가면 꼭 먹어야 할 음식, 훠궈(샤브샤브)를 맛보러 ‘딩왕마라훠궈’ 가게를 방문했다. ‘딩왕마라훠궈’는 타이베이에도 가게가 있는데 타이중이 그 시작이란다.

타이중 야시장에서 방문객들에게 하나 둘 판매하며 ‘훠궈 맛집’으로 입소문 났던 곳이 인기가 날로 더해지면서 가게를 차리게 됐고 타이완 내 체인점까지 운영할 정도로 인기가 뜨거워졌다고 한다. 중국식 훠궈를 원한다면 조금은 실망할 수 있겠지만 기자에게는 일품이었다.

짬짜면 형태로 반이 딱 갈라진 큰 솥 하나에 얼큰한 육수와 맑은 육수가 입맛을 다시게 한다. (기호에 따라 육수는 하나로도 선택 가능하다.) 고기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로 나뉜다. 끓는 육수에 투하시킨 고기, 두부피, 버섯, 곱창, 완자, 떡 등이 걸쭉한 육수를 머금고 입안에서 퍼지는 그 맛은 그야말로 진국이다.

 

“타이중하면 빠질 수 없는 디저트여행”

 
배를 채우고 나니 기자일행 모두 나른해진 몸이 마치 육수에 퐁당 빠진 두부피만큼 흐물흐물해졌더랬다. 쏟아지는 잠도 깨울 겸 이동한 다음 장소는 ‘현지인처럼 여행하기’ 딱 좋은 타이중 미술원 길이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와는 반대에 자리한 ‘국립타이완미술관’은 타이중 동남쪽에 위치해 자동차로 20~30여 분 소요된다. 지난 1998년 오픈한 ‘국립타이완미술관’은 아시아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규모만큼이나 매력적인 점은 특별전시회를 제외하면 무료관람이 가능하다는 것. 미술, 조예 등 예술에 관심이 많다면 꼭 한번 방문하길 추천한다.

사실 기자일행은 미술관 내부보다는 외부에 집중했다. 선선한 봄바람과 녹음이 절정인 타이중의 봄을 만끽하려 돗자리를 깔고 도란도란 봄나들이를 나온 가족과 커플이 많았다. 기자 역시 그들처럼 느리게 걸으며 주변 곳곳의 자연풍경을 감상했다.

초록 잎사귀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맞으며 미술원길 사이사이 놓인 전시물도 감상하고 뛰어노는 강아지와 꺄르르 웃는 네 살배기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외국여행객이라는 기자 본연의 신분을 잊게 만들었다. 현지인들의 일상에 조금은 젖어들을 때 즈음 이국적인 건물들로 분위기가 변한다. 훠궈로 빵빵해진 배를 꺼뜨릴 겸 걸었던 미술원길은 결국 또 다른 식도락 여행을 위한 숨 고르기가 된 꼴이다.

미술원길과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항력, 춘수당으로 발길을 옮기자. 이제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음료가 된 쩐주나
이차의 원조가 바로 춘수당이다. 미술원길을 따라 걷다보면 춘수당 본점을 방문할 수 있는데 기자일행은 그보다 규모가 큰 체인점에서 쩐주나이차의 진면목을 맛봤다. 쩐주나이차를 주문할 경우 높은 당도(기호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30%)를 선택해야 한국에서 맛봤던 달콤쌉싸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Tip : 쩐주나이차만으로는 디저트여행이라고 하기 부족하다. 이미 타이중의 명물로 자리한 궁원안과에서 달콤함을 맛보자. 꽃보다할배가 맛봤던 망고빙수는 기본이요, 와플 안에 치즈케익, 펑리수 등 다양한 토핑과 망고맛, 딸기맛, 초코맛 등 입맛대로 골라 선택 가능한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호그와트 분위기의 궁원안과에서는 펑리수도 판매하니 기념품 또한 고민할 필요가 없다.
 
 
[부록] 뻔한 호텔은 가라! ‘레드닷호텔’
오픈한 지 이제 반년이 지난 따끈따끈한 신상 호텔인 레드닷호텔은 타이중공항에서 40여 분 자동차로 소요된다.
타 호텔과 달리 ‘호텔앤컬처’로 소개하는 레드닷호텔은 호텔 로비에 들어서면 27m 길이의 미끄럼틀과 장난감 모형이 ‘호텔앤컬처’의 의미를 단박에 알아차리게 만든다. 레드닷호텔은 3성급의 디자인호텔이다. 장난감왕국을 본떴다. 객실 내 어메니티가 장난감 박스로 구성돼 있어 그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재미는 바로 미끄럼틀! 2층에서 시작하는 미끄럼틀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가 즐기는 호텔의 인기 코스다.

레드닷호텔 내에는 한국어 가능한 직원도 상주해 있어 의사소통의 어려움도 덜 수 있다. (www.reddot-hotel.com)
Tip : 레드닷호텔에서 큰길가로 나서면 펑지아 야시장의 1/5 크기의 작은 야시장을 구경할 수 있다. 규모는 작아도 있을법한 음식들은 고르게 갖췄으니 깊은 밤 야식의 묘미를 느끼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