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3호]2015-06-05 09:58

현지취재 - 노르웨이(上)
 
 
사이다 처럼 청량감 톡 쏘는 노르웨이
 
 
글 싣는 순서
●노르웨이<上> 회색도시의 정의를 새로 쓴 올레순
노르웨이<中> 신이 내린 지상의 천국, 몰데
노르웨이<下> 피오르의 정석, 예이랑에르 피오르

 
 
북유럽 감성이 궁금하다면 올레순으로
 
대한항공 직항 전세기 투입, 지금이 여행 적기~
 
노르웨이로 출장이 잡혔다는 소식을 전하자 지인들의 부러움과 시샘 섞인 농에 조금은 부담스러운 입장이 됐다. 정작 기자는 노르웨이가 가장 살기 좋은 나라 1위로 선정됐다는 기사를 접하면서도 심드렁했던 것이 사실. ‘뭐,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어’라는 마음과 청개구리 심보가 천성인 탓이었다. 출장 직전까지 매스컴에서 신나게 떠들던 지역이 바로 노르웨이였다. 그러나 ‘겨울왕국’과 ‘뭉크’말고는 어떤 것도 떠오르지 않는 기자의 머릿속에 노르웨이는 가시거리 1m가 채 안 되는 허상 같은 존재였다고나 할까.

어쨌거나 주어진 노르웨이 출장은 그럼에도 반가웠던 게 솔직한 심경이었다. 기자 주변에도 북유럽으로 이민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는 이들이 많다보니 타이밍도 적절했고 노르웨이 티켓은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라는 기자의 호기심에 발동을 걸었다. 결론부터 말하길 좋아하는 기자의 성격상 더 이상 끌지 않고 대답한다. “노르웨이는 천국이다.”

한 방송인이 말했다. ‘한국에 태어난 게 문제’라고. 노르웨이를 여행하며 기자 역시 얼마나 고개를 끄덕였던가. 다음 생에 태어날 나라를 선택할 수 있다면 다른 후보도 없이 노르웨이가 0순위라고 혼자 곱씹었다.

기자의 말에 반기를 들고 싶다거나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자. 노르웨이는 현재 백야. 밤 10시에도 대낮같이 환하다. 노르웨이를 여행하기 적기인 셈이다. 대한항공과 한진관광이 오는 20일과 27일, 7월 4일과 11일 출발하는 인천-오슬로 직항 전세기 상품을 판매 중이니 경유 없이 국적기로 편한 여행도 가능하다.
취재협조 및 문의=노르웨이관광청 한국사무소
(www.visitnorway.com / 02-777-5943)
노르웨이=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둘러보면 힘이 솟는 비타민, 올레순”
 
올레순은 노르웨이 서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다. 오슬로에서 비행기로 1시간가량 이동하면 당도한다. 인천에서 올레순으로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네덜란드를 경유하는 거다. 국경을 접하고 있어 KLM네덜란드항공으로 네덜란드를 찍고 올레순 비행기에 몸을 실으면 된다.

올레순은 7개의 섬에 걸쳐 도시가 조성돼 이동하다보면 해저터널을 지나기도 한다. 1987년 3,481m에 달하는 해저터널이 완공되면서 올레순 여행은 한결 편리해졌다. 기자일행이 올레순에서 제일 먼저 향한 곳은 도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악슬라산 전망대(피엘스투아)다. 전망대에서 도시를 내려다 본 순간 탄식이 절로 나왔다. 회색도시가 이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회색의 고깔 지붕과 도시에 생동감을 불어 넣어주는 노랑, 빨강, 파랑의 알록달록 건물의 벽 색깔은 절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북유럽 감성, 북유럽 디자인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올레순이 한 번에 정리해줬다. ‘올레순=북유럽 감성’인 셈이다. 오밀조밀 빼곡하게 모여선 마을이 갑갑하게 보일만도 한데 오히려 반대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청량한 기분이 탁! 하고 쏜다. 끝없이 이어지는 바다와 높낮이가 다양한 섬 그리고 예이랑에르 피오르의 빼어난 풍경이 한 몫을 더했다고 해도 무방하다.
 

올레순 도시 전체를 조망하고 나니 몹시도 그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다. 알록달록하고 싱그러운 그곳에 함께하고 싶단 생각이 간절해졌다. 전망대를 내려와 ‘올레순 관광안내센터’가 자리한 항구의 중심부에서 도보여행을 시작했다. 관광안내센터 뒤편으로 가면 빨간 등대가 눈에 띈다. 전 세계 항구도시라면 어디에나 있는 흔하디흔한 빨간 등대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올레순의 빨간 등대는 차원이 다르다. 이 빨간 등대는 지어진 지 150여 년 이상인 건물로 무엇보다 이 등대의 실제 역할은 호텔이다. 1박에 550달러가 넘는 프라이빗한 호텔이 매력을 증폭시킨다. 이 호텔의 주인은 빨간 등대 너머로 보이는 브로순뎃 호텔. 즉 톡 하고 혼자 떨어져 있는 이 빨간 등대는 브로순뎃 호텔의 단독호텔쯤 된다.

그림의 떡인 빨간 등대에 입맛만 다시고 돌아서 나오면 본격적인 올레순 도보여행이 시작된다. 아쉽게도 기자가 올레순을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라 다수의 상점가는 이미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상점거리에는 기자일행과 같은 소규모의 관광객만이 아쉬운 발걸음을 내딛었다. 쇼핑의 재미를 뒤로하고 건물양식에 집중했다.
 

작은 항구도시 올레순이 관광도시로 부상하게 된 건 바로 이 도시를 빛낸 ‘아르누보 양식’ 덕이다. 여기서 올레순의 반전 매력이 돋보인다. 칙칙한 상처를 싱그럽게 바꾼 매력이라고나 할까. 올레순 마을이 간직한 상처 그리고 극복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발길을 돌려 항구를 지나 ‘아르누보 센터’로 가자.

△아르누보 센터는 시내 중심가에 위치해 있는데 1907년 지어진 건물로 원래 건물의 용도는 흥미롭게도 약국이었다. 때문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약국 시절에 쓰였던 오래된 가구도 구경할 수 있다. 현재의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것은 2001년이다. 이곳에서 빼놓지 않고 들려야 할 곳이 있다. 1904년 올레순을 덮쳤던 대형 화재를 극복한 이야기를 다룬 영상 코너. 들어가는 입구에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당시로 이동하듯 온 몸을 흔드는 진동이 느껴지는데 그 재미 또한 쏠쏠하다. 어찌됐건 커튼을 젖히고 들어가면 조촐하게 앉을 수 있는 긴 좌석 2개와 조그만 TV 몇 개가 고작이다. 19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올레순은 한순간 진정한 회색도시로 변하고 만다. 노르웨이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도시 화재로 꼽히는데 도시 서쪽 지역의 마가린 공장에서 시작된 화재가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를 완전히 태워버린 사건이다. 도시 전체가 잿빛으로 변해버린 올레순은 3년간의 복구 작업 끝에 오늘날의 올레순, 아르누보 양식으로 재탄생하게 됐다.
 

아르누보 센터와 올레순 관광센터를 잇는 항구에는 정박된 요트들이 줄을 잇는다. 맑은 물에는 아르누보 양식의 노랗고 빨갛고 하얀 색색의 건물들이 파란 하늘과 함께 거울마냥 비춰지는데 ‘그림 속 풍경’이란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게 된다.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사진을 찍는 기자의 카메라 앵글 속으로 카약킹을 즐기는 소년의 장난기 가득한 표정도 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모르는 동양인의 사진 속에 찍히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쑥스러움도 없이 물 따라 유유히 흐르며 ‘브이’를 짓는 소년에게서 노르웨이 사람들의 여유로움을 또 한 번 느꼈다고나 할까.
도보여행마저 마치고 나니 올레순을 일요일에 왔다는 게 그제야 안타까워졌다. 올레순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 지도 보고 싶고 밤 10시에도 환한 백야 탓에 호텔로 들어가기에는 무척이나 아깝게 느껴졌다. 헛헛함을 채워줄 다음 목적지가 호텔이 아님에 감사했다.

아르누보 센터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 위치한 △아틀란테하브스파르켄(대서양 수족관)으로 이동했다. 노르웨이를 비롯해 유럽에서 주말에도 문을 여는 관광지를 방문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스갯소리지만 올레순 방문이 일요일이었던 건 아틀란테하브스파르켄의 매력을 배가시키려는 묘략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평일에 왔어도 좋았겠지만 다른 명소로 갈 수 있는 선택지가 없는 일요일에 와서 120% 즐기게 됐다. 수족관에 들어서니 숨어있던 올레순 주민들이 다 이곳에 있었던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린 자녀를 동반한 가족여행객으로 가득했다. 메인 수족관은 마치 바다 속을 들어온 듯 깊고 넓은 탁 트인 창으로 유유자적 움직이는 물고기 떼를 보며 한동안 말을 잃었다. 수족관을 보고 감동했던 적이 언제였던가를 되짚어 보니 기억도 안 난다.

메인 수족관이 메인이 아니다. 야외로 나가면 펭귄과 물개가 관람객들을 반겼다. 사육사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앞발로 박수를 치며 재주를 부리는 물개에 비해 심드렁한 펭귄은 상반된 매력을 보였다. 그마저도 올레순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예술에 대해 아는 지식이라고는 없는 기자에게 아르누보 양식보다는 아픔을 이겨낸 올레순의 생동감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다수는 예술적 영감을 받기 위해 올레순으로 가라고 할지 모르지만 기자는 삶이 고되고 지쳐 있는 이들에게 올레순을 권하고 싶다. 올레순은 자양강장제 같다고나 할까. (웃음)
 
 
 
“세상에서 가장 여유로운 수도, 오슬로”
 
오슬로공항에서 시내 중심까지는 차로 45분, 열차를 이용하면 오슬로 중앙역까지 18분이면 주파한다. 어느 나라나 수도만은 분주하고 휘황찬란하다. 적어도 그 나라 안에서는. 그러나 오슬로는 여기가 정말 수도인가 싶은 의구심이 든다. 공항에서 차를 타고 시내로 가는 내내 창밖으로 보이는 드넓은 들판, 듬성듬성 보이는 집 한 채, 풀을 뜯는 양과 말. 우리도 메인 공항이 수도인 서울이 아닌 인천이니까 오슬로 공항도 수도 근교 쯤에 위치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시내 중심가로 들어서자 오슬로의 수수함에 매료됐다. △오슬로의 국립 오페라하우스는 해안가에 지어졌다. 마치 하나의 섬처럼 해안가에 자리 잡은 것도 눈길을 끄는데 독특한 현대식 건축양식은 흥미를 깨운다. 건물 외벽이 비스듬하게 돼 있는데 멀리서보면 삼각형 같기도 하고 스키점프대 같기도 하다. 어쨌건 독특한 건물 외벽 탓에 걸어서 건물 꼭대기까지 오를 수 있어 방문객들도 붐빈다고 한다.
 

노르웨이 관광 시 필수코스는 전망대다. 오슬로 또한 예외는 없다. 오슬로의 전망대는 해발 410m에 위치한 △홀멘콜렌 스키점프대다. 동 스키점프대는 1952년 동계올림픽 당시 만들어진 점프대를 지속적으로 보수해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무려 56m나 되는 아찔한 곡선의 스키점프대의 출발점으로 이동하면 아래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스키점프대 출발점에서 내려다보면 발끝이 저릿저릿 한 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보기만 할 뿐인데도 스릴감을 선사한다. 특히 동 스키점프대 옆에는 영상을 통해 간접체험하고 싶은 사람들의 욕구를 제대로 건드린 ‘가상-시뮬레이션 영화관 입구’에는 많은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노르웨이의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게 바이킹이다. 1952년의 오슬로 동계올림픽보다 더욱 멀고 먼 과거로의 여행이 △바이킹 박물관에서 시작된다. 과거 8세기 말부터 10세기 초까지 유럽 해상을 주물렀던 노르만족의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곳이다. 동 박물관에는 당시 노르만족이 사용했던 유물과 실제 배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바이킹 박물관에 전시된 세 척의 배가 바이킹들의 일대기를 함께 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우리 선조들의 장례문화와도 비슷한데 지도자, 왕, 귀족들의 장례를 치를 때 그들이 탔던 배도 함께 수장시켰다고 한다. 박물관에 전시된 세 척의 배 역시 장례를 위해 사용된 과거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