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7호]2015-07-03 11:47

[Best Traveler(164)] 이춘화 투어마트 대표이사




“고비는 있었지만 포기는 없어요!”
27년 여행업계 경력, 상품 기획과 영업은 한 몸
맞춤 상품, 한 도시 집중 등 미국 시장 트렌드 변화
뉴올리언스, 휴스턴 중심 S라인 신상품 판매 박차
 
 
7월 1일 인터뷰 당일, 이춘화 투어마트 대표의 목은 이미 반쯤 잠긴 상태였다. 인센티브 유치를 위해 기업 대표를 직접 만나 비즈니스를 논하고 바로 며칠 전까지 입찰을 위해 제출할 자료와 콘텐츠 마련에 힘을 쏟았다고 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에는 연이어 항공사 미팅이 잡혀있다는 그는 하루 24시간이 모자를 정도로 바쁘고 분주한 일상을 소화하고 있었다.

상품 기획과 영업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이며 회사를 이끄는 힘은 대표가 아닌 직원에서 나오고 가장 힘들고 지친 상황에서도 공부로 답을 찾았다는 이춘화 대표. 27년의 업계 경력 중 무려 18년 동안 리더의 자리를 지키면서 때로는 외롭고 때로는 고독했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는 그의 소신은 푸른 숲 한 가운데 대나무처럼 담담하되 울림이 깊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투어마트(TOURMART) 02)722-5355.
글·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첫 애를 낳고 반년 만에 여행업계로 다시 돌아왔어요. 당시 IMF 시절이었고 모든 여행사가 도산한 가운데 33개 여행사 정도가 살아남았죠. 대한항공을 통한 연합상품을 추진해보려고 33개 여행사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날 알리고 업체를 홍보하고 상품을 소개하고, 그때 사람들이 날 33번 아줌마라고 불렀어요. 문전박대 당하기도 했고 힘든 일도 많았죠. 그런데 이상하지, 신기하게 지금도 떠올리면 그때 너무 행복했으니까. (웃음)”
 
 

-여행업계에 흔치 않은 여성 CEO다.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은 무엇인가.

▲요즘 말로 영혼 없이 일하는 걸 상당히 싫어한다. 상투적이지만 자기 일을 사랑하고 끊임없이 배운다는 자세로 일을 하면 시간에 대한 빈곤함이나 상대적인 박탈감은 덜한 것 같다. 위에서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주도적으로 일감을 찾고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열정과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은 아니지만 처음 일을 할 때 나는 고작 31살 소장이었다. 어린 나이에 상품 기획을 하고 영업을 위해 업체들과 수많은 어른들을 만났다. 당연히 쉽지 않았고 힘들거나 외로운 상황도 자주 마주했다. 그 안에서 중심을 잡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까지 책임지고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정말 힘들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학업을 병행하면서 사고를 전환하는 시간도 가졌다. 공부하는 순간이 오히려 나에게는 힐링이었다. 모든 일은 마음 먹기에 달렸다.
 


-상품 기획과 영업을 동시에 해내는 경우는 남자도 흔치 않다.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경력을 쌓고 시장 메커니즘을 익히면 상품 기획과 영업이 동시에 가능하다. 둘 다 어려운 것은 맞지만 오히려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내가 오미자 즙을 판다고 치자. 이미 만들어진 제품을 갖고 그냥 사세요, 라고 외치는 것과 내가 직접 오미자를 연구하고 땅에서 수확해 만들어 포장까지 손수 끝낸 뒤 파는 것은 매출이나 수익에서 당연히 차이가 난다.

기획 관련에서 팁을 주자면 기본적으로 미주라는 땅이 얼마나 넓고 방대한지 떠올려야 한다. 북미, 남미, 중남미까지 정해진 루트만 해도 수십 개다. 그만큼 발견 요소나 기회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여행시장은 대중성과 희소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너무 차별되거나 새로운 상품은 오히려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기존에 있는 상품에서 일정을 다변화하거나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개발하는 일에 즐겁게 도전한다면 승산이 있다.

 
-최근 선보인 신상품들이 화제를 낳고 있다.

▲S라인의 경우 휴스턴을 시작으로 남부 주요 도시인 뉴올리언스, 멤피스, 내슈빌, 애틀랜타 등을 방문하는 일정이다. 대한항공 및 브랜드USA와 함께 지난 상반기 여행사 대상 팸투어를 개최하기도 했다. 뉴올리언스는 한국 시장에 아직 친숙치는 않지만 재즈의 도시라는 별명답게 각 도시별 음악 스토리가 살아있고 무엇보다 상당히 많은 컨벤션 및 국제회의가 열리는 지역 중 하나다. S라인은 미국의 색다른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상품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유나이티드항공과 함께하는 맞춤형 GOGO SKY도 조금씩 시장의 반응을 살피는 중이다. 도시 간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상품으로 샌프란시스코-LA-라스베이거스 등을 여행한다.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기 위해 일정 안에서 자유롭게 방문지를 구성하고 경비행기 투어, 7시간 투어, 데이투어 등 다양한 상품과 엔터테인먼트를 공급한다. 여기에 관광청이 추천하는 맛 집 정보도 알려주는 식이다. 개별고객들의 만족과 호응이 상당히 높았다.


 
-여행업계는 상품에 대한 특허(혹은 상표권)가 허용되지 않는 구조다. 먼저 상품을 개발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는지.

▲오랜 시간 단련한 만큼 이제는 맷집이 생겼다고 할까? (웃음) 아이디어를 도용하거나 상품을 고스란히 베끼는 후발업체도 당연히 있다. 그러나 결국은 가장 먼저 상품을 개발하고 지역에 대해 충분히 알고 있는 전문가를 찾기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미주 여행시장과 상품 운영 방향을 전망한다면.

▲미국 여행 상품은 그간 미 서부 코치 혹은 미 동부-캐나다 코치 등으로 다소 정체돼 있던 것이 사실이다. 여행객들이 늘어나고 분명 수요는 있는데 상품 자체가 한정적이고 대부분 오는 손님을 기다리기만 했다. 앞으로는 기다리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을 스스로 찾아나서야 한다.

결국은 패키지나 코치 투어보다는 맞춤형 세미 상품이 인기를 끌 것이다. 지금처럼 LA에서 1박 하고 다음 날 다른 도시로 급하게 이동하는 여행보다는 한 도시에서 오랜 기간 머물며 다양한 경험과 목적지를 즐기는 여행자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더불어 젊은 소비자 외 40~50대 중장년층과 노년층은 품질이 뛰어난 가이드 동반 여행상품이 필요할 것이다.
 

-시장에 내세울 수 있는 투어마트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직원들에게 있다. 한 명 한 명이 랜드사 직원이 아니라 10명 모두 미주 전문가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사람들이다. 서울지사와 부산 그리고 외부에 나가있는 직원들까지 전문성을 키우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교육을 할 때도 단순히 상품 일정이나 목적지를 외우는 수준이 아니라 왜 그런 상품이 나올 수밖에 없는지, 교통수단 변경에 따른 이동 시간 차이가 얼마인지 혹은 경로를 바꿨을 때 달라지는 부분까지 공부하라고 주문한다. 지역에 대한 입체적인 지식을 쌓는 것이다.

추가로 우리는 콘텐츠 구축에도 열심이다. 여행사 교육이나 영업을 위한 지도와 브로슈어를 직접 만들고 현지 사진이나 정보도 체계적인 데이터로 관리한다.
 


-끝으로 3년 뒤 업계 진출 30년의 모습을 미리 그려본다면.

▲30년이라, 공직에 몸담은 것도 아닌데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뀌는 동안 한 업계에 꾸준히 종사했다는 사실이 뿌듯하고 감회가 새로운 것은 맞다. 지금도 그렇지만 언젠가부터 사업에 있어도 큰 틀이나 밑그림은 내가 그려도 세부적인 내용이나 영업마케팅은 직원들이 전담하도록 일을 분배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투어마트=이춘화’라는 공식이 정말 싫다. 나만큼 능력 있는 우리 직원들이 외부에 빨리 알려졌으면 하는데 3년이 흐른 뒤에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여행업계에는 훌륭한 선배님들이 많은 만큼 일한 세월은 대놓고 자랑할 것이 못된다. 다만 작은 꿈이 있다면 내가 지금 알고 있는 노하우와 전략 등을 관광학을 전공하는 후배들에게 진심으로 알려주고 싶다. 엄청 열심히 가르치고 학점은 매우 짠 선생님이 될 테지만 말이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