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98호]2015-07-10 11:26

현지취재 - 뉴질랜드 (中)




땅과는 최대한 멀게 하늘과는 최대한 가깝게
트레킹, 하이킹, 빙하탐험, 헬기투어… 인디아나 존스가 따로 없다
 

글 싣는 순서
뉴질랜드<上> 액티비티 수도 퀸스타운
●뉴질랜드<中>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쿡 빌리지
뉴질랜드<下> 부활의 도시 크라이스트처치
 

판타지 영화 ‘호빗’이나 ‘반지의 제왕’을 보고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현지에 도착하자마자 다시 한 번 깊은 감탄사를 내뱉는다고 한다. 막연히 컴퓨터 그래픽이거나 연출된 이미지쯤으로 무시했던 영화 속 배경들이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실사(?)라는 점에 마음이 동하는 탓이다.

일본, 인도, 브라질, 칠레, 멕시코, 뉴욕 등 전 세계에서 모인 다국적 기자들과 팀을 이뤄 뉴질랜드 남섬 곳곳을 탐험한 ‘여행 좀 다녀본 언니’ 역시 일정 내내 눈앞에 펼쳐지는 화려한 풍경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아 연신 목과 팔에 깨알 같은 소름이 솟아올랐다. 두 눈으로 보고 두 손으로 만지고 심지어 두 발로 걸었음에도 꿈같기만 한 여행기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지면은 짧고 솜씨는 부족하니 남는 것은 꼼수라, 고민 끝 동행한 기자들의 가감 없는 감상평과 시선을 고스란히 베끼기로 했다.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가 만난 아들, 마운트 쿡(Mount Cook 아오라키)이 두 번째 주인공이다.

취재 협조 및 문의=뉴질랜드관광청(newzealand.com)
마운트 쿡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우린 빙하를 탐험하러 가는 거야. 한 여름에도 녹지 않는 얼음 덩어리를 맨 손으로 뚝 떼어내서 독한 위스키에 그대로 넣은 다음 한 번에 마시는 거지. 어때? 멀미 따위는 별거 아니지?”

 
여왕님과(퀸스타운) 이별하고 몇 개의 스팟을 거쳐 일행 모두 서둘러 차량에 몸을 싣었다. 하늘의 아버지와 땅의 어머니가 만났다는 전설의 산, 마운트 쿡을 만나기 위해 오후 시간을 꼬박 투자해야 했던 것이다. 아무리 기대되고 설레어도 3시 간 반을 넘는 땅에서의 비행은 지루하고 좀이 쑤시기 마련.

일본에서 온 여행기자 나오코는 결국 참지 못하고 중간부터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나선 것은 칠레에서 온 중년의 신사 프레디. 영어, 스페인어, 불어, 이탈리아어까지 무려 4개 국어를 구사하는 이 유쾌한 에디터는 일찌감치 마운트 쿡의 하이라이트인 빙하탐험을 설명하며 쓰러져가는 나오코를 구슬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신나게 설명하고 눈웃음을 흘려도 심각한 멀미를 해결하는 방법은 차를 세우는 것 밖에 없으니 프레디의 노력은 아깝기 마련.

일행 모두는 노련한 드라이버의 명령에 따라 테카포(Tekapo)마을에서 잠시 굳은 허리를 피기로 했다. 테카포는 퀸스타운과 크라이스트처치의 딱 중간지점에 위치한 마을로 정차 후 대부분 관광객들이 20~30분 정도 휴식을 취하는 휴게소라 이해하면 쉽다.

마을보다 몇 배나 큰 테카포 호수와 주변을 둘러보고 그 유명한 점프샷을 찍는 장소이기도 하다. 호수 5분 거리에는 두 개의 명소가 있는데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교회로 알려져 있는 <착한 양치기의 교회>와 <바운더리 개 동상>이 그것이다.

이 동상은 18세기 후반 뉴질랜드 개척시대 목축업을 일궈낸 양치기들과 그런 양치기들을 도와 묵묵히 곁을 지켰던 개들의 노고를 치하하고자 세워졌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입을 굳세게 다물고 멀리 도로를 응시하는 검은 개는 사실 전혀 늠름치 않다.


 


“대부분 여행자들은 유명 관광지를 쫓느라 여행 일정의 반 이상을 바쁘게 소비하거든. 내가 이름난 관광지를 싫어하는 건 지나치게 상업적이기 때문이야. 뉴질랜드는 유명세에도 불구하고 무리하지 않아도 좋아."
 

테카포 호수에서 8번 국도를 따라 52km쯤 달리면 시야 가득 푸른색 빛이 채워진다. 마운틴 쿡의 입구와도 같은 ‘푸카키 호수(Lake Pukaki)’가 옆으로 드러나기 때문.

소위 ‘밀키 블루’라고 불리는 푸카키 호수를 보자마자 멕시코에서 온 젊은 기자는 쉴 새 없이 뉴질랜드 예찬론을 펼치기 시작했다. 하늘색도 아니고 무작정 파랗다고 하기에는 조금 애매한 불투명한 색이 오후의 햇빛을 만나 반짝이는 형상이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천국이란다.

찰랑거리는 푸카키 호수를 굽어 끼고 8번 도로와 갈라지는 80번 도로를 따라 약 15분 정도만 더 달리면 한 나절 동안 만남을 고대한 마운트 쿡이 담담히 인사를 건넨다.

마운트 쿡(국립공원 해발 3,724m)은 크라이스트처치 등이 포함된 캔더버리 지방의 남단에 위치한다. 남섬을 가로지르는 알프스 산맥의 여러 산 중에서도 핵심이다. 해발 3,000m가 넘는 약 20개의 크고 작은 산봉우리가 길게 산맥에 걸쳐 있으며 지난 1986년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산의 이름은 영국의 탐험가 제임스 쿡을 따랐다는 유래가 정설인데 마오리 족은 이 산을 ‘구름도 뚫는 산’이라는 존경의 의미를 담아 아오라키(Ao-Raki)라 부른다. 빙하와 계곡 험준한 산맥과 끝을 모르고 위로 뻗은 숲과 나무가 마운트 쿡의 겉모습이라면 산 정상에 위치해 일 년 내내 녹지 않는 푸른 만년설은 보드라운 속살과도 같다.

조금 먼 과거 마운틴 쿡은 이름난 등산가들도 도전을 꺼릴 정도로 험준한 산이였지만 최근에는 비행기와 헬리콥터 등 교통수단을 활용해 일반여행자들도 쉽게 정상에 오르고 여행을 즐길 수 있다. 같은 예로 19세기 후반부터 문을 연 마운트 쿡 빌리지는 원래 산을 찾는 전문 산악인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담당했지만 지금은 관광객들을 위한 종합레저타운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나이가 들면 장거리 여행은 힘들 것 같은데 부모님 두 분 다 여기를 정말 좋아해. 특히 캄캄한 밤하늘에 별을 관측하는 것을 최고라고 말씀하셔. 직접 해보니까 알겠더라. 누워서 하늘을 보는데 빛이 없어도 무섭지가 않네.”
 

마운트 쿡 빌리지에 도착해 호텔에 짐을 푸니 금세 해가 졌다. 낮과는 다른 쌀쌀한 공기와 추위는 여행 내내 가방에 잠들어 있던 두꺼운 패딩을 기어코 깨우게 했다. 오후 내내 멀미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나오코는 두통이 사라졌다며 생기발랄한 모습으로 말을 걸어왔다.

아닌 게 아니라 일행 모두 낮보다 한결 말끔해진 표정이었다.

호텔 인스펙션을 마치고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연의 신비함을 떠들었는데 ‘그저 공기가 맑아서일 뿐’이라는 현실적인 답을 내놓은 사람은 우리 중 누구도 없었다.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뉴질랜드에서도 마운틴 쿡이 주는 청량감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렌즈나 안경을 쓴 사람들이 눈이 피곤할 일도 전혀 없고 목이 아프거나 답답할 틈도 없다. 한국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1,950m)과 지리산(1,915m)을 더한 만큼 해수면으로부터 높이 떨어진 곳에서 저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 밑바닥 모험심이 솟구치는 것은 당연했다.
 
 

△빙하탐험(Glacier Explorer)

18,000살 이라는 입이 떡 벌어지는 연배를 자랑하는 타스만 빙하의 유빙을 보트를 타고 직접 체험하며 호수를 누비는 극강의 액티비티. 타스만 빙하 입구로부터 푸카키 호수까지 이어지는 지점에서 MAC 보트를 타고 고요한 호수 위 거대한 얼음 조각을 감상한다.

실제 얼음을 깨물어 먹거나 와인이나 가벼운 술에 타 먹는 일도 종종 있다고. 빙하수와 퇴석층의 영향으로 머드 팩을 연상시키는 뿌연 물과 달리 얼음 조각상들은 대부분 투명하고 맑다. 지구촌 온난화의 영향으로 뉴질랜드 타스만 빙하 역시 과거보다 한층 빠른 속도로 녹아내리고 있다고 하니 조금 빨리 방문하는 편이 좋겠다.

보트 착용 전 간단한 주의사항을 듣고 구명조끼를 착용한 뒤 보트 위에 올라 강 주변을 탐방한다. 단순 관람 외에도 500년 이상 된 빙하를 걷는 이색 체험이 가능하다. 버스 이동 및 트레킹 등을 모두 포함해 전체 투어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이용 가격은 성인 1인 145달러 수준.(www.glacierexplorers.com)
 

 

△마운트 쿡 국립공원

뉴질랜드 대부분의 관광지와 도시가 그렇듯 마운틴 쿡 또한 연중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트레킹, 하이킹, 산악 자전거, 산악 오토바이, 경비행기 등 영화 속 액션 장면을 연상시키는 액티비티들이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 특히 헬리콥터를 이용한 스키나 투어는 더욱 차별화되는 활동으로 전 세계 스포츠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다.
호빗의 여정을 놓칠 수 없다면 마운트쿡 빌리지에서 트레킹을 시도할 것을 권한다.

빌리지 안팎으로 다양한 하이킹 트랙이 조성돼 있는데 대부분 두세 시간에 완주할 수 있는 코스들이다. 초보라도 큰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다.

또한 헬리 스키는 겨울 시즌이 시작되는 7월 1일부터 10월 31일까지 매일 운영하는데 여행자가 헬리콥터를 타고 타스만 빙하 부근 해발 2628m까지 이동한 뒤 활강한다. 특히 마운트 아스파이어링 국립공원 북단에 있는 알버트 번이 추천할 만하다. (www.mtcook.com)
 
 
 
 
△별 빛 관측(Skyline)

마운틴 쿡의 깨끗하고 오염되지 않은 밤하늘과 별자리를 관측하는 이색 투어. 약 두 시간 정도 눈 덮인 산 위에 자리한 전망대에서 전문가이드와 함께 체험을 즐긴다. 인공적인 조명이 하나도 없는 탓에 버스를 내려 잠시 이동하는 길이 흡사 암흑 속 세상 같은 막막한 느낌도 주지만 그룹지어 별을 관측하고 가이드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어느새 두려움은 깨끗이 사라지고 어둠 속에서 방방 뛰어다니게 된다.

별자리에 대한 기초 상식과 유래부터 은하세계에 대한 방대한 설명까지 백과사전을 육성으로 듣는 것 같은 느낌이다. 최고급 망원경을 통해 지구와 수만 광년 떨어진 별자리를 눈앞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다. 평균 약 25명 내외로 움직이며 곤돌라+별 관측, 별 관측+식사+곤돌라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 구매가 가능하다. 단 직접 체험해본 결과 30분이 지나면 슬슬 지루할 수 있으며 사진 촬영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용 요금은 성인 1인 기준 85달러. (www.skyline.co.nz/stargazing)
 

 
 
△에드먼드 힐러리 센터 (The Sir Edmund Hillary Alpine Centre Product Info)

위대한 탐험가였던 에드먼드 힐러리의 정신을 기리기 위한 일종의 박물관으로 2007년 12월 오픈했다.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익스플로러 패스를 통해 24시간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초기 마운틴 쿡 빌리지의 역사와 산악인들의 시대상을 다룬 전시관과 힐러리 갤러리, 영화극장, 기념품 숍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에드먼드 힐러리는 에베레스트 산 등극을 위해 마운틴 쿡을 전지훈련 장소로 활용했다고.

특히 영화 상영관은 뉴질랜드 최초의 첨단 기술이 적용된 돔 형태의 극장으로 최신 3D 영화와 2D 다큐멘터리 등을 상영한다. 전체 좌석은 126석 규모다. 영화 가운데 우주 탄생의 비밀과 은하수를 다룬 ‘마운트쿡 매직(Mount Cook Magic)’은 단골 메뉴다. 참고로 에드먼드 경은 처음으로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산한 사람으로서 뉴질랜드 5달러 지폐에 초상이 실려있다.
 

△허미티지 호텔(The Hermitage hotel)

마운트 쿡 알파인 빌리지에 위치한 허미티지 호텔은 1884년 산악인들을 위한 쉼터로 처음 문을 연 이래 지금껏 빌리지를 대표하는 호텔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호텔 건물은 중간에 위치한 브릿지에 따라 크게 두 개로 나뉘는데 한 동은 객실이 모여 있고 나머지 한 동은 카페, 레스토랑, 리셉션, 판도라 극장, 회의실, 세탁실 등 주로 부대시설이 자리해 있다. 전체 객실은 164개로 프리미엄 플러스, 수페리어 룸, 스탠다드 룸, 프리미엄 등으로 나뉜다.

스탠다드 룸은 산이 보이는 전경과 보이지 않는 전경에 따라 가격 차이가 발생한다. 객실에는 전용 욕실, 차와 커피 메이커, 위성 TV, IDD 전화와 냉장고,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 등이 제공된다. 참고로 위에 언급한 빙하탐험부터 각종 액티비티와 별 자리 관측까지 모두 허미티지 호텔에서 예약해 체험할 수 있다. 시즌에 따라 할인 혜택이 주어지며 액티비티 여러 개를 묶은 통합 상품도 운영된다. (http://www.hermitage.co.n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