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1호]2015-08-06 15:43

[이슈 엔 토크] 마켓 플레이스 취재 후기



“회장님 골프 말고 비즈니스 미팅 좀 해주세요!”


매년 4~6월에는 주요 관광국의 B2B 관광전, 소위 마켓 플레이스가 열린다.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 전 세계 관광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내는 관광대국들이 이 기간 화려한 이벤트를 치른다. 프로그램 구성이나 운영 방식은 대부분 동일한 편. 사전에 온라인으로 스케줄을 잡아 양국 간 관계자들의 1대1 비즈니스 미팅이 진행되고 미팅 전후로 투어 및 현장 탐방, 이벤트 등이 더해진다.

올해 여행정보 기자들도 미국, 호주, 뉴질랜드, 발리, 태국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열린 마켓 플레이스를 직접 방문하고 현장을 취재했다. 기사 작성 뒤 각자의 취재담을 공유해 보니 아쉽게도 국내 관광업계가 놓치고 있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때로는 힘들고 때로는 즐겁고 때로는 속상하기까지 했던 후일담을 가상의 대화를 통해 전한다.

정리=김문주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전 세계 관광시장 중국 향한 러브콜 연달아 보내
체계적인 프로그램 운영 불구 한국 팀 활용 미숙
 
 
▲김문주 차장(이하 문) : 올 상반기에 유난히 출장들이 많았다. 다들 어떤 현장을 뛰었나? 나는 뉴질랜드 트렌즈(TRENZ)에 다녀왔는데 운 좋게 비즈니스 미팅 후 투어에도 참가해서 남섬 스팟들을 10년 만에 돌았다.

▲강다영 기자(이하 강) : 호주ATE 그리고 그에 앞서 발리에서 열린 2015 Destination Britain APMEA에도 참가했다. 영국 행사는 전체 시장이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및 중동, 아프리카 등 신흥 시장으로 마켓을 나눈 점이 특이했고 호주 ATE는 2년 전부터 미디어와 세일즈 참가자를 따로 구분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지 관계자들의 니즈에 따라 팀을 구분한 것인데 전체 분위기를 한 번에 알 수 없어 조금 아쉽기는 했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태국도 그랬다. ‘TTM+2015’에 참가했는데 국내 여행사들은 한 명도 못 만났다. 미디어와 트레이드가 아무래도 성격이 다르다 보니까 서로 마주치지 않게 하려는 것 같다.

▲권초롱 기자(이하 권) :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IPW 2015(International Pow Wow)에 다녀왔다. 올랜도 측에서 다양한 액티비티를 많이 준비해서 참가자들의 반응이 좋았다. 식사 시간에 진행되는 뮤지컬 공연이나 저녁 이벤트 등 행사 운영에 대해서는 역대 최고라는 평가가 나왔다.

 
 
 
“풍성한 이벤트, 참가자 배려 돋보여”
 

▲강 : 올해 호주 ATE는 체험을 정말 강조했다. 현장투어를 트레이드 미팅 전에 실시하는 것이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실제 행사에서도 투어의 경험을 토대로 더욱 깊이 있는 미팅을 진행할 수 있었다. 특히 전시회장에서 벗어나 행사 개최지(멜버른)의 가장 상징적인 곳에서 인사이트 프로그램을 진행, 호주와 멜버른의 최근 트렌드를 조금 더 직접적으로 공유했다.

발표 주제 중 하나였던 와인이나 스트릿 아트의 경우 발표 뒤 직접 와인을 테이스팅 해보고 길거리 아트를 감상하기 위해 골목 투어를 병행했다.

▲슬 : 태국인 특유의 환대가 그대로 느껴졌다. 손님을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 특히 참가자들의 타입에 따른 공간 구성은 칭찬할 만 하다. 전시회 현장을 필두로 프레스룸, 기자회견을 위한 브리핑실, 바이어 외 셀러들이 따로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 점심 장소마저 독립적으로 마련 돼 있었다. 그렇다고 우리처럼 뚝뚝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동선 배치가 상당히 효율적이다. 한국의 관광전들은 B2B와 B2C가 함께 진행되는 탓에 너무 복잡하다.

▲권 : 미국이 관광산업에 얼마나 무게를 싣는지 공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국은 관광전이나 관련 행사에 참석한 정치인이나 회장들이 인사말만 하고 사라지지 않나. 미국은 그렇지 않더라. <2021년 1억만 명 목표>를 설명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영상이 공개됐고 유니버셜스튜디오 LA 측의 기자간담회 현장에서도 LA 시장의 환영인사 영상이 나왔다.

로저 다우 여행협회장은 주요 행사에 모두 참석해 스스럼없이 사회를 맡고 무대를 이끌며 참가자들의 반응을 이끌어냈다. 회장이라는 권위의식을 버리고 중간중간 위트 넘치는 그의 행동에 ‘프로란 저런 거구나’하는 느낌이 들었다.

▲문 :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관광업이 뉴질랜드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워낙 크니까 정부가 주도적으로 관광산업을 이끌고 있다. 정권에 따라 쉽게 변하지 않고 뚝심 있게 밀고나가는 ‘Tourism 2025’플랜도 인상적이었다. 2025년까지 410억 달러 수준의 관광수입을 창출하는 것인데 전략이 상당히 디테일하다. 더욱이 기자 간담회 마지막 날에 뉴질랜드 총리가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권 : 전 세계적으로 인기 높은 여행 도시들(뉴욕, LA 등)의 콧대 또한 낮았다. 뉴욕관광청은 점심 식사시간 웰컴행사를 위해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 연출가와 출연진 100여 명 이상을 데리고 수준급 공연을 펼치며 자신들의 콘텐츠와 장기를 뽐냈다.

 
 
“사원, 대리 말고 임원급을 보내주세요.”
 
▲강 : 처음에는 직원들이 좋은 출장에 가서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오해했는데 막상 현장에 갔다 와서는 생각이 바뀌었다. 밤새 야근하다 온 사람도 있고 그야말로 며칠 전에 통보받아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 대리 급 사원 하나는 내가 여기서 현장 관계자랑 얘기를 나눠도 권한이 없으니 미팅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했다. 여행사에서 출장을 보낼 때 사전에 교육도 시키고 선배가 미리 주의할 것도 알려줘야 한다.

▲권 : 다들 열심히 일하고 젊은 직원들은 과거에 비해 영어도 잘한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기존 상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형사 중심으로 초청되다 보니까 이미 현지에 탄탄한 거래처가 있는 거지. 새로 파트너 찾고 일 진행하기 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업체와 친목 다지기에 급급한 모습이 보였다. 일본과 중국은 여행협회장, 대형여행사 사장 등이 참여해 자국의 중요성을 정말 열심히 피력했다. 국내 여행사 및 관련 경영진들의 개선이 필요하다.

▲문 : 트래블마트 관련해서는 여행사들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관광청이 자기네 친한 사람만 부른다고. 사실 본청에서는 수적으로 우세한 국가에 자리를 더 줄 수밖에 없고 이러한 운영 방향에 한국사무소나 지사가 쉽게 항의할 수가 없다. 한국은 참가 규모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확실한 실적이 보장되는 대형사와 몇 개 전문사로 문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슬 : TTM에는 국내 여행업체 9곳이 참가했다. 하지만 하루 종일 박람회 현장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TTM이 완벽한 B2B형 마켓은 아니지만 다른 국가의 바이어들과는 분명 차이가 났다. 적극적인 참여나 만남 보다는 행사장을 조용히 돌아다니며 필요한 정보, 특히 브로슈어를 얻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 같았다.
 
 
 
“중국, 중국, 중국, 중국”
 
▲문 : 취재 갈 때마다 화나는 일이 있다. 어딜 가도 중국 얘기만 나온다. 트렌즈에는 매 기자회견마다 중국 시장에 대한 플랜이 빠지지 않았다. 일본 기자랑 함께 본청 매니저한테 농담처럼 불만을 전하기도 했다.

▲강 : 한국과 일본을 하나로 묶는 것 같다. 중국에 대해서는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이나 슬로건을 내세우고 설명도 잘 하는데 우리한테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Destination Britain에서 지역 관광청 담당자한테 아시아 시장에 대한 질문을 던지니까 대뜸 ‘한국과 일본’은 이라고 답하더라.

▲강/문 : 중국 외 신흥 시장들의 도전도 무섭다. 몇 년 사이 중동, 인도,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등이 새로운 고객으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인도는 해외여행객이 급증하고 있고 중국 못지 않게 많은 인구 수를 자랑한다. ‘무슬림’관광객들도 지출 규모가 크고 체류일이 길어 관련 인프라만 뒷받침 된다면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영국 트래블마트에 참가한 중동 지역 관계자들 역시 영국 측에 무슬림을 위한 인프라가 무엇이 있는지 물었고 자신이 여행 중 겪었던 소소한 불편사항까지도 관광청에 제보했다. 우리는 무엇을 쫓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권 : IPW도 마찬가지였다. 한 해 미국을 찾는 한국인이 100만 명을 넘는다. 규모만 보면 나쁘지 않은 성적인데 중국에 쏠린 관심의 10분의 1도 못 받는다. 미국 정부가 2021년 1억만 명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하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중국 관광시장이 중요한 열쇠라고 하더라.

지난해부터 10년 복수비자 발급 및 비자 간편화 제도를 통해 중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과 일본이 참여하는 태도가 다르긴 했다. 중국과 일본은 여행업계 VIP가 직접 참석해서 아시아 마켓 담당자들에게 자국을 홍보한다. 관광청 관계자들에게 자국의 중요성, 필요성, 예산 지원 확대, 자국의 여행 트렌드 등을 알리고 기자회견까지 연다.

행사를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우리로 치면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대표가 직접 방문해서 그들을 상대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그래야 힘이 생기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