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2호]2015-08-17 09:12

현지취재 - 태국 러이(下)




“한 번 매력에 빠지면 떠나고 싶지 않은 곳” 러이(Loei)
2030 젊은 여행객들의 취향을 저격한 치앙칸 거리
 

글 싣는 순서
태국 러이<上> 러이에서 엿보는 태국 문화
●태국 러이<下> 가고싶은 매력적인 러이


러이는 다채로운 색깔을 뽐내고 있는 지역이다. 해외여행 경험이 얼마 되지 않지만 기자에게 이곳은 ‘다녀온 여행지 중 최고’라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아직까지도 러이에서의 추억이 생생할 정도.

러이는 목적지와 목적지 간 이동거리가 멀다는 단점이 있지만 지칠 때쯤이면 지루함을 달래주는 음식들과 현지인들의 푸짐한 인심에 서운했던 마음들은 금세 증발해 버린다. 저마다 각기 다른 매력을 발산하는 목적지 중 시간이 부족한 여행객들을 위해 필히 방문해야 할, 기자가 적극 추천하는 여행지 두 곳을 소개한다.

치앙칸 거리는 2030여행객 특히 여성여행객들이 선호할 만한 곳이다. 오밀조밀 모여 있는 상점들이 카메라 셔터를 연신 터지게 만든다. 저렴하게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쇼핑 또한 이곳의 매력이다. ‘반 나 파 낫 타이담’은 블랙타이들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곳이다. 블랙타이들은 과거의 독특한 문화를 그대로 이어오는 민족으로 몸소 그들의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마지막 두 여행지는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최대한 늘려 여행 할 것을 권한다. 하루 일정으로도 돌아볼 수 있지만 아쉬움이 크게 남기 때문이다.

취재협조 및 문의=태국정부관광청(www.visitthailand.or.kr/02-779-5417)
태국 러이=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2030 여행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치앙칸 거리(Chiang Kan Road)”

앞서 언급했듯이 러이는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여행객, 일상을 탈출해 색다름을 추구하고자하는 배낭여행객에게 안성맞춤의 목적지다.

일정을 시작하기 전 ‘태국다움’을 먼저 경험해 마음만큼은 진정한 태국인이 돼 보는 것은 어떨까. 파삿(Pasad)만들기 체험은 치앙칸에만 존재한다. 마을 주민들은 평소 안 좋은 일이 생기거나 액운을 떨쳐 보내고 싶을 때 파삿을 만든다. 대나무와 바나나 잎으로 뼈대를 만든 후 꽃이나 나뭇잎 모양으로 만들어진 장식품으로 꾸미면 된다.

 

파삿이 완성되면 마을의 어르신을 중심으로 둘러앉아 의식을 치른다. 이후에는 파삿을 띄워보내기 위해 근처 강으로 향한다. 파삿은 자신의 머리카락과 함께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이때 꼭 알아둬야 할 것이 있다. 강물에 띄워 보낸 후에는 등을 돌리고 절대로 돌아보면 안 된다고.

기자 또한 마을 주민들이 연달아 언급하는 주의사항에 내심 겁을 먹었다. 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은 치앙칸의 자연을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특히 노을이 지는 때를 맞춰가면 아름다운 배경을 바탕으로 파삿을 띄워보낼 수 있다.

러이를 여행한다면 △치앙칸 거리(Chiang Kan Road)를 필히 방문해야 한다. 이곳은 아기자기하면서도 여행의 멋을 느끼게 해줄 요소들이 수두룩하다. 약 200m의 짧은 골목임에도 불구하고 여행객들의 인기가 가장 높은 목적지다. 특히 2030세대의 젊은 배낭여행객들에게는 안성맞춤의 목적지라 할 수 있겠다.

치앙칸 거리에는 배낭여행객들이 묵을 만한 게스트하우스들이 대거 자리 잡고 있다. 일반 숙소보다는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취향을 살려 독특하고 깔끔하게 구성돼 있다. 치앙칸 거리에는 태국의 전통 의상을 비롯해 먹거리, 마사지, 악세서리 등 다양한 아이템들을 판매한다.

여행객에게 인기가 높다고 해서 바가지를 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대부분이 성실하게 판매를 하며 음식의 맛이나 제품의 품질 또한 나쁘지 않다. 입맛이 비교적 까다로운 이들도 이곳에서 판매하는 음식에는 엄지를 척하고 내민다. 길거리 음식으로는 두부, 만두, 과일주스 등의 간단한 요리부터 식당에서는 생선튀김요리, 돼지고기 볶음요리 등을 맛볼 수 있다.

후회하지 않는 저녁식사를 하고 싶다면 치앙칸 거리의 ‘Hfon Luang Prabang Homestay&Restaurant’을 찾자. 2층으로 구성된 레스토랑에서는 오른쪽으로는 강을 붉게 물들인 노을진 배경을 왼쪽으로는 치앙칸의 시끌벅적한 거리를 배경으로 식사를 할 수 있다. 음식의 맛 또한 일품이다. 기자 또한 독특하고 향미가 풍부한 음식들 때문에 수저를 내려놓지 못했다. 거리의 상점들은 늦은 시간까지 영업을 하기 때문에 여유롭게 쇼핑을 할 수 있다.

 

아침이 되면 치앙칸 거리는 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매일 새벽 5시경에는 이색적인 체험을 할 수 있다. 바로 스님들을 위해 음식을 제공하는 것. 새벽시간에 맞춰 마을주민들은 하나 둘 나와 자리를 잡고 스님을 맞을 준비를 한다.

여행객들은 전통 의상을 입고 스님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올린 후에는 준비한 음식을 전달하면 된다. 스님들의 행렬은 예상보다 길다. 첫 스님께 음식을 너무 많이 덜어주면 마지막 스님에게는 음식을 줄 수 없게 되니 양을 잘 조절해야 한다.
 
 
 

“태국의 또 다른 문화 블랙타이(Black Tai)의 멋드러진 삶”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치앙칸 거리를 떠나 일명 블랙타이(Black Tai)를 만나러 가는 길은 꽤 멀다. 이동시간에 지루함을 느꼈다면 대나무 밥(Bamboo rice)을 맛보며 허기진 배를 달래보자. Bamboo rice는 한국의 대나무통 밥과 비슷하다. 대나무 안에 밥을 넣고 일정시간 찐 후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맛은 확연히 다르다.

한국에서는 대추나 인삼 등을 넣고 밥을 쪄 밑반찬과 함께 식사를 한다면 Bamboo rice는 간식타입이다. Bamboo rice의 맛은 달콤하며 쫀득해 한국의 약식과도 비슷하다. 맛보기 뿐 아니라 직접 대나무를 베어 만들어보는 체험도 경험해볼 수 있다.

블랙타이(Black Tai)를 만나기 위해서는 △반 나 파 낫 타이담(Ban Na Pa Nat Taidam)을 방문하면 된다. 블랙타이들은 본래 중국 양자강 유역에 거주했다. 이들은 1950년대 베트남과 프랑스의 전쟁과 1970년대 라오스 내전으로 인해 피난민들과 섞여 태국으로 이동해왔다. 현재는 총 46가구 약 900명의 블랙타이들이 이곳에 거주를 하고 있다. 이들은 독특한 풍습과 언어를 유지하고 있다.

이곳에 가장 먼저 발을 디디면 블랙타이들이 그들만의 인사를 한다. 실로 만들어진 하트모양의 배찌를 환영의 의미로 방문객의 가슴에 달아주는 것. 어린 블랙타이들의 해맑은 미소도 찌는듯한 무더위에 지친 여행객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마을 주민들은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을 위해 환영 세레머니를 벌인다.

환영 세레머니를 통해서도 블랙타이들의 독특한 문화를 느낄 수 있다. 우선 푹 삶은 오리와 전통주를 준비한 후 마을 방문객들이 음식을 중심으로 동그랗게 둘러앉는다. 마을의 노장이 밥과 함께 오리고기를 한 주먹씩 여행객들의 손에 놓아준다. 의식을 치른 후 여행객들은 자신의 손에 놓여진 음식들을 먹어야 한다.

이후에는 노장이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팔목에 흰색의 실을 묶어 주면 끝난다. 흰색 실은 3일이 지난 후에 풀거나 끊어질 때까지 기다리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의미가 있다.

 

또 다른 행사는 이들이 선보이는 전통 춤이다. 마을 한켠에 있는 무대를 중심으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다. 뜨거운 태양이 연일 내리 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여행객들을 위해 춤을 추는 블랙타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여행객들 또한 전통춤을 배워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부끄러워하지 말고 현지인들과 어울려 볼 것을 권한다.
환영행사로 분위기가 한껏 흥분됐다면 옛 블랙타이의 전통 가옥을 방문해 차분함을 되찾자. 이곳에는 옛 선조들이 사용해 오던 생활품이나 의복 등이 전시 돼 있다.

비교적 짧은 코스로 구성 돼 있지만 블랙타이의 전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다음코스부터는 트렉터로 이동한다. 트렉터 투어를 통해서는 마을 주변을 돌며 전통은 물론 현재 블랙타이들의 생활도 엿 볼 수 있다.

트렉터를 이용해 도착한 곳은 신전과 같은 곳이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마을을 지켜주는 4명의 신인 Chaow Tai(생명을 준 신), Chaow Anu-viangiam(라오스 왕의 이름을 딴 신), Chaow Pukaew(산의 신), Chaow Puhuod(또 다른 산의 신)에게 손님들이 찾아왔다고 기도를 하기 위함이다. 여행객들이 실수를 한 것이 있다면 너그러이 용서해주고 집까지 무사히 돌아가도록 기원하는 의미에서 기도를 올린다.

마을 주민의 경우 1년에 최소 2번(농사를 시작하기 전, 수확을 했을 때)은 이곳을 찾아 기도를 해야 한다. 추수감사절에는 살아 있는 동물을 바치며 감사를 전한다고. 행사가 개최되는 날은 마을 주민 모두가 일을 하지 않는다. 또한 이를 위해 준비해 온 음식들은 남김없이 다 먹어야 한다.

 

다음 코스는 옷감을 짜는 곳이다. 블랙타이들은 수공예로 식탁보, 파우치, 스카프 등을 만든다. 하루 종일 베틀을 짜 만드는 작품은 2~3개 정도다. 완성품을 통해서 그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대부분의 여성 여행객들이 이곳에서 지갑을 연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기 때문. 직접 상품의 구성 과정을 지켜보고 구매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여행객들에게 신뢰를 준다. 한 번 관광객들이 방문을 하면 그동안 만들어 놓은 제품들은 완판이다. 치앙칸에서 쇼핑의 기회를 놓쳤다면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지갑을 열어보자.

다소 긴 트렉터 투어를 마쳤다면 배꼽시계가 진동을 할 것이다. 마을주민들이 정성껏 준비해 놓은 다양한 음식들은 침샘을 자극시킨다. 생선요리와 각종 야채를 곁들인 음식들을 맛볼 수 있다. 밥에 매콤하면서 구수한 맛을 내는 태국의 전통 장을 슥슥 비벼 먹으면 다른 반찬은 필요 없다.

시간적 여유가 많은 자유여행객이라면 이곳에서의 일정을 좀 더 늘려 블랙타이의 여유로운 삶을 배워 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