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2호]2015-08-17 09:16

현지취재 - 호주(中)



“전 세계 그 어디보다도 그레이트(Great)”
보고, 듣고, 느끼고, 교감하는 호주 청정로드
그레이트 오션 로드부터 낭만가득 오두막까지
 

글 싣는 순서
호주<上> 멜버른 시티
●호주<中> 광대한 자연
호주<下> 클래식 호주


 


<첫째 날,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의 만남>

그레이트 오션 로드에 대한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최고로 멋진 해변 도로로 유명하다니 기대가 안 될 수 없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드라이브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목적지다. 그도 그럴 것이 넓고 평탄한 도로 덕택에 베스트 드라이버가 아니어도 상관없는데다 차를 멈추면 그 곳이 바로 여행 목적지가 되기 때문이다.

멜버른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까지는 차로 약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가 걸린다. ‘이젠 좀 지루하다’ 싶을 때쯤,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첫 번째 목적지인 △토키(Torquay)가 나타난다. 서핑으로 유명한 토키에는 서핑의 역사와 다양한 디자인의 서핑보드 그리고 서핑보드 제작 과정을 볼 수 있는 ‘The National Surf Museum(이하 박물관)’이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서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하니 서핑의 본고장(?)인 호주, 토키에 방문한다면 역사적인 서퍼들과 그들이 직접 탔던 서핑보드를 구경해보는 것도 좋겠다.

박물관에서 차로 약 5분이면 도착하는 벨스 비치(Bells beach)는 박물관에서 봤던 전설적인 서퍼들의 놀이터였다고. 서핑 까막눈인 기자가 봐도 벨스비치의 파도는 워터파크 뺨치게 높고 단단해 서핑에 적격이었다.
 

벨스 비치를 따라 계속 달리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시작점을 알리는 △메모리얼 아치(Memorial Arch)가 등장한다. 세계1차 대전 참전용사들이 16년간 만든 해안도로의 완공을 기념하며 세운 조형물로 현대에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의 포토존으로 활약하고 있다.

메모리얼 아치를 지나면 곧 동화 같이 아기자기한 △론(Lorne)에 다다른다. 가이드에 따르면 론은 빅토리아주정부가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곳(Area of Significance and National Beauty)’이라고 부른다고. 주로 현지인들이 휴가지로 많이 찾는다고 하니 론을 표현하자면 ‘숨겨진 진주’ 정도가 되겠다.

론에 왔다면 특별히 들러야 할 곳이 있다. 바로 △론 방문자 센터와 그레이트 오션 로드 안내관(Lorne’s Visitor Center & Learn the Great Ocean Road Story).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본격적인 여행 전 이곳에 들러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발생 배경과 그 제작과정을 알아보자.

이쯤에서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사전적 의미를 잠깐 설명해보자면 그레이트 오션 로드는 토키에서 워넘불(Warrnambool)까지 약 300km에 이르는 지역으로 굴곡진 해안선과 파도에 의해 침식된 기암괴석, 수 천 년의 역사가 층층이 기록된 절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또 다른 표현으로는 ‘세계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이자 ‘가장 편안하게 해변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관광지’다.

기자는 아쉽게도 워넘불까지 이어지는 코스를 모두 경험하진 못했지만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대표적인 명소인 12사도(Twelve Apostles)와 정글이 울창한 오트웨이 국립공원(Otway National Park), 작고 아름다운 아폴로 베이(Apollo Bay) 등 하이라이트는 모두 경험했다. 오션로드를 찾는 많은 한국인들도 최소 3일 이상 걸리는 풀코스보다는 하루 또는 이틀 안에 끝나는 단기 코스를 선호한다고 한다.

사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여행의 진정한 묘미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해변도로를 달리며 멋진 풍광을 즐기는 일인데 기자 역시 뼛속부터 한국인인 탓인지 창밖으로 펼쳐진 절경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심지어 비바람이 부는 악조건에서도 기어이 차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그 풍경에 다가가려 애썼다.

 

기자가 다가가려 애쓴 목적지 중에서도 유독 △아폴로 베이가 기억에 남는다. 비가 온 탓에 바다 위로는 뿌연 안개와 회색빛 하늘이 펼쳐져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눈앞에는 바다가, 등 뒤로는 암석들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었는데 마침 사람이 없어서였는지 왠지 저 어디 해안 동굴에서 애보리진(aborigine, 호주 원주민)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묘한 인상을 남겼던 아폴로 베이를 뒤로하고 차로 10분 정도 더 이동하면 △오트웨이 국립공원에 도착한다. 입구부터 숲이 울창한 이 곳은 100년 이상 된 나무들과 크고 작은 폭포들을 볼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코알라나 캥거루 같은 야생동물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국립공원 내부는 걷기 좋은 목재 데크가 설치돼 있어 굳이 트레킹용 신발을 신지 않아도 무리 없이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미 어둑해졌을 때 방문한 오트웨이 국립공원을 끝으로 첫날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이번 여행의 가장 하이라이트는 어쩌면 숙박일 수도 있다. 호주의 광대한 자연을 즐기기로 한 여행에서 뜬금없이 호화 호텔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름부터 ‘자연’스러운 △그레이트 오션 에코 롯지(Great Ocean Eco lodge)가 이번 여행의 첫 숙박지.

 

롯지에 묵으면서 고작 편안한 잠자리만 생각한다면 좀 섭섭하다. 에코 롯지에서는 생각보다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일단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에코 롯지의 테라스 밖으로는 너른 잔디가 펼쳐져 있고 그 위로 놀랍게도 캥거루가 뛰어다닌다. 이 말인 즉, 1층에 묵을 경우 테라스 바로 앞으로 캥거루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

심지어 잔디 위 큰 나무에는 코알라가 살고 있다. 밤이 되면 롯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더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직원의 손전등 불빛을 따라 롯지 근처의 농장으로 가면 태즈매니아데빌을 닮은 마못(Marmota, 다람쥐과 동물)과 우리나라에서는 주머니 고양이라 불리는 퀄(Quoll), 귀여운 외모에 희귀 애완동물로 인기가 높은 △슈가글라이더(Sugar glider)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슈가 글라이더는 보호경을 끼고(슈가 글라이더가 날아서 얼굴에 붙기도 하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 직접 철장 안에 들어가 먹이를 줄 수도 있다. 손가락에 꿀을 묻히면 냄새를 맡고 슈가 글라이더가 어깨와 손 위로 먼저 다가온다. 끝내주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레이트 오션 에코 롯지(Great Ocean Eco lodge)
주소: 635 Lighthouse Rd Cape Otway VIC 3233
전화: +61 3 5237 9297
홈페이지: www.greatoceanecolodge.com

 
 
 

<둘째 날, 그램피언스에서 또 다른 자연을 만나다 >

에코 롯지에서의 특별한 하룻밤을 뒤로하고 둘째 날 첫 일정인 12사도 헬기투어를 경험하기 위해 바삐 움직였다.
전 일정 중 가장 고대했던 △12사도(Twelve Apostles) 투어는 그레이트 오션 로드의 수많은 하이라이트 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다.

원래 12사도는 예수의 12제자들을 뜻하는 말로 바다 위에 웅장하게 선 12개의 기암괴석들이 마치 예수의 12제자들을 닮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오랜 세월 지각변동과 파도에 의한 침식 작용, 해풍에 의한 풍화작용으로 12개의 섬(?)들이 생겨났지만 침식과 풍화작용이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탓에 지금은 12개 중 8개만이 남아있다.

헬기를 이용해 12사도를 바라보면 ‘땅을 어찌 저렇게 조각조각 떼어 놓았을까’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헬기투어를 이용하면 10분 동안 헬기를 타고 12사도 근처를 비행하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하늘에서 바라보는 12사도는 또 다른 절경을 선물하니 조금 무리하더라도 헬기를 이용한 투어를 추천한다.

12사도의 경관을 뒤로하고 마침내 그레이트 오션 로드 지역에서 벗어나 또 다른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그램피언스(Grampians) 지역으로 이동한다. 지도상으로 그레이트 오션 로드와 붙어있는 그램피언스는 과거 애보리진의 삶의 터전이 있는 거대한 국립공원이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해안에 관련된 자연이라고 한다면 그램피언스는 산과 바위, 그리고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는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램피언스로 이동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홀스 갭(Halls Gap).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을 방문하기 전에 맛보기(?) 정도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트레킹을 비롯한 암벽 타기나 산악자전거, 카누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특히 홀스 갭 주변에는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을 방문한 이들을 위한 숙소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 1박 이상 하려는 트레킹 여행자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곳이다.

홀스 갭과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램피언스 국립공원(Grampians National Park)은 국내에서 훌륭한 트레킹 겸 캠핑 목적지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코스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맥켄지 폭포를 베이스로 한 ‘Mackenzie Falls Base Walk’와 비교적 걷기 쉬우며 훌륭한 포토존이 많은 ‘Reed Lookout and the Balconies’, 가장 짧은 코스인 ‘Boroka Lookout’이다.

시간이 금인 기자 일행은 가장 짧은 보로카 룩아웃 코스를 택했는데 사실 그 마저도 비바람이 부는 날씨 덕분에 걸어서 탐방해보진 못하고 차로 올라가 홀스 갭 전경만 내려다보고 왔다. 이래저래 아쉬운 여행이었지만 그 때 본 홀스 갭 전경은 스틸 컷처럼 머리에 콕 박혔다. 절벽 아래로 드넓게 펼쳐진 안개 낀 숲이, 그리고 다이빙대처럼 길게 뻗어 나온 절벽이 꽤 강렬했기 때문이다.

 

하루 종일 비바람에 덜덜 떨면서 돌아다니다 보니 따뜻한 벽난로가 있는 오두막이 간절해졌다. 둘째 날 묵은 △DULC Holiday Cabins은 그런 뜻에서 정말 최고의 숙소였다.

홀스 갭에 위치한 DULC 캐빈은 독채 형식의 오두막으로 1층부터 복층 형태까지 다양하게 있는데 오두막 안에 필요한 물건이 모두 마련돼 있다. 그렇게 바라 마지않았던 벽난로는 물론이고 주방에 아침을 해먹을 수 있는 식빵과 잼, 각종 차(tea)와 작은 용량의 시리얼이 종류별로 있었다. 또 냉장고에는 주스와 우유가, 테라스에는 바비큐 시설이 있었다.

거실 전체는 크고 작은 창들로 바깥이 훤히 보였다. 일정한 간격을 두고 오두막이 하나씩 있는 덕분에 저녁식사 이후 다음 날 아침까지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누군가와 함께 왔다면 그와의 시간에 한껏 집중할 수 있겠다.
 
*12 Apostles Helicopters(헬기투어)
주소: 9400 Great Ocean Road Port Campbell VIC 3269
전화: +61 3 5598 8283
홈페이지: www.12apostleshelicopters.com.au

 
*DULC Holiday Cabins
주소: Thryptomene Court Halls Gap VIC 3881
전화: +61 3 5356 4711
홈페이지: www.dulc.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