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3호]2015-08-21 16:19

Best Traveler(169)] 윤원영 인터유로 대표이사

“매년 도전하고 매달 시도하며 매일 배운다”

젊은 랜드 소장에서 여행 CEO로 도약

유럽개별여행상품, 한국의 1차 공급자 목표
 
 “앞으로 한 십년은 더 뛰어야죠.” 10년 동안 숨 쉴 틈 없이 뛰어온 것 같은데 앞으로 10년은 더 뛰겠다는 윤원영 대표는 20대에 여행업계에 진출해 10년 만에 총 5개의 사업을 꾸린 당찬 파워우먼이다. 여리여리한 이미지와는 달리 유쾌함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그녀의 화법은 그가 가진 일에 대한 진정성과 동시에 일을 즐기는 자의 여유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윤 대표는 지난 2006년 유럽 전문 랜드 인터유로를 시작으로 창립 4년만인 2010년 첫 B2C 브랜드인 ‘카페드유럽’을 론칭했다. 2012년에는 웨딩촬영 서비스 브랜드인 ‘마리아쥬드헤브’를 선보였고 2014년에는 첫 가이드북 발간, 최근에는 유럽여행 단품서비스인 ‘투어퍼즐’까지 선보였다.

궁금하면 뭐든지 해본다는 자신의 말처럼 그녀는 여태껏 모르면 부딪혀보고 궁금하면 도전했다. 설사 잘 안되더라도 성공을 위한 수업료인 셈 친다는 화끈한 마인드로 인터유로를 이끌어 왔다. 여행업의 침체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 ‘고인 물’이 되지 않기 위해 늘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윤 대표. 인터뷰가 끝날 즈음에는 그녀가 앞으로 또 어떤 일을 벌일지 기대되기 시작했다.

취재협조 및 문의=인터유로(02-777-5300) | 글·사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굉장히 어린 나이에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 진부하지만 여행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와 인터유로의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여행업을 시작한 계기는 주변인들의 영향이 컸다. 당시 아는 선배가 이탈리아에 있었고 사촌이 여행사를 하고 있었다. 우연찮은 기회에 여행업을 접하게 됐는데 한 우물만 파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여행업에 첫 발을 들인 것은 2004년으로 당시 작은 사무실을 얻어 일을 시작했는데 그때 사무실을 함께 쓰던 곳이 허니문 여행사였다. 당시만 해도 허니문 상품은 에어프랑스 혹은 대한항공 연합만 있었고 유럽 여행은 정말 큰마음 먹고 가는 시절이었다. 몸담은 곳이 여행업이다 보니 주변에서 전 일정 가이드가 붙은 상품이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었다.

사실 유럽 패키지 시장은 이미 날고기는 선배들이 꽉 잡고 있었고 나는 후발주자로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했는데 그게 유럽 개별여행시장이었다.
초창기 기회시장을 공략한 덕분인지 잘 성장했고 덩치가 조금 커졌을 때는 BSP도 하고 현지 파리 사무실도 직접 오픈했다.
 
-B2B 사업인 인터유로를 하면서 B2C사업체인 ‘카페드유럽’을 창업해 주변의 질투어린 시선과 질타를 받기도 했다.

▲랜드사가 직판을 한다는 것에 대해 사업 초반에는 많은 분들이 안 좋게 봤다. 또 다른 경쟁사가 생긴 셈이니까. 하지만 지금도 철저히 지키고 있는 것은 인터유로의 상품을 직판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5년쯤 지나니까 주변에서도 믿어주기 시작했다.

사실 카페드유럽은 여행사를 통해 수익을 더 내겠다는 생각보다 감을 잃지 않기 위해서 시작했다. 2010년부터 외항사가 들어오고 LCC가 등장하면서 항공공급이 급속도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여행경험도 많아지고 여행의 흐름 또한 능동적인 자유여행으로 변해갔다.

불과 4~5년 만에 자유여행시장은 대세가 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여행시장에서 감을 잃지 않으려면 여행자들과 자주 부딪혀야 한다. 그런 면에서 랜드는 가장 둔감한 위치에 있다. 여행사처럼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것도 아니고 현장에서 고객을 맞이하지도 않는다. 그저 중간 가교역할밖에 하지 않으니 방심하는 새에 감을 잃을 수 있겠다 싶었다.
 
-인터유로 법인을 설립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한정된 지역 안에서 짧은 기간에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특별한 비결은 없지만 굳이 사업 확장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하자면 갑 질을 당할 때마다 상처를 받을 때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사업체의 규모가 작다보니 현지에 무엇을 요청해도 안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러다 보니 뭐든 직접 하게 됐다.

특히 항공좌석이 곧 여행사의 힘이었을 때는 다른 여행사들과의 경쟁력에서 많이 밀렸기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하려면 스스로 사업을 확장시킬 수밖에 없었다. 물론 후회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 시작한 것은 발을 뺄 수가 없으니까. (웃음)
 

-특별히 후회하는 것이 있는가.

▲생각해보면 특별히 후회하는 것은 또 없다. 오히려 도전을 통해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하는 것들 중 웨딩 스냅촬영 서비스는 아직도 이익이 안 난다. 진입장벽이 낮은 사업인데다 너무 빨리 저가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또 하나를 배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하지 말자고. 이번에 시작한 투어퍼즐은 오히려 진입장벽이 너무 높아 ‘이게 지금 내가 할 주제가 되나’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사실 아직도 내가 할 주제가 아닌데 너무 진입장벽이 높은 걸 했나 싶다.

나는 궁금한 걸 잘 못 참는 편이다. 잘 될 것 같고 할 수 있을 것 같으면 직접 도전하고, 하면서 배운다. 사업의 시행착오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수업료로 생각한다.
 
-최근 단품시장이 성장세다. 투어퍼즐도 이러한 단품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시작한 것 같은데.

▲해외여행 단품시장은 3~4년 전부터 성장하는 시장이었다. 이미 글로벌 해외호텔공급자들과 국내 유수의 항공권 판매 플랫폼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지난해 에어비앤비는 아무런 홍보 없이 2014년 대비 60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는 그들과의 경쟁을 택하기보다 현재 위치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시작하기로 했다.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잠식한 호텔, 항공 단품사업이 아닌 여행 맨 마지막 단계인 티켓이나 현지투어 같은 단품을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지금은 항공과 호텔을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투어까지도 그 사업영역을 늘릴 것이다. 조금이라도 먼저 시작하면 몇 년이 지났을 때 일부 카테고리만큼은 그들과 경쟁할 정도로 전문성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으로 여행시장에서 단품이 차지하게 될 영향력을 예측한다면.

▲세분화되는 여행패턴에 따라 단품은 더 다양해지고 더 작은 단위까지 생겨날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유럽은 ‘지금 아니면 언제가’였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해외여행자가 급증했고 해외여행 경험자들은 계속해서 해외여행을 떠난다. 당연히 한 목적지를 여러 번 찾는 재방문객들도 많아질 터. 첫 여행에서는 즐기지 못한 세세한 부분을 즐기거나 조금 더 여유를 갖고 한 가지 테마를 깊이 있게 즐기려는 여행자가 늘어날 것이다.

앞으로 여행자들이 개인의 욕구에 따라 능동적으로 상품을 만들어 간다고 했을 때 더 저렴하고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투어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이다. 즉 여행자가 누구와 가는지, 언제 가는지, 연령대가 어떻게 되는지, 여행의 주제나 콘셉트는 무엇인지에 따라 필요한 항공, 호텔, 투어를 각각 구매하는 형태로 변화하면서 단품은 앞으로의 여행시장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유럽 전문여행사 뿐만 아니라 초반 한 지역을 전문으로 여행업을 시작했다가 사업이 커지면 이내 종합여행사로 성격을 달리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여행자들이 떠날 수 있는 유럽 목적지를 헤아려 보면 약 22곳 정도가 있다. 따지고 보면 동남아시아나 미주 노선을 합친 것보다 유럽이 더 많다. 또 유럽은 땅이 큰데다가 관광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에 한 나라만으로도 상품이 무궁무진하다. 유럽의 한 국가만 제대로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데 20개가 넘는 나라를 전문으로 하는 입장에서 다른 지역까지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어설프게 하는 것보다 하나를 해도 제대로 해서 아주 일부분이라도 대형사와 경쟁할 수 있는 정도가 돼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사실 대형사에 우리 상품을 공급하는 것도 우리의 목표 중 하나다. 인터유로의 최종 목표는 유럽 개별여행시장에서 한국시장의 1차 공급자가 되는 것이다.
 
-혹시 앞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신사업이 있는지 궁금하다.

▲새로운 사업은 없을 것 같다. 투어퍼즐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는데 막상 시작하니까 해야 할 일들이 끝도 없다. 아니, 하고 싶은 사업이 있더라도 투어퍼즐에 집어넣을 생각이다. (웃음) 앞으로 경쟁력 있는 상품을 많이 갖춰서 여행사의 수익을 보장하는 단품 홀 세일에도 나설 계획이다.

바야흐로 모바일 시대다. 실무 노하우나 전반적인 여행업 생리를 깨우친 후에 플랫폼 사업과 같은 시스템을 접목시키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존에서 바라보지 않는 시각으로 모바일을 접목하는 것이 창업의 열쇠가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