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3호]2015-08-21 16:39

현지취재 - 호주(下)

글 싣는 순서
호주<上> 멜버른 시티
호주<中> 광대한 자연
●호주<下> 클래식 호주

 
 
진짜’ 클래식한 호주를 만나다
18세기 이전 시대부터 현대까지
원주민과 소버린힐, 그리고 와인
 
 
이국적이고 독특한 색깔의 도시부터 경이로운 대자연까지 호주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지금까지 봐온 것만으로도 호주를 여행할 이유는 충분한데 여기에 한 가지 더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 조금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쨌든 ‘클래식한 호주’의 모습이 그것.

클래식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거인 애보리진(Aboriginal, 호주 원주민) 문화를 비롯해 현재 멜버른 도시의 초석이 된 골드러시(Gold rush) 시대의 금광마을 소버린 힐, 클래식하게 와인을 음미할 수 있는 야라 밸리까지. 굉장히 끼워 맞춘 듯하지만 아무렴 어떤가. ‘클래식’이라는 콘셉트가 있든 없든 호주가 끝내주게 멋진 곳이라는 것은 이번 편으로 정점을 찍게 될 건데.

어딘지 모르게 신비롭고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는 ‘클래식’함이야 말로 호주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전미다. 많은 여행자들이 꼽는 최고의 관광지는 대부분 ‘그 나라다움’을 잘 간직한 곳이다. 전통적이거나 개성 강하거나. 매일 보는 광경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은 여행의 일탈과 자유를 느끼기에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클래식 호주 여행은 대 자연을 벗 삼은 여행, 대 도시를 탐미하는 여행에 이어 또 다른 만족감을 선사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호주정부관광청(www.australia.com/02-399-6506)
호주=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18세기 이전 원주민의 삶, 애보리진(Aboriginal)”
백과사전에 따르면 애보리진이란 18세기 말 유럽인에 의해 식민지로 개척되기 전 호주(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던 원주민을 말한다. 밀크 초콜릿 색 피부색에 덩치가 큰, 남태평양의 여러 휴양지에서 볼 수 있는 원주민들과 비슷하게 생겼다. 호주가 이민 국가라는 사실은 세계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나 안다. 하지만 18세기 이전, 그러니까 유럽인들이 호주를 찾아내기 전의 모습을 실제로 본 이는 아무도 없다. 다만 모든 역사가 그렇듯이 선조에 의해 그들의 흔적과 생활풍습이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것일 뿐.

애보리진은 역사가 아니다. 지금도 호주 사회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여전히 그들의 문화를 잃지 않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애보리진 문화센터.
사실 호주 내에서 애보리진의 위치는 안타까울 정도로 낮다. 그들의 문화는 빠른 속도로 흩어지고 있으며 언어 역시 영어에 밀려 사라지는 추세다. 그도 그럴 것이 호주 어디에서도 애보리진의 언어를 쓰지 않는다. 그 말인 즉, 어차피 호주 내 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요즘 사람들은 애보리진 언어를 배우려는 의지조차 없다는 말이다.

그러나 애보리진에게 희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호주 곳곳에 애보리진 문화를 알리는 문화센터가 그들의 삶을 전 세계인들에 알리고 또 유지시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램피언스(Grampians) 국립공원에 위치한 △브램북 원주민 문화센터(Brambuk Aboriginal Cultural Centre)도 그 중 하나다. 원주민 문화센터는 그램피언스 국립공원의 여행정보는 물론 빅토리아 주 원주민 대부분이 살았던 그램피언스 곳곳에 남은 원주민의 흔적들과 그들의 옛 집터와 식생활, 풍습 등을 각종 자료와 영상물을 통해 알려준다.

특히 거대한 에뮤(emu, 호주에 사는 대형 조류) 인형이 서 있는 영상관에서는 게리워드(Gariwerd)라고 불리는 옛 부족들의 이야기와 애보리진 신화인 ‘Bunjil’의 창조이야기가 상영된다. 퀄리티로 따지자면 80년대 B급 영화 정도에 불과하지만 영상을 보고 난 후 방문한 Bunjil Shelter(이하 쉘터)는 매우 흥미로웠다. 참고로 영화에 나온 쉘터는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는 ‘Bunjil Creation tour’를 통해 직접 가볼 수 있다.
 

 ‘Bunjil Creation tour’를 이용해 방문한 Bunjil Shelter.
 
사실 문화센터에서 배우는 애보리진 문화는 생소하고 낯설어서 생각보다 재미없을 수도 있다. 오지탐험이 주제인 TV프로그램처럼 직접 원주민들을 만나 그들과 함께 사냥을 하고 그들이 먹는 음식에 도전하는 그런 익사이팅한 체험은 전혀 해 볼 수 없으니깐.

아니다. 정정한다. 문화센터에서는 애보리진들이 먹었던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 문화센터 내에 있는 ‘Bush foods’ 카페에서는 현대적인 메뉴와 원주민들이 먹었던 전통음식을 모두 맛볼 수 있다. 뜨끈한 레몬그라스 티에 에뮤고기파이와 악어고기, 캥거루고기 샐러드를 먹어보자.

이름만 들으면 ‘뜨악’ 할 수도 있지만 막상 음식의 생김새나 맛을 보면 그렇지도 않다. 악어고기는 조금 더 질긴 닭고기 느낌이고 캥거루 고기는 조리법의 영향이겠지만 쫀득한 소고기 맛이다. 에뮤파이는 특별할 것 없는 ‘새 고기’ 넣은 파이다.
 
■Brambuk Aboriginal Cultural Centre
·주소: Grampians Road Halls Gap VIC 3381
·전화: +61 3 5361 4000
·홈페이지: www.brambuk.com.au
 


“황금시대를 만나다, 소버린 힐(Sovereign Hill)”
그램피언스를 비롯한 호주의 대자연을 누비던 원주민의 역사는 18세기 말부터 급격하게 소멸되기 시작했다. 18세기 말엽인 1768년 영국의 캡틴 쿡 선장이 오스트레일리아(호주)를 식민지화하면서 이 땅의 원래 주인이었던 원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긴다. 그리고 원주민이 사라진 자리는 백인들이 채우기기 시작했다.

사실 호주에 백인들이 들어오게 된 이유는 단순히 새로운 삶을 위한 이민 목적이 아니라 죄수들의 유배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호주에 뿌리를 내린 백인들이 모두 죄수 출신인 것은 아니다.

호주는 캡틴 쿡 선장의 식민지화 이후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맞게 되는데 바로 1850년대의 ‘골드러시’가 그것이다. 호주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전 세계에서 금광을 캐기 위한 젊은이들이 몰려들었다. 지금 소개할 △소버린 힐은 그 당시를 재현한 야외 역사박물관이다.

소버린 힐은 빅토리아 주 발라랏(Ballarat)에 위치한 시대 배경의 테마 마을로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규모가 크고 오롯이 테마파크라고 하기에는 역사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좀 올드한 표현이긴 하지만 소버린 힐에 들어서면 진짜 타임머신을 타고 온 기분이다. 시대를 배경으로 한 만큼 1850년대를 실감나게 재현해 놨다. 당시 건물 60여 채를 재현했으며 200여 명의 직원들이 옛날 복장을 입고 골드러시 시대의 생활모습을 보여준다.
 

소버린 힐에 들어서자마자 본 광경.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소버린 힐을 다녀와 본 사람으로서 잠깐 그곳을 설명하자면, 19세기 중엽의 유럽인 복장을 한 직원들이 그 당시에 지어진 집에서 머물고, 그 당시에 만들어진 사진관에서 일을 하고 그 당시의 베이커리에서 빵을 굽는다. 어느 것 하나 어색하지 않고 딱딱 맞아 떨어지는 이 소름끼치는 장면에 기자는 정말이지 마을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길에서 뛰어다니는 학생들과 손에 쥔 최신식 카메라가 아니었다면 소버린 힐에 머무는 몇 시간 동안 현실감각을 몽땅 잃어버릴 것만 같았다.
 

옛날 방식으로 빵과 버터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실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모두 1850년대에 행해졌던 것들을 바탕으로 한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네 집에 초대받아 19세기 스타일로 버터와 크림, 빵을 직접 만들어 먹고 19세기에 한창 유행했던 옷차림으로 오래된 카메라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금광마을인 만큼 사금채취와 금괴 만드는 과정도 볼 수 있다.
 

사금을 채취하는 모습.

기자도 작은 냇가처럼 생긴 사금채취장에서 양 소매를 착착 걷고 쪼그려 앉아 사금을 채취해 봤다. 납작한 그릇에 자갈을 가득 담고 계속 흔들다보면 반짝이는 가루가 보이는데 그게 금이란다. 일확천금의 꿈을 안고 냇가에 쪼그려 앉았지만 5분 만에 소용없는 일임을 깨닫고 금괴 만드는 곳에서 다 만들어진 금괴를 쥐어보는 것으로 속을 달랬다.
 

19세기에 유행하던 복장을 갖춰 입고 기념 사진을 찍어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영국식 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티 카페와 그 당시에도 인기가 대단했을 수제 사탕가게 등 영화 속에서나 볼 법한 19세기 유럽을 경험할 수 있다. 참, 길거리에는 말도 다닌다.
 
■Sovereign Hill
·주소: Bradshaw Street Ballarat VIC 3350
·전화: +61 3 5337 1100
·홈페이지: www.sovereignhill.com.au



“특별한 곳, 특별한 와인 야라밸리(Yarra Valley)”
어쩌면 이번 편의 테마인 ‘클래식 호주’와 가장 어울리는 주제일지도 모르겠다. 호주는 도시와 자연, 시대적인 배경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지만 최고의 와인을 맛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멜버른 도심에서 차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위치한 야라밸리는 제대로 된 호주 와인을 맛보려면 반드시 방문해야 할 필수 목적지다.
 

쿰브(Coombe)의 탁 트인 레스토랑.

얼마 전 종영한 ‘테이스티 로드 인 멜버른’ 편에서도 잠깐 소개된 바 있는 야라밸리는 빅토리아 주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재배 지역으로 와이너리와 고급스러운 와인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곳이다. 굳이 덧붙이자면 야라밸리에는 와인 레스토랑뿐만 아니라 골프리조트와 초콜릿 공장 등도 위치해 와인과 함께 숙박, 다른 여러 체험들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라밸리에 왔다면 그 무엇보다도 집중해야 할 것은 와인이지 않을까. 기자는 야라밸리를 대표하는 수많은 와이너리 중에서도 쿰브(Coombe)와 오크릿지(Oakridge)를 방문했다.

특히 △쿰브는 1800년대의 유명 오페라 가수인 넬리 멜바(Nellie Melba)가 설립한 와이너리로 와인용 포도를 생산하는 넓은 와이너리와 개인 정원을 보유하고 있다. 공간이 탁 트인 레스토랑 안에서는 갓 구운 포슬포슬한 빵에 크림을 비롯한 각종 잼과 홍차를 맛 볼 수 있으며 밖으로 나가면 멜바의 기록을 전시한 멜바 박물관과 정원을 둘러볼 수 있다. 정원투어의 마지막은 역시나 쿰브가 자랑하는 화이트와인 시음이다. 쿰브는 특히나 화이트와인이 유명한데 직접 맛 본 바로는 화이트와인 특유의 시큼털털한 맛이 개운했으며 과하지 않은 스파클링이 매우 감칠 맛났다.
 

멜바의 기록을 모아 놓은 전시관.

쿰브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오크릿지는 럭셔리한 와이너리 투어를 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가봐야 할 곳이다. 오크릿지는 대규모의 와이너리를 보유한 곳으로 여태껏 오크릿지만의 와인을 제조하고 있으며 지난 2013년에는 새롭게 레스토랑 문을 열어 최고의 와인과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아직 숙성 중인 와인을 맛보는 기자 일행.

오크릿지는 포도 재배부터 와인 숙성 및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있는데 특히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와인 숙성실의 아직 개봉되지 않은 와인을 맛 본 일이다. 일반인에게는 공개되지 않지만 특별히 투어를 하게 된 만큼 열심히 와인을 맛봤다. 탄닌이 가시지 않은 텁텁하고 진한 레드와인과 불투명한 색상의 화이트와인이 아직도 혀끝에서 맴돈다.
 

Okridge에서는 전면이 유리로 된 레스토랑에서 와이너리를 바라보며 고급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다.
 
오크릿지의 레스토랑은 매우 럭셔리한데 프랑스, 이탈리아 출신 셰프의 특별 요리를 오크릿지의 다양한 와인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또한 디저트는 간단한 조리법을 배운 후에 직접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데 그 과정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어 누구나 도전해 볼 수 있다.
 
■Coombe-The Melba Estate
·주소: 673-675 Maroondah Highway, Coldstream, VIC 3770
·전화: +61 3 9739 0173
·홈페이지: www.coombeyarravalley.com.au
 
■Oakridge
·주소: 864 Maroondah Highway Coldstream VIC 3770
·전화: +61 3 9738 9900
·홈페이지: www.oakridgewines.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