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5호]2015-09-04 10:16

[이슈 엔 토크] 여름 성수기 취재 후기



‘빈 수레가 요란하다’ 여름 성수기 썰물처럼 지나가
 
 
6월부터 8월까지 여행업계의 전통적인 성수기라 일컫는 여름 휴가철이 지나갔지만 정작 여행사 담당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못하다. 성수기라고 해서 평소보다 큰 실적을 내던 영광은 일찌감치 사라졌지만 올해는 유독 수요 분산 현상이 심해 썰렁한 여름을 보냈기 때문이다.

대형사는 8월 모객 실적이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메르스 위기를 극복하고 상승세를 탔다는 입장이지만 직판사나 온라인 업체들은 수요 감소와 그에 따른 수익 부진으로 씁쓸하기만 하다.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여행사는 물론 항공사와 랜드사, 호텔엔리조트 등 전 업계에 걸쳐 ‘휴가철=성수기’ 공식이 깨졌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이제는 매년 되풀이되는 수요 감소와 시즌 별 분산에 대해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이고 차별화된 자세로 연간 마케팅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하지 않을까?


정리 = 김문주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네팔 대지진·한국 메르스·홍콩독감·방콕 폭탄 테러 악재 천국
OTA 활용하는 FIT 증가, 여행사는 저가 전략으로 맞수
 

 
“이슈 없는 여름, 동남아/유럽 버팀목”
 
▲김문주 차장(이하 문) : 7~8월이 끝났다. 9년 째 여행업계에 몸담고 있는데 올해처럼 성수기가 조용했던 적이 없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모객이 감소하고 시장 상황이 좋지 못했다는 얘기를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분위기 자체가 지나치게 침체돼 있었다. 사무실 가득 전화벨이 울리고 직원들이 종이 서류를 들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들 지쳐보였다.
 
▲강다영 기자(이하 강) : 8월 들어서는 해외여행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그래도 증가했다고 전해진다. 주변 지인들만 봐도 알아서 가까운 단거리로 짧은 해외여행을 다녀오더라. 결국은 시즌이나 이슈에 상관없이 나가는 사람은 계속 나가는데 여행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줄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하나투어나 모두투어 같은 대형사는 앞 다퉈 매월 새로운 성장기록을 경신했지만 그 밖의 여행사들은 회사의 성장률을 걱정하기 보다는 주어진 좌석을 소진하는데 매진했다.
 
▲권초롱 기자(이하 권) : 올 성수기 시즌에는 어느 곳 하나 소위 대박을 터뜨린 업체가 없는 것 같다. 몇몇 여행사가 지속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는 얘기를 하면 아쉽게도 ‘사실일까?’라는 의문부터 들었다. 그만큼 여행사를 이용하는 고객이 크게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7말8초’를 언제까지 성수기라 부를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차라리 ‘여름 휴가철’ 혹은 ‘방학 시즌’ 정도가 정확한 표현 아닐까?
 
▲문 : 2015여름 성수기의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일동 : 사건 사고가 너무 많았다. 매 월 가슴 철렁한 순간들이 정말 많았고 아침마다 국제 뉴스를 확인하면서 출근했다.
 
▲강 : 메르스가 으뜸 아닐까. 메르스 발병의 진원지가 대한민국이 아님에도 대한민국 전체가 바이러스 천국으로 오해받고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던 2분기 말이다. 메르스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방한해외여행객 수가 급감하고 이로 인해 인바운드 여행시장이 지속적으로 침체됐다.

특히 단체 행동에 강한 중국인들은 그 즉시 계획했던 한국여행을 취소했고 그로인해 관광업은 물론 면세점, 관광버스 등 교통업, 요식업 등 전 산업군에서 타격을 받았다.

내국인 수요 감소나 소비 둔화 또한 메르스와 상당 부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소나 밀폐된 공간은 그야말로 ‘감염 200%’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공항이용 및 비행기 탑승의 불안으로도 이어져 ‘메르스가 잦아들 때까지 여행은 피하자’라는 인식이 사회 각 층으로 퍼졌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메르스 뿐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는 유독 전 세계에서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5월 네팔 대지진을 시작으로 같은 달 도쿄에서 규모 8.5 강진이 발생했다. 이후 7월 홍콩독감, 중국 지안에서 한국 공무원 탑승 버스 추락, 8월 태국 방콕 폭탄테러, 사이판 태풍 등 잊을만 하면 인기 관광지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들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우스갯소리로 올해는 밖에 나가면 죽는다는 얘기가 SNS상에서 떠돌 정도였다.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분위기가 결코 아니었다.
 
▲문 : 여름 성수기 각 지역 별 상황을 설명한다면.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하게 단거리 대비 장거리, 그 중에서도 유럽의 인기가 가장 높았다고 생각하나.
 
▲강 : 인기는 나쁘지 않았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수익 면에서는 특별한 이슈를 기대하기가 힘들다. 터키 상품은 최저 60만 원 대 중반에 판매됐고 서유럽 연계패키지 상품 또한 각종 할인 명목으로 100만 원 대 수준에 불과했다. 참고로 유럽의 경우 올해는 수익이나 수요 보다는 항공편이 크게 늘어난 것이 그나마 호재인 것 같다. <꽃보다 할배>의 영향으로 투입된 대한항공의 그리스 전세기나 한진관광의 시칠리아 전세기 양 국적사의 이탈리아 로마 신규 취항 등이 그 예다.

최근 유럽시장에서 보이는 몇 가지 특징을 꼽아 보자면 단품화, 현지 직계약 증가, 현지 네트워크 및 인력 구축 등을 빼놓을 수 없다. 개별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고객이 늘면서 목적지에서 즐길 수 있는 티켓이나 데이투어 상품이 자주 출시되고 이러한 티켓 브랜드를 운영하는 여행사도 증가 추세다. 소규모 전문사들은 직접 담당자들이 현지 파트너를 찾아 직거래를 트며 단독 일정, 단독 투어를 선보이는 등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권 : 동남아지역의 인기가 예전보다는 감소했다고는 하나 실제 수적으로는 유럽보다 동남아를 선택한 여행자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상과 현실에서 타협할 수 있는 해외여행지로 동남아만큼 제격인 곳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1,2인 여행자가 아니라 가족이 있는 3,4인 규모라면 상품 가격으로 인해 싱글때처럼 쉽게 유럽을 선택할 수 없다. 또한 여름성수기를 비롯해 설/추석 연휴, 공휴일 연휴 등 호황시즌에는 국내보다 동남아가 더 가격대가 낮은 상품도 있다. ‘성수기에는 제주도 가느니 세부를 가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동남아가 과거처럼 여름 휴가철의 왕자가 아닌 이유는 따로 있다고 본다. 다양한 항공편과 짧은 비행거리 그리고 해외여행의 대중화 속에서 동남아시아는 굳이 휴가철이 아니어도 주말 월차나 연차를 더해 언제나 갈 수 있는 곳이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그래도 7~8월 동남아 시장은 무시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의견들이 많다.

비용도 시간도 저렴한 동남아시아가 고객들의 외면을 받을 이유가 크게 없다는 것. 다만 지역 대부분이 FIT로 돌아섰고 패키지는 저가로 굳어진 탓에 여행사가 배부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마케팅 및 광고 집중, 한탕주의 버려야”
 
▲문 : 개인적으로 올해 시장의 불황을 체감하면서 여행사들이 앞 다퉈 론칭한 TV광고나 여행사 스타 모델 기용 등의 마케팅 전략이 제대로 효과를 얻지 못할까봐 아쉬웠다. 여행박사는 <삼시세끼2>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차승원을 기용했고 노랑풍선은 이서진/최지우를 광고 모델로 선정하고 관련 상품을 론칭했다.

보물섬투어는 비정상회담으로 한창 주가를 올린 줄리안, 타일러, 타쿠야(이후 줄리안과 타쿠야만 재계약)의 이미지 컷으로 홈페이지를 장식했다. 상황은 조금 다르지만 참좋은여행은 일반인 모델과 TV CF를 제작해 방영했다. 그런데 우리가 말한 것처럼 휴가철에 별 다른 수요 증대 효과가 없다면 굳이 이 시기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 연예인 마케팅을 펼치고 광고에 집중해야 할까?
 
▲강 : 성비수기가 모호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7말8초는 무시할 수 없는 호재이며 이 시기밖에 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가격을 주고라도 꼭 떠나는 시기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대다수의 근로자들의 휴가기간이 아직까지 7말8초에 머물러 있다는 사회적 배경을 감안할 때 여행사들의 경우 앞으로도 당분간은 6,7,8월의 마케팅 비용을 일시적으로 늘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슬 : 나도 비슷하다. 우리가 종합지나 온라인 매체라면 그냥 단순하게 일 년 열 두 달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실제 업계 기자로서 일반화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 과거보다 감소했지만 성수기 시즌 여행 빈도가 더 높다고 주장하는 관계자들이 아직 많다. 이 시즌 여행사들이 진행하는 프로모션이나 상품 할인 이벤트를 통해 가격 면에서 혜택을 바라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 : 꼭 시기가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인 중 하나가 12월 여행을 가려고 알만한 여행사 홈페이지는 다 뒤졌는데 그 시기 출발 가능한 상품이 전혀 깔려있지 않다고 했다. 이처럼 여행상품을 구매하는 여행자들의 속도는 훨씬 빨라졌지만 여행사들은 이들의 속도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여행사들은 당장 이번 주, 다음 주, 이번 달 판매가 급하지만 여행자들은 지금 당장 떠나지 않는 탓이다. 시즌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에 찬반을 표하기 보다는 여행사가 지금보다 더 빨라져야 한다는 것을 꼭 강조하고 싶다. 여름성수기를 홍보하려거든 적어도 그해 1,2월에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문 : 끝으로 여행사와 일반 소비자 간의 사이를 어떻게 좁혀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나는 첫째도 둘째도 결국은 고객관리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수준의 같은 상품이라면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더 친절한 여행사 혹은 믿을만한 여행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해외OTA를 통한 예약에서는 질문이 있거나 실수를 해도 쉽게 물어볼 수가 없다. 가격이 상당히 저렴하다고 생각하지만 나중에 카드청구서를 보면 알 수 없는 수수료가 추가된다. 환불이나 취소가 어렵고 막상 현지에 갔더니 예약이 안 돼 있는 등 불확실한 요소도 너무 많다.

일반 여행사가 예약 사이트들이 할 수 없는 시스템 이상의 서비스를 전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강·슬 : 소비자들이 여행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가지를 씌운다’는 오해 때문일 것이다. 여행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나 정보의 가치가 소비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크지 않으니 여행업 종사자들이 여러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소비자는 그저 여행사를 장사치로 본다. 상품을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판매하는 것 말이다.

소비자에게 이 가격이 타당하고 스스로 구매할 경우에는 누릴 수 없는 서비스들을 여행사를 통해서는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달한다면 차츰 여행사 서비스가 불필요하고 바가지라는 인식 대신 편안한 여행에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권 : 여행사와 일반 소비자 사이 간극이 발생하는 것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 관광청 로드쇼에서 여행사 관계자와 만나 FIT여행객을 여행사로 유입하기 위한 방법은 뭐가 있을까 함께 얘기했다. 기자는 현재 판매되는 메인 여행지말고 신규여행지를 늘리면 어떨까 하고 제안했는데 단박에 웃더라. ‘현실을 모른다’는 웃음이었다.

여행사들은 이미 FIT여행객은 자사 고객이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 FIT여행객도 패키지 상품이 좋다면 가지 않을까. FIT여행객이 되는 이유가 꼭 저렴하게 내 스타일대로 여행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여행사 상품에 없는 곳이 가고 싶어서인 경우도 많다. 그런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주는 신규 상품을 출시하길 바라지만 여행사 입장에선 그렇지 않은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