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7호]2015-09-18 09:55

[Best Traveler(173)] 김형미 솔항공여행사 대표이사
“미치고 즐겁지 않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
 


관광업계 최초 신지식인 선정
넘치는 열정과 아이디어 덕분
 
 
김형미 솔항공여행사 대표가 최근 큰 경사를 맞았다. ‘2015 대한민국 신지식인 인증식’에서 관광 발전 공헌 부문에 신지식인으로 선정돼 표창을 수상한 것. 지난 1995년부터 올바른 여행문화 견인과 답사라는 테마여행 확산에 기여한 뚝심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김 대표는 늘 남보다 앞서서 시장을 개발하고 빨리 움직인다. 일을 할 때는 오롯이 일에만 집중하고 여가 시간에는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며 에너지를 충전한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충실한 모습이다.

그의 이런 성격은 솔항공이 취급하는 상품에서도 잘 드러난다. 흔한 당일 투어나 내륙 상품 보다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규 지역을 개척하고 현지인들과 관계 맺기를 선호하는 것. '희망의 빛, 천혜의 절경 등대여행', '제주들불축제 투어’ 등 독특한 상품은 물론 ‘신안 증도와 가거도’ 등 섬 시장 개발에 먼저 뛰어든 것도 그다.

김 대표는 “일에 미치지 않고 즐겁지 않다면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 자신의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이 우선시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히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취재 협조 및 문의=솔항공여행사(www.soltour.co.kr) | 글·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업계 최초의 신지식인 선정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소감을 말해준다면.
▲감사한 일이고 무척이나 명예롭지만 한편으로는 부끄럽기도하다. 다만 우리 업계가 아니라 외부에서 그간의 경력과 활동을 인정해줬다는 것은 기쁘게 생각한다.

본 행사는 대한민국 신지식인 총연합회가 주최하며 21세기 지식정보사회에 부응하는 새로운 인간상을 정립하고 다양한 지식정보의 공유를 위해 해당 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신지식인을 발굴 및 선정하는 자리다. 경영, 교육, 근로, 기타, 농업, 문화예술, 벤처, 어업, 자영업, 중소기업, 특허, 공무원 등 12개 분야를 인증했다. 아쉽게도 관광 분야가 없어 내가 기타로 들어갔는데 이번에 수상을 하면서 내년부터는 관광 분야를 꼭 만들어달라고 제안했다.
 
-심사 과정에서 특히 어떤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국내여행은 해외여행에 비해 거의 불모지와 같았는데 그런 시장의 이미지 개선과 개척 노력을 후하게 봐주신 것 같다. 여태껏 한눈팔지 않고 국내여행 발전에 매진한 것 뿐인데 겸연쩍다. (웃음) 주최 측에서 국내관광의 사회적 인식 전환과 트렌드를 선도하고 지역의 유적, 문화재, 역사를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등 답사 여행을 활성화 시켰던 노력이 대단하다고 평했다.

실제 우리나라 구석구석의 관광지를 정말로 잘 설명하려면 기본적인 지리나 지역에 대한 유래 파악은 물론 고고학, 인문학, 철학 등의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혼자서 책도 많이 읽고 자료도 찾아가면서 스스로 지식을 쌓을 수밖에 없었는데 과정은 힘들어도 그런 노력들이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다.

 
-현재는 내국인의 국내 여행이 크게 증가하고 패턴 또한 다양해졌다. 과거와 달리 발전된 것 아닌가.
▲80년대 후반 그리고 90년 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국내 관광은 ‘행락’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했다. 단체로 대형 버스 타고 이동해 먹고 술 마시고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것.

관광 일정이나 추천 루트 같은 정보는 아예 없었다. 여행지 혹은 관광하는 지역에 대해 미리 조사하거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하는 것이 좋은데 오로지 ‘즐긴다’는 것에만 포커스가 집중돼 있었다. 비슷한 시기 한 공무원 단체와 답사 여행을 진행했는데 참여자들이 이런 여행은 처음이라고 신기해했던 경험도 있다.

90년대 후반을 지나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우리가 소위 ‘인트라바운드’라 부르는 내국인들의 국내여행 문화가 태동하기 시작했다. 주5일제 전면 실시와 함께 여행 횟수도 증가했고 소비자들의 인식이나 태도도 많이 개선됐다. 여행경험이 늘어나고 지식수준 또한 높아진 만큼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고 제대로 탐험하려는 사람들의 니즈가 여행상품이나 목적지 다양화를 유도한 셈이다.

여기에 각 지역에서도 관광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호텔, 맛 집, 테마파크, 관광 위락단지 등을 조성하며 시장 부흥에 힘썼다. 또 문화관광을 책임지고 있는 해설사나 전문 가이드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플러스다. 그런데 모든 것들을 다 긍정적으로만 평가하지는 않는다. 여행 횟수는 늘어났지만 일부 몰지각한 관광객들이 지역에 쓰레기를 버리고 문화유산을 함부로 다루는 등 아직도 교육이 필요한 경우와 마주한다. 또한 체류와 소비를 통해 지역 경제에 보탬을 줘야 하는데 오히려 이런 부분에서는 인색하다.
 
 
-여행업계에 입문한 지 상당히 오랜 시간이 지났다. 그간 가장 뜻 깊었던 결실을 꼽는다면.
▲2006년 국내여행사연합회를 결성해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운영한 일이다. 길에서 우리 협회 식구들을 만나면 그대로 달려가 서로 안을 정도로 이제는 한 식구 같다. (웃음)

국내여행사연합회는 국내 여행을 주로 판매하는 12개 여행사가 서로 회원사로 참여해 공동으로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지자체와 협력하며 지역 개발에 주력한다. 지금껏 회장직을 맡아 일을 진행하면서 한 번도 구성원 간의 마찰이 없었고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불투명한 비즈니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지자체 지원을 통해 혜택을 받거나 대형 그룹의 입찰에 성공할 때도 12개 여행사 모두가 균등한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처음 연합회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우리의 목표는 동일하다. 지자체와 협력해 다양한 체험이 결합된 여행상품을 출시하고 각 구성원들의 상호 발전을 돕는 것. 그간 전라남도, 경상북도, 충청남·북도, 대전광역시 등 광역단체와 업무협약을 체결했으며 대구, 포항 등과도 관련 업무를 전개한 바 있다. 국내여행사연합회의 문은 지금도 열려있다. 언제든 두드려 달라.
 
-상품 개발이나 지역 관광 활성화에 주력했던 지역 중 기억에 남는 도시는.
▲우리들 사이에서 대구는 언제나 최고의 자랑거리다. 단순한 산업 도시에 불과했던 대구는 몇 년 사이 독보적인 테마를 앞세워 관광지로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여기에는 실로 국내여행사연합회의 도움이 컸다. 2011년 대구방문의 해 당시 대구와 연합회 측이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대구는 영남권 관광의 허브로 성장한다는 목표가 있었고 우리는 수도권 및 외래관광객 유치에 도움을 주는 등 서로 윈-윈 하려고 정말 열심히 일했다. 대구 쪽 관광 공무원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내가 다 놀랄 정도였으니까. (웃음)

대구시 측에서는 초기 대구 사격장, 시민 안전 테마파크, 팔공산 케이블카, 방짜유기박물관 등 외곽의 관광명소를 마케팅 하는 전략을 염두에 두었던 것 같다. 그런데 현장 팸투어와 실사를 마치고 나니 연합회의 의견이 마치 짠 것처럼 하나로 모아졌다. 기존 명소로는 차별화가 안 되고 사람들을 끌어 모을 특색이 없다는 것. 대신 우리가 주목한 것은 대구 도심이었다. 근대 역사관, 약전골목, 서문시장, 김광석 길 등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감 있고 여행자의 감성을 건드리는 소소한 골목 풍경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대구시는 이후 ‘천 개의 골목에 천 개의 스토리가 살아 숨 쉰다’는 슬로건 아래 ‘근대골목투어’를 개발, 대구 도심의 근대 건축물과 골목을 따라 걷는 친환경 녹색투어를 선보였다. 더불어 전국적으로 홍보된 대구 전통시장들의 먹거리까지 연계해 멋이 살아 있는 도보 투어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판매했다. 그 결과 대구근대골목은 2012년 한국관광의 별 <장애물 없는 관광자원 부문>에 선정됐으며 지금껏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사람들조차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파는 것을 힘들어 한다. 묵묵히 한 길을 걸을 수 있는 비법이 있는지.
▲정말로 좋아하고 미쳐야 한다. 너무 평범하지만 답은 하나다. 나는 언제나 현장 체질이다. 아직도 인연이 있는 손님이 원하면 해설사 혹은 가이드로 일정에 동행한다. 여행 중 문제가 불거지면 바로 해결하고 손님이 필요한 게 보이면 말하기 전에 찾아서 제공한다. 그만큼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다.

관광업에 대한 국가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관광학과를 지망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들 대부분이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가끔 대학에 특강을 나가면 ‘관광=호텔’, 혹은 ‘여행사=해외출장’만 떠올린다. 몇 개의 대형사를 제외하고는 여행 관련 기업들이 상당히 영세하고 힘들다는 것은 인식하지 못한다. 후배들이 뚜렷한 목표의식과 일에 대한 열정을 꼭 가졌으면 좋겠다.
 
-11월에 열리는 서울시관광협회 회장 직에 출마 의사를 밝혔다. 끝으로 각오를 전한다면.
▲출마 결심을 굳힌 것은 최근이다. 함께 일하는 여행업 관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회장, 직접 뛰며 일하는 회장을 지향한다. 2014년 세월호, 2015년 메르스 여파로 국내여행시장은 내수침체와 함께 몰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트라바운드만을 취급해서는 생존이 어렵고 요즘 젊은이들은 소셜이나 개별 예약을 통해 국내여행을 떠난다. 많은 업체들이 급하게 인바운드로 돌리거나 아웃바운드 시장에 진입하지만 실적은 좋을 수가 없다. 영세하고 경영이 어려운 여행사들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제도와 지원책을 마련하고 끊임없이 상호 발전할 수 있도록 귀와 마음을 활짝 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