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9호]2015-10-12 09:09

[이슈 엔 토크] 가이드 논란


‘싼 게 비지떡’ 저가 패키지에 고객만 몸살
곪을 대로 곪아버린 가이드 논란, 수면 위로 드러나
경쟁 심화로 지나친 이익 감소, 전면적인 쇄신만이 답
 
 
대부분 성수기 시즌이 끝나면 그간 묵인했던 가이드 관련 문제가 여행업계에 고개를 들이민다.
올 초 겨울성수기가 끝나고 비수기에 들어가는 2,3월에는 패키지 여행사들의 가이드 자질 논란이 불거졌다. 가이드가 현지에서 여행객들에 쇼핑과 옵션을 강요하는 것은 애교 수준. 폭언과 협박, 가이드와 여행객 사이 난투극까지 벌어지는 아찔한 상황마저 연출됐다. 하반기 역시 마찬가지. 7,8월 여름성수기가 끝나자 유럽 곳곳에서 여행사와 현지 랜드·가이드 간 곪을 대로 곪아버린 문제들이 터져나왔다.
여행업계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 소비자나 중앙 언론은 모든 문제의 책임을 여행사에 전가한다. 그러나 내막을 살펴보면 관련 문제의 원인은 다양하고 책임자(업체)가 피해자인 경우도 허다하다. 매년 되풀이되는 가이드 논란은 결과적으로 여행사에 대한 불만과 불신 팽배로 이어진다. 연례행사처럼 돼 버린 가이드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개선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리=권초롱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매년 되풀이 되는 가이드 자질/수급 논란의 해법이 시급하다.
 

“온상지 동남아에 이어 올해는 유럽까지 시끌”

▲김문주 차장(이하 문) : 여행사 가이드 자질 논란이 비일비재하다. 가이드가 고객들에게 몰상식하고 무식하다고 막말을 퍼부은 경우도 있었고 쇼핑 후 환급금을 가이드가 편취한 사례도 있다. 여성고객을 상대로 성적 농담을 일삼는 가이드들의 태도 논란도 있었다.
 
▲강다영 기자(이하 강) : 올해 유럽지역이 유난히 시끄러웠다. 현지 랜드 및 가이드들의 지상비 인상 요구가 주된 이슈였다. 터키는 현지 여행업계 내에서도 큰 파장을 일으킨 ‘터키 노투어피’로 한동안 몸살을 앓았고 이탈리아 로마, 프랑스 파리 내 가이드들은 ‘지상비 인상 요구’로 파업을 예고한 바 있다.
 
▲권초롱 기자(이하 권) : 가이드 논란에 빠질 수 없는 지역이 동남아다. 동남아 여행상품이 저가패키지로 굳어지면서 가이드들이 여행객들에 무리한 쇼핑과 옵션을 요구해 빈축을 사고 있다. 손님도 어느 정도는 다 파악할 정도다.
최근 언론의 뭇매를 맞은 인터파크투어의 베트남 가이드 논란처럼 동남아 지역의 가이드 자질 문제는 자못 심각한 수준이다. 현지 정보를 몰라 설명하지도 못하고 방문지 운영시간 및 휴무일도 몰라 관광객들을 헛걸음시키기도 한다.
자질문제와 더불어 동남아는 지역별 성수기가 되면 가이드 수급 부족 문제도 발생한다. 텃밭이 아닌 지역으로 이동하는 철새 가이드들이 많은 탓이다. 그러다보니 지역에 대한 전문성도 떨어진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동남아에서 활동하던 가이드들이 그 일대를 벗어나 하와이, 몰디브에 이어 멕시코 칸쿤까지 이동하고 있다. 상반기 멕시코 칸쿤에서 국내 허니무너 20쌍의 호텔비를 가로챈 현지여행사가 필리핀에서 활동했던 업체였다. 이들은 칸쿤 여행시장의 질을 무너뜨렸다. 소위 동남아식 영업을 펼쳤는데 여행사들에 지상비를 받지 않는 대신 현지에서 여행객들에 과도한 옵션과 쇼핑, 수수료 뻥튀기 등으로 이익을 냈다. 결국에는 고객들의 숙박비를 꿀꺽했다.
 
▲권 : 저가패키지의 등장이 가이드 자질 논란 및 과도한 쇼핑·옵션 요구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본다. 여행사는 몇 푼 남지 않는 마진 혹은 마이너스 상품을 소비자에 판매한다. 행사를 운영하는 현지 랜드와 가이드 또한 마찬가지다. 수익을 내기 위해선 쇼핑이나 옵션을 통해 팁을 받는 수밖에 없다. 초저가의 동남아 패키지 일정을 둘러보면 쇼핑이 4~5번 포함되고 옵션 선택이 하루 일정 중 한 번은 포함된다.
 
▲문 : 동남아 저가상품을 소위 ‘노빵투어’라고 부른다. 예컨대 태국 저가 여행 상품을 40만 원 선이라고 하면 여기에 항공료와 보험료 기타 수수료 등이 포함돼 있다. 광고비, 현지 차량, 식비, 인건비 등은 아예 책정되지 않은 가격이다. 즉 손님을 받는 순간부터 마이너스 구조다. 현지 랜드사가 이익을 내지 않으면 살아날 수가 없다. 문제는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저렴한 패키지를 원하는 고객이 있는 한 상품은 지속 판매될 것이다.
 
▲슬 : 가이드만 탓할 수도 없다. 여행객들이 가이드에 지불하는 팁이 고스란히 가이드의 몫이 되지 않는다. 가이드 팁은 가이드와 차량기사가 나누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다시 현지 랜드가 가져가고 그중 일부는 결국 여행사에 토해낸다. 수익구조가 약하다보니 가이드들은 무리하게 쇼핑과 옵션으로 벌이를 충당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문/강 : 원래 유럽은 동남아 대비 가이드 수익이나 패키지 운영이 그나마 정상적인 곳으로 꼽혔는데 몇 년 사이 방송 붐에 인기를 얻으면서 동남아 시장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왔다. 유럽은 동남아와 달리 정식 라이센스가 있는 가이드만이 팀에 합류해 일을 진행할 수 있었는데 개별여행자가 늘어나고 데이투어가 난립하면서 지금은 상황 파악조차 힘들다.
특히 유럽 지역 가이드들의 지상비 인상 요구를 바라보는 국내 여행사들의 태도는 더욱 심각하다. 개선 노력보다는 단순한 ‘이벤트’ 정도로 인식한다. 인지도 있는 대형사를 제외하면 여행사들이 승부수를 띄울 수 있는 건 오로지 가격이다. 가격을 낮추려면 현지 여행사와 가이드에 지급되는 비용을 줄이거나 호텔, 일정 등의 컨디션을 낮추는 수밖에 없는 만큼 가이드들의 이 같은 요구를 우습게 본다.

 

자사 소속 가이드를 양성함으로써 관련 문제를 최소화시키고 예방하는 것이 여행사의 책임 아닐까.<사진=하나투어 우수 가이드 시상식>

“프리 아닌 소속 가이드 배출 및 교육 강화 필요”

▲권 : 최근 대형사를 통해 여행을 다녀온 소비자가 가이드의 쇼핑 협박 및 무책임한 일정 운영으로 여행사에 항의한 사례가 있다. 그랬더니 이 여행사가 여행사 소속 가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상품을 구매한 대리점이나 현지 가이드와 해결하라는 무성의한 답변만 했다고 하더라. 물론 여행사에만 책임을 전가할 순 없지만 여행사를 믿고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입장에선 충분히 분통을 터뜨릴만하다고 본다. 가이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방안들이 있나.
 
▲강 : 일부 유럽 전문사들의 경우 본사에서 직접 고용해 교육 시킨 소속 가이드로만 행사를 진행한다. 때문에 여행객들의 가이드 불만 사례는 매우 드물다. 패키지여행사 중에서도 여행 중인 현지 고객들에게 전화를 걸어 가이드 행사에 불편은 없는 지 가이드 몰래 확인하기도 한다. 대형사들은 소속 가이드 교육 강화, 우수 가이드 시상 등을 통해 가이드들에 동기부여와 책임의식을 강화시키고 있다.
 
▲슬 : 골프, 트레킹 등 전문사들은 직원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거나 전문 가이드를 초빙해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크루즈 업체도 비슷하다. 본사에서 가이드 교육 및 양성을 통해 기항지 투어 시 소속 가이드를 배출시킨다. 일부 크루즈 업체는 현지 여행사들의 입찰을 통해 가이드를 수급하고 있어 소비자 불만이 적다고 한다.
 
▲권 : 가이드가 부족한 태국이나 타이완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한국시장을 위한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타이완은 한국어 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이드 양성 교육을 진행 중이다. 향후 3년 안에 자격증을 보유한 100명의 가이드를 배출하기 위한 실행 단계에 돌입한 것.
태국정부는 자국민 교육과 함께 한시적으로 한국인 가이드 50명에 한해 라이센스를 제공하는 ‘코디네이터 교육과정’을 실시한다.
 
▲일동 : 가이드 논란의 종지부를 찍기 위해선 결국은 투어피 정상화가 시급하나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의견들이 많다. 그나마 가이드 팁이라도 제대로 지급하는 구조가 되면 상황이 나아질 거다. 더불어 앞서 언급됐듯이 여행사들이 프리가 아닌 소속 가이드를 키우고 교육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