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09호]2015-10-12 09:27

현지취재 - 독일 베를린(上)
 

2015 베를린 리포트 ‘우리는 지금 베를린으로 간다!’
 
개별여행자 위한 교통, 서비스, 인프라 지속 개발 
 

글 싣는 순서
●독일 베를린<上> 베를린 전통적인 관광지 돋보기
독일 베를린<中> 베를린 신 명소 탐방
독일 드레스덴<下> 구시가지 데이투어
 

 독일 베를린이 지구 별 여행자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다. 도심 곳곳에 자리한 전통적인 관광 자원과 역사의 현장을 찾는 여행객들이 기존 베를린 관광의 효자였다면 최근에는 좀 더 새롭고 다양한 즐길거리에 목마른 청춘과 가난한 예술가들이 무작정 이 곳으로 옮겨와 터전을 일구고 있다.

유럽 내 가장 저렴한 물가와 임대료를 자랑하고 도심의 60% 이상이 녹지 공간일 정도로 에코시티를 지향하는 이 도시는 오늘 날 여행 좀 즐긴다는 트렌드세터들에게 놓칠 수 없는 아지트로 명성을 날린다.

독일관광청과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은 재기 발랄한 베를린의 매력을 한국 시장에 소개하고자 지난 달 13일부터 19일까지 미디어 팸투어를 개최했다. 이에 총 2회에 걸쳐 기자가 직접 걷고 몸으로 체험한 베를린의 매력을 풀어놓을까 한다. 우선 베를린 내 전통적인 관광자원을 구글링 하듯 살펴보고 다음호에는 이제 막 떠오르는 신규 지역과 볼거리들을 좀 더 치밀하게 관찰하겠다.

취재협조 및 문의=독일관광청(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 독일항공(LH.com)
독일 베를린=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워킹투어로 도심 전통 관광지 2~3일이면 정복 가능
 
독일 드레스덴에서 DB기차를 타고 베를린으로 이동하는 데는 약 3시간이 소요됐다. 딱딱한 기차 의자에 몸을 기대자마자 얇은 수필집을 꺼내들었다가 이내 가이드북과 수첩을 열고 베를린에서 하고 싶은 <버킷리스트>를 작성했다. 맥주 마시기, 200번 관광버스 타기, 베를린 틱한(?) 가죽 자켓 구매하기, 클럽 가기 등을 제 멋대로 휘갈겨 썼다가 다시 지우고를 반복했다.

베를린은 독일의 수도이자 심장부이며 위치상으로는 동부 쪽에 가깝다. 크게 12개 구로 (Stadtbezirke) 구성돼 있으며 전체 면적은 약 891제곱킬로미터다. 한국에서는 아직 직항은 없고 주로 유럽 행 항공사들의 경유편을 활용하는데 루프트한자독일항공을 통한 서비스가 가장 보편적이다. 물론 드레스덴, 뮌헨, 프랑크푸르트 등 다른 지역에서 기차나 버스, 렌터카 등을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베를린 중앙역은 기차에서 내리고 올라타는 사람들과 이러한 여행객들을 노리는 장사치, 경찰, 안내요원 등으로 평일임에도 상당히 복잡했다. 작은 역사 안에서 수 백 명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로 떠들며 제각기 공간을 만들고 그러한 무형의 공간과 소리가 역 주위를 감싸는 모습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9월의 베를린은 여름과 봄이 공존하는 한국과 달리 쌀쌀하다. 낮에는 한 여름 같이 덥고 아침에는 선선하며 4시 이후 저녁에는 상당히 춥다는 점에서 위에 걸치는 스웨터나 잠바는 필수다. 비도 자주 오는 만큼 우산이나 우비가 필요하지만 길 곳곳을 둘러봐도 우산을 쓴 사람들은 많지 않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관광시장에서 독일은 찬밥 취급을 받았다. ‘잠들지 않는 도시’ 혹은 ‘에코시티’라는 지금의 명성을 생각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파리, 로마 등 서유럽 중심의 2개국 여행상품이 여성 소비자들에게 각광 받고 유럽 일주 패키지가 중장년층을 타깃으로 날개 돋친 듯 팔려가는 시기에도 독일은 국가 별 이동을 위한 경유지로 묵묵히 위치를 지켰을 뿐이다.

그러던 것이 희귀한 것을 원하는 젊은층과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여행천국으로 부상했으니 ‘인기’란 것은 한편으로는 무섭고 덧없다. 독일관광청에 따르면 현재 독일은 관광산업에서 상당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2015년 1월부터 6월까지 10개 이상의 침실을 소유한 숙박시설에서 해외관광객들의 독일 숙박일 수는 전년대비 160만 박이 늘어난 3,440만 박을 기록했다. 전체 여행객 또한 4.7%나 성장했으며 늘어난 44만 박 가운데 1/3은 아시아가 주인이다.

베를린을 여행하려면 두 발로 걷는 워킹투어가 제격이다. 지하철과 버스 등 교통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베를린 웰컴카드처럼 관광객을 위한 패스도 가격이 저렴하다. 워킹투어 외 자전거를 타고 직접 운전하며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방식도 있다.

참고로 베를린 웰컴카드를 소지하면 도심 내 명소 200곳에서 최대 50%까지 할인이 가능하다. 시간 대 별로 구성돼 있으며 테마도 다양한데 ‘박물관 섬’카드를 구매할 경우 박물관 섬의 모든 입장료가 공짜다.
 

여행지의 인기 광풍과 달리 한국에서 베를린은 주로 정치적 혹은 이념적 소재로 종종 매스컴을 탄다. 냉전 시대를 거쳐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던 과거와 30년 만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독과 서독간의 자유 왕래가 허용된 통일의 사례가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믿음 탓이다. (지난 2014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 25주년이 됐던 해로 다양한 현장 행사와 이벤트가 열렸다.)

베를린 장벽은 1989년 11월 9일 저녁부터 10일 오전까지 계속 붕괴됐고 현재는 일부만 기념으로 남아 있다. 베를린을 여행하는 3일 동안 두 번 가이드가 동행했는데 모두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역으로 기자들에게 물었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이 사실 당시 총리의 말실수였다는 여담과 장벽 붕괴 후 사람들이 몰려와 한동안 축제가 진행됐으며 냉전 시대에도 서로 이동은 가능했다는 설명이 귓가에 남았다. 투어 중 남한과 북한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냐는 가이드의 질문에 기자들 중 누구도 제대로 답을 하지 못했다는 흑역사는 숨기고 싶은 비밀이다.

<다음호에 계속>
 
 
1. 베를린 장벽 이스트사이드 갤러리 (East Side Gallery)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1990년에 세워졌다. 21개 국가의 미술 작가들이 그린 105개의 작품이 1.3km의 담벼락을 따라 하나로 이어지며 베를린 역사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길고 오래된 야외 공개 갤러리로 알려져 있다. 슈프레 강을 바라보는 편에서 왼쪽으로 걷다보면 유독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 있는데 중년의 두 남자가 열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는 중앙 지점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과 에리히 호네커 동독 사회주의통일당 서기장이다. 통일 당시 벅차고 간절했던 독일인들의 마음을 대변한 해학적인 컷으로 명성이 높다. 참고로 이 작품에는 ‘주여, 이 치명적인 사랑을 이겨내고 살아남게 도와주세요’라는 글귀가 달려있다. 지하철 Warschauer Str 역에서 내려 도보로 이동하면 된다. (http://www.eastsidegallery.com)

 

2. 브란덴부르크 문(Brandenburger Tor)
 
고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의 열주문을 본떠 설계됐으며 독일 판 개선문으로 불린다. 과거에는 동서분단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통일 독일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독일 엽서나 화보집, 소개 영상 등에 자주 등장한다. 높이 20m의 문 위에 장식된 고대 전차에 탄 승리의 여신상은 나폴레옹에게 전리품으로 빼앗겼던 것을 후에 되찾은 것이라고. 지하철 Unter Den Linden 역에서 하차해 도보로 2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베를린 관광의 첫 번째 포인트라고 할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며 문 주변으로 간단한 스낵바가 들어서 있고 자전거, 마차, 전기차 등이 호객행위를 한다. 낮보다는 밤에 보는 야경이 더 아름답다.

참고로 브란덴부르크 문과 불과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녹색 지붕의 ‘호텔 아드론 캠핀스키(Hotel Adlon Kempinski)’는 베를린 내 손꼽히는 숙박 시설이다. 럭셔리한 5성급 호텔로 세계적 인사들이 자주 방문하며 과거 마이클 잭슨이 천으로 얼굴을 가린 자녀의 두 발을 잡고 창 밑으로 흔드는 괴행을 벌였던 곳이기도 하다.


 
 

3. 베를린 대성당(Berliner Dom)
 
박물관 섬의 서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검은 누더기를 입은 벽면과 상아빛의 지붕색깔로 유명하다. 1747년부터 건립됐으며 원래는 지금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웅장했다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폭격의 영향으로 건물 외벽이 많이 상했고 지금은 기본적인 교회의 모습만 남아있다. (참고로 베를린 돔은 원래 성당으로 지어졌지만 지금은 교회로 사용 중이다.)

내부로 들어가면 스테인드 글라스와 천장의 모자이크가 눈에 띄며 높이 114m, 폭 73m의 거대한 천장 돔이 여행객을 맞는다.

독일 왕가의 지원을 받았던 만큼 호엔촐레른 왕가의 묘를 소장하고 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돔 투어. 총 270개의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오르면 밑으로 펼쳐지는 베를린 시내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열며 오디오 가이드는 3유로, 가이드투어는 7유로를 내야한다.
 

 
 
4. 박물관 섬(Museumsinsel)

 
슈프레 강에 위치한 섬의 북쪽편을 말하며 베를린 대성당을 비롯해 네 개의 박물관(△ALTES MUSEUM △BODE MUSEUM △PERGAMON MUSEUM △NEUES MUSEUM)들이 근거리에 밀접해 있다. 박물관 규모가 워낙 크고 전시 작품 수가 상당한 만큼 모든 박물관을 둘러보려면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한다. 때문에 베를린에서 머무는 날이 많지 않다면 꼭 가보고 싶은 한두 곳만을 방문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에 의한 재건 공사가 한창이며 네페르티 왕비의 흉상 등 세계적 수준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와 달리 내부 보안이 살벌한 탓에 박물관 티켓은 중간에 버리지 말고 항시 소지해야 한다. 구(ALTES) 박물관 바로 앞에는 루스트가르텐(Lustgarten)이라고 하는 넓은 잔디 정원이 조성돼 있어 자유를 즐기는 사람들로 늘 붐빈다. 주말에는 벼룩장터나 예술가들의 음악 공연도 열린다.

 
 
5. The WALL
 
체크 포인트 찰리 위편에 자리한 대형 전시장으로 베를린 장벽이 아직 존재하던 당시의 생활상과 사람들의 모습을 이미지화 해 360도 파노라마 형태로 전시한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 그리고 완전히 달랐던 동서 베를린 사람들의 현실들을 고스란히 마주할 수 있어 여행 중 그리 유쾌한 경험은 아니지만 흔적만 남은 장벽 보다는 그나마 가장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관람 시간은 10분 내외. 매일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며 입장료는 성인 1인 기준 10유로. 6살 미만 어린이는 4유로다. (http://asisi.de/panoramas/the-wal)

 
 
6. 체크 포인트 찰리(Checkpoint Charllie)

 
냉전 시대 독일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 체크 포인트 찰리는 1961년부터 1990년까지 연합군과 외국인, 외교관, 여행객들이 동 베를린과 서 베를린을 드나들 수 있었던 유일한 관문으로 쉽게 풀이하면 검문소의 역할을 담당했다. 이곳의 주요 업무는 서독의 연합군이 동독으로 들어가는 것을 기록하고 동독에서의 체류지를 조사하는 등 서류작업이 많았지만 실제로는 꽤나 까다로운 작업이었다고 전해진다.

참고로 외국인 여행객 역시 이곳에서 조사를 받았지만 동독에서 서독 쪽으로 나올 때는 검문을 받지 않았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1년 뒤인 1990년 6월 22일 검문소도 철거됐다. 당시의 검문소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으며 실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앞을 지키고 있어 사진을 찍으려는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있다.

검문소 옆에는 독일의 분단과 통일에 관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는 벽박물관(Haus am Checkpoint Charlie)이 위치한다.

 
 
7. 콘체르트 하우스(Konzerthaus Berlin)

 
베를린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장으로 꼽히는 겐트아르멘마르크트(Gendarmenmarkt)에 있는 콘서트홀이다. 고전주의 양식의 건축물로 칼 프리드리히 쉰켈(Karl Friedrich Schinkel)이 설계했다. 대부분의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폭격 때문에 건물이 크게 파손됐다. 재건과 개축을 거쳐 1984년 10월 1일에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콘서트 홀로 문을 열었다. 1,600석 규모의 대형 콘서트 홀과 400석 규모의 작은 콘서트홀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도 오케스트라 연습실 등이 있다. (http://www.konzerthaus.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