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0호]2015-10-16 09:57

현지취재 - 독일 베를린(中)




2015 베를린 리포트, 권태와 헤어지는 방법
고급 브랜드, 빈티지 숍, 디자인 갤러리 까지
명품 보다 정감 넘치는 소품 한 가득
 ‘핫’한 매력을 찾아 ‘쿨’한 여행객들이 몰려든다!
24시간 잠들지 않는 도시
 

글 싣는 순서

독일 베를린<上> 베를린 전통적인 관광지 돋보기
●독일 베를린<中> 베를린 신 명소 탐방
독일 드레스덴<下> 구시가지 데이투어
 
 
 
 
베를린만큼 호불호가 엇갈리는 지역이 있을까? 사실 본인이 세련되거나 남보다 빠르다는 것을 친히 알리고 싶은 성격이라면 당신과 베를린은 그리 어울리는 짝이 아닐 수 있다. 베를린은 속도를 자랑하는 여행지가 아니다. 날씨는 변덕스러우며 영어가 통하지 않고 사람들도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인다. 대신 즐길거리와 볼거리는 날로 풍만해지는 만큼 곳곳을 바삐 살피며 시간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는 게으름만은 최고다.

누구나 알지만 간과하기 쉬운 사실. 나와 남이 다를 수 있다는 것. 내가 좋은 여행지가 남에게는 지옥일 수 있는 만큼 여행지 추천은 어렵고 또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사심을 담뿍 더해, 독자들이 조금이라도 베를린에 호기심을 갖기를 바라며 베를린 리포트를 이어나갈까 한다. 지난 호 전통적인 랜드마크 구글링에 이어 이번호에는 트랜드세터들의 마음을 훔친 신 명소와 볼거리들이 주된 관찰대상이다. 여행 좀 다녀본 언니가 말하는 2015년 베를린의 가을은 한 없이 뜨겁다.

취재협조 및 문의=독일관광청(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 독일항공(LH.com)
독일 베를린=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회색 도시 녹색의 옷을 갈아입다”

팸투어에 동행했던 한 관계자는 멀지 않은 과거 베를린(Berlin)의 흑역사를 소개하는데 부끄러움이 없었다. 예외 없이 유쾌한 표정을 짓는 그는 불과 25년 전 베를린은 큰 구덩이에 물이 가득 차 있던 회색 도시에 불과했고 자기들끼리도 ‘hole’이라고 부르며 도시를 냉대했다는 과거를 토했다.

실제 지금도 도심 곳곳에 자리해 있는 형형색색의 파이프를 보면 이러한 농이 거짓은 아닌 듯 싶다. 더 정확히 말하면 베를린의 고도가 워낙 낮은 탓에 건물 지하에 대부분 물이 고여 있어 새로 건물을 짓거나 공사를 시작할 때 파이프로 물을 빼내야 한다고.

오늘 날 지구 상 가장 섹시한 도시라는 수식어를 훈장처럼 달고 있는 도시가 의외로 허술한 점이 많다는 것은 흥미로운 팁이다. (여담이지만 베를린 마라톤은 선수들 사이에서 세계적으로 성적이 가장 좋은 대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낮은 고도와 완만한 코스 덕분이라고 추측한다.)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 첩보 영화나 역사적 사건 혹은 다큐멘터리 때문에 이 도시를 경험하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회색’의 정적인 이미지부터 떠올린다.

물론 비가 자주 오고 해가 일찍 지며 도심 뒤편 뒷골목에 들어서면 ‘여기가 바로 유럽이다’를 몸소 외치는 파리나 로마와 달리 휑한 풍경을 만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베를린=회색’이라는 공식은 4반세기만에 철저히 깨졌다.

독일 동부에 위치한 베를린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도심의 60% 이상이 녹지대일 정도로 넓은 숲과 호수를 곳곳에 끼고 있다. 백화점과 갤러리, 편집숍들이 빼곡히 들어선 관광지에서 조금만 걸어 내려오면 사람들이 편안하게 조깅을 즐기는 공원이 있고 바로 뒤로 큰 물줄기가 흐른다.

연 평균 기온 또한 9℃로 영하로 내려가는 경우가 드물고 한국보다 오랜 기간 봄에 핀 꽃들이 그 형태를 유지한다. 도시를 재건하고 환경보호에 앞장서려는 각계각층의 노력도 더해져 오늘날의 베를린은 에코시티(ecocity) 생태도시 그리고 공간 활용의 모법답안으로서 명성을 쌓고 있다.

 
 


“명품 보다는 하나밖에 없는 애장품”

베를린의 랜드마크를 하루 이틀에 걸쳐 관광했다면 이제는 눈을 좀 돌려보자. 길거리에 펼쳐진 돗자리에서 혹은 이름 모를 숍에서 내 인생 최고의 아이템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최근 베를린에서 가장 한 핫 거리로 평가받는 곳은 크로이츠베르크(Kreuzberg). 블로거들 사이에서 베를린의 이태원, 홍대라고 소문난 지역이다. 지하철 Korrbusser Tor역 혹은 Schonleinstr 역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다. 크로이츠베르크 지구는 저렴한 가격의 음식점과 아트숍, 커피숍, 문화 공간, 옷 가게들이 즐비한 공간이다.

낡은 벽을 채우고 있는 화려한 그래피티와 수십 장의 공연/쇼 포스터(지구 동쪽에는 베를린에서 가장 핫 한 클럽들이 모여있다)는 이곳의 상징과도 같다. 특히 터키계 외국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으로 그네들의 일상적인 삶까지 함께 둘러 볼 수 있다.

거리 초입부에 자리한 대형 케밥 가게와 히잡(Hijab)으로 온 몸을 꽁꽁 가린 여성들까지, 터키로 ‘순간이동’한다. 거리 양 끝과 건물 사이로 주택가가 숨어 있기도 하고 건물 지하에는 이발소, 생선 가게, 미용실, 서점, 복권 가게 등 관광지가 아닌 삶의 터전이 자리한다.

여기에서 더 남쪽 부근에 들어선 노이쾰른(Neukolln)은 크로이츠베르크에서 활동하던 아티스트들이 지금보다 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이전한 곳으로 한국의 문래동이나 상수역과 닮아있다.

만약 나만 좋은 애장품 보다 남들이 보기에도 고급스러운 의상이나 대중적인 숍들을 방문하고 싶다면 하케쉐르 마켓(Hackescher Markt)으로 이동해보자. 세계적인 명성을 지닌 베를린 디자이너들의 숍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백화점과 브랜드 스토어를 찾는 사람들로 꼬리를 문다.

역 광장에는 벼룩시장 같은 장터가 조성돼 있어 크고 작은 천막부스들이 서있는데 핫도그, 맥주, 감자튀김 등 가벼운 간식이나 차를 즐길 수 있다. 또 각종 장신구 등 소소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다. 참고로 역 맞은편에 자리한 ‘하케쉐르 회페 (Hackescher Hoefe)’건물은 꼭 방문해볼 것.

겉으로 보기에는 별 차이 없는 대형 빌딩이지만 사실 이곳은 하늘이 뚫린 거대한 공터에 서로 다른 갤러리와 패션숍, 아카데미, 상점, 정원 등이 흡사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구조다. 단박에 영화세트장 혹은 인사동 쌈지길을 연상시킨다. 실제 사람이 살고 있는 주거공간부터 입구 초입에는 영화관과 노천카페까지 있어 내부를 구경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센스 있는 럭셔리 + 테마 여행”

베를린에서의 쇼핑이 각광받는 이유는 제품 보다는 분위기에 있다. 사람들의 말을 빌려보면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신상품이 먼저 출시되거나 가방, 구두, 화장품 등의 질이 한국보다 몇 배나 뛰어나서가 아니다. 벼룩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구제의상과 거리 곳곳에 숨어있는 빈티지 숍,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편집숍까지 여행자 마음대로 자유로운 쇼핑과 탐색이 가능하다는 점이 최고의 매력이다.

쿠담 거리(Kurfuerstendamm)는 이러한 다양한 베를린의 쇼핑 거리 중에서도 가장 고가의 명품군들이 집합한 장소로 현지인 보다는 주로 관광객들이 몰린다. 물가 또한 착하지 않아 한국과 별 차이 없는 가격대를 자랑하는데 몇 년 사이 물가가 대폭 올라 예전만큼의 명성은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길 대로변에 자리한 명품숍에는 어쩔 수 없이 한 번씩 눈이 가고 신발끝이 붙는다.

쿠담 거리는 카이저 빌헬름 기념 교회(kasier-Willheim-Gedachtnis-kirche)와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동물원인 초 (Zoologischer Garten Berlin)를 중심으로 길게 이어져 있다.

과거 여행객들이 쿠담거리에서 카이저 교회를 보고 동물원을 방문했다면 요즘에는 복합쇼핑몰과 호텔 그리고 클럽이 한 번에 연결돼 있는 ‘비키니 베를린(Bikini Berlin)’을 우선 순위로 삼는다. 비키니 베를린은 초 동물원 바로 뒤에 위치해 있어 날이 좋으면 건물 창에 장착된 통유리를 통해 수풀에서 뛰어다니는 동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비키니 베를린 내부 안에는 다양한 쇼핑 숍과 의상, 신발, 모자 등을 판매하는 크고 작은 잡화점이 들어서있고 커피숍과 서점 등도 위치한다. 그리고 호텔 꼭대기 층 ‘몽키바(MONKEY BAR)’는 베를린 시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 스팟으로 소개된다. 직접 방문해본 결과 사람들이 부비적 대는 클럽이 아니라 삼삼오오 자유롭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가볍게 술을 마시는 바와 같았다.

자리가 편하거나 공간이 넓은 편은 아니며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클럽이 구분돼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출입 가능하고 개까지 들어올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

쿠담 거리와 바로 연결되는 타우엔치엔 거리(Tauentzienstrasse)에는 유럽 내 최대 백화점으로 불리는 카데베(KADEWE)가 자리한다. 코스메틱 패션, 잡화, 보석 등 편리한 시설에서 원스톱 쇼핑이 가능해 지금도 종종 추천장소로 언급된다.

<3편에서 계속>
 
 


△베를린 신 공항(BER)

2016년 시범운영 그리고 2017년 하반기 최종 오픈을 예정하고 있는 베를린 신규 공항이다. 지금껏 국제공항의 역할을 담당했던 쇠네펠트(SXF)와 테겔공항(TXL)에 이어 새로운 기대주자로 관심을 받고 있다. 연간 약 2,800만 명의 승객이 방문하는 베를린은 그간 방문자 수요와 도시의 명성에 비해 국제공항의 인프라나 서비스가 다소 낙후됐던 것이 사실.

실제 한국 또한 프랑크푸르트 혹은 뮌헨 공항을 거쳐 베를린으로 이동하거나 아예 유럽 내 다른 노선을 통해 여행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종종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베를린 시 당국 또한 이러한 수용능력의 한계를 인식하고 공항 구축에 주력하고 있으며 신 공항이 오픈될 경우 테겔공항은 폐쇄될 예정이다. 베를린 신공항은 자연을 주된 콘셉트로 출국장 내 공항 카운터 외관을 모두 나무 자재를 활용해 설계했다.

공항이 아니라 관리가 잘 돼 있는 삼림욕장을 떠올리게 한다. 원래 2012년에 오픈을 예고했던 베를린공항은 현재까지 오픈이 계속 연기되는 탓에 우려의 시선도 받고 있지만 좀 더 안전하고 철저한 준비 끝에 공항을 운영하겠다는 각오다. (http://www.berlin-airport.de)
 





△Konnopke’s ImbiB

‘7,000만 개’. 이 어마어마한 숫자는 베를린에서 연간 소비되는 소시지의 개수다. 우리나라에서 떡볶이나 김밥, 튀김 등이 국민간식이라면 베를린에서는 ‘커리부어스트’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우리나라에도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번화가나 관광지 주변에 떡볶이나 닭꼬치 등을 판매하는 노점이 자연스레 들어서는 것처럼 베를린 또한 시내 호텔은 물론 관광지와 버스정류장, 박물관 혹은 시장 주변에서는 어김없이 컨테이너 박스 형태의 ‘커리부어스트’ 가게를 찾을 수 있다.

<Konnopke’s ImbiB>는 이처럼 소시지 관련해서는 한 ‘자부심’하는 베를린의 맛 집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며 1930년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해오고 있다. 혹자는 약간 탄 듯한 큰 소시지에 케첩과 마요네즈, 카레가루를 더하는 조합이 당연히 맛있을 수밖에 없다며 시큰둥해하지만 베를린을 제외한 독일 내 다른 목적지에서는 커리부어스트의 맛이 그 달리 뛰어나지 않다는 것.

속는 셈 치고 꼭 한 번 맛볼 것을 권한다. 소세지와 소스만 나오는 기본 메뉴의 가격은 2.20유로이며 감자튀김이 추가될 경우 3.50유로다. 케첩과 마요네즈 등 소스가 더 필요 할 때는 야박하지만 0.30유로를 추가 지불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열고 토요일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한다.

·주소: Schonhauser Allee 44 b, 10435 Berlin
·전화번호 : +49-30-4427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