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0호]2015-10-16 10:40

“엄마, 돈 줄 테니까 오늘 출근안하면 안돼?”
여성 CEO, 여성간부 찾기 힘든 여행업계 천태만상

여행기업 전체 직원 중 여성 비중은 60~70% 이상 육박

이사 급 간부는 손에 꼽을 정도, 효율적인 인재 운영 필요
 
 ‘유리천장(glass ceiling)’이란 경제용어는 여성과 소수민족 출신자들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조직 내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뜻한다. 투명하고 얇은 유리의 특성 상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것. 능력과 자격을 갖췄음에도 남성에 비해 승진이 쉽지 않고 조직 내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힘든 여성들의 상황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표현이다. 굳이 여행업계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기업과 사회는 여성에게 인색하다.

특히 결혼 후 이어지는 ‘임신-출산-육아’의 3중고는 현실적으로 여성의 활발한 사회 진출을 막는다.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법과 제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분위기가 더 무섭다. 고객과 오랜 시간 감정을 나눠야 하고 일에 있어 친절과 유연성이 필수인 여행업은 어쩌면 여성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는 산업임에도 우리업계에서 여성인재를 육성하려는 노력과 지원은 미미하다.

여행사의 경우 급여와 승진에 있어 남성 직원에 비해 불리한 것은 물론 업무에도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다. 주요 여행사들의 여성 직원 운영 현황과 복지 체계 등을 집중 탐구해봤다.

자료 참조=고용노동부(http://www.moel.go.kr/)/고용보험(www.ei.go.kr)/여성가족부(www.mogef.go.kr)/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 (www.childcare.go.kr)/아이돌봄서비스(https://idolbom.go.kr)

=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사례 1 - 여성 간부 찾기는 사막에 떨어진 바늘 찾기

관광학과 졸업하고 공채로 입사했어요. 여행업계에서 알아주는 1군이고 다른 업체보다는 처우도 괜찮고, 초반에는 자부심도 컸죠. 처녀 때 정말 연애 안하고 일만 열심히 해서 대리 승진도 빨랐고요. 지역영업팀에 들어와서는 현지 랜드사나 항공사, 관광청 가릴 것 없이 중요한 파트너들은 발품 팔면서 계속 만났어요.

신상품도 많이 개발하고 소위 지원금도 챙겨서 광고도 크게 했고, 성과나 실적은 거짓말 조금 보태자면 같은 동기들 중에 제일 나아요. 그런데 승진이랑은 통 인연이 없네요. 그나마 좀 늦은 나이에 결혼하고 출산까지 하니까 더 멀어졌어요.

애기 낳고 복귀했더니 같이 출발했던 남자 동기들은 어느 덧 과장, 차장 달고 목에 힘주는데 나만 여전히 그대로고. 아무리 열심히 일해 봤자 팀장이 끝이라는 생각에 사실 더 일하고 싶은 마음도 없어요.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여행사 같은 또래들 봐도 상황은 마찬가지예요. 씁쓸하지만 목구멍은 또 포도청이니까.
<A패키지 여행사 팀장>
 

 

관광청이나 항공사, 호텔 등에 비해 여행사는 아직도 남성들의 정글이다. 전체 직원 중 절반 이상이 여성 직원이고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신입 사원 중 70% 이상이 여성일 정도로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조직의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것은 언제나 몇몇의 남성일 뿐이다.

주요 여행사들의 여성 간부 상황을 조사한 결과 이러한 불평등이 실로 심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대형사로 꼽히는 하나투어와 모두투어를 살펴보면 우선 하나투어는 전체 2,100명의 직원 중 여성 직원은 약 56%인 1,300여 명 수준이다. 이 가운데 팀장, 총괄팀장, 부서장 등의 간부는 90여 명으로 파악된다.

모두투어는 전체 직원 1,081명 중 여성 직원의 수는 452명으로 약 42%를 차지하고 있으며 간부는 임원 1명, 부서장 2명 그리고 파트장 포함 약 30명이다. 회사의 규모 그리고 인력 상황을 감안하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성 직원이 상당히 적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중소기업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이한 것은 중소기업일수록 전체 직원 중 여성 근로자 수가 높다는 것. 인건비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롯데관광은 전체 인원 중 약 60% 이상이 여자 근로자이며 이 중 간부는 팀장 이상이 3명, 임원급은 고작 1명에 불과하다. 노랑풍선 또한 전체 직원 수 361명 중 여직원은 246명으로 68%를 차지하고 있으며 간부는 이사 급 이상 3명으로 파악된다. 여행박사는 전체 직원 311명 중 여성 직원 수가 213명으로 68.5%의 비중을 보였으며 팀장급 간부는 31명으로 비교적 많았다. 그러나 부서장 혹은 지점장급 간부는 3명으로 역시 적었다.

참좋은여행은 전체 직원 250명 중 약 70%인 175명이 여성 직원으로 (여성 직원이) 상당히 많은 기업으로 조사됐다. 참좋은 측의 여성 간부는 이사 2명, 차장 5명이다. (직책별로는 임원 2명, 팀장 8명) 내일투어는 전체 직원 187명 중 여성이 63%로 118명이며 여성 간부는 전무 1명, 부서장은 2명이 근무 중이다. (기타 팀장 급 16명)

온라인 기업인 투어익스프레스는 약 160명의 직원 중 여직원이 116명이며 여기서 부장 급 간부는 10명 정도다. 끝으로 투어2000은 전체 직원 128명 중 여성직원수가 64%를 차지하고 부장급 이상 간부는 4명이라고 답했다.
 
 

 

사례2 - 둘째 낳으면 서서히 뒷길로, 남편 육아휴직은 드라마에서나 가능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첫째 낳고 둘째를 금방 가졌어요. 9개월까지 일하고 출산휴가에 들어갔는데 얼마 안 돼서 회사 인사팀 부장이 전화를 했더라고요. 잘 지내냐, 몸은 괜찮냐? 형식적인 인사 끝에 대뜸 언제 나올 수 있냐고 묻는 거예요. 아직 몸도 안 풀었는데. 애기 낳고 복귀한다고 했더니 갑자기 회사 지금 어렵다, 돈이 너무 안 된다, 너 말고 다른 사원도 이번에 결혼한다더라, 밑도 끝도 없는 얘기를 하데요. 잠시 멍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빨리 퇴사하거나 아니면 육아 휴직을 쓰지 말거나 하라는 압력이었어요.

그때가 2008년 금융 위기라 여행업계 전체가 상당히 어려웠거든요. 몇 년씩이나 몸담았던 직장이고 애기 낳기 바로 직전까지 일했는데, 너무 서운해서 남편 붙잡고 울었어요. 답은 없지요. 결국 관두고 작은 회사로 옮겼어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여성 지원 제도는 출산 휴가 및 육아휴직 제도를 들 수 있다. 우선 출산전후 휴가란 출산한 여성근로자의 근로의무를 면제하고 임금상실 없이 휴식을 보장받도록 하는 제도이다. 임신/출산 등으로 인해 소모된 체력을 회복시키고자 나라에서 부여하는 제도로 임신 중의 여성에게 출산 전과 출산 후 총 90일(다태아 일 경우 120일)의 휴가를 지급한다. 이 경우 휴가 기간의 배정은 출산 후에 45일(다태아 일 경우 60일) 이상이 돼야 한다. (근로기준법 제74조)

육아휴직이란 근로자가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신청, 사용하는 휴직을 말한다. 육아휴직은 근로자의 육아부담을 해소하고 계속 근로를 지원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 및 고용안정을 도모하는 한편, 기업의 숙련인력 확보를 지원한다. 통상 육아휴직의 기간은 1년 이내. 자녀 1명당 1년씩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자녀가 2명이면 각각 1년 씩 두 번 사용할 수 있고 모든 근로자의 권리이므로 아빠도 사용할 수 있다.

취재 결과 설문에 답한 대부분의 여행기업들은 현행법상 권고되는 출산/육아 관련 모든 제도를 도입, 시행하고 있었다. 제조업이나 기타 기술직에 비해 여행업계가 오히려 여성들을 위한 지원이나 혜택은 더 잘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 이러한 프로그램 혜택을 여성 직원들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참고로 여행사가 자랑하는 복지 혜택 중 여성들을 위한 실속있는 제도가 미비한 것은 개선이 필요하다. 휴게실 사용, 단축 근무(탄력근무제) 및 재택근무, 성희롱 예방교육, 기념품 지원 등은 굳이 여성 뿐 아니라 남성 직원에게도 동일하게 제공된다.

꼭 필요한 수유실 운영이나 워킹맘들을 위한 조직 내 유아원 운영 등은 그야말로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환상일 뿐이다. 특히 한 자녀 이상을 양육하는 엄마들의 경우 둘째부터는 90일의 출산 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두 달 만에 출근하거나 암암리에 휴가 중 임금을 받지 않는 등 피해를 입고 있었다.
 

사례 3 - 비정규직 인생, 출산·육아 모두 엄마 ‘몫’
남자 직원하고 여자 직원을 대하는 태도가 다른 사람들이 많아요. 쉬운 예로 나이 좀 있는 항공사 세일즈들은 여자 신입한테 대뜸 반말로 인사하죠. 나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력도 적은 남자 직원이 대리나 팀장을 달면 아무 말도 못하면서 여성 경력자한테는 함부로 해요. 어떨때는 아예 말 자체가 안 통합니다.

한 번은 고객 컴플레인 때문에 상담하는데 너 말고 남자 상사랑 얘기하겠다는 거예요. 아무리 말려도 소용없고, 결국 후배인 남자 사원이 대신 처리했죠. 남자가 술 먹고 영업해서 일감 따오면 성격 좋은 거고 여자가 늦게까지 술자리 앉아있으면 보기 흉하니까 관리하라고 하고, 재밌어요 -

 
 
여행사에 근무하는 간부급 중 여성은 유독 싱글이 많다. 편협한 시선일수는 있지만 사회적 성취와 가정생활의 양립이 결코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여행업은 야근이나 주말 출근 등 업무강도가 세고 해외출장도 빈번해 정착이 어려운 직종이다. (급여가 낮은 것은 남녀 모두 동일하기 때문에 언급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여기서도 남자직원에 비해 여자직원의 월급이 조금 더 낮다.) 과거보다는 상쇄됐지만 항공사, 랜드사, 거래처 등 네트워크 관리도 필요한데 시간 사용이 좀 더 자유로운 남성에 비해 아이가 있다면 아무래도 약자 취급을 받는다.

전문가들은 좌석, 객실 등을 미리 확보하고 다시 이것을 판매하며 수익을 남기는 영업집약적인 여행사의 구조가 여성들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남자 직원들은 우선 돌진하는 식으로 상품을 팔며 앞에서 성과를 내지만 여성 직원은 주로 전화상담, 수배, 광고홍보, 회계 등 뒤에서 업무를 지원한다는 것.

특히 남자 직원들이 몇 차례의 술자리와 사적인 친분으로 일을 강행해 여자 직원들은 다 해놓은 일까지 뺏기는 경우도 있다. 해외 출장이나 교육 기회에서 밀리는 사례는 빈번하다.

익명을 요구한 여행사 한 간부는 “불경기라면 기업 입장에서 출산이나 육아휴직에 대한 비용은 솔직히 부담이 다. 그렇다고 대놓고 여자 직원을 괄시하거나 등한시 하는 풍토는 과거에 비해 많이 사라졌다”며 “특별히 여성과 남성을 나눠서 교육하거나 어느 한쪽에 쏠리지는 않는다. 일을 열심히 하고 성과가 좋다면 남녀 구분없이 당연히 이쁨을 받는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현재 여행기업들의 간부가 대부분 남성이지 않나? 남자후배들과 출장 다니고 같이 술 마시고, 상대적으로 교류가 많다보니 조금 더 고급 정보를 노출하거나 필요한 팁을 줄 수 있다. 여자직원들은 이런 점에서 불리하다. 소위 매달릴 끈이 없다”고 지적했다.
 
 
△육아휴직급여?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의 자녀를 가진 근로자가 그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 남녀 고용평등과 일 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 19조에 의한 육아휴직을 30일 이상 부여 받고 소정의 수급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매월 통상임금의 100분의 40(상한액 : 월 100만 원, 하한액 : 월 50만 원)을 지급한다. 단 육아휴직 급여액의 일부를 직장 복귀 6개월 후에 합산해 일시불로 지급한다. (육아휴직 시작일이 2015년 7월 1일 이전: 100분의 15, 2015년 7월 1일 이후: 100분의 25)

육아휴직을 시작한 날 이후 1개월부터 매월 단위로 신청하되, 당월 중에 실시한 육아휴직에 대한 급여의 지급 신청은 다음 말일까지 해야 한다. 매월 신청하지 않고 기간을 적치해 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육아휴직이 끝난 날 이후 12개월 이내에 신청하지 않을 경우 동 급여를 지급하지 않는다. 육아휴직 급여 신청서, 육아휴직 확인서 1부(최초 1회만 해당), 통상임금을 확인할 수 있는 증명자료(임금대장, 근로계약서 등) 사본 등이 필요하다.
 
△사업주 필요사항
사업주는 근로자가 소정요건을 갖춰 육아휴직을 신청하면 반드시 이를 허용해야 한다. 사업주는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전과 동일한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근로자를 복귀시켜야 한다. 또한 육아휴직기간은 근속기간에 포함해야 한다.

이는 육아휴직 실시근로자에게 휴직 후 원직복직을 보장함으로써 육아에 전념 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퇴직금 산정, 승진 및 승급 등에 있어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사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육아휴직을 허용하지 않는 경우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참고로 사업주는 육아휴직기간동안 임금을 지급할 법적 의무는 없다. 단체협약·취업규칙 등에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한다고 규정돼 있는 경우에는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