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1호]2015-10-23 09:50

현지취재 - 독일 드레스덴(下)
글 싣는 순서
독일 베를린<上> 베를린 전통적인 관광지 돋보기
독일 베를린<中> 베를린 신 명소 탐방
●독일 드레스덴<下> 구시가지 데이투어
 

 
독일 판 피렌체 無(무) 에서 有(유)를 낳다
 바로크 양식의 독특한 스카이라인으로 시선 강탈
음악, 예술, 문화의 도시
 
 
독일 여행의 정점은 드레스덴에서 찍는다. 독일의 피렌체 혹은 엘베강(River Elbe)의 진주라 불리는 이 작은 도시는 밖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이미지와는 달리 숨은 상처와 역사가 굉장한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체코나 헝가리로 이동하거나 베를린 및 뮌헨과 연결된 ‘스쳐지나가는’ 도시쯤으로 드레스덴을 생각하지만, 핵심을 알고 보면 이 곳만큼 여행에 최적화된 곳도 드물다.

드레스덴은 독일 동부에 위치한 작센 주의 주도로써 엘베 강변에 위치해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독일 남부의 문화·정치 중심지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지만, 오히려 그 화려한 명성 탓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입에 담기 힘든 전쟁의 아픔을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다.

이후 독일은 물론 세계 각국의 도움을 받아 도시 전체의 복원에 성공, 현재는 예술과 문화는 물론 경제, 학문, 기술 등이 조화를 이루는 독일 내 최대 도시로 탈바꿈했다. 한국 시장에서는 아직 만년 조연에 불과하지만 이제 곧 독일 여행이라는 영화에서 주연급 스타로 발돋움할 드레스덴의 매력을 탐구해봤다.
취재협조 및 문의=독일관광청(www.germany.travel), 루프트한자 독일항공(LH.com)
드레스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히틀러가 가장 사랑했던 도시가 드레스덴이라는 것을 아나요? 400년 가까이 이어진 작센왕조의 영향으로 도시 곳곳에 중세시대의 건축물과 문화유산 그리고 전 세계를 유랑하며 구해온 진귀한 보물들이 남아있었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드레스덴은 그래서 더 많은 사상자를 냈어요. 전쟁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명소였던 이 곳만은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 아래 피난민들이 자꾸만 모여들었던 탓이죠. 미-영국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심의 40km²이상이 파괴됐었답니다.”
 

투어에 동행한 가이드는 폭격 당시 회색 먼지와 그을림으로 가득한 드레스덴의 모습과 무너진 건축물들을 담은 사진첩을 뒤척이며 한 동안 설명을 이어나갔다. 국내 여행사들이 판매하는 독일 상품에서 드레스덴은 단독을 찾기가 유독 힘들다.

위에 살짝 언급한 것처럼 다른 도시와 연결하거나 넓게는 오스트리아-체코-헝가리까지 동유럽 전체 상품 일정에 포함되는 경우다.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에 많은 여행자가 햇빛에 반짝이는 엘베강이나 궁전 앞에서 사진만 찍을 뿐 특별한 소감을 남기지 못한다. 여행의 겉만 핥고 그치는 것이 아니라 조금 더 속살을 맛보고 싶다면 드레스덴을 관통하는 역사는 제대로 알 필요가 있다
 

드레스덴은 부활의 상징과도 같다. 각 지역마다 서로 다른 색과 성격을 띠는 독일 내에서도 이색적이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드레스덴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에 의한 폭격으로 도심 전체가 초토화 됐으며 그 결과 무려 3만 5천 명이 넘는 사람들의 희생된 전례가 있다.

전쟁 이후 도시 재건 작업 과정에서 무너진 벽 틈이나 잿더미 안을 살펴보면 끊임없이 시신이 나왔다고. 독일 통일 후 정부는 물론 전 세계의 지원을 받아 도시 복원 작업에 돌입했으며 이를 계기로 평화와 화해의 도시라는 닉네임을 얻게 된다. 전쟁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고자 나무 한 개, 기둥 하나, 벽돌 한 장까지 소중히 여기며 최대한 그 모습 그대로 도시를 살려냈다는 일화는 드레스덴이란 도시의 가치를 나타낸다.
 

드레스덴 중앙역을 여행의 출발점으로 정하고 유럽의 발코니라 불리는 ‘브뤼울 테라스’까지 직진으로 걷는 약 30~40분 동안 드레스덴의 보석 같은 구 시가지를 둘러볼 수 있다. 드레스덴은 면적의 60% 가량이 숲과 녹색 지대로 구성돼 있어 자연환경이 풍부하고 도심을 벗어나 외곽으로 나가면 포도밭이나 농장 같은 에코지대도 많다. 거주 인구는 53만 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56개의 갤러리, 44개의 박물관 및 36개의 극장이 모여 있으며 관광 외에도 문화, 예술, 음악 등이 조화롭게 도시 전체를 받치고 있다.
 

드레스덴 관광의 최대 하이라이트는 ‘바로크’ 양식의 스카이라인. 구시가지에 자리한 츠빙거 궁전, 레지덴츠 성, 젬퍼 오페라 하우스, 성모 교회 등이 모두 1800년대 유럽 바로크 건축 양식을 띄고 있다. 그 중에서도 츠빙거 궁전은 유럽 내에서도 손꼽히는 바로크 건축물의 정수로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는다. 800년 전의 궁전과 성벽 사이로 현대적인 트램과 사람들이 한 번에 스쳐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지나친 개발과 현대화를 부르짖는 서울의 빌딩숲이 떠올라 막막해진다.
 
혹자는 아우구스투스 다리 건너편에서 바라보는 드레스덴의 실루엣이 유럽 내 어떤 도시보다 아름답다고 칭송하기도 한다. 실제로 드레스덴의 야경은 세계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체코나 헝가리와 비교 해봐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해가 지고 밤이 찾아오면 도심의 대부분 건물들이 크고 작은 조명과 외벽 특유의 빛번짐 현상으로 푸르게 빛난다.

 
 
신 시가지 소개
 
△드레스덴 신시가지 돋보기
드레스덴은 크게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뉘는데 브뤼울 테라스에서 아우구스투스 다리를 건너면 그때부터가 신시가지, 즉 노이슈타트다. 구시가지가 전통적인 건축물들과 관광지가 밀집한 곳이라면 신시가지는 다양한 레스토랑과 클럽, 카페, 학교 등이 자리해 있다.
 

실제 공부를 목적으로 거주 중인 학생들도 약 5만 명 정도다. 오늘날의 노이슈타트는 전 세계의 젊은 학생들과 예술가 그리고 여행자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로 정의할 수 있다. 스튜디오, 극장 등을 비롯한 상정과 패션 몰, 편집숍 등이 들어서 있고 각종 수공예품은 물론 잡화와 인테리어 소품을 취급하는 전문 하우스 등도 속속 개장하는 중이다.

여행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데 문화재가 산재한 구시가지에 비해 신시가지는 전형적이 유럽의 모습이라고 타박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신시가지가 최근 더 주목받는 이유는 19세기 파리라고 소문 난 괴를리츠(Gorlitz)라는 지역 때문. 괴를리치는 드레스덴의 동쪽에 위치하며 폴란드, 체코와도 국경이 맞닿아있다. 고딕 양식과 바로크 양식, 근대적인 아르누보 양식이 적절하게 섞인 중세시대 건물들이 지금껏 보존돼 있으며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 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신시가지는 이름만 들으면 구시가지에 비해 새로울 것 같지만 실제 드레스덴의 신시가지는 오히려 전쟁에 의한 피해가 적었다고.)
 

특히 도시의 매혹적인 경관을 앞세워 영화 속 촬영지로 종종 등장하고 있는데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케이트 윈슬렛 주연의 ‘더 리더’, 틸다 스윈튼 및 에드워드 노튼, 애드리언 브로디 등이 출연한 ‘그랜드 부다 페스트 호텔’까지 모두 괴를리츠를 주요 무대로 삼아 영화를 촬영했다.
 
 
 
츠빙거 궁전(Zwinger)
독일 바로크양식의 최고 걸작이자 드레스덴의 랜드마크로 꼽힌다. 극장 광장에서 도보로 고작 5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독일이 통일된 후에 제일 먼저 재건사업에 돌입했을 정도로 드레스덴에서 가장 명성 있는 건축물이자 독일인들이 아끼는 문화유산으로 자부심 또한 높다. 거대한 양식, 곡선의 활용, 자유롭고 유연한 접합부분 등 바로크 건축 양식의 모든 특징과 기법이 그대로 녹아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섯 개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자리해 있으며 이 중에서도 역사박물관과 라파에르의 ‘시스티나의 마돈나’ 작품이 있는 알테 마이스터 회화관에 관광객들이 몰린다. 지금도 공사 중인 전시관이 많아 전체적인 관람은 어려울 수 있으며 각 전시관 마다 운영 시간이 모두 달라 사전에 확인이 필요하다.

궁전 내부로 들어서면 큰 정원이 펼쳐지고 동서남북으로 각각 유명한 조각과 컬렉션 작은 궁전들이 자리하는 구조다. 요정의 목욕탕이라 불리는 북쪽 내부에는 그리스/로마 시대를 연상시키는 조각품들이 비치돼 있고 남쪽에는 일본 및 중국에서 모아들인 도자기 컬렉션이 위치해 있다.
 

젬퍼 오페라 하우스(Semper Oper)
음악으로 유명한 드레스덴의 모태 같은 곳.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명문 오페라 극장으로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츠빙거 궁전 바로 옆에 자리해 있다. 매년 5~6월에 열리는 드레스덴 음악제의 주요 무대이기도 하다.

1838년부터 1841년까지 건축가인 젬퍼가 르네상스 양식으로 건축했으며 세계 대전 당시 크게 파손됐다가 복원 작업 이후 1985년에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바그너(Richard Wagner)의 대표작 <탄호이저(Tannhauser)>도 이 곳에서 초연을 했다고 할 정도로 그 명성이 자자한 곳.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와 프란츠 리스트도 공연한 역사가 있다. 평소에도 오페라 공연이 아니더라도 입장료를 내고 내부 투어는 가능하다. 참고로 드레스덴에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합창단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성 토마스 소년합창단이 대표적이다. 150여 명의 소년합창단원들은 전 세계 곳곳을 누비며 공연을 펼친다. (www.semperoper-erleben.de)
 
 

군주의 행렬(Furstenzug)
레지덴츠 궁전에서 궁전에 딸린 왕실 마구간으로 지은 건물인 슈탈호프(Stallhof, 오늘날에는 교통박물관으로 사용 중이다)의 뒤편에 자리한 대형 벽화다. 2차 세계대전 중 폭격으로 레지덴츠 궁전이 크게 파손되는 와중에도 슈탈호프는 원형을 지켜 벽화가 오늘날까지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군주의 행렬은 길이만 101미터에 달하고 약 2만 5천 장에 마이스 도자기 타일을 통해 장식됐을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벽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센 공국을 다스린 영주의 집안인 베틴(Wettin) 가문의 역대 군주들.

1876년 베틴 가문의 800주년을 기념해 원래는 그림으로 그렸으나 손상이 심해지자 1907년 타일로 그림을 덮어 새로운 작품을 만들었다. 벽화에는 영주 외에도 18세기 군인, 과학자, 농민, 여자 하인 등의 모습도 함께 등장한다. 현재 벽화 앞에 가보면 몰려드는 관광객들을 겨냥한 거리 예술가나 음악가들이 자기 나름의 공연을 펼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다.
 

필니츠 성(Schloss Pillnit)
드레스덴 외곽으로는 잘 나가지 않고 여행을 끝마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은 휴양지다.
아우구스트 왕이 남긴 또 하나의 바로크 걸작으로 왕이 자신의 부인을 위해 지어준 여름 별장으로 사용됐다고. 엘베 강 윗편에 별궁을 건설한 탓에 물 위에 궁전이 떠있는 듯 한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강변에 바로 붙어있는 궁전은 특별히 물의 궁전이라 부르며 그 뒤로 잘 가꾸어진 바로크 양식의 정원과 산의 궁전(Bergpalais) 등이 있다. 차이나 가든이라 칭한 정원과 궁전과 이어지는 숲 속의 작은 쉼터 등이 매력저인 곳. 매주 월요일은 휴관하며 입장료는 성인 8유로, 학생 4유로 수준. 아우구스트 왕과 궁전 그리고 미술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가이드 투어도 마련돼 있다.

대중교통으로는 사실상 이용이 힘들고 브륄의 테라스에서 유람선에 탑승하면 약 한 시간 20분 뒤 궁전 앞까지 이동할 수 있다. 유람선 안에서 식사도 가능하며 이동하는 중간중간 드레스덴의 녹색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