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4호]2015-11-13 10:13

[이슈엔토크] 메르스 이후, 서울관광은?
서울시, ‘메르스’ 전화위복 만들 수 있을까?’
“통계상 회복 맞지만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아직”
뜬구름 같은 소프트웨어 대신 확실한 하드웨어 필요

 

 

2015년은 서울 관광산업에 있어 격동의 한 해였다. ‘메르스’라는 세계적인 대형악재가 관광시장을 덮쳤기 때문. 목숨을 위협하는 질병의 거대한 공포 앞에 인·아웃바운드 관광시장 모두 몇 달 사이 개점폐업이나 다름없는 상태가 됐다. 지난 6월 첫 메르스 확진 이후 5개월이 지난 현재, 그동안 서울시는 메르스 극복을 위해 무엇을 했고 어떤 변화를 이뤄냈는지 집어보고자 한다.
정리=강다영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서울, 여름성수기 앞두고 메르스 직격탄 맞다”
 
▲강다영 기자(이하 강) : 지난 6월 대한민국에 메르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서울관광이 직격탄을 맞았다. 가장 눈에 띈 것은 역시나 외국인 관광객 감소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메르스로 인한 방한취소 단체관광객은 무려 13만 6,220명이었다. 또한 지난해 1월부터 6월까지의 서울방문 외국인 관광객 수는 103만 명인데 반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방문한 누적 관광객 수는 60만 명으로 지난해 대비 약 43만 명이 감소했다.
단순히 통계만 봐도 서울관광은 큰 피해를 입었다. 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피해가 있다면 무엇인가.
 
▲권초롱 기자(이하 권) : 수치를 통해서도 확실히 드러났지만 메르스 이후의 서울은 적막하기 그지없었다. 특히나 광화문과 시청 곳곳에 줄지어 있던 관광버스들이 한 대도 보이지 않을 만큼 자취를 감췄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항공사들의 운휴 또는 운항 감축으로 이어졌다. 양민항의 중국 노선 감편은 대한항공이 왕복 293편, 아시아나항공이 338편, 에어차이나가 2,400여 편에 달했다. 이는 메르스 발생 한 달 만에 내린 결정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5월 말부터 6월 19일까지 3주간 10만여 명이 항공권을 취소했다. 이중 60%는 중화권 인바운드 수요였다. 에어마카오, 중화항공, 에바항공 등도 감편하거나 취소했으며 9월 중순이 돼서야 원상복구 됐다. 새 노선에 취항하려던 항공사들 역시 잠정 연기해야만 했다. 질병으로 인해 한국이 고립되는 기분이었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나 또한 비슷한 생각을 했다. 메르스 발병 이후 6월부터 8월까지 국내항공사의 감편운항은 1,814편이었고 중국으로 운항하는 노선은 1,192편이었다. 특히 메르스에 민감했던 중국 국적항공사들의 운항 감편 및 중단이 큰 이슈였다. 달라진 것은 공항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정확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아 다들 사람이 밀집된 곳에 큰 두려움을 느꼈다.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물론 한국 출발 비행기에는 마스크 낀 승무원이 서비스를 하고 승객들도 한동안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또한 타국 공항에 도착해서도 유독 한국 노선 승객들에만 열 감지기를 들이대며 불편한 기색을 표현했었다.
 
▲김문주 기자(이하 문) : 메르스 공포는 관광지나 공항 등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이때는 주말에 번화가를 나가면 커피숍이나 식당 등이 썰렁해서 아예 누워있어도 될 정도로 사람들의 이동이 적었다. 특히 각 지자체가 추진했던 팸투어는 대부분 취소되고 현장 이벤트나 박람회도 하반기로 무기한 연기됐었다. A지자체의 경우 대규모 기자단 팸투어를 예고했지만 메르스로 시장이 위축되면서 결국 투어를 취소해야 했다. 미처 취소하지 못한 투어 역시 저조한 참가율과 업체들의 협력 부족으로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들은 기억이 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직접 취재를 다녀왔던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현장이다. 일산 킨텍스에서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마스크를 쓰고 움직이는 방문객들을 목격했다. 주말에는 사정이 나아졌다고 했지만 박람회를 찾는 부모들을 위해 하나투어 측이 마련한 키즈관도 그 당시에는 썰렁하기만 했다.
 

메르스로 시끄러웠던 6월에 개최된 하나투어 여행박람회 현장에서 마스크를 쓴 관람객이 전시를 즐기고 있다.
 
“사태는 극복, 본질적 문제는 여전”
 
▲강 : 메르스를 극복하려는 서울시의 움직임은 대단했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9천억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조기 투입하고 다양한 축제 및 행사를 열었다.

일례로 서울시의 대규모 트래블마트 개최, 서울과 제주도가 합동으로 개최한 중국 현지에서의 로드쇼, 중국 기자 및 여행업자 대상 국내 팸투어 개최, 중국 전역에서의 광고 집행, 한류스타가 출연하는 대규모 콘서트 개최, 지난 8월 ‘서울 관광인 한마음 대회’ 등이 있다.

이처럼 지난 4개월간의 숨 쉴 틈 없는 활동은 서울시와 관광업계가 메르스 극복에 총력을 기울였음을 절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권/ : 공감한다. 특히 서울시와 한국방문위원회가 함께 주최한 서울시 트래블마트는 상황이 어려운 업계를 위해 주최 측이 참가비 일체를 모두 부담해 더욱 와 닿았다. 또한 서울시가 개최한 행사지만 서울을 비롯해 해외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충청, 전라권 등의 팸투어가 병행됐다는 점도 의미 깊다.
 
▲강 : 언급했듯이 서울시와 국내 관광관련 업체들은 메르스 극복을 위한 다양한 관광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2016년을 한 달 앞둔 현재, 서울 관광시장이 메르스 사태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느끼는가.
 
▲문 : 방문자 수는 늘었으니까 규모로 얘기한다면 전과 같은 상황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향후 2~3년간은 중국관광객과 동남아를 위주로 서울을 찾는 외래객이 증가할 것이라고 본다. 2017년 목표인 외래 관광객 2천만 명 돌파를 위해 서울시가 아마도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특히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과 관광시장의 경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관광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천만 달성 후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시장의 질적인 면에서 봤을 때 한국은 아직도 관광지로서 한참 부족하다. 혹자는 홍콩이나 도쿄를 가도 특별히 볼 것이 없지만 그냥 간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홍콩과 도쿄에 비해 우리나라의 숙박 인프라와 가이드 수, 여행사 관리, 식당 및 판매 숍 직원 태도 등은 부족한 감이 있다. 하드웨어적인 요소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서비스만을 강조하고 외국인을 보고 웃으라는 캠페인을 펼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잘 모르겠다.
 
▲권 : 절반의 회복, 절반의 타격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수치상으로는 방한 관광객 수치가 예년만큼 회복됐다. 그러나 그 수치가 순수 관광객으로 보기는 어렵다. 업계가 나서서 펼친 대대적인 팸투어나 초청 방문객도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절반의 회복이라고 볼 수 있겠다. 반대로 절반의 타격이라고 한 이유는 더 이상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대한민국이 질병에 안전한 여행국가라고 홍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우리는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국가다. 제발 전염병과 전쟁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서울시관광협회는 메르스로 위기를 맞은 업체를 직접 방문해 위기극복에 대해 함께 고민했다.
 
“메르스, 여행업 발전의 기회로 만들어야”
 
▲슬 : 메르스 사태 이후 절실히 깨달은 점은 서울 관광의 기초가 튼실하지 않다는 점이다. 사실 메르스 이전에는 상인들의 외국인 환대교육이나 교육 프로그램, 외국인을 위한 할인혜택 등이 활발하지 않았다. 메르스가 터지고 관광객이 급격하게 줄어들자 이에 대한 대책으로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구성한 것이다. 문제는 일시적인 방편으로 순간의 어려움만 넘기고자 하려는 태도다. 관광객이 서울 여행 시 느끼는 불편함, 관광객들의 불만 등을 설문조사로만 발표하지 말고 이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마련도 단계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문 : 볼거리가 충분치 않은 도시국가들은 외래관광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한정적이다. 어쩌면 진정한 여행보다는 소비를 부각시키는 관광이 서울시의 미래인지도 모른다.
서울 관광의 롤 모델은 어쩔 수 없이 경쟁상대인 도쿄나 홍콩, 싱가포르를 닮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적 수준의 MICE 도시로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싱가포르나 서울의 약 1.8배에 불과한 면적(1,104㎢)을 갖고 있지만 호텔 객실이나 레스토랑, 백화점 등의 인프라에서는 몇 배를 뛰어넘는 홍콩을 닮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은 것이 관광산업에서 얼마나 유리한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정책회의나 전략 보고서를 보면 하드웨어 보다 한국인의 정과 친절한 마인드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보급하자는데, 오히려 이런 전략이 뜬구름을 잡는 소리 같다.

대신 저렴한 가격의 비즈니스호텔을 엄선해 설립하고 특급호텔은 그에 맞는 서비스를 보이며 외국인들이 편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신용카드 시스템을 만드는 등 우선 서울시를 관광에 적합한 도시로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본다.
 
▲권 : 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에서 서울이 갖는 이미지를 찾아야 한다. 공사 발간 보고서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들이 지난해 한국을 찾은 목적은 공무와 관광이 높았다. 방한 목적 중 여가/위락/휴가 목적의 방한은 증가한 반면 쇼핑은 0.6%포인트 하락했다. 쇼핑으로 한국을 찾는 비중은 2012년부터 꾸준히 하락세다.

따라서 서울이 쇼핑의 도시로 각인되는 것은 외국인 관광객 방문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다고 보인다. 하지만 한국여행 중 주요 방문지로는 여전히 명동이 62.4%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즉 서울이 쇼핑의 도시 타이틀을 버릴 순 없지만 여기에 더할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보인다.

서울을 ‘쇼핑’, ‘도시’라는 하나의 국한된 이미지가 아닌 전통문화와 음악,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복합 엔터테인먼트의 도시로 알려야 한다.
 
▲강 : 서울시가 ‘메르스’라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기자들의 말처럼 수많은 도시국가 중 서울을 택할 만한 매력과 색깔, 그리고 재방문을 유도하는 편리한 관광인프라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에 공감한다. 시민, 상인들과 함께하는 환대 캠페인은 이러한 하드웨어를 더 빛나게 해줄 배경일 뿐이다. 얼마 전 직접 취재를 갔던 ‘서울관광인 한마음대회’에서 한 외국인 토론 참가자가 이런 말을 했다.

“서울은 지하철 이용이 굉장히 쉬워서 많은 여행자들이 지하철로 여행을 한다. 지하철 역 각 출입구마다 가까운 명소와 명소에 대한 소개를 외국어로 간단히 설명을 한다면 서울을 찾는 개별관광객의 편의는 물론 더 많은 여행자들이 서울 자유여행에 도전할 것”이라고.

무릎을 탁 쳤다. 생각해보면 서울은 훌륭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다.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고 지하철과 버스가 서울을 촘촘히 연결하고 있다. 웬만한 명소에는 관광안내센터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관광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대단한 일이다.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지금 당장 실현이 어렵다면 기존의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많은 것을 새롭게 시작하고 선보였지만 그것만이 서울 관광을 발전시키는 일은 아닐 것이다. 서울이 갖고 있는 장점을 더 크게 키우는 것 또한 서울시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월 1회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