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18호]2015-12-11 15:32

[이슈앤토크] 스타트업을 말하다
 

2014년 1월 신년 특집호(829호) 서울트래블패스를 시작으로 지난 11월 20일(915호)에 게재된 이드코리아까지, 여행정보신문은 지난 2년 간 신생여행벤처를 지향하는 스타트업 업체들을 월에 한 번씩 소개하는 연재 기사를 진행해왔다.

취재가 거듭될수록 ‘스타트업’ 기획은 좀처럼 쉽지 않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실컷 인터뷰를 진행하고는 마감 바로 아침에 기사를 못 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거나 만나자마자 다른 업체 동향부터 탐문하듯 묻는 이상한 대표도 넘쳐났으며 취재 뒤 정확한 기사를 위한 사업 소개서를 요구하자 대뜸 화부터 내는 곳도 있었다.

갖은 역경에도 2년 간 총 15개의 스타트업 업체를 지면에 소개했다. 취재는 했지만 차마 지면에 담지 못한 업체들도 예닐곱 개는 넘는다. 소개했던 업체가 투자를 받거나 순조롭게 사업을 키우면 기자들도 함께 기뻤고 한참 뒤에 사업을 접거나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함께 슬펐다. 12월 이슈 엔 토크는 지난 2년간의 스타트업 업체 취재 후기를 주제로 얘기를 풀어볼까 한다.
정리=김문주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IT와 모바일 그리고 여행, 스타트업을 말하다
 2년 동안 연재 기사 통해 총 15개 업체 소개
초기보다는 위세 떨어지고 사업모델 비슷하다 지적
투자 유치 위해 스토리 만들고 대놓고 홍보 기사 압박도
 
 
“그들만의 리그 스타트업”

▲김문주 취재부 차장(이하 문) : 스타트업 기사를 연재하면서 가장 황당했던 것 중 하나가 기사 내용이 아니라 업체 대표가 어리다고 컴플레인을 받은 경우였다. 일례로 한 업체를 취재하고 기사를 내보냈는데 그 다음날 아는 여행사 대표가 직접 전화를 걸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상한 업체를 끄집어냈다고 야단치듯 묻더라. 이유를 물었더니 대표가 너무 어리고 사업 모델도 전문적이지 않다는 것이었다.
 
▲강다영 취재부 기자(이하 강) : 솔직히 여행업계는 스타트업 업체를 신경 쓰거나 그들의 사업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몇 개의 유명한 성공 사례 외에는 스타트업의 존재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다. 아무래도 대규모로 정해진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사와는 성질자체가 다르다 보니 같은 여행을 취급하고 있으면서도 전혀 다른 업계인 것처럼 생각한다. 언론이나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어느 수준 이상의 영향력을 끼치기 전까지 스타트업체를 경쟁상대로 보는 여행사나 업계 관계자는 드물다.
 
▲권초롱 취재부 기자(이하 권) : 스타트업 업체 보다는 그들을 육성하는 정책, 솔직히 말하면 지원 프로그램에 더 관심을 둔다. 여기에는 신생 업체보다는 선두 업체를 지원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는 업계 관계자들 사이의 암묵적인 동의가 숨어있다. 우리가 매달 한 업체씩 선정해 취재기사로 나가면 기자에게 해당 업체에 대한 궁금증을 묻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재밌는 것은 중견사는 대형사의 속사정을 궁금해 하고 대형사는 중견사의 속사정을 궁금해 하듯이 스타트업 업체를 궁금해 하는 건 결국 스타트업 업체라는 사실이다. 서로가 선을 긋고 있다. 스타트업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선도기업들이 그간 업계를 일궈온 노력을 본받기 보다는 업계의 잘못된 관행, 저가경쟁 등의 문제점을 최우선에 놓고 이들을 탓한다.
 

2015내나라여행박람회 현장 창조관광기업관 전경. 크고 작은 오프라인 여행박람회에서 창조관광 혹은 스타트업 업체들을 만나는 것은 쉬운 일이 됐다. 과연 수많은 여행 관련 스타트업 업체들이 앞으로도 여행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창조관광사업 선정보다 사후 관리가 중요하다”

▲문 : 처음 스타트업 기획에 관심이 갔던 것은 아무래도 한국관광공사의 창조관광사업 공모전이 한 몫을 했다. 공사 출입기자인 탓에 이 사업에 대한 실효성과 업체 선정 과정, 이후 사업자의 지속적인 운영 등을 꾸준히 지켜본 탓이다. 현장 기자로서 창조관광사업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이예슬 취재부 기자(이하 슬) : 어느 정도 기여는 하고 있다. 이미 업무를 진행 중인 스타트업 업체나 새로운 아이디어로 관광업에 접근하려는 개발자에게 자금지원 또는 전문가들을 통한 컨설팅과 향후 방향 제안 등은 실제 효과가 있었다는 후기가 많았다. 기자 입장에서는 창조관광사업 공모전 등을 통한 지원기업 선정이 지금보다 까다롭고 더 혁신적이며 평가기준이 엄격했으면 한다. 이전에 학교 수업을 통해 창조관광기업들에 대해 배우고 직접 조사하는 기회가 있었다. 조사를 하다보니 수상 업체들 가운데 대부분이 공통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더라.
불과 1년 전에 창조관광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이 딱 1년 만에 자취를 감추거나 서비스를 제대로 운영(업데이트)하지 못하는 등 엉망인 경우도 많았다.
심사 기준이 제출하는 자료나 기술적인 설명보다는 아이템과 지속성에 좀 더 무게를 싣었으면 한다. 또 적어도 선정 이후 2~3년간은 수상 기업을 지켜보고 평가하는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권 : 비슷한 생각이다. 여행업계에 진출하려는 업체들에겐 좋은 기회다. 그러나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많은 만큼 한국관광공사가 창조관광사업 선정자 선별과정 및 이후 사후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창조관광사업은 지난 2011년 첫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 도입된 정부와 관련 부처의 신생 사업이다. 현 정권이 끝나는 날 동 사업도 폐기될 가능성이 있다. 본 사업이 관광업 진출을 위한 중요한 등용문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와 체계적인 운영이 필요하다.
 
▲문 : 스타트업 취재를 하면서 어떤 점이 특히 힘들었나? 공통된 의견으로 우리 모두 사업 모델이 너무 겹치기 때문에 업체 선정에 있어 고생했던 것 같다. 실제 한 두 달 연재를 쉬기도 했고. 여행 일정 공유, 여행 계획, 현지투어 예약, 입장권 등의 단품 예약과 투어 서비스, 게스트 하우스를 주제로 한 객실 공유 사업 등이 그 예다. 정말 신기한 업체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권 : 모바일을 통한 플랫폼 개척은 스타트업 업체나 여행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서 중요한 홍보채널, 판매채널, 유통기기가 됐다. 스타트업 업체들이 선도업체들 보다 모바일을 활용한 서비스 확대나 시스템 구축에서 한 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다수의 스타트업 업체들의 사업모델이 지나치게 비슷하고 획일화 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의문이 든다.

현지 옵션상품을 자사 사이트에 올려 한국여행객들에게 홍보하고 상품을 판매, 예약대행해주는 플랫폼이 대부분이다. 자유여행시장 대세에 편승하고 있으며 메인타깃 또한 일반 여행사와 다르지 않다. 결국엔 교통패스, 입장권 티켓 등의 단품판매가 대표 상품이고 현지에서 즐기는 래프팅, 스키 등의 액티비티 투어 상품들도 있다. 같은 사업모델을 갖고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들은 킬러콘텐츠 대신 저렴한 가격을 경쟁 무기로 내세운다. 선도기업들의 그릇된 과당경쟁, 출혈경쟁이 스타트업 업체들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 : 나는 조금 다르다. 비슷한 것이 많다고 해서 꼭 부정적일 수는 없다. 사회 트렌드와 여행 시장 트렌드를 최대한 수용한 결과일 뿐이다. 모든 스타트업 업체들에게 독창적이고 독보적이고, 소위 ‘달라야 한다’는 시선을 강요하는 것도 편견 아닌가. 오히려 비슷한 업체 간 모방과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업체가 살아남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 업계의 생태계가 아닐까. 소비자들도 비슷한 업체를 비교분석하며 자신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다. 판단은 소비자의 몫이지 공급자의 몫이 아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다문화여성의 경제 자립도를 확립하고 여행업계에 인력을 충원시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코리아 가이드.
 
 
▲슬 : 같은 생각이다. 작정하고 사업 모델을 베낀 것이 아니라면 서비스 자체가 비슷한 것은 시대상에 따른 요구다. 그리고 한 기업이 서비스를 독점하는 것은 시장 전체의 발전에 득이 되지 않는다. 여행업계도 그렇지 않나. 큰 여행사를 제외하면 작은 여행사들은 직원들 월급과 임대료 걱정에 피가 마른다. 3~4개 정도의 기업이 서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같은 위치에서 경쟁하는 구조는 나쁘지 않다.
 
“획기적인 사업 모델로 지속 성장하기를!”

▲문 : 끝으로 2년간의 연재 기사를 마무리 하면서 스타트업 업계를 총평한다면.
 
▲권 : 스타트업 업체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업체 대표들이 자신 있게 내미는 카드는 ‘투자금’이었다. 내 사업모델에 대한 가능성을 투자자는 이 만큼으로 보고 있다는 자신감 말이다. 일부 스타트업 업체들은 자신들의 화려한 이력(학력, 경력)을 지원받은 투자금과 함께 내민다. 그럴 때면 ‘아, 이게 아닌데.’ 라는 씁쓸함이 들기도 했다.
현장에서 들었는데 스타트업 업체의 대표들끼리 모이면 ‘어디서 일했다’, ‘어디 대학을 나왔다’, ‘유학 다녀왔다’ 등 대표의 배경과 이력이 그들 사이에서 꽤나 중요한 문제라고 했다. 즉 사업모델이 좋지 않아도 대표의 이력이 화려하고 팔리는 스토리가 나올수록 투자유치는 쉽다는 얘기이다.
 
 
좋은 서비스를 갖고 사업을 일구려는 업체들도 많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업체들도 많다. 불법은 아니지만 편법을 이용한 사업아이템을 획기적인 아이템이라고 내놓는 경우도 있었고 선도기업을 욕하면서도 자신들도 결국엔 저가경쟁, 떨이판매, 현지와의 낮은 커미션 계약으로 시장의 질을 망가뜨리기도 했다.
‘여행업’에 대한 소신이나 목표 없이 진입장벽이 낮다는 이유로 쉽게 들어왔다 나가는 이들에 대한 우려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슬 :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시도나 업체들의 초기 의욕은 칭찬해주고 싶다. 특히 사회적 약자에게 취업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다소 지루하고 딱딱하다는 편견이 있는 우리 역사를 테마로 교육 여행을 개발하는 등 특징 있는 콘텐츠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우려나 섣부른 판단은 아직 이른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렇게 좋은 여행 관련 서비스들이 있는데 홍보와 마케팅 부족으로 화성화가 안되는 것이다.

스타트업 업체 대부분이 업체의 대표를 얼굴마담으로 활용하는 식이다. 자본금 지원 보다는 신생 업체들이 자사의 상품과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알릴 수 있는 홍보 채널을 개발하고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강 : 스타트업 취재를 통해 여행자들의 요구가 다양해짐에 따라 여행의 형태가 무한대로 변하고 있다는 점을 느꼈다. 특히 마지막 취재 업체인 ‘이드코리아’를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한정된 시장에서 다투고 있는지를 깨닫고 조금 허무해졌다. 제2의 요우커로 성장할 수 있는 무슬림관광객을 상대로 우리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다.

아직까지 스타트업 시장은 무궁한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밖에서 보기에는 비슷한 아이디어, 비슷한 플랫폼일 수 있어도 당사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서비스일 수 있다. 스타트업을 시작한 어느 누구 하나(처음에는) 열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대기업, 대형업체에서는 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스타트업 업체들이 해내고 있다. 이들 중 몇몇은 가까운 시일 내 시장의 주류로 편입하지 않을까?
 

여행업의 오픈마켓화를 이뤄냈단 평을 받은 프렌트립은 호스트와 게스트를 연결해주는 액티비티 플랫폼이다.
 
▲문 : 2년 간 취재기사를 진행하면서 처음 1년은 생각보다 많은 업체를 만났다. 이어 1년은 사실 현장 취재는 많이 나가지 않았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에 한창 ‘DIY’ 소위 스스로 만드는 여행이라는 개념이 유행할 시기가 있었다. 이 시기에 많은 업체들이 그간의 패키지 중심의 상품에서 벗어나 항공과 호텔을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에어텔도 만들고 시스템도 개발하고 자유여행 브랜드와 부서를 론칭했다. 다들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고 패키지는 서서히 끝나간다고 했던 시기다. 그럼 지금 패키지가 없어졌나? 경기가 어려워지자 오히려 여행사들은 손이 많이 가고 수익이 적은 단품이나 개별여행 보다는 패키지와 그룹 여행, 인센티브 등 그들의 장기에 집중한다.

서론이 길었는데 스타트업 업계가 성장하려면 결국 기업을 대표하는 핵심 가치에 주력해서 안정화를 일궈야 한다고 본다. 트렌드가 아무리 바뀌고 유행을 타도 변하지 않는 모델 말이다. 요사이 업체들에게서는 그런 장점이나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걱정이 된다. 결국 스타트업 업계도 부익부빈익빅 현상이 되지 않을까? 살아남는 업체와 살아남지 못하는 업체가 극명하게 나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