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0호]2015-12-24 13:51

Adieu 2015- 춘하추동(春夏秋冬)



여행 따라 삶 따라 무교동 나그네 인생
 
 
한 해를 정리하는 이맘때가 오면 괜스레 마음이 덜컹거린다. 특별히 해 놓은 것도 없는데 시간만 부질없이 흘러간다는 푸념은 어느 특정한 세대만이 내뱉는 말이 아니다. 남녀노소를 떠나 모두가 12월 말에는 마음 한 구석이 쓰리고 답답하며 허한 것이 사실이다.

여행업계는 어떨까? 남보다 한 시즌 빨리 계절을 살아내야 하는 업계 사람들은 벌써부터 1월과 2월 준비에 한창이다. 여행을 떠나려는 수많은 방랑자들을 위해 남 보다 빨리 더 열심히 뛰다 보면 야속하게도 시간은 그 배로 흘러가는 법이다. 무교동, 서소문, 시청, 을지로, 광화문 등 서울 도심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봄여름가을겨울을 함께 맞는 우리들의 사계를 기자들의 속내와 함께 담았다.

취재부 titnews@chol.com

 
 
 



김문주 - 취재부 차장

“업계 10년 차, 체력단련의 중요성을 깨닫다”
 
 

2015년이 간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많이 그리고 자주 몸이 아팠던 한 해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신기하게도 올해 1월 1일, 정말 심한 감기에 된통 걸려서 새해 첫 날부터 이불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 즈음 나와야 했던 신년특집호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혼자서 빌빌 거렸다.

18주년 창간특집호를 마치고 맘먹고 떠났던 5월의 휴가에서는 관광지를 달리는 대신 3박 4일 내내 침대에 누워서 리모컨과 함께 놀았다. 9월에 다녀온 베를린 출장에서는 일정 중 갑자기 알레르기가 도져서 하루를 통째로 날리기도 했다.

고백하건데 허약한 것은 결코 자랑할 일이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혹은 두 달에 한 번 생판 모르는 사람들에 섞여서 무기 같은 카메라를 어깨에 메고 듣도 보도 못한 생경한 땅을 내 집처럼 누비는 것이 여행기자의 숙명 아닌가.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모든 일에서 성과를 낼 수 없다. 몸이 자주 아팠던 것은 그 누구의 탓도 아니다. 기자 스스로 게으르게 몸을 방치하고 무질서하게 시간을 소비했으며 귀찮단 이유로 인스턴트를 자주 먹었고 휴일에는 몰아서 잠을 잤다. 잦은 다이어트와 폭식의 반복으로 내부 기관도 조금은 다쳤을 게다.

결국 스스로의 업보일 수밖에 없다. 체력이 떨어지고 몸이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자 일상에서도 자주 삐거덕 그렸다. 일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 대신 그저 일상의 반복에서 ‘버티자’를 외치는 나를 만났다. 하반기에는 그나마 정신을 좀 차렸지만 편해지고 싶은 욕망과 부단히도 싸워야 했다.

단순히 살을 빼고 싶거나 아름답고 싶다가 아니라 기본적인 삶과 사회에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소한의 체력 단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2015년을 통째로 날리고 나서야 서서히 깨닫고 있다.

올해 취재를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푸념 중 하나가 우리 업계의 기초체력이 지나치게 허약하다는 것이었다. 대형사는 자꾸만 커지고 여행객은 느는데 반해 여행업계의 허리를 지탱해줄 건강한 중견사나 전문사들은 작은 악재에도 바람 앞의 등불처럼 죄다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말까지 전해진 허니문 전문사들의 부도와 작은 여행사들의 잇따른 폐업 소식은 가슴을 더 아프게 만든다.

여행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개별여행객들의 굳건한 증가와 달리 앞으로도 업체 별 양극화나 경기 불황은 더 심해질 것이다. 그리고 우리 시장을 위협하는 각종 위기와 악재도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게 늘어날 것이다. 외적인 성장 혹은 모객 수에 집착해 무리한 목표를 세우고 직원들을 압박하기 보다는 아주 가볍고 기초적인 체력 단련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다. 내년에는 진심으로 우리 업계의 안과 밖에서 모두 다 건강했으면 좋겠다.

 
 
 
 
 
강다영 - 취재부 기자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Hope is necessary in every condition.”

영국의 시인 겸 평론가로 활동했던 새뮤얼 존슨의 명언이다. 유난히 악재가 많았던 여행업 상황을 포함해 여행업계지 기자로서, 3년차 직장인으로서, 20대 후반의 여자로서 올해만큼 이 명언을 떠올리며 버텼던 한 해가 있었을까 싶다. 일과 관계에 있어 희망이 절실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가 힘들었던 이유는 전에 없던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생겨서다. 스스로가 잘 익은 감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껍질을 벗겨보니 떫은 부분만 가득한 ‘수준 이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떨어지자 모든 것에서 전보다 소극적인 태도가 됐다. 인정하기 싫지만 매너리즘에 빠진 것이다. 쉴 틈 없이 무언가 했지만 진정성 없는 하루가 반복됐다.

이런 우울을 겪은 사람이 전 우주에 나 혼자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끔 질척해진 속을 드러낼 때면 공감을 표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경쟁이 버거운 중견사 영업부서 과장, 화장실 갈 시간도 줄여가며 일 했는데 노는 사람 취급을 당한 대리, 정확한 포지션 없이 모든 잡무를 떠안은 마케팅팀 직원까지. 누구 하나 힘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다들 드러내지 않았을 뿐 사람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나름의 고통을 씹어 삼키고 있었다.

나 역시 기자로서 유난히 까칠했던 지난여름의 기사 컴플레인과 3년차 직장인으로서 스스로에게 느끼는 한계, 20대 후반의 여자로서 무언가 준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조급함이 뒤섞여 복잡한 한 해였다.

이런 혼란스러움이 2016년이 된다고 해서 “뿅!”하고 사라질 거라 기대하진 않지만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은 있다. 그러기 위해서 내년에는 현재의 나를 물들이고 있는 타성에서 벗어나는 것. 새로운 시도와 만남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가 절실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글귀 중에 ‘나태함을 슬럼프로 착각하지마라. 그건 게으름에 대한 자기합리화다’라는 글귀가 있다. 어쩌면 나는 여태 스스로를 슬럼프라는 틀 안에 가두고 ‘최선을 다했다’는 말로 합리화를 했던 것 같다. 실제로 공부든 운동이든 일이든, 올해는 유독 ‘내 능력은 여기까지야’라고 생각했던 적이 많았다. 타고난 긍정 에너지가 자기합리화에만 실컷 이용된 셈이다.

하지만 문제를 알았고 이를 인정했으며 실천할 의지가 있으니 2016년의 나는 조금 더 멋져지지 않을까. 당장 체감하는 변화는 아무것도 없지만 내년에는 조금 더 멋져질 거라는 희망 덕분에 마음이 벌써 일렁이기 시작했다.

덧붙여 여행정보신문 독자들에게도 메르스와 테러, 급변하는 여행 트렌드까지 2015년 여행업계를 슬럼프에 빠지게 만들었던 사건들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전하고 싶다. 희망을 가지면 희망을 향해 움직이게 되지만 희망조차 가지지 않으면 정체되고 끝내 잠식당할 뿐이다. 고로, 희망은 어떤 상황에서도 필요하다.

 
 
 
권초롱 - 취재부 기자
 
“내년 계획 세우셨어요? 진짜 하고 싶은 계획이요”
 
 
신년이 성수기인 업종들이 있다. 헬스장과 영어 학원. “올해는 꼭 살을 빼야지.”, “올해는 꼭 영어울렁증에서 벗어나야지.” 잡코리아가 ‘직장인의 2015년 목표 달성률’을 조사한 결과 직장인 546명 중 87.4%가 신년 목표를 세웠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가장 많이 세운 목표(복수응답)는 운동(41.9%) > 외국어공부(41.1%) > 다이어트(39.8%)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습관적으로 자신만의 신년 맞이용 계획을 세운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4~5년 전까지 연말이면 신년 맞이용 다이어리를 꼭 샀다. 5년 정도 때가 되면 (필요하지 않아도) 다이어리를 사고 그 안에 계획을 집어넣었다. 새해가 오고 보름정도는 착실하게 일기도 썼던 것 같다.

어느 날 급하게 필기할 일이 있어 손에 잡히는 아무 수첩에다 메모를 했다. 이후 메모에 적힌 내용을 보기 위해 수첩을 들었더니 이제는 ‘아무 수첩’으로 전락해버린 신년 맞이용 다이어리였다.

앉은 자리에서 그동안의 다이어리들을 꺼내 읽었다. 기자의 5년이 1시간도 채 되지 않아 끝나있었다. 그해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들의 목록과 새해다짐 등이 수첩 앞장에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서너 장 넘기고 나니 손때 하나 묻지 않고 깨끗했다.

기자의 다이어리로 살펴 본 지난 삶은 계획이 계획으로만 끝나고 목표는 항상 미달인 어찌 보면 ‘실패한 5년’이었다. 신년의 설렘과 희망을 몇 년째 같은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대신했고 어느 순간 ‘올해도 절반이 갔는데 뭐 하나 이룬 게 없네’라는 자학적 발언까지 반복하고 있었다.

올해도 지인이 기자에게 계획을 물었다. “아니요”라는 짧은 대답에 그는 아마도 아직 계획을 못 세운 것이라고 생각했던 듯하다. 그는 자기가 세운 내년도 계획을 말하면서 그 안에 도취하고 말았다.

신년이면 으레 하는 그런 비슷한 계획이다. 살을 빼기 위해 운동도 다니고 승진하기 위해 영어학원도 새벽반으로 다닐 것이며 쇼핑이나 음주를 줄이고 돈을 모을 거라고 했다. 가만 듣다보니 그가 퍽 안쓰러워졌다. 신이 나서 자신의 계획을 읊어대는 그와는 반대로 내년 그의 인생은 매우 재미없고 팍팍할 것 같았다.

기자는 그의 말을 끊고 묻고 싶었다. “그 계획들이 정말 이루고 싶은 계획이에요? 남들이 하니까 하려는 것들 말고 정말 내년에는 꼭 하고 싶다 하는 게 있어요?”

자신이 세운 10가지 계획 중 하나정도는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적어보는 건 어떨까. 남들의 눈에 그 계획이 당위성이 없어 보여도 ‘뭐, 어때. 내가 하고 싶은 건데.’라는 자기만의 계획을 세운다면 더 즐겁게 한 해를 보내지 않을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순간 ‘또 목표미달, 작심삼일 인생’이라는 자학을 멈출 수 있지 않을까.

 
 
 
이예슬 - 취재부 기자
 
“직원들 한숨소리 땅이 푹푹 꺼집니다!”
 
 
기자생활을 한 지 1년이 지났다. 1년 동안 경험한 것도 배운 것도 많다. 관광학을 전공한 기자지만 부끄럽게도 업계에 대해서는 생소한 정보들이 많았고 이론과 현실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

관광을 전공해서인지 기자 주변에는 여행업계에 종사하거나 입사를 준비하는 지인들이 많다.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를 풀어도 이제는 주제가 업계 이야기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민감한 사건사고, 항공, 철도에 대한 변경된 사항, 여행종사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나 프로모션 등에 대한 내용이다.

이야기 중에서도 가장 많이 듣게 되는 것이 단연 그들이 겪는 고충이다. 아무래도 가장 가까운 지인들이 아직 사원이기 때문에 업무에 대한 어려움이 더 크게 다가가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학생 때도 여행업계에 종사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익히 들어 예상은 했지만 가까운 거리에서 느끼는 것은 또 달랐다. 짧은 점심시간은 기본이고 아침마다 개인 판매실적을 공개해 압박을 주는 경우, 판매가 부진하면 불러들여 이유를 설명해보라는 경우, 까다로운 복장규정으로 압박을 주는 경우 등 수많은 상황들이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었다.

한때는 생각했다. “아니, 여행상품이 언성을 높인다고 팔리는 것이 아닌데 왜 굳이 불러들여 압박을 더하는 걸까”, “복장은 단정하게만 입으면 될 텐데 정장차림임에도 불구하고 ‘규정’을 논하면서까지 직원들을 괴롭히는 것은 뭘까”.

업무를 배우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릇된 점이 있다면 올바르게 고쳐주고 때로는 지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지나치게 직원들을 간섭하며 필요 이상의 스트레스를 더하고 있는 곳들도 더러 있다.

지인 중 한명은 지나친 상사의 태도에 결국 사직서를 제출했단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입사 첫날부터 업무에 대한 교육은 제쳐두고 잡일만 시키더라. 언젠가는 배우겠지 하고 묵묵히 참고 일했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상사의 행동이 지나쳤다. 업무에 대한 실수가 아닌데도 인신 공격성 발언을 하지 않나. 심지어는 정말 급한 사정으로 미리 제출해 낸 월차를 동의도 없이 당당하게 가로채더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제 막 여행업계에 들어선 사회초년생과 들 뜬 마음으로 입문을 준비하는 취업 준비생을 위해서라도 업계의 수직관계를 이용한 불필요한 압박이나 시스템은 줄어들어야 하지 않을까.

2016년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 만큼 업계에도 좋은 소식들만 가득하길 바란다. 내실이 튼튼해야 무너지지 않는 법이다. 앞으로는 직원들도 만족하고 업무성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 마련에도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