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1호]2016-01-08 10:57

[신년 기획] 말 많고 탈 많은 서울 도심 호텔
 “수요 충족 위해 객실 공급 확대해야”
관광객 합리적 가격대 숙박시설 선호
 
2015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2,115,201명이다. 이중 관광을 목적으로 방한한 외국인은 9,234,358명이다. 한국여행 중 서울을 방문한 여행객은 지난 2012년 9,922명에서 2013년 9,729명, 2014년 9,670명으로 평균 9천 명 대를 웃돌고 있다.

정부는 서울을 찾는 외국여행객들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프라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서울 내 호텔 공급 확대에 박차를 가했다. 양적 확대를 위한 노력 외에도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내부적인 시스템 개선에도 앞장섰다.

그러나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 늘어나는 객실 대비 관광객들의 호텔 이용률은 지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의 연령층 폭이 넓어지고 이들이 선호하는 숙박의 형태 또한 다양해졌기 때문. 실제로 가격대가 높은 5성급 호텔 이용객은 계속해서 감소하는 반면 가격대가 낮은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의 1일 숙박률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에서도 늘어나는 서울 도심 호텔에 대한 입장차가 크다. 더욱 다양한 호텔들을 오픈해 여행객들의 기호를 충족해야 한다는 긍정적인 입장이 있는 반면 기존 서울에 자리 잡고 있는 호텔들도 공실률을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데 여기서 객실이 더 늘어나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말 많고 탈 많은 서울 내 숙박업체들의 현황을 분석했다.
자료참조=서울통계(stat.seoul.go.kr), 한국관광공사(kto.visitkorea.or.kr),
한국문화관광연구원(www.kcti.re.kr)
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에는 곳곳에 다양한 콘셉트의 호텔이 자리 잡고 있다.
 

서울 호텔, 늘려야한다 VS 과잉이다

서울시는 관광도시로서의 입지를 돈독히 다지기 위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장 큰 제약사항으로 꼽혔던 호텔 객실 충족에 열을 가하고 있다.
서울 도심에 위치한 호텔은 지난 2010년 139개 24,076객실에서 2011년 146개 23,703객실, 2012년 161개 27,156객실, 2013년 195개 30,554객실, 2014년 233개 34,551객실, 2015년 11월 기준 283개 40,266객실로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객실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가운데 시장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숙박시설이 아직까지 부족하다’는 입장과 ‘이미 서울에는 호텔이 포화 상태’라는 의견이 공존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서울 내 특급호텔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실제로 숙박일수가 많은 중국여행객이나 젊은 층의 여행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3, 4성급 호텔이 추가로 더 설립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의 호텔은 증가하는 반면 외국여행객들의 실질적인 이용율은 높지 못하다는 평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실시한 ‘2014년 기준 관광숙박시설 수급분석 연구’에 따르면 서울 기준 관광호텔만을 공급량에 포함시켜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서울의 1일 객실 수요는 47,699실, 1일 객실 공급은 36,680실로 약 11,000실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도에는 약 12,800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분석했다.

관광호텔과 관광호텔급 일반 숙박시설까지 공급량에 포함해 분석했을 경우는 2015년 기준 서울의 1일 객실수요는 47,699실, 1일 객실 공급은 40,473실로 약 7,200실 정도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2016년도에는 약 9,000실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일각에서는 관광객들의 서울 호텔 이용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투숙비용을 절감하기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르는 젊은 여행객들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서울시의 관광사업체 등록 현황에 따르면 ‘외국인관광 도시 민박업’ 등록 업체는 2012년 196개소에서 2013년 259개소, 2014년 570개소로 급격한 증가를 보이고 있다.
 

젊은 여행객들은 가격은 낮고 도심과는 접근성이 높은 호텔을 선호한다.
 

서울연구원의 ‘서울 숙박시설 수급 불균형 실태’ 결과에서도 여행객들이 고가 객실보다 중·저가 숙박시설 이용률이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연구원은 숙박시설을 △고가 숙박시설(1박 기준 17만 원 이상) △중·고가 숙박시설(12만 원 이상 17만 원 미만) △중·저가 숙박시설(6만 원 이상 12만 원 미만) △저가 숙박시설(6만 원 미만) 4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2013년 외래관광객들의 고가 숙박시설 이용률은 19.2%, 중·고가 숙박시설은 30.8%, 중·저가 숙박시설은 19.7%, 저가 숙박시설은 19.8%로 나타났다. 지난 2009년 동일한 조사 결과와 비교해보면 고가 숙박시설 이용률은 약 9% 하락했다. 중·고가(3%)와 중·저가(1%), 저가(8.9%) 숙박시설 이용률은 각각 상승했다.

호텔 시장이 중저가 중심으로 돌아가자 이에 맞게 국내에 진입하려는 외국계 기업들도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젊은 여행객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치톈그룹 호텔 브랜드 IU호텔이 지난 2015년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워 국내시장에 진출을 예고했다.

IU호텔은 중국 내 9천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했기 때문에 객실 75% 이상이 자체 회원 이용으로 공실률을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1일 숙박 요금을 10만 원 미만으로 측정해 국내 호텔과의 경쟁력에서 살아남겠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서울 도심의 호텔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015년 11월까지 집계된 서울의 객실 수는 총 40,266실이다.
 

서울 내 객실 과다로 인한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특급 호텔들은 공실률이 높아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마케팅에 전력을 다하는 곳도 있다. 자체적인 홈페이지를 통한 프로모션 활성화 외에도 최근 국내 젊은 여행객들이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객실 가격을 낮춰 특가에 판매하는 등의 프로모션에 더 주력하는 모양새다. 많게는 60% 이상의 할인율을 보이며 고객 사로잡기에 열중하는 호텔이 증가해 업계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너무 낮은 가격으로 객실을 제공하다보면 추후에 제가격에 객실을 판매하기가 어려워 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회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호텔에서 매일같이 문자메시지가 온다. 객실 특가 정보나 직원 우대 프로모션에 대한 내용이다. 할인정보가 계속 오는 데는 딱 하나지 않나. 객실이 다 소진되지 않으니 가격을 낮춰 공실률을 줄이겠다는 것”이라며 “빈 객실을 판매하기 위해 호텔마다 마케팅 경쟁이 치열한 판에 공급이 더 늘어나면 호텔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치열해져 결국 문을 닫는 호텔 소식도 빈번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의 양적·질적 개선에 초점

지난해 특히 호텔의 양적, 질적 확대를 목표로 한 정부의 움직임이 돋보였다.
우선 정부는 호텔 내부적인 시스템 개선을 위해 지난해 초 호텔 등급 기준을 변경했다.

한국관광공사가 2015년 1월 1일부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호텔업 등급 결정기관으로 승인받아 업무를 전담하면서 등급 기준을 무궁화에서 별로 변경한 것. 한국을 방문하는 외래관광객이 급증하면서 관광객들이 알아보기 쉽도록 하자는 것이 취지다.
 

명동에는 쇼핑몰 사이사이 합리적인 가격대의 3,4성급 호텔이 자리 한다.
 

등급 기준이 개편되면서 평가방법 또한 변경 됐다. 사전 평가 일을 통보 후 평가요원이 방문해 조사하는 현장평가 방법과 불시에 방문해 평가하는 암행·불시로 평가 기준이 구분됐다. 기존 무궁화의 경우 700점 만점으로 90% 이상의 점수를 얻을 경우 특1급, 80% 이상 특2급, 70% 이상 1급, 60% 이상 2급, 50% 이상 3급으로 구분됐다. 새로운 등급제는 1,000점 만점으로 90% 이상이 5성, 80% 이상 4성, 70% 이상 3성 순으로 평가 기준을 높여 공정성 및 전문성을 강화했다.

2015년 12월 29일 기준 새로운 제도로 호텔 등급 평가를 신청해 평가를 받은 서울 내 5성급 호텔은 △쉐라톤그랜드, W서울 워커힐 △메이필드호텔 △그랜드인터컨티넨탈서울 파르나스호텔 △호텔신라 총 4 곳이다. 3성급 호텔은 총 6곳, 2성은 7곳, 1성은 2곳으로 총 19곳이 새로운 제도로 등급결정을 마친 상태다.
 

2015년 한국을 찾은 외래관광객은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12,115,201명이다. 이들은 모텔이나 게스트하우스에서 머물며 숙박비를 줄인다.
 

정부는 내부적인 시스템 뿐 아니라 국내 객실의 몸집 부풀리기를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2017년 외래관광객 2,000만 조기 달성을 위해 특히 규제 완화와 제도개선에 집중했다. 그 예로 복합리조트 및 시내면세점을 신규로 허가해 관광인프라를 확충시키고자 했다. 이밖에도 정부는 금융지원 확대, 호텔 리츠 활성화 등을 통해 5,000실을 추가 공급하기로 했다.

추가로 지난해 특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것은 정부가 ‘문화융성’을 위한 방안으로 내세웠던 ‘학교 옆 관광호텔업 설립’ 개정안의 시행이다. 본래 학교 200m 이내인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에는 호텔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 내 객실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규제를 완화시켜 호텔건립이 가능토록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아무리 서울 내 호텔 객실이 부족하다고 해도 학생들이 오고가는 길목에 호텔이 들어서는 것은 보기에도 좋지 않은 것 같다”며 “공급 확충에만 초점을 맞춰 청소년들의 교육권과 학습권 침해는 뒷전인 것 같다”고 거세게 지적했다.

야당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 본 안은 2015년 12월 3일 국회 본회의에서 학교 주변에 유해시설을 포함치 않는 호텔 건립을 골자로 통과됐다. 이에 따라 향후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의 호텔이 별도의 절차 없이 학교 옆에 건립이 가능해 졌다. 단, 추후 모니터링을 위해 향후 5년간은 서울 및 경기지역에서만 호텔 건립이 가능하다는 조건이다. 불건전 영업이 적발될 경우 영업이 정지된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16년 3월(잠정) 이후 서울·경기 지역의 유해시설이 없는 100실 이상의 관광숙박시설은 학교 출입문으로부터 75m이상 떨어진 구역에 학교 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심의 없이 건립 가능하다. 정부는 이번 정책으로 향후 객실 4,900실 증가 및 1만5천 명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8,055억 원의 투자효과를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