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28호]2016-03-07 08:59

스위스만의 독특한 친환경 여행방법
“스위스 모빌리티(Switzerland Mobility)”
한국판 무동력 관광 사업인 ‘두루누비’의 모델


스위스 모빌리티는 튼튼한 두 다리만 있으면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제주 올레길’을 필두로 국내에 도보여행이 정착한 지 약 십 년. 그동안 국내여행은 자동차와 기차, 버스로 즐기는 것에서 두 다리와 자전거로 즐기는 여행으로 그 범위를 넓혀왔다.

특히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작된 제주 올레는 전국 각지에 도보여행 코스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해파랑 길, 영덕 블루로드, 북한산 둘레길, 강릉 바우길 등은 지역적 특징과 자연, 문화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제주 올레 길에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걷기 코스다.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4대강 사업이 추진되며 한강과 금강, 영산강, 낙동강을 중심으로 자전거 도로가 조성됐다.

두 다리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이 확보되면서 도보여행과 자전거여행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잘 조성된 도보와 자전거도로를 이용해 ‘무동력 여행’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우리 정부는 지난해부터 ‘걷기여행’과 ‘자전거길’을 중심으로 관광활동과 교통, 숙박 등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무동력 관광정보 종합 플랫폼 구축 사업인 ‘두루누비’ 추진 계획을 밝히고 무동력 관광 선진국인 스위스관광청과 함께 한국판 모빌리티 구축에 나섰다.

천혜의 자연환경과 그 사이 자리 잡은 동화 같은 마을들, 우연히 마주치는 인연들과 맛 집들을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착하게 즐길 수 있는 스위스 모빌리티를 ‘코리아 모빌리티’ 등장에 앞서 소개한다.
자료제공 및 문의=스위스정부관광청(www.MySwitzerland.co.kr),
스위스 모빌리티(www.schweizmobil.ch), 스위스 트레일(www.swisstrails.ch),
스위스 모빌리티 재단(www.switzerlandmobility.org), 체르마트관광청(www.zermatt.ch)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코리아 모빌리티’의 모델이 된 스위스 친환경 여행”
스위스 모빌리티는 기차, 자동차 등과 같은 ‘동력’이 아닌 오로지 인간의 힘으로만 여행을 즐기기 위한 목적으로 구축된 친환경 네트워크 시스템이다.

2008년 스위스 정부는 자전거를 중심으로 한 스위스 모빌리티 프로젝트를 본격 가동했다. 이는 곧 스위스 모빌리티의 루트를 따라 전국적으로 표준화된 표지판이 세워질 만큼 보편적인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각 루트는 대중교통으로 편리하게 접근 가능하도록 연결돼 있으며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이상 체계적으로 여행할 수 있도록 숙박부터 짐 운반 시스템까지 완벽하게 갖춰져 있다. 단순히 길만 안내하는 것이 아니라 각 지역별로 추천 관광지와 체험거리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여행의 편의성을 더했다.
 

현재 스위스에는 6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걷기여행 코스가 있다. 스위스 전역에 뻗어나 있는 하이킹, 자전거, 인라인 스케이트, 산악자전거, 카누 코스는 전국적으로 표준화 된 표지판에 세워져 있어 실제 여행을 하는데 편리하다. 게다가 각 루트는 대중교통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어 개인의 목적과 건강상태에 따라 구역을 지정해 걷기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아무리 깊은 산 속이어도 스위스 곳곳에는 다음 구간까지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걸어서 소요시간은 얼마나 되는지 친절하게 안내해 주는 사인물이 있다. 이런 사인들은 전국적으로 통합적인 체계를 갖고 매우 엄격하게 사용된다. 특히 스위스 모빌리티에 관련된 사인은 더욱 엄격한 규제에 따라 정확한 안내를 한다. 하이킹, 자전거, 산악자전거, 스케이트, 카누에 따른 각각의 사인물이 다른 색상으로 활용된다.

그 중 하이킹 사인은 두 가지 종류로 나뉘는데 한 자리 수로 표기되는 루트는 전국적인 루트를 표기하고 두 자리 수로 표기되는 루트는 지역 내의 루트를 표기하고 있다. 산 속에서는 한 방향으로 뾰족하게 처리된 노란색 표지판을 자주 볼 수 있는데 특정 목적지의 방향을 안내해 주며 보행 소요 시간도 함께 표기된 경우가 많다.
 

스위스 모빌리티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다채로운 채널을 활용한 여행법. 루트는 사이클링 루트, 걷기 여행 루트, 산악자전거 루트, 스케이팅 루트, 카누잉 루트 등 크게 5가지로 나뉜다. 이것은 또 내셔널(National)과 리저널(Regional), 로컬(Local)로 세분화되는데 리저널 루트만 보아도 사이클링 루트는 총 52개, 하이킹 루트는 57개, 산악자전거 루트는 14개, 스케이팅 루트는 11개, 카누잉 루트는 8개에 달한다.

이러한 루트들은 대중교통을 통해 쉽게 접근 가능하며 스위스 모빌리티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면 기차요금 등 할인이 주어져 일석이조의 혜택을 얻을 수 있다. 꼼꼼한 계획 아래 움직이는 여행자이거나 보다 편리하게 스위스 모빌리티를 즐기고 싶다면 스위스 모빌리티 전문회사인 스위스 트레일(Swiss Trails)에서 자신이 원하는 코스와 관련된 단일 티켓에서부터 숙소 예약, 가이드 그룹 투어, 패키지 상품까지 예약 가능하다.

이밖에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여름에도 즐길 수 있도록 고안한 ‘노르딕 워킹’이나 숲 속 나무에 로프를 설치하고 공중을 걷는 ‘플라잉 폭스’, 시속 40km까지 빠르게 질주하며 알프스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마운틴 카트’ 등 스위스 모빌리티로 여행하며 자연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액티비티도 다양하다.
 
 
“두 다리로 느끼는 스위스 여행의 참 맛”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지만 스위스의 하이킹 코스는 지구 한 바퀴보다 긴 50,000km에 이른다. 코스는 걷기 쉽게 잘 정비돼 있으며 곳곳에 표지판과 중간 중간 전망 좋은 곳에 벤치가 자리해 있어 누구나 언제든 하이킹을 즐길 수 있다. 내딛는 발걸음마다 자연을 느낄 수 있고 마주치는 사람들과 정을 나눌 수 있는 대표적인 스위스 모빌리티 여행코스를 소개한다.
 

■짜릿한 빙하하이킹, 알레취(Aletsch) 빙하 파노라마 루트
대자연에 대한 경의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 총 23km 길이의 웅장한 알레취 빙하는 알프스의 빙하 강 중 가장 길고 웅장함을 지닌 동시에 가장 접근성이 뛰어난 곳이기도 하다. 수억만 년 전 빙하가 훑고 지나간 자리가 그대로 남아 있어 마치 빙하 강 같은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약 4시간이 소요되는 알레취 빙하 파노라마 루트는 산 정상에 위치한 기차역 베트머호른에서 산의 웅장함을 감상하며 시작된다. 바위들이 평평해 하이킹을 쉽게 할 수 있으며 동화 속에서 나올 것 같은 매리엘렌 호수까지 숨 막히는 듯한 자연의 경치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하이킹 루트를 따라가면 탤리그라트 터널을 통하는 지름길로 다시 베트머알프까지 돌아올 수 있다.
 

베트머알프에 도착하면 해발 4,000m에 이르는 32개의 봉우리가 환영 행렬처럼 반겨준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취 빙하는 지구 온난화로 그 규모가 줄고 있지만 결코 녹지 않는 감동을 선사한다. 곤돌라를 타고 베트머호른에 오르기 전에 베트머알프에 위치한 샬레호텔 베트머호프에서 발레주 만의 독특한 전통음식을 맛보고 출발할 것을 권한다.

하이킹 루트를 따라 바위로 형성된 계단과 산길을 따라 내려가면 로테 쿠마에 도착한다. 바위가 많은 코스를 지나면 잘 닦여진 산길이 나오고 곧 매리엘렌 호수에 도착한다. 봄날에는 호수가 잔디밭으로 둘러싸여 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글레처슈투베 레스토랑의 나무 오븐에 구운 사과 케익은 별미로 꼽힌다. 돌아가는 길에 피셔빙하의 장대한 모습을 천천히 감상하고자 한다면 탤리그라트를 지나는 길을 택하면 된다. 또는 지름길을 이용해 코스를 1시간 정도 단축할 수도 있다. 지름길을 이용하려면 레스토랑 바로 아래에서 시작하는 슈톨렌베그를 찾아가면 된다. 터널을 통과하면 탤리그라트를 반대 방향으로 오르게 되고 피셔알프로 향하는 잘 닦여진 넓은 산책로를 따라 하이킹 할 수 있다.

■코스 길이: 11km
■난이도: 어려움
■총 소요 시간 : 4시간



■체르마트 다섯 개 산정 호숫길(5-Seenweg)
체르마트 다섯 개 산정 호숫길의 공식 이름은 5-젠베그로 우리나라 제주 올레 6코스와 우정의 길을 맺어 더욱 친근하다.

체르마트 부근의 루트들은 대부분 산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산악철도를 이용하면 순식간에 해발 3,000미터에 다다를 수 있다. 철도보다 걷기 여행을 택하고 싶다면 해발 2,571m에 위치한 블라우헤르드에서 시작해 산에 위치한 다섯 개의 아름다운 호수를 지나 수넥가 파라다이스까지 가는 걷기 여행 루트를 추천한다. 수넥가 파라다이스에서는 케이블 철도를 타고 다시 체르마트로 이동할 수 있다.

호화로운 리조트 마을, 체르마트에서 블라우헤르드까지 가려면 우선 케이블철도로 수넥가까지 이동한 후 곤돌라를 이용해야 한다. 덕분에 블라우헤르드는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철에 교통의 중심지로 꼽힌다. 여름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해 걷기 여행 루트의 기점으로 선호되고 있다.
 

장엄한 산봉우리들에 둘러싸인 마테호른은 가장 포토제닉한 봉우리로 꼽힌다.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슈텔리 호수, 그린드예 호수, 그륀 호수, 무스이예 호수, 그리고 라이 호수를 돌아 2시간 동안 걸으면 수넥가 파라다이스에 도착하게 된다.

이 코스의 하이라이트는 크리스탈처럼 맑은 이 다섯 가지 호수에 비치는 마터호른의 장엄한 모습이다.
이 걷기 여행 루트를 따라 이름 모를 산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뛰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스위스 알프스를 속속들이 감상할 수 있다. 심지어 맑고 차가운 그뤼엔 호수에서는 수영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 해발 2,000m가 넘는 곳에 있는 호수지만 자그마한 물고기들도 서식할 정도로 맑아 걷기 여행을 한 후 더운 몸을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다섯 번째 호수인 라이제까지 내려오다 보면 저 밑으로 핀델른 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옹기종이 모여 있는 샬레의 정겨운 모습이 알프스의 정취를 그대로 만끽하게 해준다.

■코스 길이: 9km
■난이도: 중간
■총 소요 시간: 2시간 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