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5호]2016-04-22 14:20

심층기획<동상이몽6> 결론





철옹성 같은 조직 문화 개선하고 내부 살림 평탄하게
작은 조직이라는 이유로 기업문화 등한시 하는 태도 버려야, 고유문화 육성 필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가 아직까지 회자되는 건 단지 고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의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좌우명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고사성어는 모름지기 가정과 자신을 잘 다스리는 사람이 나라도 평안하게 다스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제 미래 여행산업의 성장을 의심하거나 부정하는 시선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시장의 성장과 달리 그 안을 채우는 여행사의 몰락은 쉽게들 예측한다. 이는 여행사가 위기산업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가치있는 잠재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외부 덩치 확장 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더 주력해야 함을 의미한다.


정리=김문주 기자 / 취재부 titnews@chol.com
 
 


“과시하기 보다는 직원 스스로 만족하고 자랑스러워 하는 기업” 주인의식은 윗선으로부터 나온다
 
 
2015년 기준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전체 직원은 본사와 계열사를 포함해 2,100명을 넘어선다. 여행업 최대 규모다. 하나투어뿐 아니라 나름 규모 있는 직판사와 온라인 기업들도 다들 100명에서 200명 최대 300명까지 적지 않은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여행사나 대리점은 줄곧 문을 닫지만 그 인원들이 다시 업계로 흘러 들어와 중견여행사로 흡수되는 탓이다. 이제 여행사는 더는 작은 조직이라는 변명만으로 기업 문화 육성을 배제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현실적으로 기업 내부를 구성하는 수 많은 직원들과 임원이 한 목소리를 낼 수는 없다. 서로 다른 꿈이 있고 원하는 환경과 조건이 상이하며 일하는 영역 또한 구분된다. 그렇기에 모두 다 같이 한 뜻, 한 마음으로 뒤돌아보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사측의 바람이나 주문은 또 다른 폭력일 수도 있다.

여행업계 부진의 이유를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찾아보자는 19주년 창간 특집호 기획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알 수 없다. 업계지로 시장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제대로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저 보기에만 급급한 기사라는 반론도 더러 있을 수 있다.

기획을 위해 만났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여행업계의 폐쇄적인 구조와 철옹성 같은 기업 문화를 타파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고 인지하고 있었다. 직원과 임원 간의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잦은 대화와 소통이 필요하다는데도 동의했지만 만남 조차 거북하다는 솔직한 심정도 있었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랜드사, 호텔, 현지 여행사 등 거래처를 하청업체로 여기는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입사원들의 이직을 연봉에 대한 불만이 아니라 여행업 자체에 대한 포기로 생각하고 꾸준한 교육을 통해 고객에게 가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여행사의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큰 기업이건 작은 기업이건 고유의 문화와 사내 질서라는 것이 있다. 그간 지나친 모객 압박과 경쟁에 떠밀려 기업의 문화나 내부 인력 관리 등에는 치중하지 않았다면 이제 시선을 돌려 안을 좀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와 이에 대한 실무진들의 생각 그리고 대안을 Q&A 형태로 정리해봤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다
 
일하는 직원 아니라 파트너, 공정한 평가와 보상 뒷받침 돼야
네임벨류 앞세운 기업보다 구성원 모두가 행복한 기업 지향
지나치게 폐쇄적인 관행 버리고 협력업체 위상 인정 필수
 
 

Q1. “여행업계는 닫혀 있는가?”

A1. 과거처럼 여행업계 전체의 조직 설계도를 항공사와 여행사, 랜드사만으로 한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당연히 폐쇄적이다. 구성원 간의 갈등과 경쟁도 너무 심하다. 그러나 현대의 여행 산업은 그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가격이나 여행상품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의 정보가 외부에 노출된 상태다.

여태껏 여행업계를 둘러싼 장벽들은 앞으로 빠르게 무너질 것이며 새로운 형태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한다. 폐쇄적이라고 여기는 것도 업계 스스로의 고정 관념 아닐까 싶다. 결국은 열린 업계로 나아가야 하고 이는 흐름에 따른 당연한 변화이기 때문에 미리 대처한다면 큰 문제는 없을 듯 싶다.
 

Q2. “현 여행업계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인가.”

A1.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지 못하고 상품이나 기업 문화 개선 등 혁신적인 변화를 주저한다. 지금의 상품을 그대로 이용하는 소비자와 충성 고객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업이 살 수 있다는 믿음 혹은 자신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한정된 소비층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2030 세대 소비자들이 4050 세대로 편입됐을 때 과연 여행사를 이용하려 할까?

A2. 다른 기능과 콘텐츠를 갖고 시장에 진출하는 후발 주자들이 많아졌는데 벽이 너무 공고하다. 스타트업 등 일부 세대가 혁신을 일으키더라도 기존 세력들이 한 마음으로 과하게 몰아낸다. 본인들끼리 이미 너무도 끈끈하게 뭉쳐있기 때문에 정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올 사람이 나타나도 쉽게 버티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진다.

A3. 인재 관리에서도 허점이 드러난다. 여행업계를 구성하는 인력 중 분명 2030세대가 전체의 50%를 차지한다. 여행사 직원부터 가이드, 항공사, 마케팅 등 다양한 업체에 좋은 인재들이 투입되고 있다. 더군다나 그들은 여행을 좋아하고 경험이 많으며 글로벌한 마인드와 외국어 실력까지 갖췄다.

하지만 다수의 여행업체들은 전형적이고 수직적이며 성과위주로 직원들을 대한다. 엘리트를 뽑아놓고 비슷한 업무만 반복하게 하는 곳에서는 절대 인재가 나올 수 없다. 날고 기는 직원도 회사에 입사하면 평범한 직원이 된다.

A4. 글로벌 업체에 대응할 만한 제대로 된 대기업이 없다. 물이 고여 있으니 썩을 수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 수직적인 구조와 성과위주의 경영마인드가 과거에는 흥행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확실히 아니다. 매일같이 어마 무시한 글로벌 공룡기업들이 한국여행시장을 두드린다.

외국의 문화가 익숙해진 현대의 젊은 여행자들은 글로벌 기업들을 받아들이는데 거리낌이 없다. 글로벌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경쟁력을 갖추던지, 아님 독보적인 서비스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인재는 성장할 수 있거나 안정적인 대기업을 찾기 마련이다. 아직 우리나라 여행업계는 이러한 여행 대기업이 없다.

A.5 상품에 대한 변화도 시급하다. 같은 패턴을 고수하고 숙박이나 중간 일정 등을 살짝 변형시키는 것은 신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전략이 소비자들을 더 멀어지게 한다. 자신들의 강점을 파악하고(패키지사라고 해서 모두 같지 않다. 노년층에 강하거나 첫 해외여행자에 강하거나) 코어 타깃을 설정해 관련 상품을 줄기차게 출시하며 시험해야 한다.


 
Q3. “여행사의 최대 장점은 무엇일까.”

A1. 결국은 직원에게 있다. 서비스와 상담 능력을 갖춘 직원을 제외하면 사실 여행사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은 많지 않다. 가격은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여행사보다 여행자가 더 많이 알고 더 쉽게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과 예약 엔진들이 너무 많은 탓이다.

노하우가 있는 베테랑 직원들은 상담 시 기계적인 설명보다 고객이 진짜로 궁금한 부분을 먼저 알아서 말한다, 고객 스스로가 까다로워지기 전에 담당자가 더 까다롭게 일을 진행한다. 고객을 가르치려 들지 않고 눈높이에 맞춰 상담하며 이기려고 하지 않는다. 이런 자세를 갖춘 전문가들은 굳이 기업이 나서지 않아도 고객이 먼저 인정하고 몰린다.

여행사 직원들이 베테랑으로 인정받으려면 자신의 일을 좋아하고 업에 대한 소신과 열정이 있어야 한다. 그저 주어진 임무만 충실해서는 그 이상의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여행사가 인재 관리나 육성에 주력하지 않는 탓에 시장에서 전문가 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여행사가 좀 더 효율적으로 성장하려면 직원에 대한 교육이나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물론 능력 있는 직원에 대한 공정하고 투명한 보상은 당연하다.

 
Q4. “업계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행사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A1. 여행사 실무진들이 설명회, 트래블마트, 워크숍, 송년행사 등 업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행사들을 기피하는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늘 똑같은 정보와 형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크게 변화된 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바쁜 와중에 업무를 제쳐두고 참여한 건데 소득 없이 시간만 버린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관광청 설명회를 예로들면 1년 만에 다시 지역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데 업데이트 된 내용이 미미하고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상투적인 정보 제공에 지나지 않아 속상하다는 답도 있다. 1분 1초가 시급한 상황임에도 주최 측에서는 항상 공지된 시간보다 행사를 늦게 시작하거나 종료시간도 마음대로 연장하는 등 시간관리의 허점에 대한 지적들도 많았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행사를 기획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비용, 참가 인원수 파악, 프로그램 구성 등 한 행사를 개최하기까지 세부적으로 신경 써야 할 요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트래블마트, 워크숍 등 특정한 목적과 패턴을 고수하는 정통적인 행사는 비슷하게 진행하되 최대한 다채롭게 프로그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 또 파트너들을 위한 감사의 자리나 직원들을 위한 내부적 행사는 독창적으로 구성해 사기진작과 기업 분위기 향상을 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Q5. “회식, 워크숍 내부 단합 행사가 활성화 될 수 있는 비법은?”

A1. 직위 여하를 막론하고 전체 회식이 필요하다는 점은 다들 인정하고 있다. 다만 직위가 높고 남성일수록 회식의 중요성을 높게 생각한다. 중간급 직위 이상의 여성들도 전체 회식은 필수라고 말한다. 그런데 신입사원 및 기업의 막내들로 내려가면 회식이나 워크숍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근절해야 할것이 많다. 마시고 죽자는 일종의 강압,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부담감, 고압적인 회식문화, 업무 연장선과 같은 훈계 등이 그것이다. 사전에 회식 일자를 논의하고 몇몇 사람이 아닌 전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방식으로의 전환도 중요하다. 영화, 공연 등 문화회식이나 아웃도어 워크숍 등 프로그램의 다변화와 업그레이드가 추가된다면 만족감도 높아질 수 있다.


 
Q6. “직원과 임원 간의 소통 활성화를 위한 필수 과제는.”

A1. 세대 간, 임직원 간 진정한 소통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업 운영을 위해 무조건 실적과 성과가 필요하고 직원은 제대로 의견을 표시할 수 없고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 딱딱한 기업의 관행이 답답하다. 서로 입을 닫고 대화를 거부한 만큼 오해는 쌓여간다.

윗선에서는 직원들이 자신의 회사라는 심정으로 일하길 바란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를 하기 전에 직원 스스로가 그런 마음이 들도록 걸맞는 대우와 복지를 지급했는지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직원 역시 월급 받고 출퇴근 하는 것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진지한 자세와 열과 성의를 보여야 한다.

문제 해결을 위한 회의 보다는 제한 없는 자유토론을 즐기고 집단 위주의 목적보다는 구체적인 팀 목적을 세우며 얼마나 영향(모객)을 끼쳤는지에 대한 평가보다는 생산 과정과 구성원 자체에 집중하는 효과 측정이 방법이 될 수 있다.
 


Q7 . “기업 문화 개선을 통해 성장을 일군 사례가 있는가.”

A1. 미국의 인터넷 TV회사인 넷플릭스(Netflix)가 대표적이다. 넷플릭스의 CEO인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는 이른 바 ‘인재경영’을 통해 회사의 성공을 이끌어낸 인물이다.

그는 2015년 8월 처음으로 1년의 육아휴직을 도입했다. 휴가도 원하는 만큼 최대한 보장한다. 단 자유분방한 분위기임에도 변화가 없는 직원들은 도태시킨다. 넷플릭스가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상장 2년 후인 2004년부터 실시됐다.

그 전까지는 넷플릭스도 다른 기업처럼 각종 규정이 마련돼 있었다. 그의 경영혁신은 인재관리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는 직원들에게 자유를 제공하고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도록 했다. 이를 통해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리더처럼 행동하며 지시가 없더라도 스스로 행동하는 직원들을 찾아내 키웠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됐다.

A2. 현대엔지니어링은 포춘코리아와 잡플래닛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한국기업 50’에 꼽힌 바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문화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제안과 소통이 자유롭다’는 것. ‘소통’, ‘자유’ 등 추상적인 개념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지키고 있다.

그 중 하나가 ‘C+제안제도(Create Plus)’다. 이는 업무나 기술 관련 분야의 참신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영활동에 반영하기 위해 시작됐다. 일상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실현해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경영에 반영된 아이디어로는 ‘온라인 엔지니어링 사전 개설’, ‘EPC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공사 간섭 사항 해결 방안’, ‘배관 용접 부위의 베벨각 축소로 공기 단축 및 원가 절감 방안’ 등이 있다.

신입사원을 위한 ‘멘토링 제도’도 빼놓을 수 없다. 신입사원이 빨리 업무에 적응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돕는다. 멘토는 같은 본부 대리나 과장급 선배로 정하고 멘티인 신입사원에게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교육, 직장생활 관련 조언과 상담 등을 통해 어려움을 덜어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멘토링 데이’를 열어 멘토와 멘티가 다양한 체험활동에 참여하게 하고 매해 우수 멘토링 활동조를 선정, 포상하고 있다. 이 밖에 감성경영, 가족친화경영 등에 주력해 임직원과 가족이 일과 삶의 균형을 찾도록 돕고 있다. 가족이 행복해야 직장생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실질적이고 유용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