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7호]2016-05-13 10:37

[Best Traveler(201)] 박재아 사모아관광청 및 남태평양관광기구(SPTO) 한국 대표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결핍, 간절하면 답이 나온다”
사모아 기존 휴양지와는 전혀 달라, 희소성 앞세워 여행객 유치 가능
남태평양 섬들에 한국 알리고 소개할 것, 연구소 설립도 준비 중
시간 쪼개기는 오랜 습관이자 버릇, 욕심 많아 빨리 움직일 뿐
 

 
박재아 사모아관광청 한국대표와의 인연은 꼭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햇병아리 기자로 이것저것 실수가 잦았던 필자에 비해 그녀는 ‘최연소 지사장’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늘 당당하고 실력 있는 ‘워너비’ 여성으로 회자되곤 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대학원을 마치는 긴 시간 동안 피지와 함께했던 박 대표에게 지난 연말 피지관광청 한국지사 철수는 그만큼 아쉬운 소식이지만 오히려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전환점이기도 하다.

혹자는 좋은 프로필과 학력, 외모 등을 이유로 뭐든 척척 쉽게 해내는 그를 종종 오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박재아 대표의 행보는 늘 간절함과 결핍에 따른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아직 어린 20대 중반에 전혀 연관도 없던 관광청 업무를 그야말로 맨 땅에 헤딩하듯 혼자 힘으로 일궈냈던 시절이 딱히 아름답지는 않았을 게다. 스스로 말하는 것처럼 정말 좋고 재밌기 때문에 돈이 적어도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버릇이 됐을 뿐이다.

인터뷰는 초여름 같던 봄날에 진행됐다. 평소 격의 없는 사이지만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공식적인 자리인 탓에 그는 전에 없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기자 또한 섭외 전부터 다른 인터뷰와 다를 것이라고 호언했다. 그리고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시장에 떠도는 온갖 루머부터 작정하듯 캐물었다.

“정말 관광청 잘렸어요?”.

취재협조 및 문의=사모아관광청 한국사무소 (www.SamoaTravel.kr)
공식 이메일=samoatravelkorea@gmail.com
글=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피지관광청 얘기를 안 하고 넘어갈 수가 없다. 한국 지사 철수 소식이 전해진 시기에 개명을 하면서 더 많은 얘기들이 증폭됐다. 예산을 잘못 운용했다는 루머도 있었다.

▲어제까지 피지관광청의 남은 예산 업무를 처리하다가 나왔다.(웃음)

당시 발표한 내용대로 한국지사의 철수 이유는 분명하다. 피지국적기인 Fiji Airways가 싱가포르-난디 구간을 추가로 운항하면서 중국/인도 시장의 중요도가 커지게 됐고 이 때문에 아시아 시장의 허브를 싱가포르로 옮겼다. 물론 대한항공이 직항편을 운항하고 있지만 피지 정부 입장에서는 예산 배분 등 합리적인 결정을 취할 수 밖에 없다.

소식이 급작스럽게 전해진 것은 맞다. 나도 공식결정을 듣기 바로 얼마 전까지 올해 사업 계획안을 짜고 있었거든.
루머에 대한 답은 분명 아니다. 철수 당시에도 싱가포르 지사나 본사에서 근무할 의향을 물어왔지만 아이들이 아직 어리고 해외파견에 대한 의사가 없는 탓에 고사했다.

지금까지도 본사와의 관계는 매우 좋고 한국 시장에 대한 의견이나 협조를 구하면 충분히 답을 주고 있다. 피지관광청 또한 지사가 아닌 에이전시나 대행사 형태로 한국사무소를 다시 운영할 계획도 있다. 그때 조건이 된다면 입찰에 참여할 것이다.

13년 동안 피지와 함께하면서 거의 세뇌에 가까울 정도로 피지를 알리고 홍보했다. 업무가 끝난 것이지 마음은 그대로다. 예산이나 기타 운영에 대한 관광청의 입장과 서류도 얼마든지 공개할 의향이 있다. (현재 박재아 대표는 피지의 가장 큰 랜드사인 로지홀리데이즈의 한국 지사장으로 일하며 상품 판매 및 연결 업무는 지속하고 있다.)
 


-사모아관광청 대표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관광지로써 사모아의 매력은 무엇인가.

▲사모아는 굉장히 독특한 나라다. (휴양지라는 것은 비슷하지 않냐는 질문에) 물론 모든 나라들이 자기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사모아처럼 특이한 곳은 본 적이 없다. 3천 년 이상의 독특한 문화와 자연 환경까지 갖췄다.

사모아에는 10개의 섬이 있지만 주로 우폴루(Upolu)와 사바이(Savaii) 두 섬에서만 여행을 한다. 독일의 지배를 받았을 때 건설된 고속도로는 한국보다 더 지면 상태가 좋고 루트 또한 디테일하다. 때문에 렌트카, 자전거,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이 풍성하다.

볼거리가 우폴루 한 섬에 집중돼 있는 만큼 3일 정도 휴양을 즐기고 나머지 하루 이틀은 토수아를 비롯한 동굴탐험, 폭포 등 현지 자연 경관과 주변 섬 투어를 즐길 것을 권한다. 최소 10가지가 넘는 볼거리를 원하는 대로 담아 관광 일정을 짤 수 있다.
 


-한국 시장에 사모아를 어떻게 홍보마케팅 할 계획인가.

▲기존에는 한국에서 사모아까지는 피지를 경유하는 것이 비용, 시간 대비 가장 이상적인 패턴이었던지라 피지관광청에서 사모아를 연계상품으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한국사무소 개소와 함께 좀 더 적극적인 마케팅을 병행할 생각이다.

추후 몇 년간은 일본 대표도 겸하는데 일반적으로 일본에 지사를 두고 한국 업무를 총괄하는 다른 관광청들의 사례를 볼 때 상당한 도전이자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아시아시장의 정체성을 알리고 데이터를 구축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모아에 대한 정보 및 콘텐츠를 시장에 꾸준히 소개하고 실제 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무게를 싣으려 한다. 사모아는 피지, 뉴질랜드 호주와 가장 쉽게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신상품 개발에 목말라 있는 대양주 지역에 호재일 수 있다.

하와이, 타히티, 몰디브와도 물론 믹스할 수 있다. 아직 계획 중이지만 사모아-아메리칸사모아-하와이를 연결하는 허니문 상품도 출시 예정이다.

관광청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아무리 좋은 여행지가 있고 정보가 넘쳐도 여행자들이 직접 갈 수 있는 상품이 부족하면 시장 활성화에는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살려 국내 여행사와 사모아 현지 업계가 협력해 좋은 상품을 낼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 남태 휴양지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한정돼 있지만 사모아를 시작으로 더 많은 섬들의 문이 열렸으면 좋겠다.
 

 

“소셜을 사용하는 용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한테는 정말 다락방 같은 공간이죠.
아이 두 명 키우는 엄마로 일 좋아하는 워커홀릭으로 살면서
직접 대면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서로 편하고 허심탄회한 얘기를 나누니까.
자랑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물론 있어요. 부인하지는 않아요. (웃음)”

 



-남태평양관광기구(SPTO)의 업무 또한 겸한다고 들었다. 구체적으로 소개해 준다면. 사실 피지 이후의 행보가 너무 빨라서 사람들의 오해가 심해진 부분도 있다.

▲남태평양관광기구(SPTO)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17개의 섬나라와 중국이 멤버로 남태평양 지역 도서국가들의 관광진흥을 통해 경제발전을 돕는 관광청과 연구소 개념이다.

관광뿐 아니라 기후변화, 수산자원, 정보기술, 여성, 인권문제 등 남태평양 지역에서 벌어지는 국제문제들에 대한 대표기관 성격을 띤다. 때문에 관련 국제회의, 포럼 등에 대표로 초청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포함 국가는 마이크로네시아, 피지, 타히티, 뉴칼레도니아, 마셜제도, 파푸아뉴기니, 사모아, 바누아투 등이다.

각 나라의 관광청 외에도 남태평양 지역관련 홍보 마케팅을 원하는 민간단체, 호텔, 랜드사 등도 협회비를 내고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

오랜 기간 피지관광청 업무를 총괄하면서 피지 외 남태평양 주변 섬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 처음에는 섬이라는 배경만 중시했는데 점점 각 섬들의 언어, 위치, 지리적 배경, 문화, 역사 등에 빠져들어서 스스로 지도를 그려보고 자료를 찾았다.

대학원에서 국제지역학을 전공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그러나 피지관광청 대표로써는 동시에 일을 겸할 수 없기 때문에 생각만 하다가 지사 철수와 함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대표직을 맡게 됐다. SPTO는 세일즈를 통해 돈을 버는 개념보다는 오히려 연구와 쌍방향 교류가 핵심이다.

솔직히 말해 SPTO 입장에서는 아직 한국에 대한 관심이 없다. 그들에게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알리고 한국여행업계와의 교류 및 네트워크 형성 등을 돕는 일을 추진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연구소 설립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위해서도 현지 사정을 잘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적이 많다.(웃음) 개인적인 SNS상의 활동도 때로는 화제가 된다. 워킹맘으로써 대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뭐든 쉽게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전 질문지 보고도 그랬지만 정말 한참 웃었다.(웃음) 졸지에 연예인이 된 것 같다. 겉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관심을 받는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인터뷰를 통해 새벽에 일어나고 독서나 운동 같은 취미생활을 병행하는 모습이 밖으로 비쳐지면서 그렇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피지관광청에 있을 때는 포스팅을 너무 피지로만 해서 욕을 먹은 탓에 중간 중간 개인적인 얘기도 올렸다.

나한테 소셜은 사람들과 만나는 창인 동시에 공개된 일기장과도 같다. 물론 거침없던 과거와 달리 조금씩 나이가 들수록 SNS나 인터뷰 같은 대외 활동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몇 번 말했지만 ‘금수저’는 정말 아니다. 성취욕구가 강하고 다방면에 관심이 많아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고 뛰는 워킹맘일 뿐이다.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많으니까 어릴 때부터 시간을 쪼개서 움직이는 게 습관이 됐다.

예를 들어 아침에 아이들과 함께 식탁에 앉아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럼 밥을 먹는 그 순간에 벌써부터 ‘식탁에서 일어나면 거실에 떨어져 있는 저 휴지를 치우고 옷을 챙겨서 학교를 보내야지’라는 동선이 머리에 미리 그려지는 거다. 이건 진짜 애들 키우는 엄마들은 다 안다. (웃음) 일은 많고 내 몸은 하나니까.

스스로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그리고 간절히 원하고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앞뒤 안보고 달려든다. 공부를 해서 학교에 갈 때도 그랬고 피지를 한국 시장에 알릴 때도 마찬가지였다. 인터뷰 또한 개인적인 명예욕이 아니라 정말 예산이 없기 때문에 나라는 사람을 피지 홍보의 도구로 활용했던 것뿐이다.

인정욕구도 있지만 일과 개인적인 생활은 분리하고 있다.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가장 중요한 가치를 자신에게 두고 나 자신과 자주 대화하면서 재밌게 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