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39호]2016-05-30 09:10

[Best Traveler(203)]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CEO



마이리얼트립, 전 세계 상품 총망라한 ‘종합여행회사’ 목표

항공+호텔 아닌 현지 가이드투어가 자유여행상품 핵심

예약건수 기준 2016년 4월 전년 대비 무려 26배 성장
 
 
여행사로 알고 있던 업체가 여행사가 아니란다. 웬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업계 안팎의 무 수한 소문의 주인공, 이동건 마이리얼트립 대표와의 인터뷰에서 기자는 망치로 머리를 ‘띵’하 고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어쩌면 이 기사를 읽는 독자들 몇몇은 분명 기자와 같은 충격을 받으리라. 이동건 대표는 마이리얼트립이 어떤 회사인 지를 정의했다.

전 세계 현지 여행상품을 총망 라한 오픈마켓, 즉 여행플랫폼이다. 여행사가 아닌 ‘여행회사’로 중개 판매자 역할을 한단다. 듣다보니 고개가 자연스레 끄덕여졌다. 마이리얼트립을 ‘독특한 여행사’라고 규정짓고 그간 범했던 오류와 무수한 소문, 여기에 이 대표와 회사를 놓고 오간 뒷담화(?)까지 한 방에 정리 가 됐다.

‘성공한 젊은 CEO’로 불리는 그는 겸손했으며 여행사업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비전을 갖 고 있었다.

취재협조 및 문의=마이리얼트립(02-537-3967 / www.myrealtrip.com) 글=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이동건 대표와 마이리얼트립을 언급하면 ‘성공한 젊은 사업가’, ‘성공한 여행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를 떠나서 마이리얼트립 자체가 아직은 성공궤도에 올랐다고 보기엔 어렵다. 회사 창립 만 4년 2개월, 서비스 오픈 만 4년이 되지 않았다. 성공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내 기준에서 마이리얼트립이 성공했다는 건 길 가는 사람들에게 ‘마이리얼트립을 아느냐’고 물었을 때, ‘여행사 아니에요?’, ‘사용해 봤다’, ‘써 보진 않았지만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정도까지 가야 성공했다고 본다. 젊은 세대만이 아니라 40대 이상의 여행자들도 마이리얼트립을 알고 사용해야 성공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웃음)
 

-탈 여행사 수요가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행산업이 장기적으로 계속 발전될 수 있는 산업이라고 보나.

▲산업 자체는 당연히 여러 가지 신호로 봤을 때 건강해지고 있고 크게 발전하고 있다. 출국자 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여행객들의 지출비용 또한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면 여행산업에 종속해 있는 여행업 회사들이 그에 맞춰 잘되느냐? 외형적으로는 다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시장이 빨리 커지는 것만큼 여행사들이 빨리 커지진 않는다. 결국 여행산업과 여행사 사이에 격차가 발생하니까 ‘대체 여행자들이 어디를 통해 가냐’는 질문들이 나오는 거다.

나는 대체재가 많아졌다고 본다. 과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여행사가 유일한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이었는데 이제 한국에 오피스를 낸 익스피디아, 스카이스캐너, 카약, 부킹닷컴에 에어비앤비까지 너무 다양한 대체재들이 생겼고 자사와 같은 스타트업 업체들도 생겼다. 즉 수요가 골고루 뿌려지고 있다고 본다.

결국 이 산업 자체가 여행사 한 곳만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구조로 변했다. 앞으로는 항공 1등, 호텔 1등, 가이드투어 1등, 단품 판매 1등 식으로 분화되지 않을까.
 


-업계 안팎으로 마이리얼트립에 대한 관심은 상당하다. 그중에서도 마이리얼트립이 4년간 일군 성과, 즉 성적표를 가장 궁금해 하는데 어떤가.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건 하루 예약건수다. 2016년 4월 기준 하루에 800건을 넘어섰다. 매일은 아니고 일시적으로 800건을 넘어선 적이 있었다. 평균적으로 보자면 하루 700에서 800 사이로 나오고 있다. 2015년 1월 대비 2016년 4월 예약건수 기준 무려 26배나 성장했다. 지난해 지역별로 놓고 보자면 상반기는 프랑스 파리, 하반기는 일본 오사카 지역 현지 가이드투어나 단품 판매 비율이 높았다. 올해 또한 비슷한 상태다. 자사에 등록된 현지 투어, 액티비티 상품 가짓수는 2,340여 개다.


 
 


-다수의 여행사들은 관광청이 주관하는 국내외 트래블마트를 통해 현지 업체와의 비즈니스 성사를 이끌어낸다. 마이리얼트립은 어떻게 전 세계 업체들과 계약을 체결하나.

▲자사 또한 국내외 트래블마트에 가리지 않고 참가해 현지 업체들을 만나기도 한다. 최근에도 ITB와 WTM 등에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오프라인 외적으로 우리는 온라인상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내부적으로 매일 매일 전 세계 현지 투어 상품을 발굴하는 담당자가 있어 상품을 조사하고 반응을 살피는 노력을 하고 있다.

사실 트래블마트에 참여하는 현지 업체는 어느 정도 규모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규모가 작더라도 재미있고 여행자의 니즈에 부합하는 상품을 운영 중인 업체가 많다. 트래블마트를 통해서만 현지 업체와 만나면 기존 여행사들과 같다. 자사의 경쟁력은 타사에서는 볼 수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단품 판매에 집중했던 마이리얼트립이 자유여행상품을 출시했다. 출시 배경과 상품의 경쟁력은.

▲에어텔은 우리가 판매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의 가치를 줄 수 없기 때문이다. 항공이나 호텔을 싸게 확보한다면 자사를 통해 소비자들은 ‘가격’의 가치가 있겠지만 회사의 가치를 전하기엔 역부족이다. 즉 우리가 에어텔 상품으로만 진입하게 되면 100% 가격경쟁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가 자유여행 시장에서 단품으로는 잘해왔는데 좀 더 가치를 두고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자유여행객이 늘었지만 일부는 자유여행이 완전 편하진 않다. 여전히 항공과 호텔만 끊고 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여행객들이 많다. 그런데 이들이 패키지로는 가지 않는다. 이런 여행자들은 소위 붕 뜬다. 100% 자유여행도 패키지도 맞지 않다. 이들이 타깃이다.

타사에서는 이를 ‘세미패키지’라고도 하는데 우리가 추구하는 성격과는 좀 다르다. 타사 자유여행상품의 메인은 항공과 호텔이다. 그런데 우리는 항공과 호텔은 부수적이고 현지 경험을 풍부하게 즐길 수 있는 가이드 투어가 메인이다. 여행에 있어 더 이상 ‘어떻게 가지?’가 중요하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항공과 호텔을 끊을 수 있는 업체는 다양하다.

여행자들은 ‘가서 뭘 하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우리는 이를 실현해주는 거다. 파리 현지인의 집에서 프렌치 가정식을 맛보거나 바르셀로나 언덕에서 야경을 보며 와인을 먹는 일. 마이리얼트립을 통하면 할 수 있다.


-항공과 호텔은 메인이 아니더라도 꼭 필요한 여행요소인데 수배는 어떻게 이뤄지나. 공항 샌딩도 1회 포함돼 있는데 주체는.

▲현재는 모 여행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해당 여행사가 항공과 호텔을 담당하고 관련 CS 또한 책임진다. 공항 샌딩은 자사와 계약된 현지 여행사나 가이드가 담당한다. 공항 샌딩부터는 현지 경험이라 자사가 책임진다. 자사의 사업모델로는 여행업계와 협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이번 자유여행상품을 출시하면서 여행사들과 협업이 가능해졌다. 많은 여행사들의 연락 부탁드린다. (웃음)
 


-마이리얼트립이 자유여행상품을 출시하면서 일각에서는 기존의 여행사들과 별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입장은.

▲조금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데, 기존의 여행사들과 별 반 다르지 않다고 판단할 수 있는 건 여행자다. 여행사 관계자가 자사 상품을 이용한 후 평가한다면 모를까. 판단 영역은 여행자의 몫이다. 나는 도리어 묻고 싶다. 비슷한 게 왜 나쁜가? 기존 여행사들의 상품과 비슷하다는 말은 결국 형태의 유사성이다. 그런데 이것을 좋다, 나쁘다로 평가할 수 있나. 중요한 건 그래서 그 여행상품이 좋았냐, 괜찮았냐, 혹은 별로였냐다.

여행자들이 여행이 별로였다고 하는 것들을 들어보면 “○○항공 비즈니스클래스 최악이야.”라는 말은 거의 없다. 그런데 “현지에서 먹은 음식이 별로였어, 만 원도 아까웠어.”라거나 “가이드가 영 친절하지 않고 설명도 못하고” 등이다. 자사는 이러한 여행자들의 니즈에 착안해 항공, 호텔이 아닌 현지 경험에 주력했다.


 


 
-최근 업계 화두 중 하나가 마이리얼트립이 종합여행사로 도약한다는 거다. 사실여부가 궁금하다. 마이리얼트립의 비전 역시 이와 상통할 듯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건데, (웃음) 자사의 비전은 ‘종합여행사’가 아닌 ‘종합여행회사’다. 자사는 여행사가 아니다. 여행사는 상품을 기획하고 모객활동을 통해 상품을 판매한다. 11번가나 티몬이 여행상품을 판매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그들을 ‘여행사’로 간주하지 않는다. 자사 또한 마찬가지다. 자사는 전 세계 여행상품을 취급하는 오픈마켓이다.

자사는 4년 전 가이드투어를 시작으로 현재 현지에서 경험할 수 있는 여행 전반을 다루고 있다. 당장 그리고 있는 그림은 여행자가 “런던을 갈 건데 뭘 할지 모르겠어.”라고 했을 때, 마이리얼트립이 뮤지컬 예약, 가이드투어, 교통패스 등 현지에서 경험할 모든 것들을 해결해주는 여행회사가 되고 싶다. 그간 오프라인에 뿌려져 있던 여행 단품들을 온라인 시스템화 해 제공하는 종합여행회사가 되고 싶다.
 


-끝으로 마이리얼트립을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에게 전하고픈 조언이 있나.

▲내가 조언할 위치가 되는지 모르겠다. (웃음) 회사를 운영하면서 내가 깨달은 건 업계(여기서 말한 업계는 모든 산업군을 총망라한다)에서는 2,3년 만에 반짝 떠오른 기업을 조망한다. 흔히 접하는 케이스가 쿠팡, 배달의민족, 티몬 등. 이를 접하는 창업자들은 괴리감에 빠지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저렇게 잘 나가는 동안 나는 뭐 했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창업자의 99%는 그러한 성장을 이뤄내기가 어렵고 또 그런 성장이 무조건 답은 아니다. 그들만큼의 성장은 아니지만 분명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을 거다. 그리고 나중에는 정말 그들처럼 성장할 수도 있다. 누군가는 2,3년 만에 이뤄낸 일을 혹자는 4,5년 뒤 이뤄낼 수 있다. 조급해 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사는 것과 사업을 장기적으로 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지만 양립할 수 있다. 하루하루를 소위 빡세게 살지만 사업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으로 하는 것. 치열하게만 달리다보면 맥이 풀리기 마련이다. 페이스조절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