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0호]2016-06-07 09:21

[Best Traveler(204)] 이미순 오마이트립 대표이사(CEO)

“20년 연애하다가 헤어졌어요. 지금 다시 설레죠!”

항공 관련 사업체 인수하고 시스템 키워 볼륨 확대할 것

비즈니스의 첫 번째 원칙은 ‘신뢰와 정직’ 변함없어

 
 
이미순 오마이트립 대표에게 2016년은 유독 특별하다. 올해는 그가 여행업계에 입문한 지 횟수로 꼭 20주년이 되는 해다. 그간 이 대표는 오퍼레이터, 항공, 호텔, 현지 개척은 물론 세일즈, 마케팅, 브랜드 기획, 경영 컨설팅에 이르기까지 업계의 가장 낮은 바닥부터 맨 꼭대기까지를 다 훑고 내려왔다.

시장에 이미 발표된 것처럼 이미순 대표는 최근 비코트립 대표직에서 사퇴하고 오마이트립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나섰다. 지난 해 11월 25일, 두바이계 글로벌 OTA 기업인 ‘DOTW(Destination Of the World)’와 인수합병설을 발표한지 약 반년 만의 행보다.

지난 달 31일 정동 소재 오마이트립 사무실에서 이미순 대표와 마주 앉았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비코트립과의 작별은 흡사 20년 동안 계속됐던 찐한 연애의 끝과 같단다. 잠시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이내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하면 다시 설렌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취재협조 및 문의=오마이트립(www.ohmytrip.com)
글·사진=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비코트립과 오마이트립의 분리 과정을 궁금해 하는 여론들이 많다.
▲DOTW(Destination Of the World)와 합병하기 이전에도 여러모로 계획이 많았다. 반년 동안 여러 가지 합병 과정에서 상당히 많이 고민하고 검토하고 경영 자문을 받으면서 최대한의 결과를 내자고 스스로 다독였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일본이 계속 호황인 탓에 고객 반응이 좋았고 회사(비코트립)도 안정된 상태였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우리 매출의 70%가 도쿄에서 나오고 오사카가 20% 정도를 차지했는데 이후에는 오사카에서 60%, 도쿄에서 30% 정도로 역전했다. 미리 지사를 개소하고 오랜 기간 시장을 다진 덕분이었다. 반대로 B2C인 오마이트립은 약세였다.

에어텔 파트를 좀 더 키우고 싶었는데 타이밍을 놓친 탓에 시장 진입이 쉽지 않았다. 적자가 심하니까 직원들을 해고해야 하는데 이걸 안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M&A 밖에 없었다. 게다가 일본 영향으로 회사 가치가 높을 때 좋은 파트너와 함께 크자는 생각도 있어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합병 과정에 있어 서로 자연스레 업무를 분리하면서 B2B 영역을 매각했다.
 
-20년 동안 맨 손으로 일군 기업과 헤어졌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감회라, 사실 6개월 동안 많이 울었다. 우울증도 왔고(웃음). 나는 아이들하고 보냈던 시간보다 회사에서 보냈던 시간이 배로 많은 사람이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까지 내게 회사는 때로는 연인이고 때로는 자식 같은 존재였다. 인생의 모든 게 사라진 느낌도 있다. 그래서 힘들었다. 그런데 100번 똑같은 과정이 와도 똑같은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익 때문에 혹은 다른 목적 때문이 아니다. 나는 내 손으로 직원들 해고하기가 정말 싫었다. (그는 이 부분에서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원전 사태에도 버티고 금융 위기 당시에도 버티고 직원들 월급 주려고 건물도 팔았던 사람인데, 당장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 해고하고 살림 줄이는 건 결국 장사꾼 밖에 안 된다. 나는 장사꾼이 아니라 책임감 있는 경영자로 남고 싶었다.

같은 회사였다가 서로 다른 협력사가 되고 함께 했던 동료와 자리가 달라지고 결정적으로 나까지 떠나게 되자 일부 직원들 중에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직접 따지는 경우도 물론 있었다. 몇몇 해고하면 되지 어떻게 떠나려 하냐고 묻기에 그 해고가 당신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끝에 가서는 대표 마음을 이해해 줬지만 서운한 마음이야 안다.

비코에서 제일 의미 깊은 성과 중 하나는 직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감과 결속력에 있다. 비코에 남아있는 직원들에게도 지금 오마이트립에서 함께하는 직원들에게도 좋은 기회와 혜택을 주고 싶다.
 
"이미순 대표는 사업 운영에 있어 신뢰와 투명한 경영을 최고 원칙으로 꼽는다.
그는 자신의 스케줄과 일정을 직원들에게 스스럼없이 공개하는 CEO이다.
 




-오마이트립을 소개해 달라. 자유여행기업을 지향하는지.
▲항공권, 호텔 객실, 각종 입장권 및 교통 패스 등을 취급한다. 45명 정도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고 항공사업부, 여행사업부, 경영지원부 등으로 조직이 구성돼 있다. 근무 인원은 추가될 예정이다. 비슷한 FIT 전문여행사 보다는 온라인과 시스템을 통해 모든 업무를 해결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아우를 수 있는 자유여행 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최근에 직원들과 단체 워크숍을 가서 앞으로의 비전과 계획을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체적인 것 중 하나가 에어텔 파트를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 뿐 아니라 에어텔에 대한 전체적인 니즈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지 않나. 여행상품 구매를 여행사에서 하지 않는 것이 메가 트렌드가 됐을 정도다.

대신 항공, 객실, 교통 패스 등 수익성 높은 사업들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위 ‘데이투어’ 그러니까 현지에서의 경험을 제공하는 신규 사업도 고민하고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 외 시스템 개발에도 관심이 많다. 앞으로의 시장은 인해전술 보다는 시스템과 엔진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해외 OTA를 비롯해 각종 포털, 소셜, 오픈마켓 등의 진출로 국내 OTA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 동 시장을 전망한다면. 추가로 오마이트립의 비전은 무엇인가.
▲국내 해외여행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요가 늘고 여행 산업 자체가 견고해진 것은 맞지만 너무 탄탄한 강자들이 시장 우위를 점하고 있다. 예전에는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대부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내 파트너도 내 고객도 경쟁자가 될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상대와 위기 요소가 많기 때문에 승산이 없다. 단적인 예로 에어비앤비의 경쟁 상대 리스트에는 여행사 뿐 아니라 다수의 대형 호텔도 포함돼 있다. 3년 전부터 그런 예측을 했는데 요즘에는 정말 피부로 위기감을 느낀다.

오마이트립은 항공 관련 사업체 인수를 고민하고 있다. 항공 쪽 비즈니스와 시스템을 육성하는 게 첫 번째 솔루션이다. 현재 약 25억 원 정도의 항공 관련 매출을 사업체 인수를 통해 50억 원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가깝게는 흑자 전환을 위해 판매에 집중하고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추후 3년 정도 시간을 두고 자유여행, 항공, 시스템, 컨설팅 등 사업체를 넓힌 뒤 홀딩스(그룹을 관리하고 경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일종의 지주회사)를 발족하자는 꿈도 있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팁을 준다면.
▲대표로써 비즈니스를 하면 아무래도 협상 테이블에 자주 앉게 된다. 주로 호텔 총지배인, 대표, 총괄 매니저 등과 만나 일 얘기를 하는데 내 원칙은 지난 20년 간 변하지 않았다. 정말 정직하게 일할 것 그리고 상대방과 신뢰를 쌓을 것이다.

협상은 긴장감의 연속이다. 서로의 이익을 위해 누구 하나 물러설 수 없는 전쟁터 같다. 그 자리에서 정직함 없이 꾀를 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사업을 일구던 초기에는 술도 먹고 사람도 계속 만났다. 그런데 비즈니스에 있어 정말 중요한 것은 자리보다는 믿음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랫동안 인연을 맺었던 해외 호텔 대표들이나 업계 원로들은 종종 ‘네가 커가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웠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결국 신뢰 없는 실적은 불가능 한 일이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끊임없는 자기계발과 자신의 장단점을 빨리 파악해 일에 적용하라는 것이다. 내 장점은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든 해내는 추진력이다. 반면 지나치게 솔직해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기도한다. 수십 년간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최대한 개선하려고 노력해 왔다.
 
 
-여행사에 흔치 않은 여자 대표다. 힘들지 않았는지.
▲신기하게도 인터뷰 때마다 여자 CEO로써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을 열에 아홉은 받는다. 왜 그럴까? 한결같이 “남자 CEO도 똑같이 힘들어요”라고 답한다.(웃음) 대표라는 자리는 남녀를 떠나서 공부하고 노력하고 계속 뛰는 자리이기 때문에 사실 성별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일 외에 다방면에서 능력도 키워야 한다. 현재도 비즈니스 스쿨에 다니고 좋아하는 책을 두세 번 다시 읽고 영어회화를 배우는 등 움직이고 있다.

일본에서 정말 힘들 때는 아이를 들쳐 업고 일을 할 정도로 지쳤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그래서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데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집중했던 그 시간이 오히려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당시 곁에 있던 할머니 한 분이 ‘언젠가 편하게 기억하게 될 거야’라고 말했는데 정말 지금도 그 때를 떠올린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라고 해도 늘 환영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 내가 예술가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면서 창조한다는 개념보다는 남과는 다른 일, 내가 재밌다고 느끼는 일을 스스로 찾는 것이 너무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