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1호]2016-08-29 09:13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취재부 차장





“병원을 경쟁자로 생각해보셨습니까?”
 
 

재미없는 얘기다. 앞으로는 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기업의 경쟁자가 동종 업계가 아닌 에버랜드나 야구장이 될 것이다. 고객에게 재화를 파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간 방문의 즐거움과 특별한 경험까지 동시에 제공해야 하는 탓이다.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마트 주류 코너에서 구매한 캔맥주보다 야구장에서 마시는 다소 미지근한 생맥주 한 잔이 열배는 맛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맥주를 사고 마신다는 간단한 행위에 야구 관람의 즐거움이 더해진 결과다. 시내에 대형 영화관이 들어서면 주변 커피숍과 의류 매장이 차례로 매출에 타격을 입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관 안에 이미 커피숍과 식당,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시설들이 자리해 있는데 굳이 영화관 밖에서 서성거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과거와 달리 현 시대의 고객들은 본인의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소비에 있어 상당히 깐깐해졌고 남과는 다른 즐거움에 더해 특별함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와 빈부 격차, 불투명한 미래 등 좀처럼 앞이 보이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규모에 상관없이 소비를 한다는 것이 최상의 가치가 됐기 때문이다. 기업으로써는 TV 한 대를 팔아도 고객의 필요에 더해 고객의 경험과 활용가치까지 두루 고민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다소 복잡한 것 같지만 살아 남기 위해서는 생수 한 병에도 스토리와 콘텐츠가 필요한 것이다.



더 재미없는 얘기다. 하나투어의 경쟁상대를 인터파크투어나 모두투어 혹은 익스피디아라고 꼽으며 BSP실적을 비교하고 월별 모객과 매출을 논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모바일과 시스템의 약진으로 대부분의 고객들이 완전형 상품이 아닌 여행에 필요한 단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하고 소비하는 세상에서 비슷한 상품을 비슷한 방식으로 판매하는 동종기업들이 과연 서로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는 경쟁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아직도 온라인 시스템이 처리 할 수 없는 세심한 서비스와 전문 노하우를 여행사의 무기로 내세우지만 여행사의 서비스는 일류 병원보다 못하고 항공좌석은 이미 카드사에서 훨씬 더 싸게 구매할 수 있다.



기자는 머지않아 여행사의 경쟁상대가 대기업이나 유통그룹, 병원, 카드사, 놀이공원 등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많은 여행사들이 지금부터라도 조금만 멀리 조금만 더 넓게 세상의 흐름을 읽고 스토리를 만들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