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5호]2016-09-30 09:34

[이슈엔토크] “여행업계를 움직인 게 게임이라고?”
국내 일부 ‘포켓몬’ 출몰지역 한 때 게이머 성지로 떠올라
게임 위해 국내 넘어 가까운 아시아 지역 여행 계획하기도
여행업계 앞 다퉈 ‘포켓몬GO’ 마케팅 펼쳤지만 금세 시들…

 
여행업과 전혀 상관없을 것 같던 게임이 증강현실 기술과 만나 뜻밖의 결과를 불러냈다. 지난 7월과 8월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포켓몬GO’가 사람들을 밖으로 끄집어내고 ‘이동(여행)’하도록 만든 것.
시간이 지날수록 포켓몬GO의 인기는 빠르게 식어가는 추세지만 포켓몬GO가 여행업계에 미친 영향력은 당분간 계속 회자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각종 정책에도 지진부진 하던 국내여행 시장이 우리나라에는 정식 출시조차 되지도 않은 게임 덕분에 속초와 울산 간절곶이 대박을 터트렸기 때문이다.
‘게임을 통한 여행업 활성화’라는 유례없는 경우를 만들어낸 ‘포켓몬GO’가 우리 여행시장에 미친 영향에 대해 가감 없이 이야기 나눠보고자 한다.
정리=강다영 기자·취재부 titnews@chol.com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www.travelinfo.co.kr)
 

 
“포켓몬GO가 대체 뭔데?”
 
▲강다영 기자(이하 강) : 사실 포켓몬go는 국내에 정식 출시조차 되지 않은 게임이다. 때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많은 한편 이게 왜 이렇게 유명하고 화제가 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다. 기자들은 포켓몬go 게임을 시도해본 적이 있나? 혹은 주변에서 포켓몬go를 하는 사람, 출장지에서 포켓몬go를 하는 현지인들을 마주친 적이 있는지. 참고로 기자는 이번 이슈엔토크 주제를 선정하면서 직접 간절곶에 가서 포켓몬go를 해봤다. 해본 결과 포켓몬go는 휴대폰 카메라를 켰는데 게임 캐릭터가 뜨는 느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권초롱 기자(이하 권) : 기자도 별로 관심이 없었다. 지금도 관심이 없는 편인데 포켓몬 만화나 과거 포켓몬 게임을 했던 이들에게는 추억과 함께 증강현실이라는 이색체험이 귀를 솔깃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기자가 지난 달 출장을 갔을 때 함께 갔던 기자들이 일본에서 포켓몬go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게임을 실행시켜 열중하는 모습을 봤었다. 너무나 즐거워하는 모습에 잠깐 관심이 가기도 했지만 역시나 시도는 하지 않았다.
 
▲이예슬 기자(이하 슬) : 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호기심만 있고 실제로 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지인들 중에서는 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어린 시절 포켓몬 만화에 대한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시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울산 간절곶 일대에서는 포켓몬GO가 실행된다. 간절곶 바위 틈에 나타난 포켓몬 한 마리. <사진출처=여
행정보신문 DB>


▲강 : 국내에서는 속초, 양양을 비롯한 울릉도와 울산 간절곶 등 일부지역이 포켓몬go 가능 지역으로 알려지면서 해당지역에 유례없이 많은 관광객이 단기간에 집중됐다. 특히 가장 먼저 포켓몬이 출몰한다고 알려진 속초는 7월 한 때 주말마다 버스티켓이 동났다. 포켓몬go에 빠진 전 세계에서 이와 비슷한 각종 뉴스와 에피소드가 쏟아졌다. 유독 기억에 남는 ‘포켓몬go’ 관련 에피소드가 있다면.
 

간절곶에서 만난 10대 포켓몬GO 게이머들. 이곳에서 몇 마리나 잡았을까. <사진출처=여행정보신문 DB>


▲권 : 포켓몬go 게임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게이머들로 인한 피해사고가 속출한단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투브 인기 해외 동영상 하나가 주목을 받았다. 길거리에서 포켓몬go를 하는 게이머의 핸드폰을 던지는 동영상이었다. 과격하단 비난도 있었지만 그의 행동이 충분히 이해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그만큼 포켓몬go가 게이머뿐만 아니라 거리의 불특정 다수에게도 위협이 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슬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셜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군 포켓몬go 게시물이다.
포켓몬go 열풍이 불던 지난 7월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포켓몬go와 관련된 흥미로운 게시물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예를 들면 포켓몬go에 빠진 게이머가 만화 속 주인공 코스프레를 하고 거리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이나 포켓몬go와 관련된 유머 콘텐츠들이 쏟아졌다.

요즘에는 그 열풍이 수그러든 듯하나, 여전히 게임 캡쳐 화면이나 ‘포켓몬이 많이 잡히는 지역’ 등 관련 정보가 게시되고 있다. 또 다른 인기 sns 채널인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도 포켓몬go는 꾸준히 노출되고 있다. 이외에도 포켓몬 관련 상품들이 다양하게 출시되면서 높은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행업계가 주목한 포켓몬 마케팅”

▲강 : 포켓몬go 유저들의 움직임이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되면서 한때 여행업계에서는 포켓몬go 마케팅이 유행했다. 특히 포켓몬 출몰 지역을 중심으로 호텔예약업체가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것으로 안다. 이후에는 개별여행객이 주 타깃인 온라인 여행사들이 재치 있는 기획전으로 소비자들의 포켓몬 사냥을 부추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권 : 아무래도 트렌드 변화에 가장 민감한 온라인여행사들의 움직임이 빨랐다. 웹투어나 인터파크투어, 익스피디아 등은 포켓몬go가 울산, 속초 등에서 일부 시행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빠르게 여행상품을 론칭했다. 당시 웹투어는 서울과 속초 왕복버스가 포함된 당일여행상품을 1만 원대에 선보였다. 또한 또 다른 포켓몬 가능 지역인 고성과 울릉도로 가는 상품도 연달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온라인여행사인 익스피디아의 경우 세계 최초로 포켓몬go 마스터인 닉 존슨을 후원하며 파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최근 쿠폰번호 ‘PIKA CHU’를 입력하면 일본 노선의 운임료를 5% 할인 해 주는 이벤트를 선보
였다. <사진출처=대한항공>


▲슬 : 포켓몬go 열풍이 불었던 7월, 기자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상품 몇 개가 있다. 자유투어와 웹투어에서 출시된 국내여행상품이었다. 단순히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왕복 교통만 제공하는 상품이었지만 여름성수기가 겹쳐 버스티켓을 구하지 못한 여행객들을 공략해 큰 호응을 얻었다.

코레일 부산경남본부 울산역에서도 포켓몬go 여행상품을 출시했다. 서울역에서 출발해 울산역에 도착한 뒤 간절곶에서 3시간 동안 포켓몬 사냥을 즐기면 되는 단순한 상품이었다. 이밖에도 쿠팡이나 11번가에서도 당일치기 포켓몬 여행상품을 판매했다.

진정한 포켓몬go마니아를 공략한 해외여행상품도 있었다. 여행박사는 2박 3일 도쿄여행상품의 관련어에 ‘포켓몬go’를 포함시켰다. 여행사들의 직접적인 마케팅 외에도 여행자들이 직접 포켓몬go 관련 여행상품을 문의하거나 여행일정 추천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전해 진다.
 

포켓못GO 마스터인 닉 존슨은 익스피디아로부터 후원을 받으며 게임을 했다. <사진출처=익스피디아>
 

▲강 : 속초나 간절곶 등은 현재까지도 포켓몬go를 발판삼아 인기 관광지로 자리 매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러한 게임유저들이 실제 관광 활성화 및 시장경제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게임의 열기 또한 급속도로 사라질 것이라는 회의론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포켓몬go를 추진력 삼아 각종 마케팅에 뛰어든 지자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참고로 속초시는 포켓몬go 게이머들을 위해 포켓몬go온라인 통합지도를 운영하고 이들을 위한 속초 무료 wi-fi지도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포켓몬go온라인통합지도에는 포켓스탑(충전소), 포켓몬고 체육관 위치 및 무료 배터리 충전소 등의 정보가 제공된다.

울산 간절곶은 ‘포켓몬go 서비스 지원 상황실(대책반)’을 구성해 운영한다. 대책반은 간절곶 홍보부터 관광객과 게이머들의 안전관리까지 모든 분야를 지원한다.
 
▲권 : 지자체들의 빠른 추진력과 행동력은 칭찬하고 싶다. 대부분 지자체들이 여행객들의 트렌드를 따라가기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에 비하면 속초시가 포켓몬go 열풍으로 전 지역 와이파이 확대 사업을 추진하고 관련 지도를 생성해 뿌리는 등 빠른 행동과 결단력을 보인 것은 과히 놀라웠다. 그만큼 관광산업에 집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속초시나 울산시가 포켓몬go로 인해 수혜를 입진 못했다. 게이머들의 방문은 급증했으나 해당 지역에서의 경제활동은 전혀 없었다고 보도된 바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들의 이러한 노력이 기자 개인적으로는 긍정적이라고 본다. 수수방관 혹은 뒷북 마케팅보다는 빠른 판단과 결단력, 추진력으로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늘리겠다는 노력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다음에는 비슷한 상황이 왔을 때 관광객 유치에 더 실효성 높은 마케팅을 펼치게 되지 않을까.
 
▲슬 : 기자 또한 동의한다. 지자체들의 여행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포켓몬 출몰 지도를 배포하거나 와이파이 무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것은 앞으로 더욱 많은 방문객들을 유치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지역의 관광명소나 활동을 홍보하는데에 한계가 있다고 본다. 포켓몬go 이용자들의 목적은 더 많은 포켓몬을 획득하기 위함이다. 게임 유저들을 위한 서비스 제공도 좋지만 이를 활용해 목적지를 함께 홍보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관광명소 부근에 포켓몬이 자주 출몰한다면 이를 활용해 관광지 체험을 유도하는 이벤트를 실시하는 것이다. 지역 명소에서 획득한 포켓몬 인증 사진을 제시하면 해당 지역의 관광지 입장권을 할인 또는 무료로 제공하거나 인근 숙소할인 등 실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포켓몬GO가 실행되는 간절곶에서는 휴대폰 화면에 집중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사진
출처=여행정보신문 DB>
 

“제2의 포켓몬GO가 나타날까?”

▲강 : 기자들은 포켓몬go가 실제 여행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는가.
 
▲권 : 실제 여행업계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본다. 곧 한국에서도 포켓몬go가 정식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지금처럼 포켓몬go를 하기 위해 해외 또는 일부 실행가능지역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있을까? 게다가 이미 포켓몬go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관심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9월 초에 작성된 한 매체의 기사에 따르면 포켓몬go의 이용자 수가 7월 중순보다 약 80% 급감했다고 나왔다. 모바일 앱으로 진행되는 포켓몬go의 전체 앱 다운로드 순위도 85위에서 326위로 241계단이나 곤두박질쳤다. 앱 실행률 또한 떨어졌는데 9월 첫째주 기준 앱 설치자 중 약 18.5%만이 포켓몬go를 실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슬 : 여행업계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으나 지속적인 영향을 줄 만큼 크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창 포켓몬go의 인기가 뜨거웠을 때 관련 상품을 제공하는 여행업체들이 몇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해당 기획 상품을 메인으로 걸어 내세우며 판매에 나서는 곳은 아무데도 없다. 정말 찰나와 같은 인기였다고 본다.
 
▲강 : 제2의 포켓몬GO를 탄생시킬 기술이 있다면 무엇일까? 최근 주목받는 VR콘텐츠나 홀로그램, 시뮬레이터 등을 포함해 관광과의 융합이 기대되는 기술 혹은 서비스를 생각해 본 적 있나.
 
▲권/슬 : 여행업계도 VR을 통한 관광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나투어의 지난 여행박람회에 참가한 많은 업체들이 VR을 통한 체험들을 선보였다. 마카오관광청은 그랑프리 체험을, 라스베이거스관광청은 현지의 클럽이나 헬기투어를 VR로 실감나게 재현했다. 네덜란드항공 또한 VR을 이용한 암스테르담 전망대 영상 공유 이벤트를 펼친 바 있다.

VR영상이나 4D 체험을 구현한 기구를 이용한 여행지 간접 체험 등은 앞으로도 많은 여행지 홍보 및 마케팅에 이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향후에는 단순 홍보를 넘어 VR과 홀로그램 등의 기술을 여행에 접목한 신상품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우리는 포켓몬go로부터 깨달아야 한다. 단순히 게임을 연계한 상품은 수명이 짧다는 것. 게임의 인기에 편승해 오로지 유행에만 의존한다면 어떤 신기술이라도 여행시장을 구제해주진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