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5호]2016-09-30 09:49

[취재수첩][광화문 연가] 강다영 - 취재부 기자



“여행자는 왕이 아니다”
 
 
여행업계지 기자로서 가장 최근 충격 받았던 일을 꼽으라면 ‘책임관광’이라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는 점이다.

우리 독자들도 ‘책임지는 관광’에 대해 들어보거나 고민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기자는 고백하건대 여태껏 여행에도 책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본인의 뻔뻔스런 관광활동이 지역사회에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참 별일이다. 여행자가 벼슬도 아닌데 매번 여행자의 탈을 쓸 때마다 평소보다 한 10배는 더 뻔뻔해졌던 것 같다. 남의 거주지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주제에 풍경이랍시고 남의 집 빨래나 창문을 찍으며 ‘혼자’ 감상에 젖었다. 사실 반대로 내가 그 집주인이었다면 당장에 뛰쳐나가 욕지거리를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기자가 갑자기 여행태도를 반성하게 된 이유는 지난 23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개최된 ‘2016 서울 공정관광 국제포럼’을 통해 그동안의 여행태도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포럼 주제인 ‘공정관광’과 기자가 감명을 받은 ‘책임관광’은 비슷하지만 조금 다른 개념이다. 공정관광은 관광객의 소비가 현지인들에게 전달 될 수 있도록 가능한 현지의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관광활동이 지역경제를 활성화 시키는데 기여하도록 한다.

책임관광은 조금 더 넓은 의미를 가진다. 사람들의 관광활동이 해당 지역의 경제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지속,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도록 여행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여행을 하는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 메트로폴리탄대학교 책임여행과정의 헤롤드 굿윈 교수는 포럼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속적인 관광활동을 위해서는 관광지를 소진하는 여행이 아닌 여행지를 지속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한다.” 그는 연설을 통해 쇼핑하듯 관광지를 소비하며 ‘난 다 봤으니 됐어!’라는 식의 태도는 지속가능한 관광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피력했다.

특히 사람들의 무책임한 관광을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이 무너지거나 국가의 역사유적이 훼손 되고 자연경관이 나빠진 사례들을 언급하며 여행자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것은 본인의 즐거움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아닌 ‘책임’임을 어필했다.

여행은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비싼 선물이다. ‘시간’과 ‘비용’ 그리고 ‘용기’를 모두 투자해야지만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여행자가 됐을 때 스스로에게 필요이상으로 관대해진다.

역사의 현장에 내 이름을 새기고,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다운 자연을 소유하고 싶어 그 일부를 훼손해 훔친다. 그래도 떳떳하다. 나는 여행자이니까!

그런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 여행자라는 이유로 삶의 터전이자 소중한 문화유산을 이방인일 뿐인 여행자가 이렇게 마음대로 소비해도 되는 걸까?

여행자는 왕이 아니다. 관광지가 여행자로부터 편의와 즐거움을 보장해주는 만큼 여행자는 감사함과 책임감을 가질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