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6호]2016-10-10 09:10

[B컷 포토 에세이] “어쩌면 A컷보다 사연 있는 B컷이 나을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 한다는 것”
 

아마도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에피소드를 써내려가는 일 아닐까. 사랑하는 사람과의 여행 말이다. 타이완 남부 지방에 위치한 도시 가오슝에 갔을 때 나는 그곳을 찾은 수많은 연인들과 스쳤다. 그들은 끊임없이 떠들고 있었으며 거리낌 없이 스킨십을 했다. 눈을 마주보기도 했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무언가에 웃음 짓기도 했다.

항구 도시인 가오슝의 분위기는 그런 연인들과 너무도 잘 어울려서 항구 주변을 걷는 내내 기자는 타이완산(産) 청춘로맨스 영화에 갇힌 것만 같았다. 잔잔한 물결을 가르는 페리가 이따금 저음의 뱃고동 소리를 냈다. 항구 근처에는 흰색 런닝셔츠만 입은 아저씨들이 담배를 물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해가 저물 즈음에는 페리가 지나다니는 잔잔한 물결 위로 빨간 물이 들기 시작했다. 붉다고 하기엔 주황빛이 강했고 파랗다고 하기엔 보라색의 느낌이었던 오묘한 하늘빛이 연인들의 두 뺨을 붉게 적셨다.

연인들은 페리가 지나다니는 그 아름다운 길을 걷고 있었고 연애의 기운으로 그득한 자신들의 얼굴을 카메라로 기록했다. 기자는 그냥 멀거니 바라보다가 그 모습이 어여뻐서 나도 모르게 셔터를 눌렀다. 여행지에서 모르는 이의 가장 아름다운 한 때를 영원히 박제한 기분이었다.
<2016년 8월 타이완, DMC-GM1>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