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7호]2016-10-17 09:26

[취재수첩][광화문 연가] 이예슬 - 취재부 기자
“서울에서 충성고객 찾기, 멀기만 한 여행객과 여행사의 거리”

 
 
“여행객들은 상품 가격에만 집중하다보니 결국 힘들어지는 건 우리 같은 소형 여행사야. 상품을 정말 경쟁력 있게 구성했는데 타 여행사에서 비슷한 상품을 만들어 가격을 계속해서 낮추다보니 남는게 없어. 이제 충성고객 찾는 것은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수준이야”

며칠 전 들었던 여행업계 관계자의 한숨 짙은 말이다. 이미 여행시장은 충성고객 찾기가 어려워 졌다.
단품 등의 발달로 여행객들의 선택 폭이 넓어졌을 뿐 아니라 여행사들 간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여행객들은 각 사 상품을 비교, 분석해 입맛에 맞는 선택을 하고 있다.

한 푼이라도 비용을 절감하고자 하는 여행객들은 상품 가격에만 눈에 불을 켜고 보고 있다. 실적 올리기에 급급한 여행사들도 우선적으로 여행객들의 선호사항에 따른 상품을 제공하기에 분주하다.

이런 상황에 가장 큰 고충을 겪고 있는 곳은 전문사 또는 소형 여행사다. 여행객들이 단품을 선호할 뿐 아니라 상품을 문의하지만 원하는 가격이 아니거나 타 사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판매한다며 바로 등을 돌리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1년 전 자사 상품을 이용했던 여행객들이 그간 깜깜 무소식이다가 상품 문의를 해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그 동안 안 다녀본 곳이 없다. 이제 한 여행사만 이용하는 여행객들은 없는 것 같다. 회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해도 돌아오는 성과는 예년만 못하다”고 토로했다.

날이 갈수록 하락하는 상품 가격도 문제다. 판매를 강화하기 위한 수단 중 결과가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것이 ‘가격 낮추기’다 보니 너도나도 할 것 없이 가격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여행객들이 일부 여행상품에 대한 고정 가격이 생겨났다.

이미 생겨난 고정관념에 상품 가격을 다시 높이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수요가 많은 대형사들의 경우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 하지만 전문사들은 신상품을 개발하기도, 기존 상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하기에도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실무진들과 만남을 통해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잘 되지도 않고 못 되지도 않아요’, ‘큰 소식이 없네요’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멀어져가는 여행객과 여행사의 거리도 시장을 침체기로 몰아가는 데 한 역할을 하지 않을까. 선택의 다양화로 충성고객 확보는 많은 시간과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에 앞서 기존 상품을 유지하고 판매하는 데에는 일정한 ‘기준’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