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59호]2016-10-31 09:36

[취재수첩] [광화문 연가] 김문주 - 취재부 차장


“귀사의 비전은 무엇입니까?”
 
광화문에 바람이 분다. 바야흐로 사람이 들고 나가는 ‘이직(채용)’시즌이 온 탓이다. 하반기 인사를 통해 내부 조직을 가다듬거나 신규채용을 진행하는 업체들도 여럿이다. 경력직원들은 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경쟁사로 자리를 옮기고 잠시 업계를 떠났던 관계자들도 야금야금 제자리를 찾는다.

올해 들어 취재원들의 전화 중 손에 꼽을 만큼 많았던 요청 하나가 ‘사람’을 소개시켜달라는 것이었다. 업계 뿐 아니라 한번쯤 인연을 맺었던 많은 지인들과 다양한 업체에서 하루걸러 한 번씩 일할 사람 혹은 일자리를 찾는다며 급한 연락을 해왔다. 기자라고 해봤자 결국 같은 무교동 사람인데 인맥이 그만큼 넓을 리가 없다. 몇 번의 추천은 있었지만 아쉽게도 기업과 사람을 성공적으로 연결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업계의 인력난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여행사나 항공사는 늘 사람이 부족해 발을 동동 구른다. 다수의 여행기업들이 매년 상하반기 공채를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그만큼 많은 신입사원들이 금방 회사를 관둬서라는 배경은 이미 유명하다.

출근 이틀 만에 전화도 메일도 아닌 모바일 메신저로 퇴사를 선언했다는 ‘카더라’ 식의 에피소드 또한 이제는 놀랄 축에도 끼지 못한다. 이처럼 신입사원들의 이탈이 지나치게 심화되자 아예 경력직 즉 실무진만 구하려는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평균 1개월에서 길면 고작 3개월 만에 쉽게 포기하고 돌아서는 신입들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사원 교육을 위한 초기 투자의 부담감 또한 크다는 설명이다. 업체마다 채용 후 즉시 일에 투입돼 제 몫을 해낼 수 있는 3~5년 차의 대리/과장급들만 선호하다 보니 이 또한 인력풀이 넓지 않은 업계에서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더욱이 경력직들은 상황 파악이 빠른 만큼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와 노하우만 갖고 재빨리 발을 뺄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여행시장이 성장하고 관광여행업이 미래 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상황에서 왜 업계의 인력난은 도무지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걸까? 구직자들은 과연 어떤 기준과 목표를 갖고 여행사에 입사하고 어떤 점에 실망해서 퇴사하는 걸까? 반대로 기업들은 신입사원의 무엇이 마음에 들지 않을까? 구직자와 기업 모두 지나치게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것 같아 매 순간이 안타깝다.

타 업종에 비해 연봉이 낮고 업무 강도가 높다는 여행기업의 단점을 나열하며 오롯이 구직자들의 편에 서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금처럼 제대로 된 비전이나 업무 능력을 심어주지 못하고 정체돼 있는 기업에 취업하고 싶은 직원은 없을 것이다. 급여와 현실적인 회사 규모는 제쳐두더라도 새로 출근한 사원에게 동기를 심어준 상사 혹은 임원이 주변에 있었는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