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8호]2017-01-06 14:19

[2017 신년 심층기획3] 혼자여행 전성시대
‘욜로라이프·포미족’ 홀로 떠나는 것이 대세가 되다
그 누구도 아닌 나를 위한 시간, 혼자 여행의 미학
 
 
바야흐로 ‘혼자 하는 것’이 대세인 시대다. 수많은 언론들이 다뤘듯 ‘혼자’ 문화는 더 이상 궁상맞거나 초라한 일이 아니게 됐다. 1인 가구의 급증과 스마트 폰의 발달로 자연스럽게 성장한 소비 트렌드이자 사회 현상이 된 것이다.
지난해 대한민국을 강타한 혼밥, 혼술은 이러한 세태를 가장 잘 드러낸 키워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는 행위는 외롭고 고독하며 우울한 이들의 초상으로 표현됐다. 그러나 젊은 층을 중심으로 혼자 문화가 쿨 하고 멋진 것으로 인식되면서 혼자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졌다.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만족을 위해 자발적으로 ‘혼자’를 택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러한 문화는 더욱 빠르게 발전됐다.

혼밥, 혼술에 이어 혼자 영화를 본다는 의미의 혼영, 혼자 여행하는 것을 일컫는 혼행까지. 과거에는 특별히 모험심이 많은 사람들이나 도전한다고 생각했던 나홀로 여행이 최근 트렌드를 입고 ‘혼행’이라는 이름 아래 대세 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통계 자료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나투어가 최근 3년간 나홀로 여행 수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행수요는 2013년 7만 8천 명, 2014년 11만 9천 명, 2015년 30만 6천 명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더 이상 혼자 여행이 어색하지 않은 시대다. 어쩌면 여행업계의 미래는 혼행족에게 있을 지도 모른다. 이에 여행정보신문은 습관적(?)으로 혼자 여행을 계획하는 혼행족들을 찾아 그들이 혼자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필요한 서비스는 무엇인지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여행업계에 몸담고 있는 기자를 포함해 2030세대로 이뤄진 혼행족 3인방과 ‘혼자 여행’에 대해 허심탄회 하게 이야기 해봤다. 과연 그들이 혼자 떠나는 이유는 뭘까?
강다영·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혼자일때 오히려 여행지의 매력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

<혼행족 3인방이 말하는 ‘혼자 여행의 매력’>

“나는 내멋대로 할 수 있는 혼자 여행이 좋다”

▲강다영(28세, 5년차 여행업계지 기자, 이하 강) : 혼자 떠나는 여행은 수많은 ‘혼~’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고차원의 것으로 추대되는 행위다. 1년에 최소 3번 이상 혼자 여행을 계획하는 당신들에게 묻는다.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유가 뭔가.

▲주영준(33세, 9개월 째 유럽여행 중, 이하 주) : 무언가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걷고 싶을 때 걸을 수 있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 혼자 길 위에 있음으로서 얻는 영감을 사랑한다. 어쩔땐 유명 관광지 보다 길을 헤매다가 만난 풍경에서 더 감동받을 때가 많다.

▲서덕준(29세, 국내 유명 식품회사 마케터, 이하 서) : 마케터로서 여행을 통한 새로운 경험이 내 생명력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자극은 누군가와 함께일 때보다 혼자일 때 더 많이 경험할 수 있다. 여행지에서의 교류를 통해 여태껏 몰랐던 각 국 젊은이들의 가치관과 신념, 삶의 방식과 태도를 알게 됐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얻는 지식의 양은 책과는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값지다.

또 혼자 다니다보면 자연스럽게 내 자신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그동안 고민해왔던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새로운 고민을 떠안게 되기도 하지만 혼자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다는 것만으로도 이유는 충분하다고 본다.

▲진예슬(28세, 탕웨이 닮은 S그룹 사원, 이하 진) : 나는 낯섦과 설렘, 이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혼자 떠난다. 사실 회사를 다니다보면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어제 같은 날들을 보내게 되지 않나. 혼자 여행은 말라있던 아드레날린을 솟구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의지할 곳 없는 낯선 땅에서 어디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그 불확실함이 나를 떨리고 설레게 만든다.
 

누군가와 시간을 조율하는 것에 염증을 느껴 차라리 혼자하는 여행을 택한다는 진예슬씨.

▲강 : 다들 혼자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는 듯하다. 기자 또한 동행인을 신경 쓰지 않고 혼자 멋대로 다니는 것이 좋아서 혼자 여행을 가는 편이다. 특히 여행 중 충동적으로 일정을 바꾸거나 아무 걱정 없이 스케줄을 없앨 때 이상한 행복감을 느낀다. 스스로 무언가 찾아내고 해냈을 때도 무한한 기쁨을 느낀다. 혼자여서 즐거웠던 적이 있다면.

▲서 : 여럿이서 여행하다보면 의견충돌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혼자 다니면 내가 이 여행의 선장이자 캡틴이다. 한 번은 강릉에서 자전거여행을 하다가 ‘딸부자 막국수’ 집으로 간다는 것이 지도를 잘못 보고 ‘딸부자집 막국수’ 집으로 갔다. 한 글자 차이로 원래 목적지와 전혀 반대인 곳으로 가버린 것. 동행인이 있었다면 미안함에 어쩔 줄 몰랐겠지만 혼자인 덕분에 새로운 맛집을 찾는 계기가 됐다.

▲진 : 사실 혼자여서 행복했던 적은 없다. 그 여행지가 좋아서, 사람들이 좋아서, 음식이 맛있어서 행복한 것이지 딱히 혼자여서 행복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혼자여서 좋은 점은 있다. 생각지도 못한 행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랜드캐니언 여행 중 경비행기 투어를 신청한 적이 있다. 파일럿이 혼자 왔냐고 묻더니 흔쾌히 조수석에 태워줬다. 한 때 꿈이었던 파일럿 체험을 잠깐이나마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어색하거나 외롭게 느껴지던 시절은 지났다.
 

“혼자여행의 단점, 공유의 부재”

▲강 : 혼자여서 행복했던 적은 없다고 했는데, 나도 그 의견에는 일정부분 동의한다. 사실 마음이 맞는 동행인이 있다면 나도 함께 가는게 좋다. 맛있는 음식, 좋은 풍경은 혼자일 때도 좋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그 행복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혼자여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주 : 첫째로 외로움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홀로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다. 두 번째는 경제적 지출. 대표적으로 혼자 식당을 가면 똑같은 돈으로 한 가지 메뉴밖에 못 먹지만 일행이 많으면 동일한 금액으로 여러 음식을 공유할 수 있다. 비슷한 사례로 여러 인원이 모이면 교통비가 할인되는 여행지들이 있다. 이런 지역을 여행할 때는 아무래도 혼자보다 여럿일 때 더 좋다.

▲서 : 밥. 혼자 먹을 때 벽 좀 그만 봤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럿이서 비용을 나눠내는 일명 ‘엔빵’이 안 되니 돈이 많이 든다. 그리고 밤만 되면 센티해져서 힘들다.

▲진 : 혼자 밥 먹는 게 힘든 건 다 비슷한가보다. 나도 밥 먹을 때가 가장 아쉽다. 현지 식당에 가면 먹어보고 싶은 메뉴들이 많은데 혼자 가면 시킬 수 있는 메뉴에 한계가 있다.
 


혼자하는 여행을 통해 자신이 성장한다고 믿는 서덕준 씨.
 
“혼행족에게 필요한 서비스?”

▲강 : 혼자 여행은 나만 잘하면 되는 마음 편한 여행인 동시에 나 혼자 모든 것을 준비하고 꼼꼼히 챙겨야 하는 예민한 여행이기도 하다. 여행을 준비할 때 가장 많이 참고하는 것과 있었으면 하는 서비스는 무엇인가. 참, 방금 이야기 듣고 생각 난건데 다들 혼자 밥 먹는 게 힘들다고 하니 여행 중 식사 동행인을 찾는 앱 서비스를 이용해보면 어떨까. 관련 스타트업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외에서의 대중교통 이용을 어려워하는 편이라 내가 지정해 놓은 구간마다 픽업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맞춤 픽업서비스가 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한다. 짐도 차에다 보관하고 말이지.

▲서 : 1인 보험처럼 1인용 패키지 상품이 있었으면 좋겠다. 단체 패키지 개념 보다는 여행자와 가이드가 1대 1로 연결돼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여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전문가와 함께 다니면서 설명도 듣고, 지역의 맛 집 추천도 받고 말이다. 밥도 같이 먹으면 좋겠다.
 


1년 가까이 유럽 대륙을 다니며 장기 여행을 즐기고 있는 주영준씨. 그는 여행사 직원 출신이다.

▲진 : 가이드투어는 잘 안하는 편인데 딱 한 번 마이리얼트립을 이용한 적이 있다. LA야경투어를 이용했는데 소규모에 시간도 길지 않아 좋았다. 혼자였다면 쉽게 돌아다니지 못했을 곳들을 현지 가이드와 함께 수월하게 다녔다.

마이리얼트립처럼 꼭 투어를 위한 가이드가 아니어도 여행자들이 메시지나 통화로 현지에서 마음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현지 컨텍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국인이나 한국어 가능 현지 주민들과 연락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마련된다면 곤란한 상황일 때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지역 주민만 아는 숨은 명소, 레스토랑들을 추천받는 등 생각보다 꽤 유용하게 이용할 것 같다.
 
 

<그래서 준비한 ‘혼행족’을 위한 여행 앱!>

1. 설레여행
혼자 여행을 떠났을 때 막상 외로운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설레여행’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보자. 설레여행은 나와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여행하는 여행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행을 떠날 도시와 일정을 등록하면 스케줄이 맞는 여행자들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이후 ‘함께해요’ 버튼만 클릭하면 동행자를 찾을 수 있다. 특히 여성 혼여족의 경우 늦은 저녁시간 이동에 부담을 느낀다거나 유명 맛 집인데 2명 이하는 주문을 받지 않아 곤란할 경우 요긴하게 쓰일 애플리케이션이다.
 
2. 마이리얼트립 앱
마이리얼트립 앱을 통해 전 세계 현지여행상품을 지역 및 테마별로 검색, 간편하게 모바일을 통해 예약과 결제까지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현지 개인가이드 및 업체와 여행객이 직접 일정 조율 및 소통을 할 수 있는 1대1 메시지 기능이 탑재 돼 있어 현지에서 당장 하루 뒤 투어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3. 핫츠고
핫츠고는 사용자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반경 10km 내 중요도와 거리에 따라 주변 위험정보를 안내한다. 위급 시에는 ‘도움요청’ 버튼 하나만 누르면 현지대사관, 영사콜센터 등 필요한 번호와 여행자의 현재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 또 SOS로 등록된 지인들에게도 메시지가 전송 돼 국내에서도 여행자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인공지능을 통해 여행자의 안전을 분석하는 핫츠고는 도움 요청 시에만 사용자의 위치가 공개될 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기록이 남지 않아 개인보안에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