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68호]2017-01-06 14:35

[2017 신년 심층기획4] 덕후들 취향 저격한 성지순례가 뜬다?
‘where’ 보다 ‘what’이 결정하는 여행
여행지 방문을 넘어 취향을 위한 여행의 등장

 
신앙행위의 하나인 ‘성지순례’가 최근 또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다. 취향이 뚜렷하다 못해 전문가가 돼버린 오타쿠(Otaku)들이 취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을 ‘성지순례’라고 표현하는 것. 실제 성지순례와도 비슷한 점이 많다. 일반적인 성지순례가 종교의 흔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듯, 오타쿠들의 성지순례도 자신들의 취향을 찾아 떠나는 순례 길이다. 새로운 문화나 풍경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뜻을 둔 취미의 발생지나 가장 유명한 곳으로 가서 보다 깊이 있는 취미활동을 즐기는 것이다.

일례로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에게 애니메이션 관련 편집 숍이 밀집한 도쿄 아키하바라는 성지라고 불린다.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프리메라리가에 푹 빠진 유럽축구 오타쿠들에게 영국과 독일, 스페인의 주요 축구경기장은 그들만의 성지인 것이다. 종교마다 성지순례 코스가 다른 것처럼 오타쿠들에게도 저마다의 소중한 성지순례길이 있는 셈.

특히 요즘에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포미족(ForMe族)’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자신의 취향을 마음껏 드러내고 개발하려는 사람들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
‘나를 위한 삶’이 키워드인 세상에서 오타쿠들을 정조준한 여행사들을 소개한다.
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일본 애니메이션 만큼이나 사랑받는 미국의 디즈니. 곧 디즈니 오타쿠를 위한 여행도 나오
지 않을까?


“여행,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다”
해외여행객이 연간 2천만 명에 육박하는 시대다. 해외여행은 더 이상 소수의 특권도 생애 단 한 번 누릴 수 있는 특별한 행위도 아니다. 누구나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까운 곳이라도 시도해볼 수 있는 일상이다.

하나투어에 따르면 2년 내 같은 지역을 재방문하는 여행객이 전체 수요의 30% 이상을 차지하면서 단순히 해당지역을 방문하기 보다는 여행을 어떻게 즐길지 고민 하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여행상품 차별화의 필요성 또한 더욱 극대화되는 추세다.

하나투어는 다양한 테마의 차별화된 상품을 다채롭게 개발하고 있다. 2017년에는 동북3성, 연해주, 상해 등 독립 운동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문화상품을 비롯해 호주·뉴질랜드의 교육중심 이색체험상품, 인문학, 요리 등 다양한 섹션의 테마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특히 하나투어는 과거에도 특정분야나 취미를 주제로 한 고품격 테마상품 ‘Limited Travel’을 출시한 바 있다.
 

상해의 마블 편집 숍. 마블은 영화와 만화로 전세계에 ‘마블덕후’를 양산한 바 있다.

이렇게 하나의 취미나 취향을 반영한 테마상품을 출시하는 것이 하나투어뿐만은 아니다. 인터파크투어는 일본 애니메이션 오타쿠들을 위해 ‘일본 건담투어’와 ‘2016 일본 세계 코스프레 서밋 나고야 2박 3일’ 상품을 선보였다. 내일투어는 ‘싱가포르 레고랜드 금까기’, ‘플레이모빌 피규어 증정 싱글즈 금까기’, ‘런던 해리포터 스튜디오 금까기’ 상품을 기획하는 등 지난해부터 키덜트, 애니 및 영화 오타쿠들을 위한 상품들이 활발히 출시되고 있다.

해당 상품들은 대중성이 뛰어나지는 않지만 타깃이 확실하다는 측면에서 긴 생명력을 부여받는다. 특히 2017년 키워드로 주목 받은 욜로(Y.O.L.O)라이프와 더불어 혼자만의 소비생활을 즐기는 ‘1코노미’, 자신을 위한 가치소비를 하는 ‘포미족’이 대세로 떠오르면서 불특정 다수가 아닌 한 사람 혹은 특정 수요를 타깃으로 한 테마 상품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본인을 위한 투자와 소비에 인색하지 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증가하는 이상, 여행의 목적은 더 이상 유람에 머무르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의 여행은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발전될 것으로 보인다.
 
 
 

“취향 있는 사람들 위한 취향저격 여행”
▲원조 오타쿠들을 위한 일본 애니 성지순례
‘오타쿠’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널리 사용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야 말로 오타쿠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일본 애니 오타쿠들을 위한 여행사업은 이미 애니 오타쿠들의 본진인 일본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의 애니메이션 관련 출판사 및 기업과 여행사(JTB), 일본항공, 나리타공항 등이 함께 ‘애니메이션 투어리즘 협회(animetourism88.com)’를 설립하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섰다. 협회는 애니메이션의 무대가 되거나 작가와 관련 있는 88개의 장소를 ‘애니메이션 성지’로 선정하고 이를 연결한 관광코스를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 애니메이션이 나오는 오키나와 거리의 대형 화면.

한국에서는 이벤트성 혹은 단품 형태로 애니 오타쿠들을 위한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인터파크투어가 출시한 ‘도쿄 2박 3일 건담투어’ 외에도 마이리얼트립이 ‘아키하바라에서 즐기는 색다른 오타쿠 체험(영어투어)’을 판매하고 있다.

자신이 일본 애니 오타쿠라고 주장하는 한 여행가이드는 자체 홈페이지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자칭 오타쿠 가이드 ‘끼누’씨는 홈페이지(upagency3.wixsite.com/otaku/about)를 통해 “현재 코스프레 이벤트 매니저와 가이드를 겸하고 있다. 일본에서 덕질을 하려면 덕질할 장소를 잘 알아야 한다. 여러분의 덕질을 도와주겠다”며 자신을 어필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오사카의 아키하바라로 알려진 ‘오타로드’, ‘유니버셜스튜디오’, 수족관 ‘가이유칸’ 등에 대한 설명이 소개돼있다.
 
 
 
▲유럽 축덕(축구덕후)들을 위한 축구여행
일본 애니메이션만큼 견고한 지지층을 가진 것이 바로 유럽축구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이탈리아 세리에A 등 쟁쟁한 축구리그가 있는 유럽은 축구팬들이라면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이다.

축구팬에게 유럽여행은 일반적인 명소를 찾아가는 여행이 아니라 유명한 스타디움(경기장)을 방문하고 좋아하는 축구팀의 홈 타운에서 유니폼을 입고 실제 경기를 관람하는 것이다.

최근 일부 여행사에서 EPL(영국 프리미어리그)티켓을 판매하기는 하지만 전 유럽축구를 섭렵한 오타쿠들에게는 아쉽다. 최근에는 이런 축구 오타쿠들을 위한 전문적인 여행사들이 생겨나고 있다.
 
축구경기가 있는 날의 독일 모습. 축구 팬들이라면 꿈꿔보는 독일에서의 경기 관람.

*투어일레븐(www.toureleven.com)은 축구여행을 콘셉트로 한 전문여행사로 축구경기가 포함된 패키지상품부터 챔피언스리그, 프리미어리그 등 각 리그별 경기티켓 판매 및 맞춤여행까지 다양한 축구여행상품을 판매한다.

전 EPL 전문 기자 출신이 운영하는 *유로풋볼투어(www.eurofootballtour.com) 또한 축구여행 전문사로 경기티켓은 물론 경기장투어 및 기념품 대행구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분위기 즐길 줄 아는 이들의 와이너리 여행
최근에는 술을 즐기고 배우는 것을 넘어 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들이 생길 정도로 술 문화가 발전하고 있다. 맥주 덕후(오타쿠)의 줄임말 ‘맥덕’이 유행하고 전통주를 공부하는 ‘전통주 소믈리에’까지 나온 마당에 오래전부터 ‘음미하고 즐기는’ 주류로 사랑 받아온 와인에게 오타쿠가 없을 수 없겠다.

특히 와인은 유럽과 남미, 호주·뉴질랜드 등 세계 각지에 산지가 있고 시기와 제조방법에 따라 맛이 달라져 단순한 ‘술’이 아닌 식문화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와인관련 여행상품은 높은 전문성을 요한다. 때문에 와이너리투어는 이미 익숙한 아이템이지만 일반 여행사들이 쉽게 판매할 수 없는 것이 사실.
 

와인에 심취한 여행객들에게 와이너리 투어만한 것이 또 있을까.

 

호주 와이너리 투어 현장. 와인 공장의 와인을 맛볼 수 있다.

또한 이탈리아, 칠레, 호주, 뉴질랜드, 미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다양한 와인산지가 있음에도 수요가 많지 않아 상품개발이 더딘 것도 단점이다. *보르도투어(http://bordeauxtour.co.kr/)는 와인전문여행사 불모지인 한국에서 거의 유일한 와인전문여행사로 프랑스 보르도를 상징하는 5대 샤또 및 그랑크뤼 샤토(와이너리)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다. 메독, 생떼밀리옹, 그라브, 소테른 등 원하는 지역 및 샤토를 고객 일정에 따라 맞춤 진행해준다.

또다른 와인 전문사인 *보르도여행BVT(www.bvt-france.com)는 와이너리투어는 물론 추천 미슐랭 레스토랑 투어도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