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58호]2008-04-25 10:25

[Focus] 마약 같은 홈쇼핑, 여행사 입점 봇물

집약적 홍보효과 및 후광효과 최고
수익 위한 무분별한 진출 지양

토요일 정시가 넘으면 4개의 홈쇼핑 채널에서는 일제히 여행상품 판매를 시작한다. 안방 TV에서 만나 볼 수 있는 홈쇼핑채널은 GS홈쇼핑, CJ홈쇼핑,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농수산홈쇼핑 등이 대표적이다.

이중 농수산홈쇼핑을 제외한 4개의 업체가 매주 해외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농수산홈쇼핑은 현재 제주도 등 국내 여행상품을 판매중이나 조만간 해외여행상품 판매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각 여행사들의 홈쇼핑 입점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더니 이제는 4개의 홈쇼핑사에 고정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는 홈쇼핑 방송 후 여행업계에 ‘00여행사 1천 콜 기록’ 또는 ‘1천2백 콜 기록’ 등의 소문이 퍼져 홈쇼핑 자체가 무조건 돈이 되는 줄 알고 너도 나도 뛰어 드는 것.

몇 년 전만 해도 홈쇼핑사와 여행사간의 보이지 않는 성역이 존재했었다. ‘CJ홈쇼핑-세중여행’, ‘현대홈쇼핑-현대드림투어’, ‘GS홈쇼핑-레드캡투어’ 등 계열사 및 특수 관계인 여행사를 메인으로 진행됐다.

물론 이전에도 특수 관계가 아니더라도 드물게 입점은 가능했으나 이제는 현대홈쇼핑을 제외하고 성역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더욱이 홈쇼핑사 역시 무형상품의 대표 주자였던 ‘보험 상품’의 인기가 시들해 지자 단시간에 큰 매출효과를 볼 수 있는 여행상품 판매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왜 홈쇼핑 인가

홈쇼핑 입점 가격은 생각보다 비싸다. 1시간 방영 비용은 전파 송출료를 초당 계산하는데 이는 방영날짜와 시간에 따라 달라진다.

현재 1시간 방영의 평균 입점 비용은 2천5백만원에서 3천만원 사이이며, 이 가격은 홈쇼핑의 커미션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면 2천5백만원 입점비에 10%커미션 또는 3천만원의 입점비에 5% 커미션 등 어떤 조건으로 계약 하느냐에 따라 입점 비용이 달라진다. 더구나 이 비용은 현지 촬영비가 불포함 돼 있기 때문에 현지 촬영비 약 5백만원을 포함시키면 3천만원이 훌쩍 넘는다.

이렇기 때문에 여행사는 단독으로 홈쇼핑 행사를 진행하기 어렵다. 대부분 관광청이나 항공사, 호텔 등으로부터 협찬금 및 특가요금을 받아 상품을 판매 한다.

최근 홈쇼핑에 입점한 A여행사 관계자는 “요즘 입점한 여행사들이 너도나도 1천 콜이 넘었다고 발표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수치일 뿐 실제 콜 수보다 과장돼서 이야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실적이 모두 실 모객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실제 콜 수중 30~40%만 실 모객으로 전환 된다”고 밝혔다.


홈쇼핑 ‘후광 효과’

홈쇼핑 방송의 ‘수익률’만 보면 홈쇼핑 입점 영양가는 미지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이저급 여행사들이 홈쇼핑에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른바 홈쇼핑 ‘후광 효과’ 때문이다.

B 여행사 동남아팀장은 “똑같은 상품이 구성됐다 해도 ‘홈쇼핑 상품이라면 뭔가 다르다’고 믿고 있는 홈쇼핑 골수 마니아들이 많다”며 “여행사는 못믿어도 홈쇼핑사는 믿을만하다”고 생각하는 고객들이 넘쳐 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동일 시간에 4개의 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탓에 각 여행사들은 경쟁력 있는 가격과 특전 하나라도 더 추가 시켜 상품 구성을 하고 있다”며 “같은 시간에 방송되는 타 상품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1인당 순이익을 1만원 미만으로 책정해 판매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밝혔다.

1시간 방송 후 TV에서는 더 이상 판매되지 않지만 홈쇼핑 사이트에서는 일정기간 더 판매가 가능하며, 후에는 같은 상품에 약 10만원 정도 수익을 붙여 ‘홈쇼핑 히트상품’이란 타이틀을 붙이면 모객률이 급증한다는 것이 여행사 관계자 측 설명이다.

여행사들은 홈쇼핑 입점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여행사들은 방송시기와 방송시간 등에 민감해 질 수밖에 없다. 시청자들의 구매결정 키포인트인 ‘특전사항’이나 ‘상품가격’ 등을 제살 깎아먹더라도 무조건 구매욕을 자극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단거리를 넘어 장거리까지, 계속되는 도전

최근에는 환율이 상승하고 유가까지 인상되면서 홈쇼핑에 입점한 여행사들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이미 계약된 상품은 가격 변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는 5월 유가 상승 금액을 여행사가 고스란히 다 짊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는 장거리 상품 보다 시간과 가격에 대한 부담이 적은 중국, 동남아, 일본 등 아시아 지역 상품판매율이 높지만 장거리 상품 비중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1백만원이 넘으면 판매가 부진하다는 고정 관념이 점차 없어지고 있는 것.

C여행사 대양주 팀장은 “물론 수익률과 실 모객으로 비교를 하면 아직은 단거리보다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멀리 바라보면 장거리 상품 판매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한다”며 “특히 새로운 지역을 알리는데 큰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득도 많고 탈도 많은 홈쇼핑이지만 추후 홈쇼핑은 하나의 여행상품 판매 유통 채널로 확고히 자리 잡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마약과도 같은 ‘홈쇼핑 효과’를 맛본 여행사나 호텔, 항공사 등은 더이상 홈쇼핑에서 발을 뗄 수 없는 것이다.

아직은 홈쇼핑 방송을 통한 즉흥적인 구매가 대부분이지만, 여행계획을 세워 홈쇼핑 상품들을 비교해 여행을 계획하는 여행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신문이나 인터넷 홈페이지가 아닌 TV리모콘으로 여행상품이 선택될 날이 멀지 않았다.

김현경 기자 tit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