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96호]2009-01-23 11:00

말레이시아 (下) 말레이시아와 ‘절친’되는 3가지 비법

[글 싣는 순서]
말레이시아<上> 쿠알라룸푸르 쇼핑 환경
말레이시아<中> 낭만의 섬 랑카위에서 취하는 휴식
●말레이시아<下> 이색 투어, 또 다른 말레이시아를 만나다


 

“보고, 먹고, 몸소 걸어라”

현대적 도시 면모 외에도 이색 볼거리 다양해

대부분의 사람은 답답한 마음이 들면 무심코 여행 트렁크를 싼다. 일상에서 오는 피로와 스트레스 혹은 그저 그런 무료한 날들에 대한 보상 심리로 낡은 트렁크 안에 옷과 신발 등을 최대한 꾸겨 넣는다. 그러나 ‘낯선 곳으로 여행=일탈’이 모든 문제에 명쾌한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여행을 떠난다고 해서 갑자기 벼락부자가 되거나, 마음에 쏙 드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진다는 건 그저는 환상이자 각 관광지들이 내세우는 홍보 전략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곳으로의 여행을 꿈꾼다. 이들은 익숙하지 않은 공간에서 마음에 입은 상처와 몹쓸 기억들을 치유하기를 바란다. 결국 화려한 쇼핑과 볼거리, 즐거움 등을 넘어 몸과 마음이 재생되는 온전한 시간은 모든 여행자의 로망이자 도착점이다.

잘 알려진 데로 말레이시아는 각종 고급 브랜드와 장신구 등을 원하는 가격에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쇼핑의 메카이자, 세련된 건축물과 빌딩 등을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현대적 도시 문화의 집합체이다. 웰빙을 위한 스파 및 미용, 마사지, 먹을거리 등의 다양한 인프라 역시 말레이시아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 시킨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의 진정한 매력을 체험하고 친구가 되려면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명동을 연상케 하는 ‘부킷빈탕’의 열기부터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노천카페, 서양의 친구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잘란 알로’까지 이색적인 매력이 가득한 말레이시아 여행의 마지막을 이제 쏟아내려 한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취재협조 및 문의=말레이시아관광청 서울사무소 02)779-4422 / www.mtpb.co.kr
말레이시아항공 02)777-7761.

부킷빈탕 - Bukit Bintang

말레이시아 여행 길잡이라는 책이 있다면 분명 여행객이 꼭 찾아가봐야 하는 명소 중 하나로 책의 앞 페이지를 장식했을 게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실제 첫 인상은 백화점과 상점들로 빡빡한 서울의 명동이나 을지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전체 길이는 약 1km로 쿠알라룸푸르에서 쇼핑과 오락의 중심지이며 일류 호텔과 레스토랑, 다양한 쇼핑센터, 백화점, 로컬 마켓, 마사지 숍, 각국의 대사관 등을 모두 이곳에서 찾을 수 있다. 점심 식사 이후 파빌리온 백화점을 가볍게 살핀 뒤 부랴부랴 부킷빈탕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단순히 유명한 도시의 일부분일거라는 예상은 직접 걸으며 눈으로 풍경을 쫓는 한 시간 사이 보기 좋게 빗나갔다. 아마 다수의 사람들이 부킷빈탕 거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어느 곳을 가든 넘쳐나는 생동감과 열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파빌리온 위쪽으로 왼쪽에는 BB 플라자가 들어서 있다. 양 길가로 로컬 마켓과 각종 잡화를 파는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초입부만 둘러 보는데도 한 나절이 부족하다. 가격은 백화점에 비해 당연히 저렴하고 옷의 질 또한 비교적 깔끔한 편. 친구들에게 선물할 잡화나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기념품을 찾는 이에게는 가장 잘 맞는 코스다. 밤ㆍ낮없이 젊은이들과 여행자들로 붐비는 빈탄 거리를 설명하려면 일주일동안 무수히 많은 단어들을 풀어내야 한다는 사실이 재밌을 따름이다.

혼자 가방을 메고 정신없이 거리를 걷는 사이 어느덧 혹사당한 발이 비명을 질러댔다. 이럴 경우 크게 걱정할 것 없이 그대로 주위에 가득한 마사지 숍 중 한 군데를 선택해 들어가면 된다. 마사지 숍 대부분이 중국인 업주가 운영하는 까닭에 빨간 등과 장식이 언뜻 이상한(?)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만 아쉽게도 퇴폐적인 영업을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했다.

실제로 마사지 숍에 들어가니 60링깃 정도의 가격에 발과 어깨 마사지를 1시간 정도 받을 수 있었다. 피곤 때문인지는 몰라도 몸이 한결 개운하고 상쾌했다.

예의상 10달러 정도의 팁을 주려고 꺼내들자 담당 마사지사는 고작 1달러짜리 3장만을 손으로 빼가고 씩 웃었다.

간혹 좋은 서비스를 한답시고 너무 달라 붙어 유난을 떠는 관광 종사자들이나 웨이트리스를 싫어하는 기자에게는 말레이시아에서 제공받은 여러 서비스 중 가장 최고점으로 기억되는 서비스다.

잘란 알로 - Jalan Alor

빈탄 거리 중심부에서 오른쪽으로 꺾어 들어가면 잘란 알로를 만날 수 있다. 다양한 노천카페와 포장마차에서 여러 가지 종류의 음식을 파는데 사실 낮보다는 저녁 7시 이후 해가 진 밤의 풍경이 더욱 매혹적인 곳이다. 길 주변 포장마차 곳곳을 가득 메운 한 무리의 서양인들과 거주민들, 단체관광객들의 모습에서 이 곳의 인기와 의미를 실감케 한다.

기자 일행도 잘란 알로의 한 음식점에서 해산물과 고기, 꼬치, 국수, 생선구이 등으로 가득한 말레이시아 음식을 맛보며 실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한끼 식사는 1인당 1만원수준으로 저렴하고 맛 또한 기막히다.

말레이시아로 떠나는 6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설레지 않는다는 몹쓸 오기 아래 5일간의 팸투어 일정을 꼼꼼히 살피던 모습이 저절로 떠오른다. 5일간 쇼핑의 열기로 가득찬 쿠알라룸푸르 도시 곳곳과 그림처럼 빼어났던 랑카위를 둘러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출장으로 인한 팸투어는 으레 그렇듯 몇 번의 기사와 몇 백장에 달하는 사진, 그리고 함께 한 사람들을 남기고 기억 속에 저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