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527호]2007-09-14 10:36

김태삼 (주)푸른여행사 대표
트레킹과 여행(31) 김태삼 (주)푸른여행사 대표 “따가이따이에서의 승마체험과 산행후의 상쾌함” 놀랍게도 이번 산행 후엔 새끼통돼지 바비큐와 해산물요리가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는 금번 여행을 현지에서 계획하고 돌봐준 이창규씨의 마지막 선물로 모두들 허겁지겁 정신없이 음식을 해치웠다. 여기에 내 호주머니 돈에서 마련한 산미구엘 맥주를 곁들인 탓에 일행들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사실 이번 등반은 하산하는 길도 정말 고생이었다. 우기(雨期)인지라 계곡물이 불어 작은 천도 흡사 강과 같이 되고, 바지와 윗도리 모두를 적시고서야 몇 개의 천을 건너갈 수 있었다. 더불어 산 중턱의 외나무 다리에선 아찔함을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우기인 것을 미리 알고 간 탓에 여러 우중(雨中) 장비를 단단히 준비해 갔으며, 다행스럽게도 텐트를 다 설치하고 난 뒤에야 하늘에서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는 등 운은 좋은 편이었다. 여담이지만 날씨가 안 좋다 소문난 지역을 가도 필자가 가면 날씨가 많이 도와준다. 이건 다 내가 열심히 살고 있음을 하늘이 알고 도와주시는 것은 아닐까? 하고 장난스런 상상도 해본다. 아마 이번 일행들도 나를 비롯한 좋은 사람들이 함께였기에 하늘이 우릴 도왔다는 생각이 든다. 바비큐파티를 마칠 즈음 우리가 타고 갈 차량이 도착했다. 차량을 타고 다시 다바오 시내의 호텔로 돌아가는데 몹시도 피곤한 터라 모두들 금세 잠에 취했다. 이튿날은 아침 일찍 다바오를 떠나 마닐라 따가이따이로 향했다. 따가이따이는 호수에 둘러싸인 화산섬인데 그곳에서 우린 말을 타고 화산섬 정상까지 가는 이채로운 체험을 만끽했다. 또한 정상에서는 소주를 한잔씩들 나누고 음주승마를 통해 하산하는 해프닝도 즐겼다. 사실 그 전에도 말은 몇 번 타보았는데, 이번만큼이나 재미나게 말을 즐겨 본건 생전 처음이다. 특이한 것은 산행을 마친 뒤 마닐라 시내로 돌아온 직후 비행기가 결항될 정도로 많은 바람과 함께 억수 같은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는 것. 그런데 신기하게도 공항으로 이동 하는 길에 비바람이 거짓말처럼 개이고,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고요해졌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하늘이 조용해졌다. 참 신기한 일이다. 늘 그렇듯 고된 산행을 마치고 저마다의 많은 추억을 간직한 채 공항에서 이야기꽃을 피우며, 한국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은 가히 가볍기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