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2호]2014-07-11 15:17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上) “미스 다이아몬드에 반하다”


지난 4월 리뉴얼을 마친 다이아몬드 호는
11만톤에 달하는 대형선사로 높이 63미터 길이 291미터를 자랑한다.



세계 최정상 크루즈 속살 체험기

 

글 싣는 순서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上> 크루즈 방정식 A~H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中> 크루즈 방정식   I~P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下> 크루즈 방정식 Q~Z

 

입 밖에 내는 순간 부끄러워지는 단어들이 있다. 가격에 상관없이 소장하고 싶은 건담 프라모델, 7세 미만 여자 아동들을 위한 인형의 집(요즘은 물도 나온다지), 모 연예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기타(기타 줄이 몇 개더라?)까지, 대게는 잡스럽다. 요상한 것은 겉으로 당당히 드러내지 못할수록 누리고 싶은 욕망은 강해져서 결국에는 실천하고 만다는 것.

좋게 말하면 로망이고 나쁘게 말하면 치기다. 필자에게 크루즈란 가슴 밑바닥에 숨겨 놓은 로망이자 때로는 모른 척 하고 싶은 허세와도 같았다. 한 번 쯤은 꼭 누려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답이 없는 것. 그래서 더 모른 척,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포기하고 싸우기를 수년 째, 하늘이 미쳤는지 일본 주요 도시를 기항하는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에 탑승하는 뜻밖의 행운이 주어졌다.

장장 7일 동안 배 안에서 두 발로 걷고 뛰고 먹고 뒹굴며 만끽한 나의 로망 스토리가 여기에 있다. 여행 좀 다녀본 언니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크루즈 속살 체험기. 즐거웠냐고? WHY NOT? 이건 다이아몬드인데.

 

취재 협조 및 문의= 프린세스 크루즈(http://www.princesscruises.co.kr)/일본항공(www.kr.jal.com)

프린세스=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7일간 걷고 뛰고 만끽한 바다 위 천국

“옆으로 누운 63빌딩이 바다 위를 헤엄치더라”

 

4월26일 토요일, 이른 아침부터 김포공항에 모인 뒤 다시 도쿄로 가는 일본항공(JAL 090)에 올라탔다. 오전 8시 출발 오전 10시10분 도착의 프리한 스케줄. 졸린 눈을 잠시 비비며 스마트폰을 켜자 주로 ‘부럽다’는 반응의 지인들 문자와 카톡이 우수수 떨어졌다. 메신저 인사말에 ‘크루즈 탑승, 연락 불가’를 자랑처럼 써 논 탓이다.

그제야 마음이 조금 동했지만 다시 요코하마 항으로 이동하는 순간까지도 ‘마음 주지 말아야지’, ‘유난 떨지 말아야지’를 되새기며 도도하게 굴었다. 기대감에 부풀어 여행 계획을 세우며 가이드북을 넘기는 풋풋한 모습은 여행기자 9년차 팀장에게는 사치(?)다. 약에 취한 청년에게 길 안내도 받아봤고 하얀 눈이 깔린 설원에서 모터빌을 타다가 액셀 부주의로 날라도 봤다. 어쩌면 그런 산전수전까지 겪었는데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면 무시당할지도 몰라’가 정확한 속내였을지도 모른다.
 

요코하마 항에 내리자마자 영화처럼 거대한 배를 보고 ‘와!’라는 탄성을 뱉을 줄 알았건만 역시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 단체 버스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고 곧장 앞으로 걸어가자 크루즈 탑승을 위해 절차를 기다리는 수천 명의 사람들과 꼬리를 물고 있는 긴 줄에 기함했다. ‘그래, 승객과 승무원 포함 약 3천7백명에 달하는 인원이 탈 수 있을 만큼 어마무시한 배를 만나기란 결코 쉬운 게 아니지’.

대기 시간은 두 시간 남짓. 절차가 까다롭거나 스텝과 일일이 대화를 해야 하는 곤혹스러운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름을 확인하고 여권에 도장을 찍고 몇 개의 매뉴얼과 룸 키를 받는다. 이 모든 게 심플하게도 배가 정말 크고 사람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2004년 일본에서 건조됐으며 올 4월 리뉴얼 작업을 마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Diamond Princess)는 프린세스 크루즈 소속 17척의 선사 중에서 아시아 여행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배다.

총 톤수는 115,875톤으로 탑승 승객 2,670명 승무원 1,100명 높이 63미터, 길이 291미터의 자그마치 18층 규모다. 참고로 63빌딩 높이가 고작 249미터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다이아몬드 호는 63빌딩을 옆으로 반듯하게 눕힌 길이보다도 42미터나 더 길다. 63빌딩 보다 큰 물체가 바다 위를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광경이라니, 가슴이 벅차고 쿵쾅거리면서 양 볼에 붉은 홍조가 생긴 것도 잠시 서둘러 정신을 추슬렀다. ‘아직 반하면 안 돼! ’
 

이번 여행에서는 프린세스 다이아몬드가 4월부터 10월까지 운항 중인 아시아 일정 중 ‘일본 일주&부산(도쿄-아오모리-도야마-마이즈루-부산-하가타-나가사키-도쿄)’코스를 체험했다. 프린세스 크루즈 한국사무소의 초청을 받은 한국 미디어 팀은 요코하마에서 탑승해 일정 중 반을 소화하고 부산에서 하선하는 7일간의 여행을 제공받았다.

당시 일본 골든위크를 맞아 여행을 떠나려는 일본 사람들로 배 안은 북적거렸는데 한국인 수요는 많지 않았다. 일본의 경우 한 해 크루즈 이용객이 약 40만 명을 넘지만 한국은 아직 5만 명이 넘지 않는다고 .
 


해외 유명 선사들이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일정을 운항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다이아몬드 호는 호텔 층의 개념인 덱으로 각 층이 연결돼 있는데 층마다 고유한 이름이 있다. 예컨대 11층은 바하(Baja), 12층은 알로하(Aloha), 14층은 리도(Lido) 식이다.

안내 데스크와 로비가 자리한 5층 플라자를 필두로 6,7층에는 식당, 기프트 숍, 레스토랑, 클럽, 바, 인터넷 시설, 극장 등 즐길거리 시설들이 밀집해 있다. 8층부터 14층까지 다시 여러 타입의 객실이 연결되고 하늘과 바다가 보이는 15층 갑판부터는 야외 영화관과 수영장, 헬스장, 스파, 사우나, 성인 전용 공간인 센추어리, 나이트 클럽 등이 자리해 있다. (알고 보니 바람 부는 갑판으로 갈수록 담배 피는 흡연자들이 숨어 있었다는 팁은 비밀로 남기겠다.)
 

크루즈를 처음 경험하면 종종 선내에서 길을 잃는다. 간혹 내가 있는 위치가 확인이 안 되거나 방향을 못 잡을 시에는 로비가 있는 5,6층으로 내려와 다시 시작할 것을 권한다. 그렇게 마음을 잡았건만 크루즈 탑승 1일째 부터 눈에 휘둥그레지고 즐거움에 흠뻑 취했다. 빅토리아(기자 이름)가 미스 다이아몬드 양과 본격적으로 썸(?)을 탄 여행기는 다음주에 공개된다.

<다음호에 계속>

 


Activity

마음은 편하게 몸은 바쁘게

 

11만톤에 달하는 최고급 크루즈답게 액티비티는 무한대.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은 실외 영화관은 밑에 공개하기로 하고 주요 시설을 소개하자면 The Sanctuary(성인들만 이용하는 고요한 휴식처), 프린세스 극장(주요 쇼가 매일 공연), 로터스 스파 & 피트니스, 어린이 및 청소년 센터, 카지노, 바와 라운지, 4개의 수영장과 8개에 달하는 월풀 스파, 웨딩채플, 골프, 도서관 등이다. 치료를 위한 의료 시설과 뷰티 서비스가 가능한 살롱도 있다. 사진은 갑판에서 런닝 중인 훈훈한 외국인들. 특별히 시간을 내서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다면 그냥 갑판 위를 뛰는 것만으로 행복하다.

 


Booking

언제 어디서나 예약은 필수

 

통상적으로 크루즈 상품 예약은 반년에서 일년 전까지 조기예약이 필수다. 일찍 예약할수록 가격 할인도 많아지고 혜택도 무한한 탓. 크루즈에 대한 기본 정보가 약하던 시절에는 배 안에 탑승하면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줄 알았다. 70% 이상은 사실이다. 하지만 더 즐겁고 다양하게 놀고 싶다면 조금 빨리 움직이고 미리 예약하는 편이 좋다.
 

선내 위치한 레스토랑, 사우나, 스파, 미용실 등 대부분의 시설을 이용하려면 예약이 필수다. 전화로도 가능하고 직접 방문해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도 좋다. 참고로 영어에 자신이 없어도 걱정할 것은 없다. 전 세계인을 상대로 하는 크루즈 승무원들은 만국공통어인 바디랭귀지에 아주 능통하다.

 


Credit(Card)

카드 한 장이면 만사 오케이

 

크루즈 내에서는 지갑을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아는지? 크레딧 카드 한 장 그리고 사인만 하면 오케이다. ‘크레딧= 크루즈카드’는 말하자면 일종의 후불카드 시스템. 배 안에서의 모든 즐길거리와 서비스는 포함 내역이지만 주류, 미용실 이용, 온천시설, 쇼핑, 팁 등은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크루즈 카드를 신용카드처럼 사용하면 여행 종료 후 로비 프론트 데스크에서 정산을 마치고 현금 또는 본인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다.

일정 중 사용한 금액이 궁금하면 언제든 프론트 데스크에 문의하거나 옆에 위치한 기계를 통해서도 내역 영수증을 뽑아볼 수 있다. 참고로 크루즈는 각 객실마다 담당 승무원이 있는데 모든 여정이 끝나면 팁을 주는 것이 기본적인 센스. 하루 팁은 한 명당 11.50 달러로 박수대로 계산하며 객실 수가 아닌 투숙객 수(1 명당)를 적용한다.

 


Delicious

3~4kg는 찝니다.
포기하세요!

 

아! 크루즈 여행 중 즐겼던 맛의 항연을 풀어놓기에 지면은 짧고 글 솜씨는 부족하다. 출장 후 사진을 정리하면서 아예 미식 폴더를 따로 만들어야 했을 정도로 다이아몬드 호에서의 7일 동안 먹거리는 풍족하고 넘쳐났다.

자세한 맛 집 탐방은 다음호로 미루지만 우선 배 안에는 총 5개의 식당과 2곳의 뷔페, 일본식 레스토랑 등 10개에 달하는 식당이 자리해 있다. 이탈리아식, 유럽 식, 아시아 식, 퓨전까지 전 세계를 아우르는 맛과 멋이 펼쳐진다. 이 중 1인당 미화 25달러만 더 지불하면 특별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스페셜티 레스토랑을 적극 추천한다. 5개에 달하는 이탈리아 코스 요리(그 중 랍스터는 으뜸이다)를 맛볼 수 있는 사바티니, 최고급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스털링 등이 인기다. 위에도 말했지만 예약은 필수.

 


Entertainment

24시간 지루할 틈 없는 ‘쇼쇼쇼’

 

사람들이 크루즈에 대해 갖는 편견 중 하나가 지루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땅을 밟지 않고 하루 종일 바다 위 선상에서 지내는 것이 과연 정말 좋을까라는 의심은 이해한다. 그러나 단언컨대 배 안에서 지루할 틈은 잠시도 없다. 매일매일 다양한 공연과 무대 이벤트, 게임, 무료 강좌 등이 수시로 열리고 진행되기 때문.

이벤트 정보는 아침마다 배송되는 선상 신문을 통해 확인하고 시간에 맞춰 가고 싶은 공연장에 입장하거나 강좌에 들어가 몸으로 배울 수 있다. 사진은 일정 중 오후 시간에 열린 댄스 교육 후 강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여행객들. 세계 최고 아니랄까봐 강사조차 잘 생겼다.

 


Fashion(=dresscode)

하루쯤 화려하게, 다른날은 평범해도 괜찮아

 

크루즈 하고 이미지를 검색하면 고급스러운 턱시도와 드레스를 갖춰 입은 중(노)년의 커플이 나온다. 틀린 말도 아니지만 이러한 이미지는 크루즈를 너무 올드하고 클래식하게 만든다. 크루즈 여행을 준비하면서 주변 지인들은 우스갯소리로 등이 푹 파진 드레스 한 벌 정도는 사야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혹자는 아직도 크루즈를 떠올리면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비싼 정장을 입어야 하냐고 묻는다. 사실은 편하고 캐주얼한 의상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 격식을 갖춰야 하는 레스토랑과 몇몇 장소에서는 수트와 깨끗한 원피스 정도면 충분하다. 그저 일정 중 하루쯤은 날 위한 투자로 화려한 드레스를 골라 입고 사진을 찍는 것도 기쁘지 않을까?

 


Gift Shop

면세점, 백화점, 벼룩시장 까지

 

크루즈 안에서 모든 것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일종의 축복이다. 짐을 싸고 이리저리 이동하거나 동선을 고민할 필요 없이 선내에서 모든 활동이 한 번에 가능하다. 쇼핑 역시 마찬가지.

특급 호텔과 면세점이 땅 위에서 배 안으로 고스란히 순간이동을 했다. 보석, 화장품, 향수, 의류, 구두, 기념품, 와인 및 주류, 잡화까지 다양한 물품들이 상점에 빼곡히 구비돼 있다. 특히 선내 입점 업체들이 로비에서 깜짝 세일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흡사 로컬 마켓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쇼핑을 즐길 수 있어 경제적이고 편리하다.

 


Hospitality

내 집에 오신 손님을 환영합니다

 

다이아몬드 안에 탑승한 승무원은 1,100명. 이 중 한국인 승무원은 총 9명이다. 최고급 서비스와 환대를 위해 직원들 대상 교육과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고. 실제 크루즈를 여행하는 동안 직원들에게서 받는 서비스는 상상 이상이었다. 아침이건 오후건 밤이건 룸서비스를 부탁하면 늦어도 5분 이내 주문한 음료와 따뜻한 음식이 정성스럽게 배달됐다. 가식이 아닌 따뜻함과 친밀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

다이아몬드 안에서 호텔 서비스를 총괄하는 한 관계자는 일반 호텔의 경우 직원들이 퇴근하고 집을 가지만 여기서는 배가 곧 집이기 때문에 마치 내 집에 손님이 온 것 같은 마음으로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