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6호]2014-08-08 07:38

태국 - 치앙라이
 
 
우리에겐 조금 낯선 치앙라이 여행기
 
 
치앙라이는 태국 최북단에 위치한 고즈넉한 소도시다. 13세기 란나 왕국의 중심지로 번영을 누리기도 했다지만 지금의 치앙라이는 화려함보다는 소박한 시골 마을이다. 깊고 넓은 메콩강이 잔잔히 흐르듯 치앙라이 또한 잔잔한 여행의 매력을 뽐낸다. 화려하지도 않고 번잡하지도 않다. 눈길을 확 사로잡는 화려함보다는 자연스레 눈길이 닿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쳐다보고 있게 만드는 곳이다. 방콕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던 기자 또한 치앙라이와의 첫 대면은 썩 유쾌하진 않았다. “어라? 여긴 왜 이래?”라는 본심이 툭 튀어나왔으니. 그러나 치앙라이와 작별하던 순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치앙라이를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방콕에서 국내선 비행기를 이용하는 것과 치앙마이에서 자동차로 이동하는 것.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1시간 20분이면 치앙라이 국제공항에 도착한다. 치앙라이와 치앙마이의 거리는 대략 200km로 자동차로 이동할 경우 4시간이 소요된다.

취재협조 및 문의=태국정부관광청(www.visitthailand.or.kr/02-779-5417)
치앙라이=권초롱 기자 titnews@chol.com
 
 
 



자신도 모르는 새 치앙라이의 매력에 빠지다|
 
왓롱쿤·매파루앙 가든·골든트라이앵글 탐방

 
 
“치앙마이는 아는데 치앙라이는 어디야?”
기자는 주변 지인들에 치앙라이를 간다고 말했다. 덤덤한 척 말했지만 자랑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돌아오는 대답은 “거기가 어딘 대?”였다. 햇병아리 여행 기자가 ‘햇’을 떼어내고 병아리 여행 기자가 됐지만 주변인들의 돌아오는 질문에 머리를 긁적여야 했다. 기자 또한 치앙라이가 생소했기 때문이다. “요즘 치앙마이가 뜨고 있는 여행지라는데 치앙마이나 가지”라는 힐난을 던지는 이도 있었다.

자랑하려다 되레 어퍼컷을 맞았더니 괜히 치앙라이가 미워졌다. 우스갯소리지만 기자에게 치앙라이의 첫 인상은 그래서 썩 좋지만은 않았다.

치앙라이로 출발 직전이 돼서야 부랴부랴 치앙라이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봤지만 모든 걸 알 것만 같았던 초록색 지식인(?)들도 별 도움이 되지 않을 만큼 치앙라이에 대한 정보는 협소했다. 이름 비슷한 치앙마이보다 200km 더 위에 있는 곳이라는 것 말곤 기자가 알았던 것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저 일단 부딪쳐 보자가 우선이었고 그나마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이라는 것에 옅은 호기심이 일었다. 다른 여행지처럼 호들갑스럽지는 않았던 치앙라이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Tip: 치앙라이 국제공항에서 치앙라이 시내까지 이동 편은 택시가 제격이다. 시내버스를 이용할 경우 공항에서 큰 도로까지 꽤 많은 시간 걸어가야 한다. 반면 택시는 공항 앞에서 바로 탑승 가능하며 평균 요금은 200바트 정도다.
 

“치앙라이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곳”
치앙라이는 유명 건축가 두 명을 배출했다. 그들은 고향인 치앙라이에 랜드마크 격인 건물을 세워 관광객들을 유치시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특히 ‘죽음과 지옥’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하얀 사원과 검은 집으로 대비 되는 건축양식을 선보인 두 건축가의 자부심 넘치는 건물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치앙라이 국제공항을 벗어나 제일 먼저 이동한 곳은 치앙라이의 랜드마크 ‘왓롱쿤(Wat Rong Khan)’ 사원이다. 치앙라이 북서쪽에 위치한 공항에서 시내까지 그리고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 왓롱쿤 사원. 왓롱쿤 사원은 치앙라이의 남단에 위치해 있어 치앙마이와 제일 가까운 명소 중 하나다.
 

때문에 치앙마이를 찾은 여행객들이 일일투어나 반일투어로 치앙라이를 방문할 경우 맨 먼저 찾는 곳이 왓롱쿤이다. 치앙마이에서 왓롱쿤 사원을 방문한다면 버스를 타고 뉴 버스 터미널 정류장에서 하차하면 된다. 방콕이나 치앙마이 등 태국 내 유명 사원들을 한 번씩 다 접했던 태국 여행 마니아들에게도 왓롱쿤 사원은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평범함을 거부한 백색의 사원은 디테일에 또 한 번 놀랄 수밖에 없다. 기자가 왓롱쿤 사원을 찾은 시간대에 갑자기 스콜이 내려 왓롱쿤 사원의 음산한 분위기는 배가 됐다.

왓롱쿤 사원은 치앙라이 출신의 예술가인 찰름차이 코싯피팟이 1997년 건축했다. 독특한 사원만큼이나 찰름차이가 이 사원을 짓게 된 계기 또한 흥미롭다. 어느 날 그의 꿈속에 어머니가 나타나 지옥에서 고통을 겪고 있으니 사찰을 지어 자신의 죄를 씻어 달라고 부탁한 것. 꿈에서 깨어난 그는 자신의 고향인 치앙라이에 왓롱쿤 사원을 지었으며 여전히 보수 및 확장 공사 중이다. 왓롱쿤 사원을 감상할 경우 입장 시 신발을 맡기고 들어가야 한다. 맨발로 사원을 둘러봐야 하고 짧은 치마나 반바지를 입은 경우라면 직원이 주는 긴 바지를 입은 후 사원을 구경할 수 있다.
 

사옥으로 들어가는 길은 지옥을 형상화한 조형물들이 있다. 살려달라고 발버둥 치는 하얀 손들의 디테일과 그 사이 빨간 매니큐어를 칠한 조형물은 건축가의 디테일과 위트를 증명한다. 음산한 분위기도 잠시다. 사원 내부는 그야말로 건축가의 위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금지돼 있는데 내부 벽화를 보면 웃음이 터질 수밖에 없다. 유명 만화 캐릭터들이 마치 ‘월리를 찾아라’를 연상시킨다. 왓롱쿤 사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금색의 화장실.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화장실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여행객들의 포토존으로 한몫하고 있었다.

왓롱쿤 사원이 독특하고 디테일한 디자인으로 시선을 끌었다면 일명 검은 집이라 불리는 반담 박물관(Baandam Museum)은 검은 색과 빨강 색, 동물의 뼈들을 활용해 죽음과 지옥을 표현했다. 반담 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는 타완 두차니다. 반담 박물관에는 으스스한 검은 집들 15채가 자리해 있다.
 

검은 목조 건물들에서 나오는 스산함은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호랑이 가죽과 악어, 뱀, 코뿔소의 뼈에 온 몸이 움츠러든다. 비슷비슷한 검은 건물들을 보노라면 이게 뭔가 싶다. 그러나 건물마다 ‘죽음’, ‘고통’, ‘번뇌’, ‘해탈’ 등 의미하는 바가 있다. 집들마다 쓰여진 푯말을 통해 작가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생각하며 건물과 그 안에 전시된 각종 동물의 뼈와 디자인을 찬찬히 둘러보길 추천한다.
 

“고산족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
치앙라이의 면적 중 약 80%가 산으로 이뤄져 있다. 때문에 북쪽으로 이동할수록 고산족들을 자주 마주친다. 그 중 ‘도이 메 사롱(Doi Mae Salong)’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터를 일군 마을이다. 치앙라이 시내 중심에서 1시간 30여분, 험난한 길을 올라가면 치앙라이 전체를 내려다 볼 수 있는 해발 2,200m의 도이 메 사롱에 도착한다.

도이 메 사롱은 말 그대로 60년대의 한국보다 더 열악한 모습이다. 고산족들은 지나가는 여행객들을 붙잡으며 손짓 발짓으로 자신들의 수공예품인 모자, 팔찌나 과일 등을 사달라고 옷깃을 잡는다. 도이 메 사롱은 미얀마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어 과거 고산족들은 아편을 불법 밀수, 판매하기도 했다. 때문에 이 지역을 지나가다 보면 종종 태국 군인들의 불시점검에 응해야 한다.

도이 메 사롱에서 남쪽으로 40여분 내려가다 보면 고산족들을 위한 태국 왕조의 노력을 엿 볼 수 있는 ‘도이 퉁 국립공원 매파루앙 가든(Mae Fah Luang Garden)’에 도착한다. 매파루앙 가든은 작고한 현 태국 국왕의 어머니인 스리나가린드라 왕비가 고산족들이 양귀비 생산을 중단하고 지역 농업 특산품 재배를 통해 경제력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지은 곳이다.
 

그녀의 별장인 로얄 빌리지와 매파루앙 정원으로 꾸며졌으며 고산족들의 일터이기도 하다. 북유럽을 본떠 만든 곳으로 로얄 빌리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다. 스리나가린드라 왕비가 살아생전 지냈던 곳을 그대로 보존해 놨으며 그녀의 별장에서는 매파루앙 정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매파루앙의 뜻은 ‘하늘에서 내려온 왕실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그만큼 고산족들이 감사함을 표현한 것이다. 정원은 인공적으로 조성됐음에도 수많은 꽃들이 자연과 한데 어울린 모습이다. 치앙라이 내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바로 이 곳, 매파루앙 정원이다. 정원 내에는 태국 유명 커피 브래드 도이 퉁(Doi Tung) 카페도 있다. 정원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에 카페가 위치한 만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기에도 적격이다.
 

“골든트라이앵글, 치앙센에서 라오스까지 섭렵 가능”
치앙라이를 왔다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치앙센이다. 치앙센은 미얀마와 라오스, 태국 3국의 국경이 맞닿아 있는 곳으로 골든트라이앵글이라 불린다. 3국의 국경을 접하고 있다보니 치안이 안전하다고는 할 수 없다. 때문에 관광객들의 발길이 많이 닿진 않는 곳 중 하나지만 유람선을 타고 메콩강을 유유자적하다 배 안에서 미얀마와 라오스의 거리와 건물을 볼 수 있다.

특히 라오스의 경우에는 배에서 내려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고도 국경지대를 방문할 수 있다. 유람선을 타고 강을 가로 질러 도착한 라오스의 국경마을 돈싸오(Done Xao) 섬 입구에서는 확인증과 같은 티켓을 끊어준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미얀마 국경마을인 따찌렉(Tachilek)도 둘러볼 수 있다. 돈싸오에서 따찌렉까지는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다.
 

치앙센 선착장으로 돌아와 2분 정도 자동차로 북쪽으로 이동하면 골든트라이앵글 전망대에 당도한다. 만일 유람선을 타지 않는다면 전망대에 올라 미얀마와 라오스의 국경을 조망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