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3호]2014-07-18 10:30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中) “돌아갈 것을 후회하기엔 크루즈는 너무 즐겁다”


갑판 위 실외 수영장. 뷰가 가장 좋은 스팟 중 하나이자
크루즈의 모든 것이 보이는 공간이다.



글 싣는 순서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上> 크루즈 방정식 A~H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中> 크루즈 방정식 I~P

프린세스 다이아몬드 호 <下> 크루즈 방정식 Q~Z


 

개인이 선호하는 즐길거리 중심으로 선택해야

선사에서 24시간을 보내는 완벽한 일정 추천

 

입 밖에 내는 순간 부끄러워지는 단어들이 있다. 가격에 상관없이 소장하고 싶은 건담 프라모델 , 7세 미만 여자 아동들을 위한 인형의 집(요즘은 물도 나온다지), 모 연예인이 하루가 멀다 하고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기타(기타 줄이 몇 개더라?)까지, 대게는 잡스럽다. 요상한 것은 겉으로 당당히 드러내지 못할수록 누리고 싶은 욕망은 강해져서 결국에는 실천하고 만다는 것. 좋게 말하면 로망이고 나쁘게 말하면 치기다.

필자에게 크루즈란 가슴 밑바닥에 숨겨 놓은 로망이자 때로는 모른 척 하고 싶은 허세와도 같았다. 한 번 쯤은 꼭 누려보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답이 없는 것. 그래서 더 모른 척, 아닌 척, 관심 없는 척 포기하고 싸우기를 수년 째, 하늘이 미쳤는지 일본 주요 도시를 기항하는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에 탑승하는 뜻밖의 행운이 주어졌다.

장장 7일 동안 선사 안에서 두 발로 걷고 뛰고 먹고 뒹굴며 만끽한 나의 로망 충족 스토리가 여기에 있다. 여행 좀 다녀본 언니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크루즈 속살 체험기. 즐거웠냐고? WHY NOT? 이건 다이아몬드인데.

 

취재 협조 및 문의=프린세스 크루즈(http://www.princesscruises.co.kr)/일본항공(www.kr.jal.com)

프린세스=김문주 기자 titnews@chol.com


 

“조깅-뷔페-독서-수영-피자-낮잠-쇼핑-저녁-사우나-영화”
 

여행이 즐거운 것은 반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몇 시에 일어나서 세수를 하고 양치를 하고 옷을 입고 출근 길 지옥철에 시달리는 평범한 일상 대신 뇌가 예측할 수 없는 신선한 자극을 주는 것. 미스 다이아몬드 양이 좋았던 것은 세계적인 선사에 탑승했다는 우월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하루하루 내가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프린세스 다이아몬드에 탑승하기 직전에 한국에서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지인들은 부럽다는 반응과 함께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주의하라는 당부를 거듭했다. 김포에서 도쿄로, 다시 요코하마로 이동하는 순간 일행 중 아무도 입에 올리진 않았지만 ‘혹시’나 하는 두려움은 다들 갖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첫 날 배에 탑승한 지 약 두 시간 후에 이런 두려움은 사라졌다.
 

전 탑승객을 상대로 하는 대규모 안전 교육은 훌륭했다. 한국어 통역 서비스가 없다는 점은 아쉬웠지만(후에 부산에서 탑승한 350명의 한국인들에게는 사무소에서 통역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들었다.) 철저한 지침과 설명을 듣고 난 다음에는 설사 사고가 난 들 ‘말은 안 통해도 직원들이 날 구해 줄 거야’ 라는 무한신뢰가 생겨버렸다. (객실 내부에 비치된 구명조끼와 배 곳곳에 달린 구명선까지 확인하고 난 다음에 더 안심할 수 있었다는 속내도 덧붙인다.)
 

둔한 체질임에도 불구하고 배가 바다를 가르자 미세하게나마 진동이 느껴졌다. 지나치게 예민하지 않다면 아니 창 밖에 푸른 바다를 눈으로 직접 보지 않는다면 이 거대한 배가 움직이며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지 못한다. 돌이켜보니 크루즈는 선택의 연속이다.

어떻게 선택하고 어떻게 계획을 잡는가에 따라서 하루가 달라진다. 배에 탑승한 둘째 날은 전일 해상으로 종일 선내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참고로 이제 언급하는 추천 일정은 100% 주관적이니 따라 할 것은 못된다. 단 선임자로서 다이아몬드 호에 탑승한다면 개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 위주로 시간을 보내라고 권하고 싶다.
 


선사 운항을 책임지는 갑판실 항해사들.
 

아침 눈을 뜨자마자 낡은 옷을 입고 15층 헬스장으로 향했다. 런닝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땀을 한 바탕 쏟아냈는데 한국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매일 밤 눈앞에 펼쳐지는 황제급 코스 요리를 과감히 거부하는 패기가 없다면 뛰어라! 조깅 후에는 14층 호라이즌 뷔페에서 아침을 먹었다.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메뉴도 다양하다. 빵과 고기, 신선한 야채와 과일, 면 요리 등 이내 포크질이 분주해진다.
 

식사 후에는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한 권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오전 시간에는 햇살이 아무리 좋아도 수영을 하기에 물이 차갑다. 대신 그늘진 수영의자에 이불을 깔고 누운 뒤 커피 한잔을 마시며 천천히 책을 읽었다.

이후 그대로 수영장에 몸을 던졌다. 몸매 때문에 비키니에 자신이 없다고? 바로 옆 풍성한 바디라인을 자랑하는 중년의 아주머니들과 할머니들을 보면 죄송하지만 나는 슈퍼 모델이다(?).

수영 후에는 무료로 제공되는 뜨끈한 피자와 콜라가 제격. 다이아몬드 호에서 제공되는 피자는 냉동피자를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방식이 아니라 요리사가 직접 반죽을 하고 재료를 올려 굽는 스타일로 정말, 정말, 정말 맛있다! 게다가 돈을 받지 않는다니.

다이몬드 호에서 시간을 보내는 동안 필자 방으로 룸서비스 된 피자 박스가 몇 개나 될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폭풍 식사 후에는 객실로 올라가 다시 낮잠을 자고 이른 오후 한가로운 쇼핑을 즐겼다. 이후 미리 예약해둔 고급 레스토랑에서 코스 요리를 먹고 일본식 전통 사우나에서 하루의 피로를 풀자 마법처럼 하루가 갔다.

 


 

Inspirit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연출

 

사람들이 곳곳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흥을 돋우는 무언가를 연출한다. 오후에는 갑판 중앙에 위치한 실외수영장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낮잠을 즐기는 탓에 반응이 좋지 않았음에도 이들의 노래는 한 시간 가량 계속됐다.
 

5층 로비에는 수시로 깜짝 이벤트와 스텝들의 공연이 열리고 피아노 혹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들과 자유로운 대화도 가능하다. 크루즈 자체가 정적이고 지루하다는 여행자들의 편견을 비웃기라도 하듯 다이아몬드에서는 각종 흥이 넘쳐났다. 예고돼있는 공연을 넘어 직원들과 함께하는 흥겨운 파티의 모습도 종종 보였다.

 


JAL

도쿄 이동 편리해

 

일본까지 하늘 길 이동을 위한 가장 좋은 파트너. 일본항공은 현재 서울(김포, 인천)과 부산(김해)에서 도쿄(하네다, 나리타)로 매일 7편씩 직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4월 추가로 제휴를 확대한 대한항공과의 코드셰어편을 포함하면 서울에서 매일 7편, 부산에서 4편, 제주에서 1편씩 운항하고 있다.

3대 공항을 중심으로 주간 224회에 달하는 왕복 스케줄이다. 특히 일본 항공은 서울-도쿄 구간에 새로운 개념의 기내식 ‘소라벤(하늘 위의 도시락-쇼쿠라쿠 소라벤)’을 도입해 화제를 낳고 있다. 제철에 나는 식재료를 활용해 맛이 뛰어나다.

 


 

Korea

한국지사 홍보마케팅 강화

 

세계 최대 규모의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코포레이션(Carnival Plc/프린세스 모회사)은 지난 2013년 6월 외국 선사로는 최초로 한국에 공식 지사를 오픈했다. 이는 아시아 시장에 대한 본사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반증으로 한국 외에도 일본, 중국, 싱가포르, 홍콩, 타이완 등 아시아 각 지역에 지사가 설립돼 있다.

이후 카니발은 한국 시장에서 크루즈 상품 개발 및 기획 그리고 판매에 주력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판매를 위한 홍보마케팅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아시아 운항 일정 외에도 알래스카, 카리브해, 남미 지역 등을 알리며 네트워크 확장에 앞장서고 있다.

 


 

Lotus Spa

릴렉스를 원하시나요?

 

15층에 위치한 명품 스파 서비스. 크게 릴렉스/뷰티/웰니스 등 세 개의 타입으로 나뉘며 개인의 몸 상태에 따라 스텝과 상담 후 취향별로 선택해 즐길 수 있다. 핫 스톤 마사지, 허브 마사지, 얼굴 경락, 전신 마사지 등 종류가 다양하다. 가격은 낮은 편이 아니다.

기본 스파인 75분짜리 핫 스톤 마사지가 195달러 수준. 받는 시간과 마사지 방법에 따라 3백달러에 달하는 고급 스파도 있으니 내용을 잘 검토할 것. 스파 센터 옆에서는 헤어, 메이크업, 네일아트 등 뷰티 관련 서비스도 한 번에 받을 수 있어 사람들이 늘 북적거린다. 전일 해상 일정에는 아무래도 사람들이 몰리는 탓에 예약을 미리 하는 편이 수월하다.

 


 

Movie under the star

사랑에 빠지는 순간

 

빅토리가 도도한 프린세스 양에게 급격히 빠져버린 가장 중요한 순간이 바로 첫 날 밤 즐긴 영화 상영 서비스다. ‘별빛 아래 즐기는 영화관(Movies Under the Stars)’으로 더 잘 알려진 프린세스 크루즈의 야외 대형 화면은 낮에는 물론 밤에도 쏟아지는 별빛 아래에서 무료 팝콘이나 스낵과 함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설.

프린세스 크루즈 이용객들로부터 가장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설명처럼 기자 역시 다이아몬드 호의 수많은 시설 중에서 이 앙큼한 영화관이 가장 좋았다. 다시 프린세스를 선택해야하는 대표적 이유 역시 별빛 아래 영화가 보고 싶어서다.

 


 

Night Life

특별한 크루즈의 밤

 

크루즈의 밤은 매력적이다. 낮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파란 바다가 보이지 않는 대신 주변이 온통 깜깜하고 바람은 차갑다 못해 날카로우며 귓가를 치는 파도 소리는 상당히 웅장해서 오케스트라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다. 살짝 무서워지더라는 말씀. 그래서 밤이 오면 크루즈는 오히려 더 화려하고 신나게 변한다.

나이트클럽이 문을 열기도 하고(물론 젊은 디제이 언니가 혼자 음악을 키는 모습은 안쓰러웠다.) 곳곳에서 파티가 진행되며 바와 라운지에서는 음악과 춤을 추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넘쳐났다. 사진은 기항지 중 하나였던 아오모리를 출발 할 때 아오모리 현에서 준비한 작별의 불꽃놀이.

 


 

Office

필요하다면 업무 체크도 OK!

 

은근슬쩍 고민이 된다. 메일함 용량이 다 돼서 중요한 비즈니스 메일을 읽지 못하면 어쩌지? 혹시 나 없는 사이 책상이 정리된 것은 아니겠지? 내가 없어서 모두들 걱정하고 일이 막 꼬여있겠지? 등등. 아쉽게도 이 모든 걱정과 망상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나 하나쯤 없어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회사는 정상적이기 마련.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에 대해 걱정이 되거나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것이 있다면 선내에 자리한 인터넷 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간단한 인터넷 검색부터 메일 작성, 프린트 등 오피스 환경이 잘 조성돼 있다. 그런데 크루즈를 여행하는 동안 인터넷 센터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실제 만나보지는 못했다.

 


 

Patter

정보 제공의 끝판왕

 

매일매일 제공되는 반가운 선상 신문. 인터넷이 없던 시절 신문이나 간행물의 존재가 이토록 소중했을까 싶다. 우리는 그를 프린세스 패티라고 부른다. 소통이 쉽지 않은 배안에서 즐길거리를 계획하고 일정을 세울 때 가장 필요한 존재가 바로 패티다.

매일 저녁 객실로 다음 날 패티가 배달되는데 항상 휴대하고 다니면서 그날의 일정을 꼼꼼히 체크할 수 있다. 크루즈 관련 기본적인 정보는 물론 날짜, 날씨, 일출, 일몰, 온도, 영화 상영 시간표, 엔터테이먼트 정보, 공연 내용 및 시간 등 모든 정보가 표기된다. 또한 그날의 기항지 정보, 선박 정보, 항해 정보 등 다양한 내용을 포괄적으로 다룬다.
 

알짜배기 여행자에게도 패티는 중요한 선물. 선내 상점 및 바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 및 특가 정보 역시 표기돼 있으므로 꼭 자세히 읽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