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75호]2015-01-15 15:38

‘관광특구 남대문’ 다른 시선에서 바라보기
글 싣는 순서
<上> 외래객 홀린 여행지, 동대문
●<下> 중국인 관광객 텃밭, 남대문
  
가진 것 말고 ‘가지지 않은 것’에 주목해야
요우커·쇼핑 인프라에 쏠린 시선 분산 필요
 
 

*남대문지역 여행 코스(서울역 출발 - 남대문시장 - 명동 - N타워)
 
① 서울역에서 남대문시장 : 서울역에서 걸어서 20분 또는 4호선 서울역에서 출발해 회현역 5번, 6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② 남대문시장에서 명동 : 회현역 4번 출구 쪽 버스 정류장에서 간선 604번 버스 승차 후 명동입구 정류장에서 하차. 약 15분소요. 또는 명동역 쪽으로 도보 20분.
③ 명동에서 N타워 : 서울애니메이션센터숭의여대 정류장에서 순환 02번 버스 승차 후 국립극장 정류장에서 하차. 약 20분소요.
 

 
명동, N타워, 남대문시장은 누가 뭐라 할 것도 없이 대한민국 서울을 대표하는 관광명소다. 서울의 과거와 현재, 랜드 마크를 모두 보유했지만 가진 것에 비해 그만큼의 시너지를 내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앞서 동대문 현장 탐방기(본지 874호 참고)에서 남대문지역의 대표 관광지 명동이 ‘서울인지 중국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곳’이라고 표현된 바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실제로 명동을 비롯한 남대문지역 일대는 거대한 요우커의 파도로 최고의 격동기를 맞고 있다.

덕분에 남대문지역의 주요 관광명소는 온통 중국인 관광객 맞춤형 명소로 변신했다. 요우커 당사자들은 아직도 언어소통 불편이 높다고 투덜대지만 요즘 주요 명소에는 전부 중국어 표기를 동반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들이 남대문지역의 주 소비층으로 안착하면서는 오로지 ‘중국인 관광객’과 그들이 사랑하는 ‘쇼핑 관광’에만 모든 인프라와 홍보를 쏟아 붓는 모양새다.

관광특구로 지정된 남대문지역. ‘관광특구’의 사전적 의미를 돌아보면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관광 관련 서비스 및 안내·홍보활동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장소를 시장 또는 군수, 구청장의 신청에 따라 시·도지사가 지정한 지역이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문제점은 남대문지역은 지금 ‘외국인 관광객=중국인 관광객’이라는 공식 아래 행동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오일머니로 주머니 가득한 무슬림 관광객을 필두로 앞으로 성장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베트남, 태국 등 신흥 아세안 지역 조금 더 쾌적한 관광을 원하는 유럽, 미주 여행객들에 대한 대비책 또한 마련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이에 기자가 남대문지역을 대표하는 3대 관광명소를 탐방, 기자의 눈으로 현장을 지적해봤다.
남대문=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남대문 시장의 동상이몽”

남대문지역 취재를 위해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이름부터 ‘남대문스러운’ 남대문시장.
4호선 서울역에서는 회현역으로 딱 한 정거장만 이동하면 되고 괜찮다면 걸어서도 20분이면 도달할 수 있는 거리.
남대문시장은 600년이라는 역사를 가진 만큼 다양한 물품을 취급하고 있다. 각종 의류를 비롯해 섬유제품, 주방용품, 가전제품, 민예품, 토산품, 농수산물, 각종 식품, 일용잡화 및 수입상품 등. 또 노점 골목, 안경거리, 갈치조림골목, 칼국수골목 등 각종 테마(?) 골목이 있는가 하면 야채호떡, 즉석어묵, 왕만두 등 시장 곳곳에 이름 난 맛 집이 산재해 쉴 틈 없이 즐길 수 있다. 이 덕분에 남대문시장은 내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의 전통시장을 경험하고자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세일딱지들이 가득한 남대문 시장의 한 화장품 가게.
 
특히 남대문시장을 대표하는 테마상가인 지하 수입상가(구 도깨비시장)에는 40~50대를 겨냥한 의류와 금, 보석 등의 쥬얼리와 애견 액세서리를 비롯한 생활용품, 각종 영양제와 수입과자, 술 등 대형마트 못잖은 퀄리티의 다양한 수입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어지러울 만큼 빽빽하게 들어찬 상점들에 성인 여자 보폭으로 두 걸음도 안 되는 좁은 골목을 많은 방문자들과 나눠쓰자니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다양한 물건들 덕분에 늪에 빠지듯 쇼핑에 빠져든다. 상가 대부분이 도매 전문인 탓에 일반인들이 물품을 낱개로 구입할 경우 상인 대부분이 현금결제를 선호한다. 또 수입상가는 지상의 시장보다 마감을 일찍하는 편인데 대부분 5시에서 6시면 장사를 접는다.
 

발 디딜틈 없이 빽빽한 수입상가의 모습.

남대문시장을 둘러보면서 몇 가지 아쉬웠던 점은 상점 앞에 좌판이 추가로 깔리고 거리 한 가운데 생긴 노점들로 보도 확보가 아쉽다는 것. 특히나 사람이 많아지는 저녁에는 상인들이 펴대는 담배연기와 바닥 가득 흩어진 전선들로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게다가 노점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쓰레기통 하나 찾아볼 수 없어서 각종 생활쓰레기로 거리가 너저분하다. 판매하는 물건은 많지만 크게 사고 싶은 것이 없다는 것도 문제. 명동에서 한 바탕 쇼핑을 치른 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남대문시장은 사실상 쇼핑목적지라기 보다 구경이나 스쳐지나 간다는 의미가 더 강하다. 실제로 남대문시장을 탐방하면서 마주친 외국인들은 물건이 담긴 봉투보다도 사진촬영과 처음 보는 음식에 관심이 많았다. 또 각종 먹을거리 골목이 유명한 남대문시장이지만 부담스러울 정도의 호객행위는 거부감마저 든다.
상인들은 관광객들의 주머니가 열리기를 기대하지만 정작 관광객들에게 시장은 쇼핑이 아닌 비슷한 관광목적지일 뿐이다. 그야말로 같은 공간 다른 생각, 동상이몽이 아닐 수 없다.
 
“남대문지역 베스트셀러, 명동 그리고 N서울타워”
외국인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은 서울이다. 그렇다면 서울 방문 시 외국인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은 어딜까.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2013년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외래 관광객들의 한국여행 중 주요 방문지로는 ‘명동’(58.9%) 방문 비율이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동대문 시장’(45.8%), ‘고궁’(31.6%), ‘남대문시장’(26.5%), ‘N서울타워’(25.5%), ‘롯데월드’(24.3%), ‘인사동’(23.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명동에서 쇼핑을 하고 있는 외국인 여행객들.
 
남대문지역에 위치한 3곳의 관광지가 모두 주요 방문지로 집계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율의 명동은 명실상부 아시아의 쇼핑 메카다. 명동에서는 매년 한국을 찾는 외국인관광객들을 위한 쇼핑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한국드라마, 케이팝 열풍으로 한국산 패션과 화장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아시아 여성들을 위해 대부분의 가게가 중국어, 일본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리 곳곳에 관광통역 및 위치를 알려주는 레드 엔젤(움직이는 관광안내소)들이 배치돼 있고 명동 인근에는 롯데백화점과 롯데면세점이 위치해 스트릿과 명품, 브랜드 등 쇼핑의 모든 욕구를 채워준다. 음식은 또 어떻고. 치킨과 찜닭, 삼겹살집과 다양한 디저트 가게까지 다양한 한국음식점들이 외국인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명동하면 빼놓을 수 없는 길거리 노점도 마찬가지. 이곳에선 어떤 가게든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로 N타워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기념사진 촬영하는데 몰두한다.
 
번화가인 명동에서 차로는 10분 내외, 대중교통으로는 30분 내외로 도착할 수 있는 서울 랜드 마크 N서울타워(이하 N타워) 역시 외국인들에게 인기 있는 관광명소. 거대한 서울 전경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과 전망대에 마련된 사랑의 자물쇠 등이 외국인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N타워 전망대까지는 걸어서 또는 버스를 이용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갈 수 있는데 주로 내국인은 걷거나 버스로, 외국인 관광객들은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실제로 케이블카 매표소에는 면세점 광고가 나오고 있으며 티켓 구매자들 대부분이 외국인 관광객이다.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방문하는 N서울타워.

외국인관광객들이 N타워에서 특별히 하는 것은 없다. 1층에 마련된 전망대와 기념품 상점을 둘러보고 사진을 찍거나 조금 더 돈을 들여 꼭대기 전망대에 올라 최상층에서의 서울 전경을 감상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타워는 서울여행의 상징적인 곳으로 늘 사랑받고 있다.
 

“정점 찍은 남대문, 가지지 않은 것에 주목 할 때”
남대문지역의 주요 관광지는 이미 많은 것을 갖췄다. 높은 인지도와 편리한 관광 인프라 등. 이제는 큰 돌을 옮기기보다 그동안 놓친 자갈을 주워 틈새를 막을 때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중국관광객으로 쏠린 시선을 거두고 관광객 다변화 노력을 통해 무게중심을 바로 잡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광산업에 있어선 이미 두 발 먼저 앞서가고 있는 일본은 오일머니로 요우커 만큼이나 손 큰 무슬림관광객 확보를 위해 할랄음식점 포함 다양한 할랄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한국관광공사도 최근 무슬림 관광객 유치를 위해 ‘무슬림 식당 친화 등급제’를 국내 최초로 시범 도입하고 이를 반영한 무슬림 음식 가이드북을 발간하는 등 무슬림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보인바 있다.
 

남대문지역이 오래동안 사랑 받기 위해서는 여행자들의 쾌적한 여행을 위한 환경 개선 작업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관광객으로만 쏠린 시선을 다양한 관광객들로 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관광객 다변화의 노력과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은 쾌적한 관광을 위한 노력이다.
남대문시장의 경우 공공화장실이나 쓰레기통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이 부족해 편안한 관광에 불편을 끼쳤다. 특히 남대문시장 관광안내소 주변에는 폐기물 같은 쓰레기가 놓아져있는 등 대대적인 환경미화 활동이 필요해 보였다.
이는 사람들이 몰리는 명동도 마찬가지. 중구 최대 번화가인 명동 일대에는 늘 일반 차량과 관광버스로 도로가 혼잡하고 명동에 위치한 노점 역시 바가지요금과 불쾌할 정도의 호객행위로 이미지를 나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거리 내에 쓰레기통이 없어 수많은 노점에서 생산된 쓰레기들로 거리가 몸살을 앓고 있었다.

거리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분별하게 생겨난 노점을 관리하고 시민을 비롯한 관광객들의 보행권을 먼저 확보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중구는 1월부터 ‘거리가게 실명제’를 도입, 불법 노점 정비에 착수했다. 거리가게 실명제는 생계형 노점상들이 정해진 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이를 통해 시민들의 보행권 확보와 공정한 상거래 질서 확립을 도모할 예정이다. 한편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명동 일대 노점은 272개, 남대문지역 111개로 약 400개의 노점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대문지역이 전 세계 관광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이미 갖춘 접근성과 관광인프라뿐만 아니라 쾌적한 관광을 위한 환경개선활동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요우커, 무슬림 관광객과 함께 잠재력 있는 동남아권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 마련으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세워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