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88호]2015-04-24 14:13

인바운드 현장 체험 - 스티브의 전통시장 탐방기



외국인 친구 스티브와 함께 떠난 서울전통시장

 
광장시장 먹자골목 인파를 헤치고 녹두전을 먹다
 
 

그 지역 특산물이나 분위기를 알고 싶다면 어느 지역이나 지역민들이 모이는 전통시장으로 찾아가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들어 전통 시장이 생필품을 사고파는 본래의 역할에 더해 다양한 문화행사나 체험거리가 더해진 특별한 관광지로서 활약하고 있다. 특히나 서울 중심에 위치한 이름 난 전통시장들은 저마다 대표하는 시장 먹거리와 즐길거리를 내세우며 내국인뿐만 아니라 외국인 모시기에도 주력하는 모양새다.



본지는 창간 18주년 기념 특집호 제작에 앞서 한국에 온 지 갓 1년차의 초보 한국생활자 스티브(Steve)와 함께 서울 전통시장 나들이에 나섰다. 미국인이 바라보는 서울 전통시장의 모습은 어떨까. 전통시장을 찾는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대표해 스티브가 직접 보고 체험하고 먹어봤다.



굉장히 주관적이지만 분명 일리 있는 미국인 관찰자 스티브가 바라본 서울 전통시장의 솔직한 후기와 외국인 친구를 데려온 기자 입장에서의 까칠한 평가를 지면에 쏟아내 본다.

강다영·이예슬 기자 titnews@chol.com
 
 

 

“미국인 ‘스티브’의 전통시장 탐방기”


서울에 위치한 전통시장은 대부분 지하철 접근성이 매우 편리한 편이다. 관광명소로 이름난 주요 서울 전통시장 중 남대문시장(4호선 회현역, 2호선 시청역), 공덕시장(5,6호선 공덕역, 경의중앙선 공덕역, 공항철도 공덕역) 통인시장(3호선 경복궁역), 광장시장(1호선 종로5가역), 풍물시장(1,2호선 신설동역) 등은 모두 지하철역과 근거리에 위치해 있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외국인 개별여행객과 함께하는 서울 전통시장 나들이였기 때문에 교통수단은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시장과 시장 간 이동 역시 대중교통으로 다녔다. 탐방 코스는 통인동에 위치한 통인시장에서 옛날식 주화인 ‘엽전’으로 사먹는 엽전 도시락을 체험하고 먹자골목이 이미 유명한 광장시장으로 이동해 한국의 시장 먹거리들을 체험해 보는 것이었다.



고향은 미국 캔자스시티, 거주지는 경기도 동두천시인 미국인 스티브를 처음 만난 곳은 3호선 경복궁역 2번 출구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통인시장까지는 걸어서 5~10분 정도. 출구로 빠져나와 진행방향으로 직진만 하면 되기 때문에 시장을 찾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오전 10시 30분에 도착한 통인시장은 한산했다. 이곳의 명물인 엽전도시락 판매는 11시부터. 개시 삼십분 전부터 시장 곳곳은 판매용 반찬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독립적인 성격의 스티브는 혼자 시장을 돌아다니며 엽전도시락은 무엇이고 또 어디서 살 수 있는지를 스스로 찾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혼자 시장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거의 없었다. 통인시장 중간에 도시락 카페 겸 고객센터가 위치해 있었지만 그곳에서도 영어 가이드북이나 안내 브로슈어를 얻을 수 없었다. 고객센터 1층에는 한국어로 된 시장 가이드북만이 배치돼 있었다.

 


‘엽전도시락 제휴점’임을 알리는 제휴팻말에는 아주 작은 글씨로 도시락카페 이용방법이 한국어와 영어, 중국어, 일본어로 써져 있고 옆에는 QR코드 스티커를 부착해 QR코드를 찍어야만 이용방법을 알 수 있도록 했다.



스티브가 엽전을 사기까지는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엽전을 판매하는 곳을 몰라 헤맸고 고객센터에서 엽전을 사려니 여기서는 팔지 않고 엽전 도시락은 11시부터 판매한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11시가 가까워 올 무렵 시장을 어슬렁거리던 스티브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보고 그제야 ‘저기서 판매하는 구나’를 알아챘다. 도시락 판매처에 세워진 안내 배너에는 오로지 한국어로만 설명이 돼 있고 엽전 한 묶음에 얼마인지 가격 표시도 돼 있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엽전 한 묶음과 빈 도시락을 쟁취한 스티브는 음식을 사는 방법과 엽전 2냥의 가치를 몰라 결국 기자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기본 지식을 알고 나자 스티브는 시장에서 처음 보는 가정식 반찬들과 떡볶이, 식혜, 닭강정 등의 길거리 간식에 대단한 흥미를 표했다. 음식에 대한 설명이나 음식 별 가격 등이 세세하지 않아 계속해서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콘텐츠 자체에는 매우 만족해하는 모습이었다.
 


통인시장에서 식사를 마치고 광장시장으로 이동했다. 외국인에게 버스이용은 매우 어려운 일. 정류장을 찾는 것부터가 고난이었다. 정류장을 찾는다고 해도 광장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찾아 타야하는데 한국어로 된 노선을 외국인이 알 리가 없다. 스티브도 연신 “버스는 너무 어렵다”며 광장시장까지 가는 모든 이동과정을 기자에게 의지해야 했다.



시장 내 먹자골목이 유명한 광장시장은 최근 중국인 관광객들의 새로운 한국여행 명소로 떠오르면서 내국인과 중국인 관광객들로 엄청난 혼잡을 이뤘다. 1시 즈음에 도착한 광장시장은 기념품이나 옷 등을 파는 골목은 한산한 반면 녹두전과 육회, 비빔밥 노점이 길게 늘어선 먹자골목은 사람과 상인들로 숨 막힐 정도였다. 게다가 셀카봉을 든 여행객들, 사람 많은 곳에서 위협적인 꼬치를 든 사람들, 막무가내로 인파를 헤치고 지나가는 수레꾼, 오토바이 배달부 등으로 시장 내에서의 이동이 편치 않았다.



스티브 역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곧 팔뚝만한 순대나 족발, 내장볶음, 호박죽, 녹두전집의 맷돌 가는 청년을 가리키며 새롭고 신기한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다며 연신 즐거워했다. 특히 직접 맷돌로 콩을 갈아서 만든 녹두전에 관심을 보인 스티브에게 이곳의 명물인 녹두전을 맛보여 주고자 노점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이 많아 편하게 앉을 수도 없었지만 그 좁은 노점에 앉아먹는 조건으로 3명 당 무조건 2개 이상의 녹두전을 시켜야 한다는 주인의 배짱이 좀 놀라웠다. 스티브 역시 음식은 맛있지만 똑같은 음식을 다른 곳에서 먹을 수 있다면 굳이 여기에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통인시장에서 광장시장까지 가는 방법(대중교통) :
통인시장 종로구 보건소에서 7212(지선)번 버스를 타고 종로5가·광장시장 정류장에서 하차
 
 


“외국인에게 두 번 더 추천하고 싶은 전통시장의 매력”


외국인에게 있어서 한국의 전통시장은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장소이다.



재래시장은 일반 슈퍼마켓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일부 시장에서는 아직도 ‘덤’문화가 활성화 되고 있다. 외국인에게는 ‘덤’과 ‘정’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시장을 둘러보며 경험하는 한국정서는 그들에게 생소하고도 재미있는 요소다.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을 종류별로 다양하게 판매하고 눈앞에서 조리해 즉석에서 먹을 수 있다는 점도 외국인들에게 새로운 매력을 전달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옷이나 상품들도 상점들이 한 곳에 집중 돼 있어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전통시장들이 기존의 이미지를 탈바꿈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시장 내 현금을 엽전으로 교환 해 시장의 먹거리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시장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으로 현금 대신 물건을 살 수 있는 프로그램, 시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스탬프를 모두 찍어오면 특산품을 증정하는 등 시장투어에 테마를 더해 시장방문 활성화를 추구하는 곳도 더러 있다.


또한 시장 중간에 카페 겸 안내센터를 만들어 관광객과 시장관계자의 소통을 갖는 장을 마련한 곳도 있다. 이곳에서는 불편사항 접수나 시장위치 안내, 지친 관광객들을 위한 쉼터를 제공한다. 일부 시장은 홈페이지를 개설해 시장을 미리 간접경험 할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다소 관리가 되지 않는 홈페이지도 있지만 최근 개설된 홈페이지들은 시장 로드 뷰 서비스로 방문객의 편의를 돕고 있다.
 


 
“기대한 외국인 실망케 하는 전통시장의 아쉬운 점”


한국관광공사의 2013년 통계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할 때 고려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음식과 미식탐방(41.3%)으로 1위인 쇼핑(61.0%)의 뒤를 이을 만큼 중요한 요소다. 특히 최근에는 한국의 전통시장이 ‘한국인 소울푸드’의 집합소로 알려지면서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먹거리 탐방을 목적으로 시장을 찾고 있다.



그러나 냉정히 말해 전통시장은 아직 외국인을 맞을 준비가 부족하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주요 서울 전통시장에서도 영어 안내팻말을 찾아보기 힘들다. 숫자 정도만 간신히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특히 일부 시장상인은 관광객을 오직 수익창출의 수단으로만 대하면서 많이 사지 않으면 자리에 앉지도 말라는 식이었다.



내외국인 관광객에게 모두 잘 알려진 광장시장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도보 확보가 전혀 되지 않았다. 또한 상인들이 짐을 나르는 통로와 관광객의 이동통로가 구분되지 않아 위험한 상황도 종종 발생했다. 근거 없는 주문 룰도 문제가 됐다. 녹두전을 먹기 위해 테이블에 자리를 잡자 세 명에 두 개는 무조건 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그러지 않을 거면 종이컵에 받아서 먹으라고 권장하기도 했다.

 


시장 내 관광시설도 개선해야 할 점이 많았다. 편안한 관광에 꼭 필요한 화장실, 출입구, 현재 위치를 표시하는 안내 표지판이 좁은 시장바닥에서 벗어나 아케이드 천장에 매달려 있어 정확한 위치를 가늠할 수 없었다.



항상 거론되는 시장 음식의 위생문제 역시 관광명소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이 필요하다. 대부분 업소가 아닌 길거리 위에서 음식을 만들다 보니 시장 바닥 곳곳에 쓰레기가 흩어져 있었고 양념된 음식의 재료나 신선도에 대해서도 정확히 알 수 없어 불안했다.



전통시장을 서울의 관광명소로 내세우고 있는 만큼 전통시장 내 인프라 구축에 더욱 신경 써야 하지 않을까. 특히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전통시장을 찾는 목적으로 쇼핑보다는 먹거리나 분위기를 즐기러 오는 만큼 관광객들과 가장 많이 접촉하는 노점상인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 관광객 환대 마인드나 서비스 교육, 기본적인 외국어와 위생 관리 등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기본적인 서비스를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방문위원회는 2013년부터 식당 서비스 및 위생환경 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받고 있는 업소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이지만 외국인 개별여행 및 관광명소로서 전통시장의 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노점 역시 지원과 관리의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스티브(Stephen Lemlek) - H&S 성인영어회화학원 교사
 
“전통시장, 즐거웠지만 외국인을 위한 서비스 마련해 주세요!”



“저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홍 대나 이태원, 명동보다는 전통시장을 더 좋아해요.


전통시장은 한국인들의 삶을 느낄 수 있고 홍대나 이태원처럼 사람들이 많이 몰리지 않기 때문이죠. 이번 서울시장투어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사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서울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서울에 자주 오지는 못해요. 교통시설이 좋은 편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한 번에 서울을 올 수 있지만 주말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1시간가량을 서서 와야 하다 보니 서울에 오는 것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죠.



한국에서 1년 넘게 생활해 오면서 한국의 독특한 음식을 많이 맛 봤어요. 하지만 이번 전통시장투어를 통해 더 새로운 음식들을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특히 새끼손가락 크기의 게 무침은 정말 신기하고 맛도 훌륭했어요. 전통시장이 일반 슈퍼마켓과 비교했을 때 조금 불편하고 청결하지 못한 점도 있지만 저는 이런 점이 좋아요. 눈앞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시장에서의 불편함도 존재했어요. 엽전을 사용해 시장음식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좋은 아이디어였어요. 하지만 엽전을 사용하는 과정은 조금 헷갈렸어요. 아무런 안내가 없이 교환만 해줬기 때문에 처음에는 사용법을 헤매다가 한국인들이 저를 도와줘 방법을 터득했죠.
 

광장시장은 유명한 시장이다 보니 관광객들이 너무 붐벼 시장구경을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또한 일부 상인들은 불친절하기도 했고요. 음식을 구매할 때 인원수에 맞게 일정량을 꼭 주문해야 한다고 해 당황스럽기도 했죠. 물론 상인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관광객들도 이 같은 상황에서는 당혹스러움을 느낄 것 같아요.



시장 내에서 출구를 찾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다만 출구까지 가는데 붐비는 여행객들을 뚫고 지나가는 것이 힘들었죠.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갔으면 더 정신없었을 것 같아요. 음식을 주문할 때나 시장을 둘러볼 때 영어 안내가 없어 주문을 할 때나 길을 찾을 때 혼동이 오기도 했죠. 영어로 안내가 가능한 안내원이나 정보제공이 더 추가되면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