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947호]2016-07-25 09:06

현지취재-인도(下)
인도 골든트라이앵글투어의 절정을 만나다!  
무굴제국의 수도 아그라 · 핑크시티 자이푸르 여행
샤자한의 못 다한 사랑, 붉은 사암의 도시를 느끼다
 

뭄타즈 마할을 추모하고자 만들어진 세상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 타지마할.
 
누군가 그랬다. 왜 아직도 인도 여행기는 ‘더럽고 혼란스럽다’와 같은 진부한 이야기로 시작하느냐고. 생각해보니 그랬다. 스스로도 모르게 ‘인도는 더럽다’는 편견이 학습돼 있었나 보다. 사실 대한민국의 주말 밤 번화가도 바닥과 쓰레기통의 경계를 찾기 어려운건 마찬가지인데 왜 인도의 쓰레기 더미에만 그토록 집착했던 걸까. 인도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현실을 마주하면 정말로 기억에 남는 것은 신비로운 건축물과 방대한 이야기들이다.

두 번째 인도여행기에서 다룰 아그라와 자이푸르는 그런 의미에서 굉장히 재미있었던 곳이다. 이 두 도시는 델리에서 차로 5~6시간이면 도착하는 곳으로 접근성이 뛰어나 많은 여행자들이 함께 여행하는 코스다. 지도상에서 델리와 두 도시를 연결하면 삼각형 모양이 만들어지는데 인도 ‘골든트라이앵글 투어’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 말이다.

아그라는 골든트라이앵글 투어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라자스탄 주의 주도 자이푸르는 예상 밖,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진한 여운을 남기는 곳이다. 수도 델리에서의 짧은 일정이 못내 아쉬웠지만 아그라에 도착하고 자이푸르에 발을 내딛은 순간 지난 도시를 향한 아쉬움은 있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눈에 닿자마자 마음으로 녹아든 아그라와 자이푸르를 소개한다.
취재협조 및 문의=아시아나항공(http://flyasiana.com/1588-8000)
인도=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글 싣는 순서
인도<上> 여행의 시작 델리
●인도<下> 인도여행 하이라이트
 

 
“아그라(Agra)와 뭄타즈 마할”
아그라는 인도 골든트라이앵글투어의 두 번째 방문 도시다. 델리에서 차로 약 5시간 소요된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은 대게 기절해 있는 편인데 인도에서는 차마 그럴 수 없었다. 창밖이 허허벌판이라면 미련 없이 눈을 감겠건만 차창 밖으로 수많은 염소 떼가 지나가고 길가엔 배를 깔고 누운 소들이 슬렁슬렁 꼬리를 친다. 짓다만 건지 허물다만 건지 애매한 건물과 멀리 보이는 작은 힌두교 사원들까지도 신기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고속도로를 벗어나 시내로 들어서면 눈꺼풀은 호기심으로 잔뜩 흥분한다. 사리 입은 여인을 태운 오토바이, 광고문구로 추측되는 힌디어가 쓰여진 판잣집들, 꼭 한 번 맛보고 싶었던 사모사 파는 노점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다. 특히나 아그라는 인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로 시내에 들어서면 엄청나게 복잡한 광경이 펼쳐지는데 그 혼란스러움을 구경하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나 할까. 물론 도로 위는 경적소리와 사람과 동물과 각종 탈거리로 전쟁터를 방불케 하지만.
 

도로 위에서 바라본 아그라는 그저 복잡한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곳은 그 유명한 ‘타지마할’의 도시로 전 세계 여행자들의 집결지다. △타지마할(Taj Mahal)이 얼마나 위대하고도 아름다운 동시에 슬픈 건축물인지는 이미 수많은 매체와 여행자들을 통해 익히 알려진 사실. 타지마할은 아그라가 무굴제국의 수도(1564~1658년)였던 당시 무굴제국의 황제 샤자한(Shah Jahan)이 죽은 왕비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묘지다. ‘타지마할’은 왕비의 이름,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에서 따온 것으로 그녀는 고작 14살에 결혼해 19년 동안 무려 14명의 자녀를 낳았다. 심지어 그녀는 죽을 때까지도 임신 중이었다고 한다.

샤자한은 매우 유능한 사람으로 그가 황제로 재위하는 동안 무굴제국은 3,000,000㎢에 달하는 영토를 지배했고 수도 아그라는 세계에서 가장 번영한 도시 중 하나였다. 이 대단한 황제는 왕비의 죽음 이후 사치와 무덤에 대한 집착, 병 등으로 처절히 망가지게 된다. 샤자한이 왜 그토록 죽은 왕비를 잊지 못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뭄타즈 마할의 짧았던 인생을 보니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그가 거느린 부인들 중 세 번째 부인인 뭄타즈 마할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고는 들었지만 이 정도였을 줄이야. 뭄타즈 마할의 19년 임신 인생(?)을 알고 나니 타지마할이 좀 색달라보였다고나 할까. 어쨌든 타지마할은 존재 자체만으로 특별한 건축물임에는 틀림없다. 세상 어디에도 타지마할만큼 좌우 대칭이 완벽한 묘지는 없다. 게다가 이 묘지는 1983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도 등재된 세계 최고의 무덤이다.
 

타지마할만큼이나 아그라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있다. 바로 △아그라요새(Agra Fort)다. 붉은색 사암으로 만들어져 붉은 성이라고도 불리는 이 곳은 이중으로 된 성벽과 성 주변을 둘러싼 해자(성곽을 둘러싼 도랑)로 철통 방어를 자랑한다. 이제는 관광지로 개방돼 세계인들이 성벽 닳도록 드나드는 곳이지만 입장은 까다롭다. 입장권을 들고 줄을 서서 차례로 입장하면 공항 출국장에서처럼 몸수색과 가방 검사가 이어진다. 비디오카메라를 엄격히 금지해서 삼각대나 렌즈 같은 카메라 장비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빠른 입장을 원한다면 짐은 최대한 간소하게 챙기는 것을 추천한다.

아그라 요새는 딱딱하고 장엄해 보이는 외부와는 달리 긴 성벽을 따라 요새 안으로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너른 잔디 위에 악바르 대제가 아들 자한기를 위해 지은 궁전에 있고 여러 개의 모스크를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압권은 ‘무삼만 버즈(Musamman Burj)’.

포로의 탑이라는 뜻을 가진 무삼만 버즈는 샤자한이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돼 살았던 곳이다. 샤자한은 이곳 테라스에서 타지마할을 보며 뭄타즈 마할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공허해 보이는 테라스는 타지마할을 처연히 바라보았을 샤자한의 늙은 얼굴을 상상하게 했다.
 
 
자이푸르에서 만난 헤나 전문가(?)

핑크시티라 불리는 자이푸르의 모습. 350년 전의 계획도시답게 일직선의 도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예상치 못한 자이푸르(Jaipur)의 매력에 빠지다”
자이푸르는 라자스탄 주의 주도로 ‘자이왕의 성’이라는 뜻이다. 구 시가지를 채운 분홍색 건물들로 핑크시티(Pink City)라고도 한다. 350년 전 인도의 계획도시로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지런한 바둑판 모양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병풍 같은 모습의 하와마할. 자이푸르의 필수 포토 스팟이다.

자이푸르의 수많은 명소 중에서도 세계적인 포토 스팟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 마치 거대한 병풍 혹은 벌집을 떠올리게 하는 △하와 마할(Hawa Mahal)이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 1001’ 중 하나로도 선정된 하와 마할은 바깥 생활이 엄격히 금지된 왕실의 여자들을 위한 건물이다. 성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여인들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 건축물은 안에서만 밖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여자들은 이 안에 몸을 숨기고 시가지를 구경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상권이 형성돼 있는데 애초에 이 건물을 시장과 가까운 곳에다 지은 것이라고 한다. 윤택하지만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없는 왕실의 여인들은 수많은 인생들이 교차되는 시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복잡한 하와마할 앞 도로. 도로를 건너면 상점 거리가 길게 늘어서 있다.


하와마할 건너편의 상점 거리 모습. 인도풍의 얇은 바지가 고작 3달러부터다. 물론 품질은 보장 못하지만.

복잡한 시장과 경적이 울리는 도로 앞 하와 마할을 보고 나면 멍해진 기분이 든다. 아름다운 하와 마할의 모습을 가슴에 담았다면 다음으로는 계획도시 자이푸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암베르 궁(Amber Fort) 관광을 추천한다. 암베르 궁은 언덕 위에 지어진 요새로 350년 전 그 때처럼 코끼리를 타고 입성하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많은 여행자들이 짚 차를 이용한다. 걸어서 올라가기에는 매우 힘들다. 언덕이라고 표현했지만 자이푸르 전경이 한 눈에 보일 정도니 결코 만만하게 볼 높이는 아니라는 말.
 

암베르 궁의 코끼리. 많은 관광객들이 코끼리를 타고 암베르 궁에 입장하는 체험을 즐긴다.

기자 역시 짚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 작은 골목 몇 개를 지나는 동안 쓰레기 더미를 뒤지는 야생 멧돼지 가족들을 꽤 많이 만났다. 짚 차에 내려서는 탁 트인 시야와 함께 성벽에 걸터앉은 원숭이와 눈이 마주쳤다. 푹 꺼진 땅 아래를 보며 마치 사색을 하는 듯했는데 작은 까마귀 한 마리가 자꾸만 원숭이를 쪼고 달아나기도 했다.
 

암베르 궁은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매우 과학적이고 화려한 궁전이다. 호화롭게 장식된 공공 접견실 디와니암(DIWAN-I-AM)과 사방이 거울로 장식된 거울의 방, 전망이 뛰어난 자이 만디르(JAI MANDIR)는 암베르 궁이 가진 화려한 부분이다. 거울의 방은 반사광을 이용해 촛불 하나로도 온 방을 밝힐 수 있도록 했다. 환락의 장소라 불리는 수크 니와스(SUKH NIWAS)는 가느다란 관에 차가운 물을 흐르게 해 냉방 효과를 냈다.
 

자이푸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던 암베르 궁의 아름다운 정원.


암베르 궁 광장에서 만난 인도 아저씨. 이곳을 찾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에게 무료로 음식을 나눠 주고 있었다.

암베르궁은 대체적으로 매우 평화로운 느낌이다. 암베르궁을 추억했을 때 생각나는 모습은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코끼리와 벤치에 앉아 신문을 읽던 현지인들, 광장 한 가운데 느긋이 엎드려 있던 개 한 마리들이다. 이따금 음악 소리인지 종소리인지 알 수 없는 소리들이 공중에서 분해되며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했다.
 

인도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이어나갈 마지막 목적지는 △잔타르 만타르(Jantar Mantar)다. 자이푸르를 세운 자이싱(JAI SINGH) 2세가 18세기 초에 만든 천문대 유적이다. 자이싱 2세는 천문학에 깊은 조예를 가졌던 인물로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를 비롯해 델리와 바라나시, 웃자인, 마투라 총 5곳에 천문대를 만들어 놓았다. 그중에서도 이곳 자이푸르의 천문대의 규모가 가장 크고 잘 보존됐다고. 잔타르 만타르에는 20여 개의 주요 관측기구가 설치돼 있는데 천체망원경 없이 눈으로도 천체를 관측할 수 있게끔 설계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