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 기사스크랩 [제854호]2014-07-25 08:38

독일(上)독일에서 유럽여행 아닌 ‘시간여행하기’


운터울딩엔의 호상주택. 기자 일행이 방문한 날도 많은 현지 관광객들로 붐볐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는 ‘Route8’

신비롭고 감동적인 특별한 독일 여행기



 

글 싣는 순서

●독일<上> 신비롭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독일<下> 아름답다. ‘독일 Old City’

 

독일하면 그저 맥주와 소시지밖에 몰랐던 바보 여행기자. 독일 출장을 준비하면서 어찌나 설레었는지 모른다. 게다가 이번 독일 출장의 콘셉트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을 따라 떠나는 여행’. 기자가 받게 될 문화적 충격이 기대돼(?) 출발 몇 주 전부터 심장이 벌렁거렸다.

생애 첫 유럽출장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자 차분히 일정표를 분석하기로 했는데 이럴 수가. 국내 포털사이트에서는 도무지 정보를 찾을 수가 없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흔하지는 않았다. 구글링으로 간신히 추가 정보 수집을 하며 현지취재에 대한 로망을 마구 키웠다. 그리고 첫 일정을 시작한 순간 기자의 모든 사전 조사 정보는 실제로 마주한 역사적 현장에 그대로 스며들어 더 큰 감동으로 전해졌다.

기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선사시대의 호상주택부터 눈이 시릴만큼 아름다웠던 교회의 천정화까지.본지가 알프스에서 보덴호까지 이어지는 독일남부 역사기행을 소개한다.
 

여행루트는 ‘슈투트가르트-보덴호 라이헤나우 수도원섬-운터울딩엔-페더호박물관-비스순례교회-뮌헨’이다.

취재협조 및 문의=독일관광청(www.germany.travel/02-773-6430)독일=강다영 기자 titnews@chol.com

 

선사 시대에서 중세 시대까지시간을 거스르는남독일 시간여행


넓은 라이헤나우 수도원 섬은 곳곳에 유명한 교회가 위치해 있다.

 

“라이헤나우 수도원 섬(Island of Reichenau)”


독일 유적지 여행의 출발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시작된다. 라이헤나우 섬은 콘스탄츠호(=보덴호)에 위치해 있는데 일반적으로 여행객들에게 콘스탄츠(콘스탄츠호와 붙어있는 도시)는 스위스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라이헤나우 섬이 위치한 콘스탄츠로 가는 방법은 가이드를 이용한 자동차를 추천한다. 호수를 끼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기차를 이용한 접근이 힘들기 때문. 슈투트가르트에서 지역열차로 2시간30분 이상, 바덴바덴에서는 3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스위스와는 열차로 쉽게 연결돼 약 1시간이면 도착가능하다.기자일행은 가이드의 차를 이용했는데 섬이 콘스탄츠와 연결돼 있어 굳이 배를 이용하지 않아도 됐다.

라이헤나우 섬은 독일 내에 떠오르는 자전거 여행지다. 섬 입구에 도착한 순간부터 자전거를 탄 관광객 무리들이 가득했다. 한적하고 넓은 섬은 걸어서는 다 둘러보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자전거를 이용해 주요 수도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라이헤나우 섬은 724년 영국의 포교사 피르민이 개척했다. 이후 816년에 미텔첼 수도원성당이 건립되고 991년 수도원장 비티코보가 증축해 11세기에 현재의 규모로 확대됐다고 한다. 라이헤나우의 유적이 현재까지 칭송받는 이유는 중세 초기 베네딕트회 수도원의 막대했던 종교적, 예술적 영향력을 잘 나타냈기 때문이다. 섬 내에 위치한 성모 마리아 성당을 비롯해 성 마커스 교회, 성 게오르그 교회, 성 베드로 교회, 성 바울 교회는 9세기에서 11세기에 걸쳐 건립됐는데 모두 중부 유럽의 중세 초기 수도원 건축의 정수를 보여준다.

 


초록빛 들판 위에 오뚝하니 서 있던 비스순례교회.
수수한 외관과 달리 내부는 화려한 벽화가 환상적이다.

 

“운터울딩엔(Unteruhldingen)”


이번 목적지는 중세시대에서 더 과거로 떠나본다.

선사시대의 독일인들은 호수 위에 목재주택을 짓고 살았는데 당시의 호상주택이 그대로 보존된 곳이 바로 운터울딩엔이다. 이 호상주택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프랑스, 이탈리아, 슬로베니아와 독일에 걸쳐 있다.

독일의 호상주택은 콘스탄츠호 인근에 있으며 수도원 섬과 차로는 1시간 이내다.Pfahlbaumuseum Unteruhldingen은 지금으로부터 몇 천 년 전의 경이로운 현장을 직접 보여주기 전에 약 3단계로 이뤄진 시뮬레이션으로 호상주택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관광객들은 시뮬레이션의 주인공이 되어 함께 호상주택을 연구하고 유적지를 찾고 당시의 모습을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통해 감상하며 유적지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습득한다.

화려했던 소개 만큼이나 운터울딩엔의 유적지는 신비로웠다. 호상 주택 내부에는 당시의 생활상을 그대로 재현해낸 인형들이 자리했다. 구석기시대에 사용했던 돌도끼와 동물 가죽으로 만든 가방 등을 보다 가까이 체험할 수 있다.이와 함께 이곳에서는 유적지 관광과 함께 방학시즌마다 가족이 함께하는 선사시대 캠프를 진행한다. 유적지와 멀지 않은 곳에 마련된 공터에 캠핑장을 설치해 과거 생활상을 체험해보는 교육적인 캠핑 프로그램이 실시된다.
 

현장 관광이 끝나면 전시관에서 추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몇 천 년 전의 과일화석(까맣게 타서 화석이 됨)이나 동물의 뼈 등을 볼 수 있고 과거 호상주택을 연구하던 과정과 연구를 위해 착용했던 잠수복을 직접 입어볼 수 있다. (www.pfahlbauten.de)*운터울딩엔에 방문하기 전 프리드리히스하펜(슈투트가르트에서 차로 약 2시간30분)에 위치한 ‘Informationswentrum Pfahlbauten Baden-Wurttemberg(www.denkmalpflege-bw.de)’에서 선사시대 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페더호 박물관.
 

“바트 부흐아우의 페더호박물관(Federseemuseum Bad Buchau)”


운터울딩엔에서 호상주택을 보고 난 후 선사시대가 더욱 궁금해졌다면 멀지 않은 곳(차로 30분 이내)에 위치한 바트 부흐아우의 페더호박물관에서 5천 년 전의 고고학 유물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다.

페더호박물관은 실내 박물관과 실외 전시관 및 공원으로 구성돼 있는데 박물관 내부에는 5천 년 전 사용했던 농기구와 사람의 머리 뼈, 보트, 낚시 바늘 등 당시에 실제로 이용했던 각종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 뒷문으로 나가면 당시에 짓고 살았던 목재주택 단지가 나온다.

각각의 주택은 모두 다른 시대의 주택을 재현한 것으로 역시 주택 안에는 그 시대의 생활도구들이 마련돼 있다.다시 박물관 앞문으로 빠져나오면 마치 우리나라의 순천만이 떠오르는 거대한 생태공원이 있다. 마치 생태공원 같았던 이곳은 방금 봤던 목조주택들의 본래 집터였다.

축축한 땅위에 풀을 얹어 그 위에 집을 짓고 아까 박물관에서 보았던 카누를 타고 물고기 사냥을 했단다. 이제는 평화로운 산책코스 같기만 한 이곳이 5천 년 전에는 누군가가 태어나고 누군가는 죽었던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다. (www.federseemuseum.de)

 


비스순례교회의 아름다운 천정화, 그 아래서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

 

“비스순례교회(Wieskirche)”


독일 남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에서 마침내 바이에른주(州)로 도시를 이동해 왔다. 비스순례교회는 뮌헨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한 곳으로 로코코 시대의 아름다운 벽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비스순례교회를 가기 전 독일인들에게 다음 목적지가 ‘비스순례교회’라고 말하니 모두들 최고라는 손짓과 감탄사를 연발했다.

현지인의 반응만큼이나 잔뜩 높아진 기대감으로 교회에 도착하니 일단은 그 위용부터가 남달랐다. 비록 한 벽이 공사 중이어서 동화가 살짝 깨지긴 했지만.내부는 더욱 놀라웠다. 라이헤나우 섬의 교회들은 빛바랜 벽화가 신비로웠다면 비스순례교회는 흰 바탕에 화려한 색채감이 환상적이었다.

실제로 하늘나라가 존재한다면 비스순례교회의 벽화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이곳에서 반드시 감상해야 하는 것은 도미니쿠스와 밥티스트 치머만 형제의 천정화와 화려한 스투코(건축의 천정, 벽면, 기둥 등을 덮어 칠한 화장도료) 장식이다.

비스순례교회가 지난 1983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유도 바로 이 벽화에 있다.재단이 있는 쪽 벽화에는 한 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한 아기 천사의 다리만 유독 입체적인데 이는 아기천사의 왼쪽 다리가 벽화가 아닌 도자기 장식으로 벽에서 튀어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쏠쏠한 재미를 감상하며 목이 뒤로 꺾어질라 천정화를 감상했다.

 



[미식국가, 독일에서 맛본 음식]


독일은 진심으로 미식국가다. 어떤 지역의 어떤 식당을 가든 내가 앉아있는 그곳이 최고의 맛집이다. 독일의 요리사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요리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 보덴호 주변 지역에서 식사를 할 때면 보덴호에서 잡아 올린 싱싱한 생선을 요리해 선사했고 6월의 끝자락에 방문한 기자 일행을 위해 제철이 끝나가는 화이트 아스파라거스를 요리해 선보이기도 했다. 모두 맛은 일품이었다. 독일로의 여행을 꿈꾸는 독자들을 위해 기자가 감히 맛집을 추천해 본다.

 

1. Hotel Hirschen 프리드리히스하펜의 호텔 내에 위치한 식당. 실내와 실외 모두 식사 가능하다. 실내는 보다 고급스런 분위기로 꾸며져 있고 실외는 아기자기한 정원 느낌으로 햇볕 좋은 날에는 밖에서 식사하는 것을 추천한다.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인 4~5월에 방문하면 아스파라거스 수프를 비롯해 다양한 아스파라거스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아스파라거스뿐만 아니라 생선과 스테이크 요리도 매우 훌륭하다. (www.hotelhirschen-bodensee.de)

 

2.Fischrestaurant Riebel 콘스탄츠 역사 마을 내에 위치한 생선 요리 전문점이다. 마을 주변에 콘스탄츠호가 둘러싸고 있는데 이 식당은 콘스탄츠 호에서 잡은 생선요리가 유명하다. 겉은 바삭하게 익고 속은 부들부들한 생선요리에는 콘스탄츠 마을에서 나오는 화이트 스파클링 와인이 가장 잘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 한 모금에 샐러드와 보드라운 생선살을 포크에 콕 찍어 입에 넣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www.reichenauer-fischhandlung.de)

 

3.Restaurant Konzil 콘스탄츠호를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는 식당이다. 실내 식당과 테라스 식당 모두 갖추고 있으며 메뉴가 다양하다. 영어 메뉴판을 제공한다. 기자는 이 지역 특산물인 갈색버섯과 하몽이 섞인 샐러드를 맛봤는데 버섯의 씹히는 맛이 일품인데다 하몽은 적절히 짭짤해서 궁합이 최고였다. 여기에 Konzil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넓게 펼쳐진 콘스탄츠호를 바라보자. 기분 최고다. (www.konzil-konstanz.de)

 

4.Kloster Braustuberl 비스순례교회 근처에 위치한 식당. 저렴한 가격과 야외식당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연주 등 입맛을 돋우는 갖가지 서비스가 마련된 이곳은 맛도 맛이지만 콘셉트가 재밌어서 더욱 추천한다. 모든 서버들이 독일 전통 복장을 입고 서빙을 하고 라이브 음악은 독일 전통음악이다. 기자는 독일 전통음식인 슈바인학센(독일식 족발)에 도전했는데 2분1크기의 슈바인학센을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압도적인 비주얼에 살짝 당황했다. 하지만 바삭한 껍질 속 쫄깃 짭짤한 속살은 끝내줬다. (www.klosterwirt.de)